2021년 NDC의 첫 날인 6월 9일, '2D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과정'을 주제로 2D 애니메이션 제작사 스튜디오뿌리의 장선영 대표가 강연했다. 스튜디오뿌리는 주로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에픽세븐 등의 게임 프로모션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해당 세션은 애니메이션 프로모션 영상을 발주할 때 어떤 것을 준비하면 좋을지, 효과적인 프로모션 영상 제작기에 대해 다루며 한국 애니메이션 회사의 종류, 애니메이션 제작 발주를 할 때 준비하면 좋은 것, 2D 애니메이션 제작 과정을 순차적으로 설명, 게임 회사에서 컨펌하면 좋은 단계와 컨펌을 할 때 어떤 것을 중점적으로 보면 좋을지를 설명하여 원하는 영상에 근접하게 완성물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방법에 관하여, 그리고 앞으로의 제작 방향에 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 애니메이션 발주 전 준비
애니메이션 발주를 위해 육하원칙에 가까운 체크리스트들을 세워야 한다. 마감기한, 프로모션, 제작목적, 작업분량, 예산, 특이사항 등으로 나뉘며 이를 세세하게 작성하는 편이 좋다. 대부분의 국내 애니메이션 회사는 삽화체나 만화체 둘 중 하나만 작업이 가능하거나 부서가 분리되어 있고, 모든 공정을 인하우스에서 할 수 있는 회사는 드문 편이다. 때문에 해당 게임에 적합한 회사를 찾는 것이 좋다. 이런 회사들은 애니메이션 제작자 협회, 한국애니메이션 산업 협회 등 다양한 루트로 확인할 수 있다.
■ 애니메이션 제작 기획
전체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은 크게 세 개로 나뉜다. 그 중 첫 번째는 프리 프로덕션이라 부르는 기획 단계다. 애니메이션 제작에 있어 설계도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게임 회사 측에서 컨펌 단계를 반드시 일원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컨펌할 부서가 여러개라도 의견을 취합해 한 번에 제작사에 넘겨줘야 제대로 적용이 가능하다. 게임 회사는 영상의 내용과 세계관, 스토리 배경 및 캐릭터 성격과 컨셉, 전투 스타일, 연출 방향성 등 전체를 이해할 수 있는 자료인 스크립트를 포함해 게임 내 캐릭터와 소품, 배경의 이미지 등을 전달하게 되는데 이 때 최종 데이터가 아니라면 미리 언급해야 한다.
기획 단계는 톤앤 매너 결정과 라인·컬러 설정, 스토리보드·애니메틱의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필요에 따라 이미지보드와 컨셉아트도 제작할 수 있다.
톤앤 매너는 전체적 컨셉과 분위기, 키가 되는 색상, 표현법을 말하는 것으로 공포게임 제5인격으로 예를 들자면 장르의 분위기에 맞게 차가운 색감과 수평이 맞지 않는 앵글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불안정한 느낌을 주는 효과를 냈다. 하지만 같은 게임의 작업물인데도 톤앤 매너가 다른 경우도 존재한다. 에픽세븐의 예를 들면 오프닝 영상은 전체 세계관을 담아야 해 인게임과 비슷한 느낌을 입혔지만 여름 업데이트나 발렌타인 영상은 이벤트의 분위기에 맞춰 톤앤 매너를 변경한 것.
톤앤 매너 결정 후에는 본격적 설정과 작업에 착수한다. 색이 들어가지 않은 라인 설정을 하고, 특이점이 있을 때는 왜 이런 디자인이 됐는지 클라리언트 측에 이유를 설명하고 컨펌을 받기도 한다. 배경도 설정을 만드는데, 짧은 영상의 경우 주요 장소 설정만 만들거나 인게임 배경 디자인이 명확하면 배경 컨펌 단계를 건너뛰기도 한다. 이렇게 라인 설정이 완료되면 그 위에 컬러 설정 작업을 하며 컨펌을 받는다.
이후의 모든 작업은 스토리보드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의심스러운 부분들은 이 단계에서 모두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한다. 이 스토리보드의 그림을 실제 시간에 맞게 편집한 것을 애니메틱이라 하며 여기서 컷수와 초수, 카메라워크 등이 결정된다.
■ 애니메이션 제작 - 메인/수정
메인 프로덕션은 실제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들어가는 단계다. 컨펌할 것은 우선씬과 효과씬, 그리고 최종 영상을 첫 번째로 묶어 납품하는 TK1, TK1의 수정본이 있다. 전체 영상의 톤을 볼 수 있도록 우선씬과 효과씬을 먼저 지정하며, 화면의 전체 톤을 볼 수 있는 장면부터 진행하게 된다. 보통은 장소별로 지정하거나 중요한 컷, 광고 일정 때문에 먼저 필요한 컷을 지정하며 같은 효과를 여러 컷에서 동일하게 써야 하는 경우가 많은 효과씬은 먼저 진행한 씬에 나머지 컷을 맞춰서 작업한다.
