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연봉과 정규직 비율, 특히 코로나19의 영향에 작년 상반기에만 11.9%라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하며 각광받고 있는 게임산업. 그러나 상대적으로 긴 근로시간과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소규모 영세업체들의 어려움이 심해지면서 전체적으로는 인력 부족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8일, 콘텐츠산업의 고용 및 근로환경을 조사한 '2020년 콘텐츠산업 창의인력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번 창의인력 실태조사는 2018년 1차 조사에 이은 후속 조사로, 콘텐츠산업 주요 8개 장르 사업체 1,027개사, 사업체 소속근로자 1,251명, 프리랜서 1,109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이 중 게임사는 106개, 게임산업 소속근로자는 265명, 게임관련 프리랜서는 91명이 조사에 답했다.
■ 정규직 비율도, 연봉도 높아...그러나 인력 부족
사업체 인력 현황에서 게임사는 연구 개발(22.9%)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력별로는 1년~3년 미만이 33.4%로 가장 많았다. 소속근로자와 프리랜서의 경력 현황을 살펴보면, 게임 분야 소속근로자의 총 경력 평균은 7.6년이었으며, 현 회사 경력 평균은 3.1년이었다. 프리랜서는 각각 7.5년, 2.5년으로 나타났다.
게임산업의 정규직 비율은 전체 콘텐츠 산업 장르 중 상위권으로 나타났다. 캐릭터(99.1%), 방송(98.6%), 게임(97.1%) 등의 순으로 정규직 비율이 높았으며, 소속근로자 장르별로 정규직 비율을 살펴보면, 게임(96.7%), 출판(95.8%) 등의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게임은 초임 연봉이나 평균 연봉 모두 상위권을 차지했다. 사업체의 상용근로자의 초임 연봉을 장르별로 살펴보면, 영화(2,739만원), 방송(2,721만원),게임(2,613만원) 등의 순으로 나타났고, 평균 연봉은 게임(3,242만원), 영화(3,234만원), 방송(3,205만원) 등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비상용 근로자의 초임 연봉과 평균 연봉 모두 게임(2,540만원, 3,120만원) 장르가 타 장르 대비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소속근로자의 근로소득 역시 게임이 4,013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프리랜서의 경우 애니메이션(2,823만원)에 이어 게임(2,672만원)은 2위로 나타났다.
소속근로자의 4대 보험 가입현황 역시 게임(95.8%)이 가장 높았다. 이어 캐릭터(95.4%), 애니메이션(93.1%), 방송(90.9%) 순으로 높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게임산업의 인력 부족률은 15.7%로 가장 높았다. 관리(7.9%), 기획(28.8%), 제작(6.5%), 마케팅(41.8%) 직무에서 타 장르 대비 인력 부족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력 미충원율은 캐릭터(66.7%)에서 상대적으로 높았으며, 관리(75.0%), 기획(60.0%), 제작(66.7%)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사업체들이 꼽는 채용시 애로사항으로는 직무수행에 요구되는 전문지식을 가진 지원자가 없다는 점이 1순위였으며, 다음으로는 임금 수준이 높지 않기 때문에(36.8%), 고용 안정성이 낮아서(32.1%)라는 순으로 나타났다.
■ 근로시간 제일 많고 자기계발은 셀프
게임산업 소속근로자의 평균 참여 프로젝트는 타 장르에 비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 2019년과 2020년 상반기 모두 출판(8.2건), 영화(8.9건), 방송 분야(8.1건)에서 평균 참여 프로젝트가 높은 반면, 게임(3.1건) 및 애니메이션(3.7건)은 상대적으로 낮은 특성을 보였다.
