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타임머신, '시드 마이어의 문명VII'

근본은 급진적인 변화 맞이
2025년 02월 25일 08시 47분 35초

2K와 파이락시스 게임즈는 전 세계적으로 7천만 장 이상 판매된 전략 게임 프랜차이즈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I'을 지난 12일 PS, Xbox, 닌텐도 스위치 및 스팀과 에픽 게임즈 스토어 등에 정식 출시했다.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I에서 플레이어는 역사상의 유명한 지도자가 되어 각 문명을 이끌어 나가는 역사 시뮬레이션 전략을 즐길 수 있다. 게임을 진행하며 내리는 전략적 선택들이 제국의 발전 방향을 결정할 수 있어 자신만의 독특한 역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거기에 웅장한 도시와 경이로운 건축물들을 세워 영토를 확장하고, 혁신적인 기술 개발로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으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다른 문명들과 경쟁하거나 협력하는 것도 가능하다.

 

본 리뷰는 스팀의 파운더스 에디션 플레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그래픽 옵션은 프리셋 일반이다.

 

 

 

■ 새 시대의 문명은 새 문명으로

 

문명 시리즈가 처음 출시된 것이 1991년, 전작인 시드 마이어의 문명VI이 출시된 것이 2016년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는데, 아직 10년은 채 채우지 못했지만 새로운 시대의 문명 신작은 강산이 바뀌는 느낌으로 전작과의 변화를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눈에 보이는 것만 해도 시대가 역사의 태동기인 고대 시대, 대양을 건너 세계를 탐험하는 대항해 시대, 산업 혁명의 서막을 여는 근대 시대까지 세 개로 끝나며 더욱이 크게 변화한 것으로 느껴지는 부분은 시대가 넘어감에 따라 플레이어도 처음 선택한 문명이 아닌 다른 문명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출시 전부터 공개된 이 부분에 있어서 기존의 문명 팬들은 상당히 많은 불호 의견을 피력한 바 있는데, 확실히 출시된 후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문명을 갈아탄다는 것이 나름대로 색다른 맛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고른 원하는 문명을 세션의 끝까지 가져갈 수 없다는 점에서는 낭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시대별로 선택 가능한 문명도 다르기 때문에, 내가 플레이 하고 싶은 문명이 어느 시대에 있는지도 확인하며 게임을 플레이해야 한다. 여담으로, 한국 문명은 아직 어느 시대에서도 출시되지 않았다.

 


처음 선택한 문명은 로마였지만 대항해 시대로 넘어가면서 바꿔야 했다

 

 

 

시대의 변화는 마치 새로운 세션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것처럼 턴이 초기화되고 군사 유닛들도 지휘관 유닛에 배속되는 유닛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전 시대에 남겨진다. 일부 문명이 가진 도시 내 특유 구역 같은 것들은 시대가 진행되도 유지되기 때문에 특유 구역을 가진 문명이 상대적으로 시대 초반 이점을 가져가기가 쉽다. 잘만 꾸려두면 산출량을 새 시대의 첫 턴부터 충분히 가져갈 수 있기 때문. 지도자의 탈락이나 시대 목표들이 달성될 때마다 시대 진행도가 상승하고, 각 시대 후반기로 접어들면 서서히 위기가 발생하며 위기 정책을 수립해 전염병의 창궐과 같은 재난들을 극복해야 한다.

 

2K 계정 연결, 파운더스 팩 기준으로 초기 오리지널에서 플레이 가능한 지도자는 26명이다. 이는 같은 지도자지만 다른 버전의 지도자도 포함된 숫자이며, 동일한 지도자의 다른 버전은 조금씩 지닌 특성이 다르다. 예를 들어 2K 계정을 통해 획득 가능한 '대육군 나폴레옹, 혁명가'는 모든 지상 유닛의 이동력이 1 증가하고 적 유닛을 물리치면 그 전투력의 50%에 해당하는 문화를 얻는 특징을 가졌고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 황제'는 대상 지도자에게 다른 모든 지도자와의 교역로 한도를 1 감소시키는 대륙 봉쇄령 같은 특유 제재를 지니고 있는 등 같은 인물이라도 버전별로 작은 것부터 큰 수준의 차이를 가진 경우도 있다.