레이아웃은 제작 단계의 첫 번째 공정이다. 인물 배치와 구도, 카메라워크 등을 잡으며 배경 레이아웃은 완성 후 배경실로 보낸다. 두 번째 단계는 원화로 동작 키 프레임을 잡는 단계이며 이 단계에서 캐릭터 연기와 움직임, 그리고 타이밍이 결정된다. 다음으로 시트는 컷에 해당하는 모든 정보를 기입하는데 이는 뒷 공정들이 시트에 맞춰 작업되기 때문이다.
원화를 클린업한 후에는 원화 지시와 캐릭터 설정에 맞춰 작업하고 작화감독 파트로 넘어가는데, 여러 사람이 함께 작업해 그림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고 이 상황에 전체 캐릭터와 이미지를 통일해주는 파트가 작화감독이다. 캐릭터를 중간에 확인할 때는 클린업 단계나 작화감독을 거친 데이터를 보내기도 한다.
이후에는 동화 단계로 넘어간다. 동화에서는 원화에서 생긴 지저분한 선들을 정리하고 키프레임과 그 사이를 연결하는 동작을 그린다. 동화가 완료되면 컬러설정에 맞춰 컬러를 칠하며 한장 한장 작업된 모든 캐릭터와 배경을 합성하는 단계를 촬영이라 부른다. 여기서 효과와 라이팅 등을 넣어 작업을 마무리한다.
우선씬과 효과씬을 지정하면 촬영이 완료된 영상을 보내며 이 단계에서 원하는 룩으로 컨펌하면 나머지 영상을 여기에 맞춰 작업하고, 촬영이 완료되면 수정 작업을 진행한다. 클라리언트는 TK1 영상을 확인할 때 되도록 모든 수정 내용을 적고, 중요한 것은 TK2와 TK3으로 넘어가며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애니메이션 제작 - 포스트
포스트 단계에선 사운드, 편집 작업이 주를 이룬다. 여러 컷을 찍어 이를 배치하며 편집하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애니메이션은 쓰지 않는 컷을 만드는 경우가 거의 없다.
사운드 파트에서 성우녹음은 선녹음과 후시녹음을 한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 경우는 선녹음을 하는 것이 좋지만 보통은 영상이 어느정도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을 때 후시녹음과 BGM 작업에 돌입하는 편이다. 가능하면 최종 영상으로 사운드 작업을 진행하는 편이 좋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는 애니메틱이나 원화 촬영본, 동화 촬영본 또는 가촬영본을 보내기도 한다.
사운드 작업 시에도 역시 앞서 언급됐던 체크리스트가 필요하다. 제작목적, 영상 설명, 작업분량, 마감기한, 예산, 주의사항 등을 적어 전달하게 되며 초수별로 컷 내용과 BGM, 효과음에 반영되었으면 하는 사항을 상세히 적어 전달해야 한다. 이렇게 완성된 사운드와 영상을 합성하면 애니메이션 작업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 앞으로의 2D 애니메이션
장선영 대표는 세션을 마무리하면서 애니메이션 작업을 하며 눈에 띄게 변해간다고 느꼈던 것들을 몇 가지 예시로 정리했다.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디지털 전환과 3D와의 합성, 웹툰·게임 기반 애니메이션의 활약 등 세 가지 변화는 서로 맞물려있는 요소와도 같다. 유튜브, 넷플릭스, 틱톡, 비리비리 등 이전엔 없거나 활성화되지 않았떤 플랫폼들을 통해 다양한 형태의 애니메이션이 등장했다. 포켓몬스터 새벽빛의 날개는 5분 분량의 옴니버스 애니메이션으로 짧은 분량에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지만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와 작화, 배경 연출 등으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외에도 애니메이션 제작의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틱톡의 3초 애니메이션, 웹툰 기반의 무빙툰, 오디오 무비, 유튜브 웹 애니메이션 등 기존 애니메이션 제작 환경보다 적은 인원으로 빠르게 만들고 자유롭게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넷플릭스나 아마존 프라임, 라프텔 등 단독 플랫폼에서만 제공하는 애니메이션에도 투자가 많이 되고 있어 게임이나 웹툰 등 인기 IP를 활용한 애니메이션들이 많이 늘었다. 넷플릭스의 캐슬바니아, 도타:용의 피 등은 게임에서 풀기 어려운 스토리를 애니메이션으로 대체하고, 애니메이션도 IP의 인기로 기본 시청자를 확보할 수 있는 좋은 선순환 구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 전망했다.
과거보다 2D 애니메이션에서의 3D 비중이 늘고 있으며 배경을 전부 3D로 만들어 합성하거나 그리기 까다로운 것들을 3D로 제작하는 것을 넘어 3D를 활용한 새로운 룩을 만들고 있는 단계에서 결국 생각하는 것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과 플랫폼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무엇을 표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전했다.
장선영 대표는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나 환경이 변하지만 좋은 컨텐츠를 만드는 것은 좋은 의도와 사람들"이라며 "앞으로도 게임과 애니메이션이 좋은 협업을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길 바란다"고 마무리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