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실버는 크리티컬 히트 게임즈가 개발하고 플레이온이 배급하는 3D 첨단 추리 어드벤처 '노바디 원츠 투 다이(Nobody Wants to Die)'를 지난 7월 PS5, PC 등의 복수 플랫폼에 정식 출시했다.
누군가의 희생으로 영생을 거머쥐는 2329년 디스토피아 세계 속의 뉴욕을 배경으로 플레이어는 제임스 카라 형사가 되어 상호작용 기반의 느와르 추리 수사를 펼치는 이야기를 체험하게 된다. 게임은 자본의 논리로 모든 것이 굴러가는 미래의 뉴욕 도시 지배층을 노린 연쇄살인을 조사하면서 제임스 카라와 관련된 이야기도 함께 풀어나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제임스 카라가 모든 법적, 신체적 위험을 무릅쓰고 살인범을 쫓는 과정에서 시간 속에 감춰진 도시 지배층의 어두운 진실 또한 드러난다.
리뷰 기종인 PS5판의 경우 노바디 원츠 투 다이는 현재 PS 스토어에서 27,8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다.
■ 디스토피아적 세계의 뉴욕
게임이 시작되면 플레이어는 제임스 카라 형사가 되어 2329년 디스토피아 상태의 뉴욕에서 아내와 자동차 극장 같은 장소의 영상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들이 보고 있는 영상은 게임의 세계관 설정이기도 한 신체를 바꾸는 서비스에 대한 영상이다. 서비스라고 언급하긴 했지만 이는 정부 차원에서도 인지하고 어느 정도 이상의 부를 저축하고 있는 이들에게 대중적으로 행해지는 시술로 보인다. 신체가 질병이나 노화, 사고 등으로 죽음을 맞이해도 뇌 부분의 아이코라이트만 온존한다면 의식 전송 센터의 장비를 통해 다른 신체에서 일종의 부활을 할 수 있는 개념이 확립되어 있다. 물론 돈과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더 좋은 조건의 신체를 고를 수 있는 조건이 주어지고, 빈민들은 신체 상태가 복불복이란 사실을 게임 진행을 통해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신체를 갈아타 삶을 이어가는 영생 소재는 문학, 미디어 등에서 종종 다뤄오던 소재다. 예를 들어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믹 재거, 안소니 홉킨스, 르네 루소 등 90년대 스타들이 출연했던 영화 프리잭(1992), 해당 영화의 원작인 로버트 셰클리의 SF소설 불사판매 주식회사 같은 케이스도 비슷한 소재를 활용해 신체에서 신체로 영혼을 옮기며 이는 부유한 이들이 사실상 우선권을 차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바디 원츠 투 다이 또한 여건만 된다면 아이코라이트를 옮겨 일종의 영생을 이어가는 사회이며 제임스와 다른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이런 영생 문제에 대한 담론을 간단히 나누기도 한다.
이야기는 선형적으로 진행되어 제임스 카라 형사가 정직 상태에서 일단 비공식 복직 상태로 전환해 도시의 지배계층 중 하나인 그린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러 가며 시작된다.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선택하게 되는 대화 선택지나 행동 등을 통해 게임의 루트 분기가 갈린다는 느낌이다. 첫 회차 플레이에서는 선택할 수 없이 선택지가 잠겨있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되며 아직 다회차로 가지 않았더라도 플레이 도중 적절한 타이밍에 잠긴 선택지 중 일부가 해금되는 경우가 존재한다.
디스토피아적 세계라는 것을 보다 직접적으로 느끼게 해주는 것은 뉴욕의 외관보단 게임 내 대화나 배경에서 보이는 포스터 등에 적힌 문구들이다. 예를 들어 제임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볼 수 있는 한 포스터는 매일 만 걸음씩 걷는 것이 신체에 중요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여기까지라면 미래의 시민들을 향한 건강 캠페인 정도의 느낌이지만 그 아래 한 줄이 문제다.
'여러분의 신체는 연방법에 의거한 정부 자산입니다. 모든 반항 및 방임 행위는 용인되지 않습니다.'
게임의 도입부나 종종 나오는 방송, 대화를 통해서도 정부 기관에서 신체 구독 서비스 의무 연령대를 낮추려는 시도가 빈번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이 시대가 어느 정도로 디스토피아적 세계인지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각인시키려고 노력한다.
