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LoL MSI 가 중국 RNG의 우승으로 끝을 맺었다. 한국 팬들에게는 아쉬운 일이겠지만 RNG가 우승할 만한 실력을 대회 내내 충분히 보여 주었기에 이에 대한 이견은 아마 없지 않을까 싶다.
문제는 한국팀. 이번 MSI를 지켜 본 이들이라면 ‘과연 올해 롤드컵에서 한국팀이 우승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생겼을 것이다. 짧게나마 이번 MSI를 정리하면서 국내 최정상 팀인 담원의 아쉬운 부분들을 짚어 볼까 한다.
- '폭망'하는 북미, 다시금 부활하는 중국
이번 MSI의 가장 큰 이슈는 역시나 LPL의 우승과 북미 팀의 몰락이다. 사실 한국과 중국은 이번 MSI에서도 결승에서 다툴 것으로 예상되었고, 작년 롤드컵처럼 담원이 우승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RNG의 우승으로 아쉬운 결과를 맺게 되었고, 담원이 가진 단점들이 드러나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또한 북미 C9은 졸전을 펼친 끝에 4강에도 들지 못하는 결과물을 받고 돌아가게 되었는데, 최근 북미 팀들의 실력이 다른 메이저 팀들과 점점 벌어지고 있는 모양새다보니 조만간 메이저라는 위치에서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퍽즈를 영입하고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던 C9
반면 PSG는 농구로 치면 식스맨의 위치에 있던 팀이지만 이번 MSI를 계기로 당당히 주전으로 올라섰다. 이러한 행보가 올 해 롤드컵까지 이어질 지는 미지수지만 앞으로 북미의 C9 등과 더불어 4위권(리그 기준)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 외의 지역에서는 UOL의 몰락이 눈에 띄었다. PSG와 더불어 메이저에 가까운 팀으로 꼽히던 UOL이지만 이번 MSI에서는 6강 럼블 스테이지에 들지도 못할 정도로 폼이 떨어졌다. 가장 아쉬운 팀으로는 일본 리그 출신의 DFM인데, 상대적으로 약체리그로 평가받던 일본 리그의 실력이 한 층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조금만 감정을 억누르고 플레이 했다면 보다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을 듯 싶다.
PSG는 RNG를 상대한 팀들 중 가장 접전을 이끌어 낸 팀이다
종합적으로 국내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회 성적표지만 오히려 이러한 담원의 문제점을 일찍 발견할 수 있었다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나름의 성과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 담원, 무엇이 문제였나
작년 시즌까지 담원의 팀 컬러는 운영을 하면서도 적극적인 전투를 통해 한타 대전에서 승리를 거두는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LCK 팀들 중 가장 화끈하고 재미 있는 경기를 보여주기도 했고, 그간 운영 위주의 수동적인 플레이가 주가 되던 LCK의 분위기를 어느 정도 한타 싸움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효과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올 시즌, 팀의 주축인 탑의 너구리가 중국 펀플러스로 이적하면서 이러한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너구리 자체가 싸움을 즐겨 하고 그만큼 한타 싸움을 이끌 수 있던 선수였지만 그 빈자리를 칸이 메꾸게 되면서 한타 싸움에서의 교전 능력이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만약 이 라인업이었다면….
물론 칸의 실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아니다. 세체탑이라 불리는 너구리에 비하면 분명 한 티어 정도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LCK 기준으로 충분히 상위권에 위치한 실력의 선수다. 다만 성향 자체가 너구리만큼 공격적이지 않고 주로 탱커 계열의 챔프에 강점을 보이는 선수이다 보니 너구리와는 게임 내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플레이를 진행한다.
너구리의 부재는 정글의 캐니언과 미드의 쇼메이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담원의 플레이는 바텀의 고스트와 베릴이 최대한 바텀의 백중세 또는 그 이상을 유지하면서 너구리와 쇼메이커 사이에 위치한 캐니언이 활발한 움직임으로 두 라인에 시너지를 주면서 승기를 굳혀나가고, 쇼메이커와 너구리가 상호 협조하는 플레이가 많았는데, 칸의 영입은 이러한 분위기가 변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올 해 새롭게 부임한 김정균 감독의 판단도 담원의 스타일 변화에 한 몫을 했다. 김 감독은 너구리의 부재로 인해 교전 능력이 다소 떨어진 담원을 싸움 위주의 LPL 식 플레이보다 기존 LCK 방식의 경기 운영 팀으로 바꾸어 버렸다. 너구리가 빠진 자리를 완벽하게 채우지 못하는 상황 상 어찌 보면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이전과 같은 파괴력이나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행보는 LCK에서는 어느 정도 통하는 부분이 있었지만 이번 MSI에서는 그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비슷하게 운영 위주로 플레이 하는 매드 라이온즈에게는 상대적인 우위가 느껴질 정도의 플레이를 보여주었지만 리그 자체가 치열한 한타 싸움이 펼쳐지는 LPL의 RNG에게는 체급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밀리는 모습이 연출됐다.
