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0시 47분, 부드라미 작가의 바들바들 동물콘 IP를 활용해 개발된 '안아줘요 동물맨션' 이용자 A씨에게 게임의 소식을 체크하기 위해 팔로우 했던 안아줘요 동물맨션 공식 계정으로부터의 재게시 알림이 날아들었다. '공익제보'라며 안아줘요 이모티콘의 작가가 디시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 이용자라는 내용을 담은 트윗이었다. 깜짝 놀란 A씨는 해당 알람을 터치했으나, 게시물이 삭제되면 표시되는 문구만이 표기될 뿐이었다.'
현재 관련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사건의 발단을 재구성한 내용이다.
2일 새벽, 안아줘요 동물맨션 공식 계정이 IP 제공자인 작가를 비방한 게시물에 재게시 했다가 취소하는 상황이 벌어져 팬 커뮤니티에 혼란이 발생했다.
안아줘요 동물맨션은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약 2개월 동안 목표액인 500만 원의 868%인 43,401,399원을 달성해 진행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 소개에서도 90만 유저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인기 이모티콘 바들바들 동물콘의 공식 게임 프로젝트라고 밝히고 있으며, 23년 1월 부드라미 작가와 정식 계약을 맺고 개발해왔다는 언급도 존재한다. 원작자 IP의 인기에 힘입어 출시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원작자의 뒤통수를 치는 모양새에 원작 팬들은 경악스럽다는 반응이다.
텀블벅 페이지의 펀딩 성과
공식 계정이 재게시를 눌렀던, 공익제보라는 명목 하에 지난 1일 게시된 트윗은 원작자가 디시인사이드와 일간베스트 이용자이며 부계정의 채널에서는 성드립을 쳤다고 굿즈나 이모티콘 구매에 참고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니까 제기된 문제는 디시인사이드 이용, 일간베스트 이용, 원작과 무관한 보조 채널에서 성드립 사용이다. 2일 오후 7시 기준, 이 트위터 게시물은 607.7만 조회수와 2.5만의 재게시, 마음에 들어요 5.1천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그간 게임업계가 공식적인 작업물에 생기는 논란으로 잦은 열병을 앓았던 모양새와 달리 원작자의 액션이 아닌 순수하게 개발사가 자승자박에 빠진 형국인지라 더욱 눈길을 끈다. 진위여부를 가리기 이전에, 상식적으로나 상도적으로도 IP를 제공했는데 제공자를 비방하는 글을 재게시하는 모습이 발각된 상황 자체가 정말 당황스러울 따름이다.
문제의 트윗은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인터넷의 바다를 건너 퍼지고 있다.
■ 작가에 대한 의혹이 사실인지?
그래도 이 일이 원작자 쪽에 잘못이 있는가 싶어 순서대로 짚어보니, 그 또한 사실과 다른 점이 많이 보였다. 일단 설명을 위해 포석을 깔아두자면 여러 주제를 다루는 커뮤니티가 그렇듯, 디시인사이드 또한 전반적으로 거친 분위기가 있으나 다른 커뮤니티처럼 주제를 다루는 갤러리에 따라 천지차이의 분위기를 형성한다. 흔히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디시인사이드의 성지로 언급되는 식물 갤러리를 비롯해 동물, 기타 갤러리, 주식 갤러리, 국내야구 갤러리 등은 그 분위기가 전부 다르다.
원작자가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라는 사실은 분명히 맞는 말이다. 허나 애초에 원작자는 소위 동물콘의 인지도가 높아진 시점에 '양지'로의 활동 범위 확장을 이룩한 뒤에도 디시인사이드 이용자였음을 대외적으로 숨기지 않았다. 유래 또한 공식 트위터를 통해 디시콘임을 밝혔으며 바들바들 동물콘의 유래이자 원래 활동하던 동물, 기타 갤러리나 현 시점에선 유실된 음악, 플래시, 이미지 등 폭 넓은 범위를 탐구하는 로스트 미디어 갤러리 같은 곳에서 지금도 어렵지 않게 활동하던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물,기타 갤러리와 로스트미디어 갤러리에서 작가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이슈에 불이 붙은 2일 오후부터는 동물,기타 갤러리에서 느닷없이 해외 IP를 활용한 전형적인 여론 호도용 작업 정황도 포착됐다.
