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기 유럽에 뱀파이어가 있었다는 설정 하에 플레이어가 제한된 시간 안에 가족을 구해야 하는 게임,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가 지난 3일 정식 출시됐다.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가 국내에 출시한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14세기 유럽에 끔직한 흑사병이 돌고 있던 시절, 유럽 카르파티아 산맥의 산고라 계곡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계곡 안의 마을에서 살아가다 낮에는 인간이면서 동시에 밤에는 브라키르로 변하는 존재, 던워커가 된 코엔이 되어 계곡의 새로운 지배자로 군림한 브라키르들로부터 30일 안에 가족을 구해내야만 한다.
플레이어의 선택이 곧 그에 따른 결과를 초래하는 이번 신작은 PS5를 통해 플레이했다. 스토리가 중요한 신작인 만큼 스토리 스포일러는 줄이는 방향으로 작성됐다.
■ 선택 하나하나가 중요한 이야기
스토리 중심의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내리는 선택은 이야기의 방향성을 가르는 분기점이 되곤 한다. 그런 스토리 중심의 게임 중에서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의 스토리라인은 근래 출시된 게임 중 가장 선택의 의미가 강렬했던 게임 중하나라고 말할 수 있다.
전체 게임을 아울러 플레이어가 게임에 대해 배우는 튜토리얼 구간조차 플레이어에게 여러 선택지를 제시하고, 코엔의 선택이 초래하는 결과를 목도해 초반에 바짝 몰입도를 끌어올린다. 안전주의로 진행한다면 극적인 면이 조금 덜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지난 사전 시연에서 안전한 지문만 선택한 만큼, 정식 출시 버전에서는 좀 과감한 선택들도 섞어봤다.

그랬더니 확실히 튜토리얼 구간에서도 각 인물들의 분기가 갈라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런 전개는 게임을 진행하며 마주하는 수많은 선택지들이 재차 플레이어에게 선택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각인시킨다. 등장인물들의 생사는 물론이고, 실제 게임에서의 전투에 영향을 주는 선택지 등 각각의 선택에 따른 피드백들이 수시로 눈에 들어와 신중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여기에 얹어지는 것이 대화에서의 긴장 요소다. 코엔은 게임 극초반부 브라키르의 피를 마시게 되어 낮에는 인간, 밤에는 브라키르가 되는 상태의 던워커가 된다. 그러나 던워커가 되었다고 브라키르의 습성이 죽는 것은 아니다. 밤에 대화를 할 경우 굶주림에 굴복해 대화 상대로부터 흡혈을 해버리는 선택지가 계속해서 떨리며 존재감을 표출한다.

이 때 체력 구간이 1칸 아래로 떨어졌을 경우라면 플레이어가 선택할 겨를도 없이 바로 달려들어 흡혈을 해버린다. 사전 프리뷰 빌드를 플레이 할 때는 안전을 추구해 대부분의 인물이 살았지만, 이번에 플레이했을 때는 전투 여파로 의도치 않게 한 등장인물이 코엔의 굶주림으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사실 예상치도 못한 죽음이었던 것이, 전투 직후 자동으로 해당 등장인물과의 대화가 이어져 뭔가 해볼 틈도 없이 죽어버렸으니 말이다.
이처럼 게임은 수많은 횟수의 체험을 통해 플레이어에게 선택의 중요함을 매번 각인시켜 게임에 집중하게 유도한다.
■ 제한된 선 안에서의 자유로운 탐험
튜토리얼 구간이 끝나면 코엔 일가가 살던 라슬레아 마을을 떠나 본격적으로 산고라 계곡 내부의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다. 산고라 계곡을 지배하는 브라키르 브렌시스의 대관식이 벌어지면 코엔의 가족이 목숨을 잃기에 30일 안에 브렌시스를 구해야 한다.
이런 시간의 촉박함을 느끼게 하기 위해 게임은 퀘스트 진행이나 특정 활동, 그리고 스킬 획득에 시간이 소요되도록 했다. 퀘스트는 시간이 흘러가지 않는 것부터 1칸, 3칸 등 여러 칸의 시간이 흐르게 해 가능한 대부분의 퀘스트를 소화하고자 한다면 처음부터 동선과 퀘스트를 잘 선택해 진행해야 한다.
이 제한적인 모험 속에는 당연히 퀘스트를 통한 스토리와 전투도 존재하고, 흔적을 찾다가 우연히 퀘스트와 보물을 발견하거나 각지에서, 그리고 처치한 적이나 시신의 유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읽을거리를 통해서도 새로운 발견을 제시한다. 읽을거리에는 코엔이 산고라 계곡에서 활약할수록 달라지는 내용이나 등장인물 사이에서 오가는 편지 등이 존재해 하나하나 읽는 재미도 쏠쏠했다.
기초 스킬을 제외하면 대부분 높은 단계나 스킬 습득을 위해 책을 얻을 필요가 있다는 점과 위와 같은 사실이 맞물려 보통이라면 지나칠 서고 같은 장소도 꼼꼼히 둘러보며 겸사겸사 새로운 읽을거리도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전투의 경우 킹덤컴 시리즈, 마운트&블레이드 시리즈처럼 플레이어가 공격과 가드의 방향을 지정하며 싸우는 방식이다. 초반부에는 가드나 회피에 실패했을 때 한 대만 맞아도 피해가 제법 큰데 게임 내의 전투 대다수가 다수와 벌이는 전투라 은근히 높은 난이도라고 생각하게 되기도 한다.
다만 무조건 방향을 지정하며 싸울 필요는 없다. 회피를 애용하거나 가드와 공격을 할 때 방향을 지정하지 않더라도 작동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완벽한 타이밍에 가드를 해서 쳐내기가 발동하지는 않아 손해를 보지만 가드의 방향만 신경쓴다면 그리 오래지 않아 숙달할 수 있는 정도의 난도다.