이는 어찌 보면 리그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부분도 있다. 작년의 담원은 국내 모든 팀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는 플레이 스타일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힘이 있었다. 하지만 올해 담원은 분명 리그 팀들을 어느 정도 의식하는 플레이가 있었고, 이에 초점을 맞추는 운영이 지속됐다. 상대적으로 한타 싸움이 활발하지 않은 LCK의 스타일에 적응이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담원은 RNG와의 한타 싸움에서 대패했다. 그룹 스테이지와 럼블 스테이지 모두 패배했고, MSI 결승전 역시 스코어로는 3대 2 석패인 것처럼 보였지만 3세트에서 RNG가 픽 상의 실수로 AD 챔프들을 모두 기용하는 바람에 담원이 손쉽게 한 세트를 가져간 것을 제외하면 격차가 느껴질 정도의 플레이가 펼쳐졌다.
보는 내내 유일하게 즐거웠던 3차전
실제로 결승 3세트만이 담원이 압도적으로 승리한 경기였고, 그 외에 승리한 경기는 백중세였다. 반대로 MSI에서 RNG에 패배한 경기들은 체급 차이가 느껴질 정도로 일방적인 패배를 기록한 경기가 대부분이었다.
이러한 상황에는 일단 바텀 라인에서의 열세가 크게 작용했다. 바텀 라인의 갈라와 밍의 파괴력이 담원의 고스트와 베릴보다 한 단계 정도 수준이 높았다. 특히 갈라의 폼이 정점을 찍은 데 반해 고스트와 베릴의 폼은 오히려 스프링 시즌 때 보다 떨어진 상태였다 보니 그 차이가 더 크게 느껴졌다. 너구리가 있었다면 바텀의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도 있었겠지만 현재의 담원은 그럴 힘이 없는 상태로 보인다.
여기에 마지막 경기에서 무리하게 포킹 조합을 들고 나왔던 것도 패인이다. 이미 지난 예선에서 RNG와 포킹 조합으로 상대했을 때 무참하게 당한 기억이 있었다면 마지막 중요한 세트에서 포킹 조합을 쓰지 말아야 했다. 챔프 선택만 봐도 마지막 세트가 진행되기 전부터 이미 패배가 예감될 정도였는데 실제로도 압도적인 차이로 RNG에게 관광 당하면서 담원의 플레이를 전혀 하지 못한 채 우승을 내 줬다.
너구리의 제이스가 없는 담원의 포킹 조합은 너무 약했다
그나마 담원이 MSI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지속한 쇼메이커의 활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쇼메이커의 150% 활약이 아니었다면 담원은 결승 진출도 사실 쉽지 않을 정도의 상황이었다. RNG와의 마지막 세트에서도 쇼메이커가 제이스를 하지 않았다면 조금 더 나은 플레이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담원의 패배는 MSI를 진행하는 내내 팀원들의 폼이 떨어진 것이 원인이기도 하지만(물론 쇼메이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보다는 현재 LOL의 흐름을 정확히 따라가지 못한 것이 크다. 현재의 분위기는 운영보다 싸움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팀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번 MSI에서도 PSG나 DFM이 좋은 성적을 낸 것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실제로 PSG의 공격적인 플레이에 RNG가 패배하기도 했고, 담원 역시 예선전에서 작정하고 달려드는 DFM에게 가까스로 승리하기도 했다. 운영을 중시하던 G2와 같은 유럽 팀들이 현재 고전하고 있는 것도 이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다.
- 그렇다면 담원이 나아갈 길은?
사실 현재의 롤 판은 자본 싸움이다. 국내 선수들이 전 세계 적으로 탑 클래스인 것도 맞고 잘 하는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풍부한 것도 사실이지만 이러한 선수들이 모두 한국 팀에만 있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실제로 LPL의 선수 연봉은 국내에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수준이며, 가까이 유럽이나 북미의 선수 연봉 역시 국내에 비해 낮지 않다. 이렇다 보니 국내의 탑 티어 선수들이 LPL로 넘어가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는데 올해에만 너구리와 바이퍼가 중국으로 이적했고 두 선수 모두 엄청난 활약상을 보여주었다.