 

문명은 고대 시대에 10종, 대항해 시대에 11종, 근대 시대에 10종으로 총 31종의 문명을 플레이 가능하다. 단, 고대 시대를 마무리하고 가게 되는 대항해 시대와 근대 시대에서는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고를 수 있는 문명도 존재하며 계정 레벨에 따른 보너스 시스템도 있어 많이 플레이해야 여러 특전 등 레벨 보상도 습득할 수 있다.

 


 

 

 

■ 내정과 전투도 새로운 느낌

 

문명 전환과 같은 거대한 변화 외에도 게임 플레이 도중 확인할 수 있는 다양한 신규 요소와 변경점들을 만나볼 수 있다. 내정이나 전투를 불문하고 튜토리얼을 보면서 진행한다면 신규 플레이어의 진입 장벽도 그리 높지 않다. 가장 쉬운 필경사 난이도로 플레이하는 경우 헛손질을 하거나 방관하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해보면서 세션을 진행해도 큰 난관을 겪지는 않는 편이다. 기존작처럼 도시를 발전시키며 확장하고 시설을 건설하는 등의 소위 말하는 심시티 요소는 이번 신작에서도 존재하고, 앞서 살짝 언급한 문명별 특유 시설 등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난이도가 크게 쉬워지기도 한다.

 

확장이나 건설을 시도할 때 도시 인근의 영토 타일에는 산출되는 자원이나 행복도 등이 얼만큼인지 알 수 있도록 표시해주고, 이 타일에 건물을 지으면 적합한 타일일 경우 건축물 슬롯에 그냥 등록되며 그렇지 않은 경우는 타일의 유형을 변경해 건물을 짓게 된다. 또, 기존에 건물이 일부 존재하던 타일에 다른 유형의 건물 등을 지으려고 한다면 해당 타일의 기존 건물이 대체되는 식이다.

 


 


나중에는 기성 종교나 자체 종교를 만드는 것도 가능

 

내정에 있어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보유한 정착지가 도시 및 마을로 구분된다는 것. 일꾼 유닛이 삭제된 대신 도시 인구를 통해 개간하는 방식이 됐으며 수도 이외의 새 정착지는 마을 상태로 건설 및 점령된다. 마을에서는 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만 유닛과 건물을 생산할 수 있고, 대신 더 많은 비율로 금을 생산해내는 역할을 한다. 이외에도 성장률 50% 증가 특성 등 마을의 정책을 결정해서 특화시키는 것이 가능하고, 금을 사용해 마을을 도시로 발전시키는 것도 가능해 도시와 마을의 비율과 그 용도를 잘 고려하면서 게임을 플레이하게 된다.

 

이외에도 소규모 중립 세력인 독립 세력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과는 영향력을 활용해 외교를 할 수 있다. 그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자신의 문명의 종속 세력처럼 만드는 것도 가능하고 짧은 턴 동안 특정 세력을 공격하도록 지시할 수도 있다. 이들 또한 문명들과 마찬가지로 시대가 진행되면 다른 독립 세력으로 대체된다는 특징이 있다. 일반 문명과의 외교도 이 영향력을 바탕으로 하기에 상당히 영향력이 중요한 자원으로 쓰인다. 다른 세력에게 제안하는 것은 물론, 다른 세력의 제안을 받을 때도 영향력이 있다면 이쪽도 이득을 볼 수 있는 조건으로 협약을 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상대만 이득을 보거나 이쪽의 이득은 적은 조건으로 수락 또는 거절하는 선택지만 고를 수 있다. 거기에, 전쟁에서도 영향력을 소모해 유불리에 영향을 주는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으므로 영향력 관리는 꽤 중요하게 느껴진다.

 


 


마을

 

전투는 기존 시리즈처럼 유닛들을 플레이어가 직접 지휘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며, 진급 시스템 또한 존재한다. 시대에 따라 유지된 병종이 다음 시대 유닛으로 진화하기도 하고, 높은 티어의 유닛을 확보하면 전투에서 큰 이점을 가져갈 수 있다. 병종 간 상성 같은 것도 있어 이를 생각하며 전투를 지휘해야 한다. 또, 육지의 군단장이나 해상 버전의 군단장 유닛이 존재하며 이들에게 유닛을 편성시켜 한 번에 몇 개의 유닛이 함께 움직일 수도 있다. 이 경우 목적지에서 유닛을 전개한 뒤 군단장 커맨드를 활용해 일제 사격이나 협동 공격 등을 지시할 수도 있다.