특정 난이도까지는 방향도 표시된다
낮에는 검술과 주술, 밤에는 브라키르의 손톱과 검술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시스템에는 서사적인 이유도 붙어있다.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에서 사용하는 주술은 손에 상처를 내 피를 소모해서 사용하는데, 밤에 브라키르 상태가 되면 주술을 위해 상처를 내도 빨리 아물어 주술을 사용할 수 없다는 설정.
처음에 어려운 전투도 산고라 계곡을 탐험하며 다양한 장비를 얻고, 스킬을 획득할수록 점점 코엔이 강해지면서 능숙하게 풀어낼 수 있게 된다.

때문에 낮이나 밤에만 할 수 있는 활동도 존재
■ 수작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플레이어가 게임의 메인스토리, 주인공의 최종 목적과 직결되는 스토리의 목표에 30일이라는 시간제한을 걸어 긴장감과 게임의 스토리에 대한 몰입감을 끌어올리도록 시스템을 구성했다. 실제로 이 시간 제한 때문에 첫 번째 회차를 플레이하는 플레이어가 시간을 고려하면서 여러 활동을 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시간제한이 훌륭하게 긴장감을 조성하고 몰입에 도움을 주는 셈이다. 하지만 한 발 떨어져서 생각해보면, 이 시간제한이 생각만큼 빡빡하지 않아서 게임을 진행하다 점점 느슨한 시간제한과 산고라 계곡의 브라키르 궁정이 대응하는 방식에 대해 의아함이 생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인트로에서 흑사병에 걸린 여동생을 데리고 도망치던 코엔의 앞에 나타난 인간 지배자를 브라키르들이 쓸어버리는 방식 등 도입부의 브라키르 궁정이 보여준 압도적 강함이 있는데 코엔이 산고라 계곡에서 활개치는 동안 적극적인 처단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부분도 느슨한 위화감을 만들 수 있다.
물론 스토리상 초반에는 코엔을 견제하지 않는 이유에 납득이 가기는 하지만 궁정에서의 악명이 높아질수록 불편한 제약들을 걸긴 해도 직접 등판해 코엔을 처단하면 끝 아닌가?라는 생각이 묘하게 꿈틀대는 순간들이 있기는 하다.

궁정에 위해를 가할수록 포고령과 함께 코엔의 활동이 방해받는다
전투의 경우도 방향 시스템으로 긴장감을 더하면서 마무리 동작도 꽤 시원하고, 낮과 밤에 사용하는 기술의 차이를 두면서 시간대별 전투의 차별화도 괜찮았지만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주술과 브라키르 트리가 다소 강화된 시점부터는 반복된 작업처럼 느껴지는 지점이 확실히 있을법했다.
개인적으로 전투에서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브렌시스의 병사들이 펼치는 검술을 길거리의 도적도 구사한다는 점이 있다. 스토리의 완성도가 높은 만큼 이런 부분에서도 군대가 사용하는 제식 검술과 도적 같은 다른 집단의 전투법에 차별점을 두면 디테일이나 전투의 양상도 좀 더 즐거워졌을 것 같아 아쉽다.

병사, 도적, 심지어 혼령들까지 눈에 띄게 같은 검술을 사용하는 편
이외에도 그래픽의 아쉬움 등 조금 부족하게 느껴지는 부분들은 있지만 결과적으로 더 블러드 오브 던워커는 정말 즐겁게 플레이한 신작이었다. 특히, 스토리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여러 엔딩이 존재하는 게임을 좋아한다면 마치 옛날에 'n페이지로 가시오' 같은 식으로 독자가 이야기를 읽으며 선택한 방향에 따라 이야기가 달라지는 게임북처럼 플레이어의 선택이 서로 영향을 주는 구조, 몰입도 높은 이야기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을 것.

멀리서 보는 풍경이나 때때로 괜찮은 그래픽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PS5 기준으로 인트로 시네마틱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편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