특히나 이러한 이적이 국내 팀에게는 마이너스가 되면서 반대로 중국 팀에게는 플러스가 된다는 것이 크다. RNG의 경우 한국 선수가 없는 상당히 희귀한 팀이기에 한국 대 중국 선수 구도로 담원이 졌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작년 우승 멤버인 너구리가 아직 담원에 있었다면 그 양상이 달라졌을 확률이 매우 높다.
이처럼 롤판이 자본 위주로 재 편성되는 상황이 점점 심화되면서 국내 팀들의 세계 대회 입지도 점점 좁아지게 됐다. 물론 최근 2년 여 간의 상황도 그러했지만 다행히 담원이 타이틀을 가져오면서 체면치레를 했다. 하지만 당장 올해만 해도 국내 팀의 롤챔스 우승이 쉽지 않다.
국내 롤 프로 게임단의 모기업 투자도 제한적이고 우승팀 담원 역시 기아를 네이밍 스폰서로 받아들일 만큼 선수들의 높아진 연봉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너구리가 최후까지 고민하다가 중국 펀플러스로 이적한 이유 역시 금액적인 차이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담원의 기아 인수 이야기가 솔솔 풍기는 것도 이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다행히 올 시즌에도 한국 팀이 롤드컵 우승을 한다고 해도 내년이 되면 또 다시 선수들이 이탈하면서 전력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앞으로 갈수록 심해질 것이고, 결과적으로 자본이 몰리는 LPL이 축구에서의 EPL 위치로 남게 될 것이다.
국내 팬들에게는 매우 답답한 일이겠지만 앞으로의 LOL 리그는 점점 더 중국팀 강세의 상황이 펼쳐질 수 밖에 없다. 만약 올해도 롤드컵에서 우승하지 못한다면 아마도 2022년에는 더 많은 국내 선수들의 이적을 경험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렇다면 담원이 올 시즌에도 롤드컵에서 우승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과정이 필요할까.
사실 이 부분은 본 기자보다 실제 일선에 있는 감독과 코치가 더 잘 알고, 그만큼 연구하고 있겠지만 적어도 모든 이들이 공감하는 부분은 있다. 먼저 올해 들어 고착화 된 팀 컬러를 변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김정균 감독이 좋은 감독인 것은 맞지만 담원의 스타일과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마치 토트넘의 무리뉴를 보는 느낌이랄까. 무언가 서로간에 시너지가 없다면 아름다운 이별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새로운 선수 영입은 사실상 어렵다. 국내 풀에서 타 팀 선수를 데리고 오는 것이 쉽지 않고 해외에서의 선수들도 맞는 수준이 없다. 어쨌든 담원은 최 상위권 팀이고 그에 맞는 수준의 선수는 매우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팀 내에 어느 정도의 문제점이 보여도 이를 마땅히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어느 정도 성장할 수는 있다. 이번 MSI에서도 확인했듯이 가장 큰 경쟁자인 LPL 팀들은 약한 부분을 공략하는데 탁월한 모습을 보이는데, 이러한 약점을 최대한 줄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담원이 롤드컵 우승을 하면서 경쟁팀들의 전력 분석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는 것도 체크해야 한다. 이번 MSI에서 서포터 베릴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것에는 베릴 자체의 폼이 떨어진 이유도 있지만 상대 팀들의 전력 분석이 매우 세밀하게 이루어진 것도 컸다.
실제로 베릴의 노틸러스가 계속 견제를 당하자 담원은 RNG와의 결승전에서 노틸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그만큼 경쟁 팀들의 전력 분석이 치밀하게 이루어지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플레이 패턴의 다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어쨌든 주축 너구리의 부재는 너구리 순수 실력만큼의 차이뿐 아니라 이를 통해 캐니언과 쇼메이커의 시너지 효과에서도 마이너스가 있고, 이러한 부분이 MSI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차피 선수단을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만큼 칸의 시너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정 어렵다면 다른 방법을 고민해 봐야 할 테고 말이다.
이변이 없는 한 LCK의 미드 시즌 역시 담원이 우승할 확률은 높다. 하지만 롤드컵은 다른 문제다. 이대로라면 롤드컵 우승은 불가능하다. 담원이 이번 MSI의 아픔을 계기로 다시금 성장해 올 시즌 롤드컵에서도 좋은 결과를 내기를 기대해본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