그러나 게임산업 소속근로자의 프로젝트 건당 근무기간은 9.9개월로 전체 장르 중 압도적으로 길었다. 2위인 애니메이션은 6.5개월로, 3위인 만화/웹툰은 5.4개월로 나타났다. 근로일 수 및 근로시간에서도 게임산업 소속근로자는 주당 정규 근로시간(42.6시간)과 주당 초과 근로시간(3.6시간)이 전체 장르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크런치 모드’로 불리는 열악한 근무여건이 크게 이슈가 된 이후 일각에서 미약하나마 기존 근무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현직 종사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게임 소속근로자는 "제작년쯤 이슈가 되어 게임업계 크런치 모드를 줄이자는 움직임이 잠깐 있기는 했었지만 사실 작업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바뀐 것이 크게 없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게임사들은 재직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개인의 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재직자 교육훈련에 관한 설문에 전체 평균 24%가 재직자 교육훈련을 실시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게임은 20.8%에 그쳤다. 출판(12.9%)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순위었다. 교육 훈련 비용 역시 전체 평균(57.1만원)에 비해 10만원 가량 낮은 42.6만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자기계발 지원은 59.1%로 가장 높았다.
■ 프리랜서, 경쟁 심화...단가 낮추거나 임금 부당
게임사 중 프리랜서를 활용해 본적이 있는 회사는 37.7%로 나타났다. 참여 프로젝트수 2건 이하가 65%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3~5건이하(27.5%), 10건 이상(7.5%) 순으로 조사됐다. 활용한 프리랜서 수는 총 사례 수 40건 평균 4.9명으로 나타났다. 활용 이유로는 업무의 성격 때문에가 40%로 가장 높았으며, 필요 인력을 수시로 활용할 수 있어서(27.5%), 내부고용으로 인한 발생비용이 절감되어서(17.5%), 유능한 인력이 외부시장에 많이 있어서(12.5%)로 조사됐다.
다만 프리랜서가 거래한 게임 업체 수는 전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2019년에는 평균 3.3개사였으나, 2020년 상반기에는 평균 1.7개사로 대폭 감소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타 장르에서도 마찬가지로, 2019년 전체 평균은 4.1개사였으나 2020년 상반기 전체 평균은 2.0개사였다.
이에 따라 프리랜서들은 일자리가 줄어 경쟁이 심화된 환경에서 작업 단가가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게임 프리랜서는 "일자리가 점점 줄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회사에 요청하는 금액이 낮아지게 된다. 일자리가 가장 먼저 개선되어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실제로 게임산업에 종사했던 프리랜서 중 73.6%가 부당행위를 겪었다고 답했다. 그 중 부적절한 임금/대금 지급이 42.9%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열악한 작업환경(31.9%), 열악한 복지환경(28.6%), 계약 체결 및 이행 불공정(20.9%) 순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게임산업 소속근로자 중 부당행위를 겪은 사람들은 42.6%로 나타났으며, 이 중 열악한 복지환경(22.6%)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열악한 작업환경(21.9%), 인권침해(18.1%), 부적절한 임금/대금 지급(15.1%) 순으로 조사됐다.
■ 게임, 코로나19에 가장 적극 대응
한편, 코로나19에 대한 조치로는 게임산업이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은 재택근무 또는 유연근무 실시(59.4%), 정부지원 신청(24.5%), 유?무급 휴직(17.9%), 채용 중단(15.1%), 임금 동결 또는 삭감(12.3%) 등 다수의 항목에서 다른 장르 대비 높은 수준으로 조사됐다.
코로나19로 인해 수혜를 입은 게임산업이지만, 그렇다고 향후 대규모 인력 채용이 일어나진 않을 전망이다. 고용 유지 및 인력 수급 상황을 살펴본 결과, 게임업체들은 현재 인력을 유지하겠다는 점수가 3.57점으로 나타났고, 신규 인력 채용 의사는 2.51점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기업 위주로 산업구조가 개편됐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한 게임 프리랜서는 “게임 업계의 경우에는 코로나의 여파로 사람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혜를 입는 분야가 됐다. 다만, 그것은 대기업에 한정된 것으로, 소규모 개발사나 인디 개발자들은 돈이 없어서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소규모 개발사의 파산이 코로나 시기에 들어와 눈에 띄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