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그날이 왔다. 스프링 시즌 최강 팀 젠지와 T1을 3대 0으로 완파하고 승자조로 올라온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가 금일 펼쳐진다.
3강으로 꼽히던 T1의 전력이 유의미하게 하락하면서 이번 승자전은 사실상의 결승전 전초전 매치가 됐다. 어차피 승자전에서 패하더라도 패자조 최종전에서 다시금 승리할 가능성이 큰 두 팀이 또 다시 결승전에서 만나게 될 확률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다.
금일 경기는 주말 경기로 진행되는 만큼 오후 3시부터 5판 3선승제로 경기가 진행되며, 정규 시즌 성적이 보다 좋은 젠지가 1세트 진영 선택권을 가지고 경기를 진행한다.
- 젠지 전력 분석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은 젠지에게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경기였다. 그간 디플러스 기아와의 경기에서 젠지가 풀세트 접전으로 가는 경기가 많기는 했지만 지난 2라운드 경기는 그러한 부분을 넘어설 만큼의 젠지의 아픈 부분들이 드러난 경기였기 때문이다.
사실상 3세트에서도 디플러스 기아가 마무리를 잘했다면 승리할 수 있었고, 5세트 또한 다소 어중간한 플레이가 없었다면 승리가 가능했다.
디플러스 기아가 두 세트 중 단 한 세트라도 마무리를 잘했다면 지금 이 자리는 디플러스 기아가 있었을 것이다. 그 정도로 젠지는 정규 시즌에서 보여주었던 플레이를 전혀 보여주지 못했고, 이러한 핵심에는 캐니언의 부진과 바텀 라인의 실망스러운 플레이가 큰 역할을 했다.
유일하게 기대한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었던 것은 기인과 쵸비 단 2명뿐이었다. 만약 오늘 경기에서도 이러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한껏 폼이 오른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패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예방주사를 한 번 맞아본 상태이기에 젠지가 또 다시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과 같은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 한화생명e스포츠 전력 분석
페이커 선수의 ‘공평하지 않는 연습 경기’ 논란으로 선수들이 이뤄낸 값진 승리가 폄하된 감이 있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는 확실히 자신들의 실력으로 T1에게 3대 0 승리를 거두고 승자전에 올라왔다.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했듯이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력은 그러한 부분에 상관 없이 승리가 가능할 정도로 좋은 모습이었으며, 그러한 만큼이나 금일 경기 또한 상당히 기대가 되고 있다.
지금까지 심각한 저점을 찍고 있던 도란이 T1전을 기점으로 살아났고, 피넛은 2라운드부터 꾸준하게 폼을 회복하고 있다. 심지어 플레이오프 경기에서도 상승 곡선을 만들고 있다.
바이퍼와 딜라이트가 이끄는 바텀 라인은 굳이 말할 필요조차 없다. 현재 바텀 라인의 최강자가 바로 이 두 명이기 때문이다.
다만 제카는 아직도 폼이 만족스럽지 않다. 지난 T1전에서 탈리아로 괜찮은 플레이를 선보였지만 경기 내내 실수도 잦았고 전반적으로 좋은 플레이라고 하기에 부족한 부분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어쨌든 1라운드의 한화생명e스포츠와 2라운드, 그리고 지금의 한화생명e스포츠는 완전히 다른 팀이다. 그러한 만큼이나 이번 경기 역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생각된다.
- 양 팀 전력 분석
1라운드 당시의 양 팀이었다면 이 경기에서 젠지가 3대 0 압승을 거둘 만하고, 2라운드 전력이라면 3대 1 스코어 정도로 젠지가 승리를 거두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변했다. 젠지는 현재 미약하게 폼이 떨어져 있는 상태이고, 한화생명e스포츠의 폼은 하늘을 찌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는 분명 어느 정도 원딜 메타로 변화된 14.6패치의 영향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T1전에서 보여준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력과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보여준 젠지의 전력 그대로를 평가하는 것은 조금 억지스럽다. 젠지는 평상시보다 더 못했고, 한화생명e스포츠는 더 잘했기에 어느 정도의 편차 조정은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T1과의 경기는 압도 그 자체였다
젠지는 기인과 쵸비의 폼이 상당히 좋다. 쵸비의 경우 스프링 시즌에서 가장 좋았던 당시보다는 다소 폼이 하락한 느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캐니언이다.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에서 보여준 캐니언의 실망스러운 플레이가 루시드에 의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최근 품이 하락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지의 상체는 여전히 탄탄하다. 반면 한화생명e스포츠의 상체는 젠지와 비교해 그 파괴력이 떨어진다.
도란이 T1전에서 부활하기는 했어도 젠지전에서까지 최상의 품이 이어지지는 않을 듯 보이지만 충분히 정규 시즌 이상의 활약을 펼칠 것으로 생각되고 피넛은 폼이 점차 올라오면서 캐니언과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활약을 보여줄 듯하다.
문제는 제카다. 플레이오프에서도 기대한 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하고 있고, 앞서 언급했듯이 간간히 나오는 실수들도 많은 편이다.
지난 22 시즌 롤드컵에서는 쵸비를 넘어서는 강력한 포스를 선보였지만 작년 시즌과 올 시즌은 쵸비와의 비교가 미안할 정도의 경기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한 만큼이나 상체 라인에서는 젠지의 우세가 예상된다. 그나마 스프링 정규 시즌과 비교해 그 차이가 많이 좁혀진 상태다.
