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중독, 실체없는 공포...소통으로 해결된다

의학적 연구 결과 '큰 차이 없다'
2022년 07월 15일 19시 06분 57초

게임과몰입, 소위 '게임중독'이라고 불리는 문제적 게임 이용에 대한 임상의학 연구 결과가 나왔다. 게임과몰입의 질병코드 등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은 15일 중구 소재 CKL기업지원센터 11층 콘퍼런스홀에서 ‘게임 이용자 패널·임상의학 연구 결과발표회’를 열고 종단적 조사·관찰을 시도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와 '게임이용자 임상의학 코호트 연구'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한성대학교 행정학과 조문석 교수가 발표한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에는 게임이용자들의 게임행동유형 변화와 행동 특성을 비롯하여 게임과 사회적 관계, 게임과 소비, 게임이용자의 심리, 게임과 학습, 게임과 문화 등 게임이 사회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를 다뤘다.

 

이번 연구 결과 중 가장 주목되는 결과는 게임과몰입이 1년이상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중고등학생 및 성인 패널 약 2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차년도에 과몰입군이었던 이용자들 중 성인 이용자 1명을 제외하고 모두 2차년도에는 일반이용자군과 선용군, 과몰입위험군으로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 게임이용시간의 증가는 과몰입과 비과몰입을 구분할 수 있는 요인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차년도 조사 결과 게임이용시간은 모든 집단에서 코로나19 확산 시기인 1차년도에 비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과몰입군에서 이탈한 응답자의 경우 주중 게임이용시간이 평균 0.15시간 감소한 반면, 2차년도에 과몰입군으로 새로 진입한 응답자는 0.42 시간이 감소했다.

 

조 교수는 “게임이용시간의 증가는 과몰입과 비과몰입 집단을 구분하는 요인이라기 보다는 일반이용자군과 선용군 등 나머지 유형의 구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였다”라며 “과몰입 여부에 상관없이 게임이용시간은 줄었다”라고 설명했다.

 


 

중앙대 정신건강의학과 한덕현 교수는 '게임 이용자 임상의학 연구'의 2년차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에서 한 교수는 연구 대상을 과몰입군/과몰입위험군/일반사용자군/게임선용군으로 구분하고 FSIQ, YIAS, K-AADHD 등 기존 척도를 활용한 검사와 두뇌의 MRI 촬영을 통해 각 집단의 특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4개 집단의 뇌 활성화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다만 일반사용자군에서 과몰입군으로 갈수록 주의력결핍행동장애(ADHD)와 유사한 양상이 나타났다. 연결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한 교수는 “각 집단의 이름을 빼고 사진만 보여주면 주의력결핍행동장애 양상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과거 ‘게임뇌’라고 보여줬던 것이 사실은 관련 질환의 뇌가 모여 ‘게임뇌’라 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즉 게임이 뇌에 악영향을 준 것이 아니라 ADHD 양상이 있던 환자들이 과몰입에 쉽게 빠질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특히 게임과몰입에 대해 어떠한 하나의 질환, 또는 질병이라기보다 사회적으로 해결 될 수 있는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였다.

 

조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기준이라면 게임이용장애는 1년 이상 지속되어야 하는데 성인 1명 빼고는 지속된 이가 없었다”라며 “대부분의 게임이용자는 일시적으로 문제를 겪어도 제3의 요인으로 완화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으로 문제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 결과가 게임이용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유진 충북대 교육학과 교수는 "매년 게임이용자 관련 조사에 참여하는데 과몰입 이용자의 부모가 자녀의 게임 이용에 대해 전혀 모르고 지도나 감독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이는 반면, 선용군 이용자의 부모는 게임 이용에 대해 잘 알고 있어 부모의 지도가 (과몰입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며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미리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일상이 된 게임에 대해 아이들이 어떤 게임을 하고 어떤 욕구를 가지고 어떤 문제를 겪는지 다면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프 출처: 2021 게임과몰입 종합 실태조사)
 

또 이장주 이락디지털연구소 소장은 "사실 이 연구에서 가장 큰 시사점은 게임 과몰입 사례가 극히 적다는 것”이라며 “법률상 게임 과몰입이나 중독에 정의가 없다. 정의가 없는 유령과 싸우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게임과몰입은 사회적 현상이라는 점은 이미 어렴풋이 예견되어 왔다. 넷마블과 게임문화재단 등에서 진행하고 있는 부모-자녀 간 게임 소통 프로그램에 참가한 가족들은 "그 동안 장애물이라고 생각했던 게임이 소통의 창구가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게임소통학교를 운영 중인 넷마블문화재단 이나영 사무국장은 한 인터뷰를 통해 "게임소통학교에 참여한 부모와 자녀 모두 '게임을 건강하게 즐기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는 의견이 많았다"며 "게임에 대한 서로의 입장과 시각을 이해하고 타협점을 찾으며, 건강하게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모색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다소 부정적인 시선을 가졌던 부모의 경우, 게임의 특정 요소를 싫어한다기보다는 게임에 대한 정보와 경험이 적어 이해가 부족했던 경우가 가장 많았다. 그래서 게임소통학교에서 필요한 지식과 기회를 가지면서 변화를 보이시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또 올해 8회차를 맞이한 '게임문화 가족캠프'는 참가자 대부분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특히 ”그동안 부모와 자녀 사이의 벽이라고 생각했던 게임이 앞으로는 우리 가족의 새로운 소통 창구가 되어줄 것 같다“, "게임을 시작하고 함께하는 목표가 생기니 함께 전략도 세우고 어떤 부분이 부족한 지 서로 조언도 해주며 가족이 모두 함께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 같다" 같은 호평이 이어졌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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