■ 시간을 돌려서 범인 잡을수만 있다면
서두에서 3D 첨단 추리 어드벤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문자 그대로 미래의 뉴욕을 그린 노바디 원츠 투 다이의 수사 장비는 꽤 발전한 것들이다. 그 중에서도 이야기 도중 가장 핵심이 되며 독특한 것은 시간을 되감고 재생할 수 있는 첨단 도구 재구성기다. 재구성기를 사용하는 것은 이 게임에서 진행되는 수사 기법 중 가장 중요한 단추다. 사건 현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시간을 되감거나 다시 재생시키는 방식으로 조정하고 중요한 순간을 실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지켜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재구성기를 사용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는 현재 재구성중인 대상의 모습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며, 주변 환경은 다시 현재 재구성한 장면에서 단서를 찾아 특정 재구성 지점을 발견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플레이어는 사건 현장에 진입한 뒤 여러 위치를 돌면서 같은 사건 내의 여러 인물이 얽힌 장면을 수차례 재구성하게 된다. 신기한 것은 재구성하면서 단순히 지켜보는 것만이 아니라 재구성된 시간대의 물건을 가지고 나오는 선택지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사건에는 개입하지 못하는데, 왜 파괴된 금고가 되감기를 통해 복구되었을 때 그 내용물을 가져간다는 선택지가 나오는지 궁금하게 만드나 1회차만 플레이했을 때 가지고 나오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명확히 알기 어렵다.
재구성기 외에도 몇 가지 수사 도구들이 준비되어 있다. 엑스레이 장치를 통해 연결된 전선의 위치를 본다거나 탄환이 발사된 궤적을 확인해 다음 재구성지점을 추리하는 등 사건의 실마리들을 찾는 데에 주로 사용되며 혈흔을 보기 위해 현대에도 사용하는 UV 라이트를 활용하기도 한다. 각종 도구, 특히 재구성기를 사용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처음에는 꽤 흥미로운 편이다. 다만 이만큼 기술이 발전했기 때문인지 능숙한 범죄자라면 재구성기에서 어느정도는 쉽게 발각되지 않도록 정체를 숨기는 것도 가능해 애를 먹게 된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제임스는 몇 개의 사건 현장에 진입해 음성으로 조력을 주고받으며 투닥대는 임시 파트너와 이를 수사한다.
수집한 정보를 정리하는 시간
■ 텍스트는 꼼꼼히 점검, 선형적 수사는 아쉬워
노바디 원츠 투 다이의 분위기는 음울함과 어두운 분위기 등 확실히 끝내주는 느와르물의 느낌을 잘 살려주고 있는데, 스토리 자체는 하나의 루트만을 클리어했을 때 단번에 깔끔하게 이해하기 불편하거나 해소되지 못하고 끝나버리는 복선, 이야기도 존재하기에 사실상 준비된 엔딩을 전부 소화하면서 게임 내의 발견할 수 있는 요소나 텍스트를 꼼꼼히 읽어야 하는 부류의 타이틀이다. 일단 이런 분위기의 장르를 좋아하는 어드벤처 게이머라면 꽤 몰입하면서 플레이할 수도 있을텐데 특유의 빙 돌아가는 화법이나 앞서 이야기한 요소들 때문에 한 번에 모든 내막을 파악하기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다.
수사 파트의 경우 처음 플레이하는 동안, 그리고 가장 초반부 사건 현장이나 그 다음 현장에서는 꽤 신기하다고 생각되나 사실 선형적으로 시간을 되감으면서 필요한 시간대에 맞춘 뒤 시키는대로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반복되는 방식이므로 최초의 신비감은 점차 소모되는 편이다. 다만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보게 되는 사건 현장들은 대개 분위기를 잘 살려 환경적인 몰입도를 높여준다. 후반부의 진실들이나 거의 최후반부 직전의 사건 현장 같은 경우 꽤 과감한 장면들이나 호러 스팟 같은 구간도 있어 어느 정도 첫 회차의 긴장감이 있는 편.
게임의 회차당 플레이타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아 금방 클리어하는 것이 가능하나 일단 전체적으로 모든 컨텐츠를 섭렵하려면 한 번의 플레이만으론 어려울 수 있다는 점, 거기에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라 이런 요소들을 생각하면 가성비적으로도 괜찮은 신작이라 생각한다. 특히 느와르 분위기의 스토리 어드벤처 게임을 좋아한다면 그 분위기에는 충분히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재구성기로 사건을 되감기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원하는 때 저장하고 불러오는 기능이 없어 다회차를 통으로 진행해야.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