반면 바텀은 반대 양상을 보인다. 아무리 어느 정도 편차를 조정한다고 해도 현재 페이즈와 리헨즈의 폼이 결코 바이퍼와 딜라이트에게 비할 정도는 아니다.
14.6 패치의 영향을 바이퍼가 상당히 많이 받고 있고, 딜라이트의 교전 능력이 현재 엄청나게 좋다. 무엇보다 두 팀의 바텀 라인 모두 라인전이 강하지 않은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라인전의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 나오기도 어렵다.
딜라이트의 신들린 교전 능력은 매우 위협적이다
이전 기사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젠지의 바텀은 사실상 단독적으로 강력한 라인이라기 보다는 상체의 영향력이 플러스 되는 형태에 가깝다.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에도 그러했지만 젠지의 가장 강력한 카드인 쵸비가 바텀이 어려울 때 이를 풀어주는 경우가 상당히 많으며, 상체에서 벌어주는 여유 전력이 바텀에 많이 투자되는 편이다.
특히나 젠지의 상체가 워낙 강력하다 보니 상대 팀의 경우 상체가 무너지면서 하체 역시 힘을 쓰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한화생명e스포츠 역시 정규 시즌에서 그러한 패턴으로 패했고 말이다.
이 말은 지난 디플러스 기아전처럼 젠지가 상체에서 이득을 많이 챙기지 못할 경우 바텀이 받는 시너지도 줄어든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젠지와 디플러스 기아의 2라운드 경기에서 디플러스 기아의 바텀이 젠지의 바텀을 압살한 것 또한 이러한 부분이 크다.
젠지의 바텀이 힘을 쓰지 못한 데는 디플러스 기아의 상체가 젠지에게 크게 밀리지 않았던 것도 크게 작용했다
반면 한화생명e스포츠의 바텀은 스스로 힘을 내는 스타일이다. 물론 이 말이 바텀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며, 상체가 망해도 바텀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의미도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상체 싸움이 비슷하게 흘러가거나 약 열세 정도의 상황이라면 경기를 승리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력이 좋아지면서 상체가 보다 탄탄해졌고, 이를 기반으로 바텀 라인의 힘도 더 강해졌다. 여기에 14.6 패치의 수혜를 받으며 바텀의 경기력이 더더욱 상승한 상태다. T1전의 승리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나온 결과다.
결론적으로 상체의 힘이 비슷하다면 한화생명e스포츠의 바텀이 보다 강력하다. 다만 현실은 젠지의 상체가 더 강하고, 이를 종합했을 때 젠지의 전력이 조금 더 우세한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변수라면 제카의 활약이다. 제카가 쵸비에 준하는, 우리가 생각하는 제카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충분히 상체에서 대등한 전력을 만들 수 있고, 젠지와 충분히 자웅을 겨룰 만하다.
- 실제 경기 분석
사실상 이 경기는 두 가지 양상의 예측이 나올 만한 경기다. 하나는 제카가 기대한 만큼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젠지와의 상체 싸움이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가게 되는 경우이고(더불어 도란의 플레이 역시 살아났다는 가정 하에), 또 다른 하나는 제카가 현재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정규 시즌과 마찬가지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상체가 젠지에게 열세에 놓이게 되는 경우다.
전자의 경우라면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를 확신한다. 상체가 약 열세의 상황만 유지할 수 있어도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다.
하지만 정규 시즌처럼 젠지의 상체가 한화생명e스포츠의 상체를 찍어 누르는 상황이 연출된다면 이 경기는 또 다시 젠지의 승리로 끝날 확률이 높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력이 상승했기에 3대 0보다는 3대 1 스코어가 된다는 정도다.
현재의 양팀 전력을 기준으로 본다면 이 경기는 첫 번째 경우보다는 두 번째 경우가 될 가능성이 더 높아 보인다. 지난 T1전에서도 제카의 폼이 그리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이 경기는 어느 누구도 아닌 제카의 경기력이 양팀의 승패에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되는 경기다. 2라운드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젠지와 풀세트 접전까지 가는 승부를 펼치게 된 것은 루시드와 에이밍의 고점 플레이 영향도 컸지만 쇼메이커가 각성하며 쵸비와 비슷한 경기력을 보였던 것이 가장 중요하게 작용했다.
현재 쵸비는 과거와 달리 미드에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탑과 바텀까지 영향력을 행사중이고, 상체 전력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젠지의 핵심 선수다. 그만큼 쵸비를 봉쇄하고 라인전을 타이트하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상대팀 미드가 쵸비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경기력이 근접하지 않는 이상 젠지에게 승리하기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제카의 활약에 따라 승리 팀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한 마디로 현재 끝판왕인 쵸비에 보다 가까운 활약을 할수록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할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말이다.
이 경기에서 젠지가 승리할 확률은 대략 60%,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할 확률은 40% 정도로 생각된다. 지난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의 경기처럼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승리를 할 가능성도 낮다. 현재 공개된 양 팀의 배당 또한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두 팀 모두 승리할 가능성이 충분한 만큼 어느 팀이 확실하게 승리한다고 단정하기 보다는 젠지가 승리할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은 경기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쨌든 이 두 팀은 이후 결승전에서 다시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만큼이나 이번 승자전 경기의 결과에 따라 우승팀의 윤곽도 어느 정도 드러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