 


 


군단장

 

■ 한 번에 굉장히 많은 변화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I은 한 번에 굉장히 많은 변화를 도입한 신작이다. 그것도 기존 팬이라면 호불호가 굉장히 크게 갈릴만한 주 요소들의 변화에 세세한 변화까지 더해져 처음부터 뚜렷하게 평가를 내리는 방향이 달라지는 경향을 보였다. 아예 첫 번째 작품부터 모든 작품을 플레이해보지는 않았지만 몇 개의 시리즈를 플레이 했던 입장으로는 이번 신작의 변화에 비판적 시각을 가진 기존 팬이나, 이번에 새롭게 유입된 플레이어 또는 호평을 내리는 쪽의 입장이 모두 공감이 가는 바가 있다.

 

일단 문명 같은 게임들에서 느낄 수 있는 낭만적인 요소들이 꽤나 줄어들었다는 것이 요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지도자와 문명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르러 최종적인 승리자가 된다는 것만큼 거대한 낭만은 많지 않다. 하지만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I에서는 각 시대에 고를 수 있는 문명이 정해져 있고, 그마저도 고른 문명으로 쭉 진행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도자는 변함없이 내가 고른 그 지도자인데, 문명은 눈물을 삼키고 바꿔야 하는 것이 굉장히 아쉽게 다가왔다. 이는 비단 자신의 문명만이 아니라 내가 라이벌시하던 문명이나 동맹 문명들도 변경되기 때문에 몰입을 깨는 요소였다.

 


자신 외의 지도자와 전쟁하는 지도자를 선호하는 마키아벨리의 성향은 조금 재미있다

 

 

 

아무래도 현 시점에서 최종 시대인 근대 시대가 미완의 느낌이 나는 것도 아쉬운 부분 중 하나다. 앞서 고대 시대나 대항해 시대는 시대의 특성이나 그 시대의 끝까지 이르는 진행이 특색이 있고 스케일도 큰 편이다. 아니, 좀 정확히 말하면 스케일이 작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다만 근대에 이르러서는 마지막 시대임에도 문화, 경제, 군사, 과학 네 가지 부문에서의 승리 조건은 불가사의, 프로젝트 정도의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또한 소위 말하는 레벨 노가다를 하게 되는 부분도 조금 피로감이 느껴지는 요소이기는 하다. 문명이라는 시리즈 자체가 시간 삭제기 등의 별명을 지닐 정도로 한 번의 플레이 세션이 장시간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데 레벨을 올려야만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존재하는 점은 조금 피로하다. 이외에도 UI가 조금 불편해진 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군사 유닛 등을 조작할 때 대기시키는 버튼은 굉장히 유용하게 활용했는데도 이번에 펼쳐야 보이는 메뉴로 편입됐고 정찰병이 자동으로 정찰하는 기능도 제거된 상태로 출시되어 조금 불편한 감은 있었다. 최종적으로는 수동으로 정찰병을 조작하는 게 더 이득이기는 하지만 모든 유저가 정찰병에게서 이득을 뽑아내며 플레이 하는 것은 아니니 기존에 있던 자동 정찰 기능은 유지하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술을 덜 발전시켰을 때 체력을 잃어가며 신대륙을 향해 헤매는 건 특색이 잘 느껴진 요소

 

반대로 기존작과 비슷하게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이 부분이야 모두 개인이 느끼는 바가 다른 분야라 각각 다른 감상을 받았겠지만 전투에서도 군단장을 활용해 좀 더 대전략의 느낌을 주는 방식으로 즐길 수 있는 점이 좋다. 시대의 말미에 오는 위기나 암흑기의 경우도 조금 궁리할만한 부분들이 있어 재미를 느낄만한 요소가 있으며 도시가 발전할 때 타일을 직접 골라 확장시킬 수 있다는 점, 마을과 도시의 구분 등도 내정적인 부분에서 간단하지만 선택해서 원하는 방향으로 집중할 수 있는 것은 좋았다.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시드 마이어의 문명 VII은 기존 팬들에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게임임에는 틀림이 없다. 물론 기존 팬들 중에서도 제법 재미가 있다는 사람도 직접 봤으니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나 문명 시리즈의 근본적인 요소를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크게 기운다. 하지만 아예 재미가 없냐 하면 또 그렇지는 않았다. 잠깐만 플레이하다가 자려고 했더니 아침이 되는 경험은 이번에도 할 수 있었다. 문명 시리즈라고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아쉽고 덜 만들어진 부분도 보이므로 이런 부분을 빠르게 보완해가면 좋을 것 같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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