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여 시즌에 걸쳐 LCK를 호령했던 젠지지만 그 결과는 역시나 안방 호랑이에 그쳤다. 해당 기간 중 단 한번도 롤드컵 우승은커녕 결승전에 진출도 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올 시즌 MSI에서 우승한 것을 제외하면 22, 23시즌 MSI 역시 결승에도 가지 못했으며 올 시즌 처음 시작된 EWC에서도 첫 게임만에 탈락했다.
어찌 보면 올 시즌 전 예상에 비해서는 나은 결과다. 리그 초반에는 한화생명e스포츠나 T1이 젠지보다는 좋은 전력일 것이라 예상됐지만 결국 한화생명e스포츠는 많은 문제가 있었고, T1 역시 메타 이슈가 겹치며 젠지의 연승이 이어졌으니 말이다.
이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심지어 준수한 멤버를 바탕으로 젠지 역대 최고의 전력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하지만 이 역시 LCK의 틀을 깨지는 못했다.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EWC 첫 게임 탈락, 그리고 서머 시즌 결승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패배, 마지막으로 롤드컵 4강전에서 T1에게 3대 1로 무릎을 꿇으면서 팀의 약점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으며 결국 젠지의 대권 도전은 또 다시 허무한 결과로 끝나게 됐다.
롤드컵 4강이면 충분히 좋은 성적이 아닌가, 그리고 LCK 5회 연속 우승이라는 대기록은 무시할 수 없을 만한 성과가 아닐까 하는 의견도 분명 있겠지만 젠지는 분명 롤드컵 우승을 위해 달리는 팀이고, 그만큼 투자를 하는 팀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선수들 역시 LCK 5회 연속 우승보다는 롤드컵 단 한 번의 우승을 더 바랄 것이다.
심지어 T1은 3년간 롤드컵 2회 우승에 1회 준우승을 기록했다. 어떻게 봐도 T1이 3년간 더 가치 있는 팀이었다. 여기에 서머 시즌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우승을 넘겨주면서 이제는 LCK 최강이라는 타이틀도 사라진 상황이다.
- 두려운 25시즌
젠지는 올 시즌을 끝으로 모든 선수들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만약 젠지가 올 시즌 롤드컵에서 우승을 했다면 이를 통해 선수들을 붙잡을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 롤드컵 우승을 위해 T1이나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선수들을 잡을 만한 메리트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여기에 내년부터는 샐러리캡 제도와 사치세가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동일한 로스터에 동일한 연봉을 준다고 해도 금전적인 지출이 더 커지는 상황인데, 현재의 로스터보다 더 나은 로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지출이 필요해진다.
T1이나 한화생명e스포츠처럼 부유한 모기업을 가진 상황도 아니기에 사실상 젠지가 올 시즌보다 더 오버 페이를 할 가능성은 낮다. 물론 상황이라는 것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없는 만큼 기존의 멤버에 페이즈 대신 룰러를 복귀시키는, 꿈의 로스터가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지만 현실성은 사실상 없다.
결국 동일한 로스터를 활용한다고 해도 페이즈의 연봉 상승, 그리고 사치세 등으로 적지 않은 금액이 상승하게 되는 현실 상 젠지가 취할 수 있는 최대치는 올 시즌 로스터 유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 선수들의 행보는?
올 시즌 젠지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좋은 로스터를 만들게 된 이유는 kt롤스터에서 풀린 기인과 리헨즈를 한 번에 데려올 수 있었던 것이 컸다. 여기에 캐니언 역시 페이 컷을 하면서까지 강팀으로의 이적을 원했던 것도 한 몫을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선수들이 충분히 시장 상황을 지켜볼 여유가 있다. 다만 시장 상황이 좋은 편은 아니다.
페이즈의 경우 보여준 실력의 적지 않은 부분이 강력한 상체의 영향이라는 것이 드러났고, 확실한 약점이 노출된 탓에 A급 이상의 원딜러를 구하는 강팀들에게는 메리트가 크지 않다. 연봉이 싸다는 부분도 이번에 FA로 풀리게 되면서 현실적인 금액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쟁력이 많이 떨어진 상태다.
특히나 룰러가 FA 시장에 나오면서 롤드컵 우승을 노리는 상위권 팀들 입장에서는 룰러 쪽에 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국내 기준으로는 원딜이 필요한 광동 프릭스나 kt롤스터 정도가 영입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젠지가 룰러를 재 영입하지 않는 이상 젠지 잔류 쪽에 무게가 실린다.
