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흐르고, 트렌드도 변화하면서 국내 게임 시장의 모습은 과거에 비해 많은 모습이 달라졌다. 그 뿐인가, 국내 게임 산업이 성장한지도 벌써 30여 년의 시간이 흘러가면서 이제는 추억 속에 묻혀 가는 게임들도 점차 많아지고 있다.
또한 젊은 이들이 코미디언 이주일이나 가수 심신을 잘 모르는 것처럼 최근의 게임에 익숙한 게이머들은 2000년대 이전의 게임에 대해 알고 있는 경우가 흔하지 않다. 굳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영원히 모를 수 있는 것이 바로 과거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쯤은 그런 적이 있지 않은가. 열심히 FPS 게임을 즐기는 와중에 과연 국내에서 만들어진 첫 FPS 게임은 무엇인지 문득 궁금해 진다거나 도대체 초창기의 RPG는 얼마나 괴랄했을까 의문이 드는 일 등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장르별 국내 첫 번째 게임을 말이다. 지금 본다면 과연 이 게임이 ‘내가 생각하는 그 장르가 맞나’ 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고 ‘내가 이러려고 기사를 봤나’ 하는 자괴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궁금증을 해결 하는데는 나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중요한 것은, 지금은 매우 저렴해 보이겠지만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게임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아래 소개하는 게임들을 단순히 퀄리티 만으로 평가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는 말이다.
참고로 대부분의 사진들은 다양한 국가의 고전 게임들을 소개하는 ‘하드코어 게이밍101(https://hg101.kontek.net/)’ 에서 인용 되었으며, 일부 다른 출처의 사진들은 별도로 출처를 명기했다.
■ 최초의 국산 RPG - 신검의 전설
1987년 아프로만을 통해 발매된 ‘신검의 전설’은 생각보다 많은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게임이다. 일단 제목에서 소개한 것처럼 국내 최초의 RPG 게임이며, 상용화 된 국내 최초의 게임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국내 최초 한글로 발매된 게임이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다.
당시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남인환 씨가 대부분의 작업을 혼자 진행해 만들었던 것으로 유명하며, 1996년 2편이 등장하기도 했다. 최초의 상용화 타이틀이기는 하지만 판매 수익은 상당히 낮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단 당시의 물가 기준으로 가격이 결코 싸지 않았고 저작권이라는 개념 자체도 없었던 시기여서 대부분 불법 복제를 통해 게임을 구했기 때문이다.
30년 전의 텍스트 스타일을 알 수 있을 만한 표지 (사진 출처: 게임 동아)
지금 본다면 마치 그림판에 낙서한 듯한 느낌이 들지도…
■ 최초의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 - 대마성
1988년은 국내에 ‘최초’ 라는 타이틀이 붙은 게임이 많은 시기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 정식으로 게임이 상용화 되기 시작한 시기가 바로 이 무렵이기 때문이고, 국내 첫 상용화 게임으로 알려진 ‘신검의 전설’을 통해 많은 제작자들이 상용화 게임을 만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88년 ‘토피아’를 통해 발매된 대마성은 게임 센터에서 유명세를 탔던 ‘버블버블(국내 서비스 명 보글보글)’ 형태의, 국내 최초 클래식 아케이드 게임으로 상당히 준수한 퀄리티를 자랑한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게임을 만든 것이 바로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진 ‘뉴에이지’ 라는 팀이고, 그 중 가장 주축이 된 인물이 바로 ‘킹덤 언더 파이어’ 시리즈로 유명한, 현 판타그램의 대표 이사인 이상윤 씨라는 것도 흥미롭다. 여기에 국내 최초의 국산 메가 롬 게임(총 용량이 1메가가 넘는다는 뜻)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페어리랜드 스토리’ 와의 유사성을 언급하며, 이의 카피품이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지만 대체적으로 독립된 게임으로 인정하는 있다.
기본 이미지는 보글보글과 비슷해 보인다
글을 쓰는 필자의 입장에서 ‘마성전설2’와 함께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기도 하며 당시로서는 비주얼 퀄리티나 완성도 모두 상당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그 때 당시 가장 하고 싶었던 게임이었다
■ ‘실질적’ 인 국내 최초의 액션 게임 - 악마지대
사실 이 게임에 대해 최초라는 말을 확정하지 않은 이유는 당시 수 많은 ‘카피캣’ 게임들이 등장하던 상황이었고(엄밀히 말하면 카피캣 수준도 아닌 그대로 베낀 게임들이다), 어찌 됐건 이들도 국산 게임으로 봐야 하는 것인가에 대한 부분 때문이다. 하지만 국산 게임의 자존심 측면에서 카피 게임을 최초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기에 이러한 게임들은 모두 집계에서 제외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이후의 게임들 역시 국내 제작사에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참고’의 수준에서 벗어나 단순한 베끼기에 머무르는 작품들은 아예 선정에서 제외했다는 것을 밝혀둔다.
