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파트너와 공투, 액션 RPG '배니셔즈:고스트 오브 뉴 에덴'

선택의 중요성
2024년 03월 01일 18시 38분 06초

지난 14일 에이치투 인터렉티브는 돈노드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 신작 '배니셔즈:고스트 오브 뉴 에덴'을 PS, PC 등의 플랫폼에 정식 출시했다.

 

배니셔즈:고스트 오브 뉴 에덴은 이승을 떠도는 위험한 유령들로부터 사람들을 지키기로 맹세한 유령 사냥꾼, 배니셔이자 연인인 앤티아 두아테와 레드 맥레이스가 마지막 임무를 처참하게 실패하고 앤티아는 그토록 엄중하게 대하던 유령이 되어버리며 레드는 앤티아의 일, 그리고 그들이 실패한 임무를 마무리하기 위해 절박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게임은 유령이 득실거리는 북아메리카의 변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게임의 주제에 맞게 어두운 톤과 음침하고 습하고 미스터리한 분위기가 내리깔린 이 무대를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사건에 맞닥뜨리게 된다.

 

이번 리뷰는 PS5에서의 플레이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돈노드의 게임들이 늘 그래왔듯 스토리와 선택이 중요한 신작인만큼 플레이어의 경험을 저해하지 않기 위해 스포일러가 될만한 이미지 등은 최대한 자제하고 초반부의 것들을 사용한다.

 

 

 

■ 1695년, 암울한 뉴 에덴으로

 

배니셔즈:고스트 오브 뉴 에덴은 정말 직설적인 제목과 부제라고 생각한다. 두 명의 주인공인 앤티아 두아테, 레드 맥레이스는 이승을 떠돌며 성불하지 않는 유령들로부터 사람을 지키고 산 자와 죽은 자의 질서를 바로잡는다고 볼 수 있는 배니셔들이며 이야기의 시작이 그들의 지인인 목사가 살고 있는 북아메리카 변방 뉴 에덴의 유령 사태를 해결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말이다. 배니셔들은 감춰진 존재들이 아니라 아는 사람들은 알만한 알려진 존재들이다. 일단 현대를 기준으로 아직 과학적 발달이 덜 이루어진 1695년이라는 시간대를 생각하면 더더욱 유령을 처리해준다는 이들의 존재는 어찌보면 자연스럽다.

 

그리고 스토리를 보면 확실히 이들이 하는 것이 단순한 사기가 아니라는 점 또한 알 수 있다. 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뉴 에덴의 목사 또한 악마에 대해 연구하기도 했고 이미 유령 사태로 인해 문자 그대로 유령 마을과 비슷한 수준이 된 음침한 뉴 에덴의 지배계층급 인물 중에도 젊어서 악마학자였다는 이가 있을 정도로 유령과 악마의 존재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앤티아와 레드가 해결해야 하는 임무는 단순한 유령 사태가 아니라 강력한 원한을 가진 어떠한 존재를 몰아내는 것.

 

이런 도입부를 통해 게임 소개에서도 알려진대로 앤티아가 치명상을 입어 유령이 되어버리고 어떻게든 살아남은 레드는 뉴 에덴을 비롯한 인근 지역의 사건 해결 및 앤티아의 승천 또는 부활을 위해 여러 선택들을 하게 된다는 것이 이야기의 주된 흐름이다. 돈노드의 출시작들은 꾸준히 플레이어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해왔고 이번에도 그런 도덕적 선택과 결과에 대한 시스템이 존재한다.

 


가만 있자, 이런 자막을 어디서 봤는데?

 


 

 

 

■ 유령 파트너와의 공투

 

플레이어는 도입부 이후 주 조작 캐릭터가 앤티아에서 레드로 옮겨져 기본적으로는 레드를 조작하면서 위험한 북아메리카 부근을 돌아다니게 된다. 여기서 레드가 여행하는 목적에는 배니셔로서의 임무도 있지만 앞에서 수차례 언급한 앤티아의 운명과 관련된 부분도 여정의 중요한 목적으로 작동한다. 오히려 스토리상 레드가 앤티아의 연인이기 때문에 이쪽에 더욱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드는 편이다. 어쨌든, 유령 사건을 해결하러 돌아다니던 배니셔에서 순식간에 유령이 된 앤티아는 생전 자신의 추방 및 송환에 대한 가치관을 보여줬던 것과 달리 레드의 여정에 동행한다. 뭐 자신의 의지도 없지는 않겠지만 이 부분은 레드가 원하는 부분이기도 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지역을 돌아다니다가 갑자기 나타나는 유령 및 빙의체와 싸움을 벌이기도 하고, 등장인물들이 엮인 유령 사건들에 맞닥뜨리면서 단서 수집 및 전투 수행, 대화 등으로 유령 사태의 진상을 밝혀내는 일종의 위처 시리즈 추리 파트와 비슷한 부분도 있다. 여기서 전투는 유령 파트너인 앤티아와 레드가 공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레드가 자신의 장비를 바꾸거나 강화하는 기능도 준비되어 있지만 핵심적으로 전투에서 여러 강화 요소나 콤보 추가타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일종의 스킬 시스템은 앤티아의 능력 강화를 통해 이루어진다.