반면 기인과 리헨즈는 선택의 폭이 넓다. 일단 제우스가 T1과 재계약을 하는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생각되지만 현재 T1과 한화생명e스포츠, 젠지의 탑은 모두 변동 가능성이 있는 상태이며, 올 시즌 안식년을 취한 더샤이 역시 국내로 올 가능성이 있다. LPL로의 진출 역시 충분히 가능하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
기인은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경쟁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기인 입장에서도 올 시즌 롤드컵 결승 진출에 실패한 상황에서 굳이 젠지를 고집할 이유도, 충성심도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젠지와 T1, 한화생명e스포츠의 탑 라이너 세 명이 상황에 따라 팀을 바꾸는 것이 유력해 보이며, 이들이 어떻게 바뀌게 될지는 시간이 더 흘러야 확실하게 윤곽이 드러날 것 같다. 단, 적어도 기인의 행보에는 젠지보다 기인의 의사가 더 크게 작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리헨즈 역시 충분히 제 몫을 해 주는 선수이고 상대적으로 연봉이 저렴한 서포터 포지션이다 보니 국내 및 LPL 쪽에 갈 수 있는 곳이 충분히 많다. 디플러스 기아의 경우 꾸준히 서포터 포지션의 이슈가 제기되었던 만큼 가능성이 있으며, 젠지 잔류 또한 충분히 고려될 만한 상황이다.
특히나 리헨즈를 제외하면 현재 쓸만한 서포터가 없는 입장에서 젠지가 리헨즈의 잔류를 상당히 원할 가능성이 높다.
캐니언은 현실적으로 젠지를 나가면 LPL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내년에도 피넛 체제로 가고, T1 역시 오너와 재계약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디플러스 기아는 루시드 체제를 바꿀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정글러 포지션에 캐니언의 연봉을 감당할 팀은 사실상 국내에 젠지 밖에 없다는 소리다.
결국 젠지에 남거나 LPL로 가는 것 둘 중의 하나가 되는 셈인데, 연봉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충분히 LPL 행도 고려할 듯 보인다.
아마도 더 낮아질 연봉을 캐니언이 받아 들일 수 있을까(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마지막으로 쵸비의 경우 젠지의 의사가 상당히 중요할 듯 보인다. 분명 그간 젠지의 코어 역할을 했고, 분명 잘 하는 선수인 것은 맞지만 팀플레이 부분을 봤을 때는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는 많은 이들이 인정하듯 쵸비의 플레이 스타일이 전통적인 미드 라이너 보다는 원딜러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때문인데, 그렇다 보니 올 시즌 쌍포 메타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였지만 반대로 롤드컵에서는 다소 평범한 플레이에 그치기도 했다.
현재로서는 젠지 역시 대안이 없는 만큼 잔류 가능성이 높기는 하나 LPL로의 이적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상황이다.
잔류 시 쵸비 역시 연봉 삭감을 받아들여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 결론
팬들 입장에서는 젠지가 24년 멤버를 모두 데려가거나 페이즈 대신에 룰러를 영입하는 상황을 기대하겠지만 현실적으로 이러한 상황을 만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페이즈의 높아진 연봉에 사치세까지 더하면 젠지가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을 벗어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룰러의 영입은 더더욱 어렵다. 물론 젠지가 내년 시즌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한다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성은 낮다.
페이즈나 리헨즈의 잔류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어차피 젠지 외에 뚜렷하게 갈 만한 상위 팀도 없어 보이고 젠지 역시 잔류를 희망할 가능성이 크다.
뚜렷한 대안이 없는 만큼 리헨즈는 잔류가 필수적이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반면 기인은 한화생명e스포츠의 구애를 받을 것이 확실한 만큼 팀 전력이나 연봉 부분에서 메리트가 있는 한화생명e스포츠 행이 점 쳐진다. 물론 제우스의 행보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는 있지만 새로운 인물이나 도란이 다시 젠지로 복귀할 가능성이 높다.
캐니언 또한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갈 만한 LPL 팀이 없다면 잔류를 택하겠지만 이 경우 또 다시 페이컷을 하게 될 듯하다. 쵸비는 현재로서 잔류 가능성이 조금 더 높다고 생각되는데 높은 연봉으로 인해 LCK 팀 중에서는 젠지를 제외하고 영입할 수 있는 팀이 전무한 상황에서 LPL 외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LPL 행 가능성도 낮지는 않다.
결론적으로 25년 젠지 로스터는 올 시즌에 비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이는 T1이나 한화생명e스포츠에 비해 쓸 수 있는 재정이 더 적기 때문이다.
미드와 하체는 유지될 가능성이 높으나 탑과 정글은 달라질 소지가 농후하다. 특히나 재정적인 부분을 생각할 때 상당한 페이컷을 하지 않는 이상 캐니언을 정리하는 것이 1순위 행보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