딱 봐도 뭘 카피한 것인지 알 수 있을 타이틀. 제미나의 게임은 대부분 카피품이었다
1988년 으뜸 소프트에서 발매되었던 ‘악마지대’ 는 이렇듯 카피품이 난무하는 상황에서도 참신하면서도 독창적인 게임성을 갖춘 작품이었다. 특히나 광고를 보고 혹한 이들이 제법 될 정도로 광고 자체는 나름 ‘있어 보이게’ 만든 느낌.
하지만 디스크 전용 게임으로 발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이나 여러 부분에서 아쉬움이 많았던 작품이기도 하다.
이 광고에 혹해 구입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믿거나 말거나)
■ 최초의 퍼즐 게임 - 꾀돌이
1988년 ‘밀키소프트’를 통해 발매된 ‘꾀돌이’는 국내 최초의 퍼즐 게임이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러한 장르적 구분이 80년대에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는데, 당시 발매되었던 대부분의 작품들이 간단한 형태가 많았고 그만큼 장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비슷한 느낌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또한 당시는 지금처럼 세부적인 장르 구분이 없기도 했다.
이러한 부분을 감안 하더라도 꾀돌이는 단연 국내 최초의 퍼즐 게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당시 오락실 게임이었던 ‘솔로몬의 키’와 비슷한 구성을 하고 있기는 했지만 카피품이라고 할 정도의 퀄리티도 아니었고 말이다.
■ 최초의 슈팅 게임 - 그날이 오면 2
1990년 발매된 ‘미리내’의 ‘그날이 오면 2’는 자타공인 국내 최초의 슈팅 게임이다.
어째서 2편이 최초의 슈팅 게임인지 의문이 드는 이들이 많을 듯싶은데, 이는 시리즈의 첫 작품이 발매될 예정이었지만(심지어 게임 잡지에 광고도 실렸었다) 결국 발매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만큼 실질적으로 2편 자체가 제대로 된 첫 작품이 맞지만 아마도 오래된 게임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때문인지 2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왔다.
표지 자체는 일본 게임 같은 느낌이다
그날이 오면 시리즈는 이후 5편까지 꾸준한 발매를 진행하며 국내 대표 슈팅 게임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실제로 지금까지도 이 정도로 많은 시리즈가 발매된 국내 슈팅 게임이 없을 정도. 아니, 모든 게임을 통틀어서도 창세기전 시리즈 외에는 국내에서 이 정도로 시리즈가 발매된 게임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마트폰 게임으로 까지 발매된 적이 있다
참고로 1992년 발매된 ‘소프트액션’의 ‘폭스레인저’는 그날이 오면 2에 비해 늦은 발매가 이루어졌고 시리즈 수도 적지만 256컬러의 지원이나 멋진 배경 음악 등으로 오히려 그날이 오면 시리즈에 비해 더 큰 인기를 얻은 작품이다. 결론적으로 국내 슈팅 게임은 이 두 작품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 인지도 높은 작품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그만큼 슈팅 게임 자체가 많이 발매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지금도 남상규 씨의 배경 음악이 유명한 폭스레인저
■ 최초의 보드 게임 – 세균전
많은 이들이 PC용 보드 게임이라 하면 ‘모두의 마블’ 같은 상당히 보편적인 느낌의 게임들을 생각하겠지만 사실 ‘보드 게임’ 이라는 장르적 의미는 상당히 단순하다. 오셀로나 체스와 같은 오프라인 보드게임을 PC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만든 것도 보드게임 장르이고, 바둑이나 장기 게임 역시 보드 게임에 속한다.
1992년 ‘막고야’에 의해 만들어진 ‘세균전’은 모두가 공인하는, 국내 최초의 보드 게임이다. 상당히 단순한 구성을 갖춘 게임이지만 당시의 다른 게임들에 비해 낮은 가격으로 발매되어 나름의 히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시 다른 게임들에 비하면 1만 카피 이상의 상당한 실 판매량을 기록한 작품이었다.
■ 최초의 대전 격투 게임 – 장군의 아들
1993년 패밀리 롬팩으로 발매된 ‘다우정보시스템’의 ‘장군이 아들’은 국내 최초의 대전 격투 장르로 발매된 작품이다. 다만 당시는 게임 센터에서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열풍이 강하게 일던 시기였고, 그 퀄리티 조차도 ‘슈퍼 패미콤’ 급이었기 때문에, 그보다 한 단계 낮은 패밀리 급의 플랫폼으로 만들어진 게임의 퀄리티 자체는 기대하기 힘들었다.