 


 

 

 

기왕 살아있는 배니셔 레드와 유령 상태인 앤티아로 나눠 파트너십을 전투 및 게임 컨텐츠 전반에 엮었기 때문에 두 캐릭터의 특화된 분야가 조금씩 다르다. 일반적인 유령 등을 상대할 때는 레드로 전투를 해도 무방하고 대화 같은 어드벤처 파트로 볼 수 있는 컨텐츠에서도 레드가 앤티아와 의견을 나누며 사건을 파고드는 식이다. 한편 앤티아는 레드가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고 빙의체 상대로는 더 강력한 위력을 내는 전투력을 지니고 있다. 대신 레드로 전투를 하며 게이지를 쌓아야 앤티아로 교대해 직접 조작하면서 싸울 수 있다.

 

앤티아의 능력 트리를 올리는 것으로 몇 가지 스킬 선택지에서 자신이 원하는 전투 방향성에 맞는 것들을 고르고 보다 다양한 전투 기술을 펼칠 수 있게 된다.

 


 

 

 

■ 선택의 중요성을 또 다시 강조

 

돈노드는 그간 게임을 개발 및 출시하면서 다양한 상황에서 플레이어에게 도덕과 이성, 그 사이에 놓인 선택지들을 제시하는 형태의 게임성을 추구했다. 그런 부분은 액션 롤플레잉 게임으로 출시된 배니셔즈:고스트 오브 뉴 에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번 타이틀의 경우 확실히 전투 파트들이 들어가 있고 나름대로 유령 사건에 얽힌 진상 파악 같은 조사 파트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궁극적으로 돈노드가 추구하는 선택의 곁들임 재료 같다는 느낌을 준다. 스타일로만 보면 위처 시리즈의 그것과 비슷한 감성이다.

 

다만 이 선택이 필요한 이유가 앤티아의 운명과 직결되는데, 초반 도입부에서 앤티아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구간에서는 플레이어가 이 앤티아라는 캐릭터의 매력을 느끼기에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결국 어떻게든 레드의 감정선에 몰입해 유령 신세가 된 앤티아가 가게 될 운명에 대한 절박함을 느끼거나 머리로 정말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삶과 죽음이라는 절대적인 문제로 갈라지게 생겼구나라고 생각하면서 스토리를 따라가야 한다. 그러니까, 이 둘의 절절한 관계를 느끼기엔 다소 부족한 도입부라는 이야기다. 때문에 선택에 있어서도 아, 꼭 앤티아를 어떤 운명으로 이끌어야 하는데 이 선택에서 딜레마가 온다 라는 느낌보다는 그냥 유령 사건 당사자들에 대한 감상과 몰입이 더 크게 느껴지는 감이 있다. 분명 앤티아의 운명은 배니셔즈:고스트 오브 뉴 에덴의 중요한 줄기 중 하나인데 오히려 앤티아의 운명과 관련된 선택지가 이 개별적 유령 사건들의 최종 선택지에 딸려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이런 몰입이라는 부분에서 아쉬움이 있는 것이지 무난하게 즐길 수 있고 이야기가 취향에만 맞는다면 흥미롭게 플레이하는 것이 가능한 신작이다. 읽을거리도 많고, 1695년이란 시대적 배경에 따른 문화, 분위기와 공상적인 요소가 가미된 미스터리한 분위기의 액션 롤플레잉 게임을 찾는다면 딱 번지수가 맞는 게임이 배니셔즈:고스트 오브 뉴 에덴이다. 혹시나 해서 첨언하자면 호러틱한 요소는 그렇게까지 많지 않은 편이다. 애초에 무기로 가볍게 때려부술 수 있는 것이 본 타이틀의 유령들이기도 하고, 공포스러운 분위기라기보다는 불가사의하고 어둠 속을 파헤치는 느낌에 가까운 미스터리 요소들이 존재한다. 물론 다소 잔혹한 묘사 같은 것들은 존재.​ 

 


 


맹세, 선택들은 돈노드가 참 좋아하는 맛으로 구성되어 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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