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운동, e스포츠산업에 영향 확대

중국 눈치보기 급급
2019년 12월 17일 19시 59분 31초

홍콩의 민주화 운동이 여전히 거센 가운데 게임산업, 특히 e스포츠계에 영향이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주말 태국 방콕에서 개최 된 세계 최대 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리전 오브 챔피언스 시리즈 IV'에서는 지역명이 표기되지 않고 팀명만 노출돼 이 팀이 어느 지역의 팀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난 1월 있었던 '리전 오브 챔피언스 시리즈 III'에서는 지역명이 호출되고 국기가 모니터에 노출됐던 것과 매우 상반 된 일이다. 당시에는 심지어 유니폼에도 국기가 새겨져 있었다.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홍콩 민주화 운동'이 관련 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 대회를 취재한 본지의 기자가 이에 대해 어떻게 된 일인지 묻자 레노버의 이안 탠(Ian Tan) 아시아태평양 게이밍 리드는 "리전 오브 챔피언스는 국가를 대표해서 나온게 아니라 그 시장을 대표해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정치적인 이슈로 예민한 시기에 '홍콩'이 호출되고 홍콩 국기가 노출되면 중국 정부의 눈 밖에 날 수도 있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참고로 이번 대회를 주최한 레노버는 홍콩에 본사를 둔 회사이나 생산은 물론 최대 고객 역시 중국이다. 여러모로 중국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홍콩'에 대한 언급을 회피하고 자제시키고 있는 것은 다른 리그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0월 'LoL 월드 챔피언십 그룹 스테이지'를 앞둔 라이엇 게임즈는 공식 중계상에서 민감한 이슈에 대한 방송을 자제해달라는 입장을 전했다. 존 니덤 LoL e스포츠 글로벌 총괄은 "우리는 방송 중계가 게임과 스포츠, 플레이어 자체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캐스터들과 프로 선수들에게 정치나 종교 등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방송 중에 만이라도 언급을 자제해달라고 부탁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결정에 반발을 예상한 듯, 이어 "우리의 결정은 홍콩을 포함, 정치적 혹은 사회적 불안이 있거나 발생가능성이 있는 지역에 라이엇의 직원들과 팬이 존재한다는 것을 감안하고 내린 결정"이라며 "공식 플랫폼에서의 언행이 의도와 무관하게 민감한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당시 대회에는 중국과 홍콩 대표팀이 출전 중이었다.



라이엇 게임즈의 이러한 조치는 지난 10월 벌어졌던 '하스스톤 블리즈청 선수 징계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0월 하스스톤 그랜드마스터즈 정규 시즌에서 홍콩의 응 와이 청(blitzchung) 선수가 경기 후 인터뷰에서 홍콩 민주화 시위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고, 이에 블리자드가 해당 선수의 상금을 몰수하고 1년간 출전권을 박탈했다. 또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홍콩시위와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을 하라고 유도한 중계진 역시 해고됐다.

당시 징계 이유는 대회 규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지만, 해외 게이머들은 물론 블리자드 팬과 전직원 등도 이에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SNS는 물론 유튜버들이 모여 '블리자드 보이콧'을 외쳤고, 특히 한 달 후 11월에 열린 '블리즈컨 2019'에서는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지지자들이 다수 몰려와 티셔츠를 무료로 나눠주면서 '홍콩 민주화'를 지지한다는 내용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에 블리자드의 J 알렌 브랙 대표는 “한 달 전 하스스톤 e스포츠를 통해 세상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또 지나치게 성급한 의사 결정으로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고 소통하기까지 너무 오래 걸렸다”며 “특히 우리가 세웠던 높은 기준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아쉽지만, 이 부분에 대해서는 겸허히 받아들이고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블리즈컨 2019에서 홍콩 민주화운동 지지자들이 무료로 티셔츠를 나눠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업계, 특히 e스포츠 산업의 이러한 입장은 중국의 '머니 파워'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한다. 중국 기업들이 레노버, 라이엇 게임즈, 블리자드 등에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물론, 중국 정부 눈 밖에 나면 현재 전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퇴출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미 프로농구 NBA 휴스턴의 로키츠 단장이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다고 표했고, NBA 총재도 이를 존중한다고 밝히자 중국 관영 매체가 직접 나서 미 프로농구의 중계 방송을 중단하고 NBA와 관련 된 모든 협력 교류를 재검토할 것이라고 선언했고, 텐센트를 비롯한 다수의 중국 기업이 경기 중계 중단 및 협력 중단을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정부는 물론 민영기업까지 나서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와중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며 "그러나 중국을 제외하고 대다수 게이머들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기에 게이머와 기업간의 마찰은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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