지금이 아니라 당시의 기준에서도 매우 조악했었다
그나마 한글이라는 점과 동명의 영화를 게임화 했다는 부분이 나름 주목할 만한 부분이었는데, 재미있는 것은 롬팩 디자인의 경우 스트리트 파이터 2의 바이슨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를 등장시킨다던가 하는, 스파2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부분이 어느 정도 존재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노린 듯한 롬팩 디자인.
들리는 말로는 닌텐도의 라이선스도 안 받고 낸 롬팩이라는 설도 있다(믿거나 말거나)
(사진 출처 : 게임 플래닛)
참고로 3D 기반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국산 대전 격투 게임은 1995년 ‘엑스텍’을 통해 발매된 ‘리얼 파이터’ 다. 다만 세가의 ‘버추얼 파이터’ 영향을 매우 많이 받은 듯한 비주얼과 게임성을 보여주는 것이 아쉬운 작품이었다.
딱 보고 느껴지는 것은 ‘버추어 파이터 1’의 상당한 마이너그레이드 버전이라는 것?
■ 최초의 시뮬레이션 게임들
1993년 발매된 ‘캠퍼스 러브 스토리’는 국내 최초의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장르 자체가 일본 게임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특정 게임들(예를 들면 도키메키 메모리얼이나 센티멘탈 그래피티 등)을 그대로 따라한 흔적이 없는, 상당히 바람직한 모습의 국산 작품이며(물론 일부 비슷한 요소들은 당연히 존재한다. 하지만 카피품이라고 여겨질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스토리 라인에 있어서도 어디선가 본 듯한 뻔한 내용도 아니다.
그에 반해 비주얼 자체가 매력적이었다면 보다 완성된 작품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캐릭터들이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단점인 작품이었다.
다른 장르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살펴 보면, 1994년에 발매된 ‘K1 탱크’ 는 국내에서 만들어진 최초의 전쟁 시뮬레이션 게임으로 인정되고 있다. 또한 1996년 ‘미리내’를 통해 발매된 ‘장미의 기사’는 국내 최초로 제작된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라 할 수 있다. 다만 장미의 기사의 경우는 당시에 발매되었던 ‘프린세스 메이커’와 상당히 흡사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특징적인데,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게임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초창기의 재미나 게임처럼 대 놓고 베낀 것은 아니니까 그나마 낫다고 할까.
은근 괴랄한 부분이 많았던 게임 장미의 기사
그런가 하면 RTS 장르는 1995년 ‘동서게임채널’ 을 통해 발매된 ‘광개토대왕’ 이 포문을 열었다.
광개토대왕은 국산 RTS 게임 치고는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당시에 발매되었던 작품들이 ‘커맨드 앤 컨커’ 나 ‘워크래프트 2’ 같은 나름 비중 있는 게임이 많았던 탓에 인기몰이를 하는데는 실패했지만 분명 유의미한 도전이었고, 이후 국내에 보다 다채로운 RTS 게임이 나오는데 영향을 끼쳤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RTS 게임들이 그리 많지 않던 시대였음에도 베끼기보다 한국색이 어린 작품을 만들었다는 장점이 존재하기도 했다.
무려 CD-ROM으로 발매되었던 광개토 대왕
SRPG는 RPG에 시뮬레이션 요소를 가미한 장르로, 닌텐도의 ‘파이어엠블렘’ 이 장르적 시작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상당한 매니아 층을 형성하고 있고 ‘기본 이상의 퀄리티는 보장된’ 장르다. 국내 게임 시장에서는 1995년 12월에 발매된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이 최초의 국산 SRPG 게임으로 인정 받고 있다.
창세기전의 경우 만화가 김진 씨의 일러스트와 10장이 넘는 플로피 디스크 수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며, 국내에서 가장 많은 시리즈가 발매된 작품이기도 하다. 특히 지금까지도 수 많은 올드 팬들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 또한 특징적이라 할 수 있다.
창세기전은 뭐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잘 알지 않을까
■ 최초의 머드 게임 – 단군의 땅
1996년 선 보인 ‘바람의 나라’가 국내 최초의 온라인 게임이라는 사실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익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만큼 유명할 뿐 아니라 세계 최초의 온라인 게임이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은 현재 그보다 앞서 만들어진 게임들이 증명되면서 이미 유명무실해진 상황이지만 어쨌든 국내 최초라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근의 게이머들에게는 낯 선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온라인 게임은 ‘MUD’ 라는 장르가 그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머드는 한 마디로 말해 비주얼로 표현되는 온라인 게임을 텍스트로 서술한 장르라 보면 된다. 반대로 MMORPG는 머드의 텍스트 설명을 비주얼 화 한 것이라고 보면 맞다.