일각에서 동물콘의 날다람쥐 안아줘요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을 희화화 한 것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 또한 왜곡된 주장이다.
원작자와 별개의 인물이 안아줘요 날다람쥐 디시콘을 사용해 전 대통령이 안아달라는 요청에 응하는 만화를 그렸고, 원작자의 활동지와 다른 갤러리에서 모 고정 닉네임 이용자가 바들바들 동물콘(당시 동기갤콘)의 날다람쥐 안아줘요콘을 매번 달고 다니며, 또 다른 고정 닉네임 이용자가 안아달라는 디시콘에 답글로 자이툰 부대에 방문해 장병을 포옹하는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디시콘을 달아주는 일종의 '꾸준글' 행위가 와전된 것이다.
애초에 이 작가와 관계 없는 이용자들의 주고받음만 보면 해당 이슈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고인의 희화화로 쓰인 사례도 아니다. 게시된 안아줘요 단독 이모티콘 또한 과거 안아줘요에 대응되는 포옹콘을 만들어달라는 요구에서 시작됐다.
과거 작가가 게시한 안아줘요 포옹콘의 비하인드
일간베스트 이용자라는 언급은 근거가 빈약하다. 이미 지난 21년 모든 유튜브 댓글에 전부 하트를 눌러주던 시절 생긴 논란에서도 명백히 일간베스트에서 발생된 밈으로 보이는 댓글은 삭제해왔다 해명했고, 자신도 삭제당한 적이 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작가 본인은 해당 사이트에 접속한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으며, 앞서 언급한 동물콘이 디시콘이 맞다는 Q&A와 함께 일베 이모티콘이 절대 아니라며 부정한 적도 있다.
원작자 공식 채널이 아닌 개인채널에서 등록된 성드립 영상 건에 대해서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는 불편함을 내비칠 수 있는 영상이지만 당장 틱톡이나 트위터 등 버젓이 서비스되는 곳에서 게시되는 다소 수위 있는 밈 영상들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 기타의 자식이 우쿨렐레라는 것은 스타워즈와 엮어서 서양권에서 쓰이는 밈이기도 하다. 하물며 양지인 TV 채널에서조차 SNL 코리아 같은 방송은 초기부터 수위 높은 개그를 해왔는데 애초에 해당 채널은 그냥 커버곡을 올리는 등 개인적인 공간으로 활용되어 왔던 곳이다. 좀 직접적인 성드립이 불편할 수도 있지만 잘못됐나 보자면 글쎄, 앞에서 언급한 SNL 코리아의 개그와 마찬가지로 호불호의 영역이 아닐까.
각 항목을 따져보면 이것이 정말 공익 목적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오히려 나중에 가서 이것 또한 과거 게임 업계와 이외 몇몇 사례처럼 특정 성별을 혐오하는 남성들의 여성 작가 사이버불링으로 교묘하게 왜곡당하지 않을까 우려가 되기도 한다. 문득 선동은 쉽지만 해명은 어렵다는, 괴벨스의 말로 잘못 알려진 그 한 문장이 떠오른다.
■ 그렇다면 개발사는 어떤지?
보편적인 머지 게임 스타일을 차용한 안아줘요 동물맨션의 세일즈 포인트는 바들바들 동물콘 I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텀블벅 페이지에서도 명시하고 있는 것처럼 '90만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은' 동물콘의 원작자와 협업해 IP를 활용한 게임이 출시된다는 소식에 868%의 모금액을 달성한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안아줘요 동물맨션의 출시 과정도 제법 순탄치 않았다. 당초 공개된 프로젝트 일정은 지난 6월 정식 출시를 예고했고, 후원자들에게 지급될 온라인 리워드 또한 그 때 지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알다시피 출시는 연기되어 지난 10월 중순이 되어서야 만나볼 수 있었고, 온라인 리워드도 지급 지연 공지가 10월 10일자로 게시되었음을 확인 가능하다.
