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력적인 세계관과 분위기는 뛰어나, 소울라이크 ARPG '블릭 페이스:포세이큰'

투박함과 어색함도 공존
2024년 08월 07일 01시 42분 37초

소규모 인디 스튜디오인 아크엔젤 스튜디오가 개발한 소울라이크 액션 RPG '블릭 페이스:포세이큰(Bleak Faith:Forsaken)'이 6일 PS 스토어에 출시됐다.

 

블릭 페이스:포세이큰은 넓은 세계를 무대로 한 소울라이크 액션을 특징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광활하고 용서 없는 세상에서 마지막 문명의 잔재를 탐험하게 된다. 끊임없이 확장되는 옴니스트럭처에서 문명의 고립된 지역을 발견한다는 것이 퍼블리셔의 설명이다. 분위기 있고 위험이 가득한 새로운 세계에서 하드코어한 전투를 경험할 수 있으며 위치 선정이나 타이밍, 자원 관리 등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점이 소울 시리즈의 전투 스타일과 닮았다. 또, 보스와의 싸움이나 RPG 형식의 진행 및 플레이스타일을 확립해나가는 것 또한 매력으로 꼽고 있다.

 

한편 블릭 페이스:포세이큰은 한국어를 지원하지 않으며 영어로 플레이해야 하며, 본 리뷰의 플레이 기종은 PS5다.

 

 

 

■ 소울라이크답게 모호한 스토리텔링

 

소울 시리즈의 시스템을 차용한 게임이라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 대해서는 접근하는 방법이 다르다. 예를 들어 본가인 프롬소프트웨어 다크소울 시리즈의 경우 플레이어, 즉 주인공이 결말까지 이르는 큰 뼈대는 있지만 그 사이에 있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플레이어가 직접 탐험하면서 채워나가야 하는 어찌 보면 불친절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지금 지나고 있는 이 지역에 얽힌 이야기가 무엇인지, 나를 공격하는 이 몬스터들이나 배경의 시신들은 무슨 일을 당해 저렇게 널부러져 있는지, 지금 마주한 보스는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며 알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 다크소울을 위시한 본가 시리즈들도 제일 처음에 인트로 영상과 NPC와의 대화 등을 통해 지금 무슨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해주거나, 이제부터 뭘 목표로 해야하는지는 대강 알려주는 편이다. 이런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소울라이크의 모습을 취하고 있는 블릭 페이스:포세이큰의 이야기 전개 방식과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소울 시리즈도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데에 있어서는 한 불친절함 한다고 알려져있지만 블릭 페이스:포세이큰은 좀 더 정신 없는 느낌을 준다. 처음 인트로 영상에서는 플레이어의 캐릭터와 동일한 비주얼의 존재와 또 다른 인간형 존재의 싸움을 보여주더니, 미래의 멸망한 현대 문명 도시 같은 경관들을 보여주고 이걸 몇 번 반복하다 게임이 시작된다.

 


 

 

 

영문도 모르고 일단 직진해서 나아가다 보면 오르막길 계단의 끝에서 첫 NPC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된다. 여기서부터 어느 정도 이야기의 가닥을 잡을 수 있다. 쓸데 없이 죽지 않는다면 시작 직후 대화한다는 느낌이나 다름없지만 처음부터 갈림길을 통해 아예 다른 길로 먼저 나아가면 이 NPC와의 대화가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칠 수 있다. 거기에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지 갈피를 잡기 힘든 인트로 영상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다소 대화의 내용이 머리에 잘 입력되지 않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한편 플레이어는 자신의 캐릭터 외형을 커스터마이즈 할 수 없다. 획득해서 입을 수 있는 장비나 무기들은 모델링이 적용되어 있으니 외형적 변화를 볼 수 있지만 기본적인 캐릭터 조형은 변경할 수 없이 시작한다. 전투를 통해 경험치를 획득하고 정해진 만큼 경험치를 채우면 자연히 레벨이 오른다는 것도 본가와는 다른 부분인데, 레벨이 오르면 스탯 포인트를 캐릭터 메뉴에서 투자해줘야 한다. 스테이터스는 대부분 익숙한 형식으로 영향을 끼치므로 어떤 느낌의 빌드로 가고 싶느냐에 따라 투자하면 된다.

 


지역이 꽤 어둡기 때문에 감마 설정에 따라 자칫 놓치고 지나가기 쉽다.

 


좀 어지럽다

 

■ 스태미너 관리·포지셔닝 중요한 전투

 

소울라이크로 여겨지는 게임 답게 플레이어의 행동들이 스태미너를 소모하므로 행동을 취할 때 생각을 하면서 플레이해야 한다. 달리기 정도는 전투 상태가 아니라면 스태미너를 사용하지 않지만 전투에 돌입하면 달리기도 스태미너를 소모하고, 대시나 대시를 두 번 눌러 사용하는 구르기는 물론 무기를 휘두르고 방패로 막을 때 등 정말 대부분의 행위에 스태미너가 소모된다. 완벽한 타이밍에 가드를 하면 일종의 패리가 발생해 체력을 잃지 않긴 하지만 이 또한 스태미너 소모를 막아주지는 않는다.