국내 최초의 MUD 게임은 1994년 마리 텔레콤에서 만든 ‘단군의 땅’ 이다. 이 게임은 국내 최초이자, 세계 최초의 MUD 게임이라 할 수 있는데, 사실 이 최초라는 의미는 조금 무의미한 부분이 있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MUD 게임 ‘쥬라기 공원’ 역시 최초의 게임이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의 평가는 단군의 땅을 최초의 MUD 게임으로, 쥬라기 공원을 최초의 상용화 MUD 게임으로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쥬라기 공원의 경우, 정식으로 정당한 라이센싱 비용을 지불하고 서비스 된 작품이며, 단군의 땅 제작사 마리 소프트의 ‘마리’ 는 강화도에 있는 마리산(우리가 알고 있는 마니산)에서 사명을 따 온 것이다.
다만 온라인 게임이 등장하게 되면서 이러한 머드 게임들은 상당히 빠르게 사라져 버렸는데, 현재 게임을 개발하고 있는 3,40대 이상의 개발자 중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머드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게임 업계로 진로를 정한 경우가 많을 만큼 짧은 시간에 비해 그 파장은 상당히 컸던 장르이기도 하다.
단군의 땅
실제 MUD 화면. PC로 진행하는 TRPG라고 생각해도 의미는 비슷하다
■ 최초의 FPS 게임 – 하데스
FPS 장르는 그 기준을 어디에 맞추는가에 따라 조금은 다른 결론이 도출된다. 하지만 FPS의 일반적인 기준, 예를 들어 ‘First Person Shooter’ 의 의미에 부합하고, 3D 기반의 비주얼까지 감안한다면 아마추어 제작자였던 최완섭 씨가 1991년에 제작한 ‘초롱이의 모험’ 보다는 1995년 ‘엑스터시 소프트’ 에서 제작한 ‘하데스’를 최초로 보는 것이 맞을 듯 하다.
하데스는 둠과 비슷한 게임 스타일과 비주얼 구성을 취한 작품이지만 그래픽 퀄리티 자체는 둠에 비해 많이 떨어졌다. 또한 하데스는 물론이고 ‘둠’과 같은 당시의 FPS 게임들은 모두 혼자서만 즐길 수 있었다.
그래픽은 사실 2D와 3D과 혼재해 있는 형태의 작품이다
단, 여러 명이 같이 즐길 수 있는 멀티플레이 기반의 FPS 게임으로 범위를 좁혀 본다면 2002년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된 드래곤플라이의 ‘카르마’가 최초의 국산 FPS 게임이 된다. 최근의 게이머들에게 FPS란 단순한 1인칭 슈팅 게임이 아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카르마가 더 부합하는 작품일 수도 있다.
■ 번외편 : 최초의 리듬 액션 게임
음악을 소재로 한 게임은 전 세계적으로 만들어진 시기가 꽤 오래된 편이다. 하지만 음악을 매개로 연주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또는 음악에 맞추어 액션이 이루어지는) 리듬 액션 형태의 게임은 그보다는 나중에 발매되었다. 굳이 세계적인 기원을 찾는다면 1980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국내 리듬액션 게임의 시작은 상당히 늦은 편이다. 1999년 출시된 ‘EZ2DJ’가 바로 국내 리듬액션 게임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한국 위키)
그러나 과연 이 게임이 진정한 최초의 국산 리듬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이 장르 별 최초의 국산 게임을 소개함에 있어 배제되는 조건은 바로 이전에 발매된 다른 게임의 모방 정도인데, EZ2DJ의 경우 1997년에 발매된 코나미의 비트매니아를 모방한 흔적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아니, 솔직히 같은 게임이라고 해도 대부분 믿을 정도다. 100명에게 물어보면 한 두 명 정도는 다른 게임이라고 할 정도?
이는 같은 해에 출시된 ‘펌프 잇 업’ 역시 마찬가지다. 발판의 위치를 제외하면 머신의 디자인이나 게임 방식이 코나미의 ‘DDR’과 동일하다 보니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나마 EZ2DJ와의 차이점이라면 펌프는 남미와 같은 지역에서 리듬 액션 게임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어 이외의 지역에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코나미와 크로스 라이센싱 형태의 행보가 가능했다는 것. 또한 상대적으로 DDR과의 발매일 간격이 짧아 개발 기간을 생각하면 우연히 비슷한 게임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부분이다.
이 때문에 굳이 국내 최초라는 수식어를 붙인다면 EZ2DJ 보다는 펌프의 손을 들어 주고 싶은 상황이다. 물론 펌프 역시 모방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펌프(좌) DDR(우).
기기적 구조가 흡사하고 게임스타일도 동일하다면 같은 게임으로 봐야 할까 아닐까
이 둘을 제외하면 2000년대에 나온 온라인 게임 ‘오디션’이 그나마 리듬액션 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작품인데, 이 역시도 ‘버스트 어 무브’와 매우 흡사하다. 이 때문에 결과적으로 국내 최초의 리듬 액션 게임을 무엇으로 해야 하는가에 대한 결론은 무의미한 것 같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