프로젝트 텀블벅 페이지
거기에 당초 개발의 70%가 진행되었음을 알리는 텀블벅 페이지에서는 출시 기준 10개 층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 언급했는데, 막상 출시된 버전에서는 7층 도중에 스토리가 끊겼고, 10월 말 진행된다고 언급한 업데이트를 통해 8층까지만 개방된 상황이다. 그러니 후원금 300% 달성 보상인 동물맨션 층수 2개 상향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700% 달성 보상인 신규 맵 추가는 하반기 업데이트를 기다려야 한다. 출시 이후 게임 빌드 업데이트 소식도 인게임에서 알려주지 않아 직접 소식을 확인한 뒤 스토어에서 업데이트해야 반영된다. 이는 크라우드 펀딩의 후원자가 취약한 구조가 다시금 드러난 셈이기도 하다.
일정이 밀리는 정도야 게임 업계의 기존 출시작들을 봐도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원작자의 IP를 믿고 인내하던 팬들은 2일 새벽 날아든 재게시 알림에 충격을 받았다는 입장이다. 그것도 다름이 아닌 원작자를 비방하는 내용의 트윗을 말이다. 즉시 삭제했더라도 이미 해당 알림을 받아 스크린샷으로 남긴 이들이 커뮤니티에 공유하며 일파만파로 사태가 커졌다.
인디 게임 개발 갤러리에서 고정 닉네임 권기획으로 게시한 개발 만화의 일부
당황스러운 것은 해당 '공익 제보' 트윗의 항목 중 일부는 개발사의 또 다른 자승자박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라는 명목이 작가의 굿즈 구매 등에 문제가 된다면 개발사 스튜디오806 또한 이 부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튜디오806의 구성원 또한 과거 인디 게임 개발 갤러리에서 장편의 개발 관련 만화를 연재한 이력이 있기 때문이다. 해당 연재 도중 확실하게 전작의 제목 등이 언급되었다.
그렇다면 재게시가 실수는 아니었을까? 어느 정도는 맞다고 본다. 다만 잘못 눌러서 실수라기보단 사용할 계정을 착각한 것이 아닐까 싶은 의혹을 제기하게 된다. 트위터 계정을 만들어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재게시는 마음에 들어요처럼 한 번의 터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PC 기준으로 재게시 아이콘을 누르면 재게시와 인용 중 어느 행동을 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PC만 그렇나? 아니다. 모바일 앱에서도 재게시 버튼을 누르면 PC와 똑같이 화면 아래에 재게시나 인용을 선택하는 창이 올라온다.
각각 PC와 모바일 앱의 재게시 과정
이번 사태는 무엇보다 게임 업계와 협업하는 IP 제공자들과의 신뢰를 저버린 것, 그리고 한국 인디게임 생태계에도 불신의 싹을 심을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안타깝다. 메이저 게임사나 인디게임 개발자들 또한 협업자들과의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고, 지금도 인디게임 개발에 뛰어들어 도전하는 새싹들이 있음에도 이런 불신의 씨앗은 건강한 영향보다는 경계심만 키우는 형국이 될까 두렵다. 흔히 사과하면 진다고 하는데, 이 정도의 뚜렷한 과실이라면 지는 것 또한 올바른 일이 아닌가? 지금까지 어떤 공식적인 입장도 내지 않는 것보다는 말이다.
글이 길어졌다. 마지막은 이 참에 '구성원'의 범위를 넓혀보는 것이 어떨지 제안하기 위해 채용 및 기업 정보 사이트 게임잡에 등록된 스튜디오806 비전 중 한 줄을 인용하며 마치겠다.
"모든 구성원들은 서로 존중하고 존중 받으며 즐겁게 게임을 만듭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