 

능력치나 장비가 잘 갖춰지지 않은 초반에는 특히 스태미너 관리에 크게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한 손에 드는 무기를 세 번 정도 휘두르면 스태미너가 거의 바닥을 드러내는 느낌으로 소모량이 많다. 물론 Agility에 스탯을 투자하면 어느 정도 개선되는 문제고 초반부터 최대 스태미너를 높여주거나 대시 소모량을 줄여주는 반지를 습득할 수 있어 일정 수준까지는 보완하는 게 가능하다. 게다가 무기에 특정 보석을 넣으면 종류에 따라 공격할 때마다 스태미너나 체력을 흡수할 수 있으니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이 좋다.

 


무기와 방패 슬롯을 두 개씩 제공해 빠르게 전환할 수도 있다.

 


덩치가 큰 적은 다리를 공략한 뒤 올라타 찌르는 것을 몇 번 반복하기도

 

공격에 너무 욕심을 내지 않는 것과 가드나 회피를 위한 스태미너 관리도 중요하지만 처음 시작한 구역인 Monastery와 Blok 지역을 지나 갈 수 있는 Machinarium 지역부터는 플레이어의 포지셔닝도 상당히 중요해진다. 이전에도 다수의 적과 싸우는 상황이 아주 없던 것은 아니지만 여기서부터는 갑자기 스킬을 사용하는 잡몹이 등장하는데, 멀리서 일직선으로 쏘아내는 스킬도 아프지만 더 큰 문제는 거리를 꽤 벌려도 충격파로 일격사를 당할 수 있는 폭발 스킬의 존재다. 때문에 먼저 죽이거나 잘 피해서 전투를 수행해야 한다. 이 구간을 어찌 지나간다 하더라도 바로 스킬 사용 잡몹에 근접 공격을 구사하는 잡몹이나 원거리 공격을 구사하는 적들이 연계해서 공격해오는 좁은 통로가 있어 난이도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느낌을 받는다.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방법에는 레벨을 높여 스테이터스를 올리거나 좋은 장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퍼크나 어빌리티를 세팅해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장비를 강화하고 보석을 넣는 것, 그리고 능력치를 올리는 것 자체가 꽤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편이긴 하지만 퍼크와 어빌리티도 무시할 수 없는 효과를 낸다.

 


다만 어빌리티는 극초반의 경우 배울 수 없다

 


다양한 퍼크에는 추가로 디테일한 빌드 선택이 가능하도록 특화된 선택지가 존재한다

 

■ 타격감과 사운드 아쉬워

 

매력적인 세계관이나 현대와 판타지, 또는 재난물이 섞인 것 같은 비주얼과 그를 바탕으로 하는 세계는 이 스타일을 좋아하는 게이머에겐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질만한 무기다. 기자 또한 판타지 쪽을 선호하긴 하더라도 이런 멸망한 문명의 잔재나 SF 요소가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탐험하고 파헤치는 과정은 좋아한다. 때문에 세계관이나 분위기는 꽤나 마음에 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 아쉽게도 개발 규모가 적어서인지 여기저기 엉성한 부분들이 보인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예를 들어 가장 먼저 와닿는 것이 타격감과 사운드다. 일단 언어 설정이 없어 오로지 영어만 지원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사양이지만 양손으로 사용하는 무기나 날붙이, 타격 무기 등의 타격감이 다소 맥빠지는 느낌을 주며, SFX를 최대로 높이고 이런저런 사운드를 만져봐도 PS5 버전의 버그인지 타격음이나 효과음이 상당히 작게 나거나 맥이 없다. 타격감이나 사운드는 다소 엉성한 면이 있더라도 이를 중화시켜주는 좋은 소스가 되는데 이쪽에서 아쉬움이 나오니 캐릭터나 적들의 모션에서 오는 어색함도 더 두드러지게 느껴진다.

 


사운드나 타격감이 받쳐주면 보스전도 좀 더 쫄깃할 수 있었을텐데

 

조작감이나 사운드 부분에서 조금 답답할 수는 있지만 매력적인 세계를 그려냈다는 부분에서 이런 요소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더 맛있는 작품으로 완성될 수 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안타깝다. 쫀쫀하고 깊이 연구된 소울라이크를 원하는 게이머라면 아쉬움을 삼키겠지만 마치 홍콩 구룡성채처럼 빽빽한 건물과 외벽에 달린 실외기가 을씨년스럽게 우뚝 선 외로운 세계에서 드물게 상호작용이 가능한 다른 이들과 만나기도 하며 탐험하는 분위기를 좋아한다면 취향이 맞을 가능성이 있는 타이틀이다.

 

블릭 페이스:포세이큰은 난이도가 급상승하는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구간도 존재하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관과 분위기는 맛있게 만들어낼 줄 안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줬다. 아무래도 대부분 기술력이나 인력 쪽의 문제에서 아쉬움이 남는 경향이 있으니 차기작을 더 나아진 환경에서 개발한다면 훨씬 발전한 신작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냉병기와 중세풍, 스팀펑크풍, 현대 도시풍이 혼재한 독특한 경관은 꽤나 매력적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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