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의 영원한 라이벌, LPL을 알아보자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아마 이길걸?
2021년 08월 20일 13시 44분 58초

대한민국 스포츠 라이벌이라 하면 누구나 일본을 꼽는다. 이는 과거의 원혼도 존재하지만 매번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상대를 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인기 스포츠도 비슷하고, 실력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하지만 e스포츠는 다르다. 일본은 e스포츠의 변방국이고 이는 국내 선수들에 비해 라이벌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LOL에서 한국의 가장 큰 적수는 누굴까. 바로 자칭 최고의 리그라 칭하고, 갖은 미운 짓들은 다 하는 중국 LPL이다. 

 


2020년에는 담윈이 중국의 콧대를 밟아버렸다

 

사실 LOL의 초창기 시절에는 LCK가 원탑이었고, 라이벌이라 한다면 LEC 쪽의 G2와 같은 팀들이 거론됐다. 하지만 LPL의 실력이 급 성장하고, LEC의 실력 자체가 점점 퇴보하면서 현재는 LCK와 LPL의 양강 구도가 형성된 상태다. 

 

국내의 롤 팬들에게 LPL은 참으로 불편한 존재다. 잦은 승부조작 사건과 국내 탑 급 선수들을 빼 가는 행보, 그리고 자신들이 최고라 외치는 것까지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많다.

 

심지어 지금까지 유래 없는, 2년 연속으로 롤드컵을 개최하는 부분까지 이래 저래 감정이 있다고 할까. 

 

그럼에도 LPL은 한국 선수들이 주축으로 가장 많이 활동하는 친숙한 리그이기도 하고, 롤드컵에서 반드시 꺾어야 할 상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준비해 봤다, LPL에 관한 간단한 지식을. 적어도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인 법 아닌가.    

 

- 교전 중심의 플레이를 선호하는 LPL 

 

LCK는 운영 위주의 플레이를 중심으로 한다. 이는 LOL이 탄생하고 프로게임단이 생긴 이래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국내 팀 컬러라고 할 수 있는데, 사이드 날개를 펼치고, 상대보다 수적인 우위를 확보한 상태에서 오브젝트를 취하는 등 상황에 따른 다채로운 형태의 전술을 사용하며 최대한의 이득을 얻고자 하는 리그다.  

 

여기에 우위에 있는 상황에서는 최대한 변수를 줄여 승기를 잃지 않고, 스노우볼을 굴려 나가 점점 이득을 취하는 플레이를 하고, 열세 상황에서는 최대한 좋은 기회를 기다리면서 엎드리다가 역전을 노린다. 

 


두 리그는 챔프 선택 스타일도 다르다

 

교전은 이러한 전술에 있어 곁 가지일 뿐이고, 대체로 교전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과거 2020년의 담원이나 샌드박스 등이 교전 중심의 플레이를 하기는 하지만 국내 대부분의 팀들은 전형적인 한국식 운영으로 경기를 진행한다. 

 

이에 반해 LPL은 교전을 통해 우위를 잡는 상황을 연출한다. LCK의 경우 바론이 등장하는 20분 이전에는 큰 교전이 잘 일어나지 않지만, LPL은 용을 먹을 때나 전령을 먹을 때도 어느 순간 5대 5 한타가 일어나는 등 상대방을 힘으로 누르고 승기를 잡는 방식을 선호한다. 그만큼 로밍도 많고 소규모 전투도 매우 빈번하게 일어난다. EDG가 한국식 운영 플레이를 선호하는 팀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러한 부분은 현재 LOL의 핵심 메타이기도 한데, LPL 자체가 교전을 중시하는 것인지, 아니면 라이엇이 현재 중국 기업의 소유이다 보니 자국의 스타일에 맞게 변화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LPL은 현재 메타에 가장 적합한 플레이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보는 재미도 높고 시원 시원하다. 서로 간만 보면서 깨작대는 것이 아니라 꿍! 하고 강하게 붙는다. 

 

 

 

- 과연 교전 중심의 LPL과 운영 중심의 LCK가 만나면 어느 쪽이 유리할까. 

 

이는 당연히 선수 개개인의 실력이 가장 크게 작용하겠지만,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면 교전 쪽이 보다 유리하다. 앞서 언급했듯이 현재 LOL 자체가 교전을 잘 하는 팀이 유리하도록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를 시작하고 30분 이상의 시간이 경과할 경우, 5대 5 교전에서의 대패는 바로 패배로 이어질 수 있다. 운영적 측면에서 상대방에게 이득을 주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플레이로 따라잡을 여지가 있지만 교전은 즉시 게임 오버가 될 수도 있다.

 

작년의 담원을 예로 들어보자, 2020년 롤드컵에서 담원을 제외한 국내 팀들은 모두 LPL 팀에게 패했다. 실력 자체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메타 자체가 변한 탓에 교전을 중시하는 팀이 더 큰 메리트를 가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담원은 LCK 소속이지만 운영뿐 아니라 교전 능력도 상당히 우수했다. 이러한 부분이 롤드컵 우승으로 연결되었다고 할 수 있는데, 올 시즌에는 너구리가 빠지면서 담원의 교전 능력이 상당 부분 감소하게 되었고 나름 긴 시간 동안 호흡을 맞춰 온, 그리고 각자의 장단점을 파악해 이를 보완하는 플레이를 펼쳤던 플레이 스타일에 변화가 올 수밖에 없었다. 

 


너구리가 빠진 담원은 MSI에서 RNG에게 패했다

 

어찌 보면 올 해 담원이 생각보다 더 크게 전력 하락이 되었다고 평가받는 부분 역시 이러한 신규 라인업에 극대화를 낼 수 있는 플레이 스타일을 찾기 위한 과정중인 것이 원인일 수 있다. 각자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간의 전략이나 전술이 백지화되고 플레이 스타일이 다른 칸을 영입하면서 이를 다시 찾아 나가는 과정에 시간이 걸린다는 말이다. 

 

- 매 년 찾아오는 국내 탑 플레이어의 중국 진출은 어떻게 하지?

 

사실 이 부분은 딱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LOL 판 자체의 규모가 다른 탓에 LPL과 LCK는 결코 같은 연봉을 줄 수 없기 때문이다. 단순히 산수로 계산해도 우리나라 인구보다 20배 이상 많은 중국 인구와, 그만큼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시청률로 인해 벌어들이는 수익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거다. 

 

여기에 중국에서의 LOL 팀 인기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스타 팀들이 활동하던 당시와 흡사하다. 중국 최고의 인기 스포츠가 LOL이니 당연한 일이지 않을까 싶은데, 그만큼 각 팀들도 많은 예산을 들여 구단을 운영하고 있고, 최고의 성적을 내기 위해 매년 숨가쁘게 선수들을 영입한다. 

 


도인비 같은 인기 팀 선수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상당히 높다

 

LPL의 시청자 수 역시 가히 천문학적이다. 국내 LCK 중계의 경우, 보통 수 십만 명 선에서 시청자 수가 결정된다. 하지만 중국 인기 팀의 경기는 그 단위가 다르다. 

 

심지어 5천만명 이상이 동시 시청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 정도고 천만명을 넘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정도라 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2018년 LPL 서버 결승의 경우, 분당 시청자수가 7000만명이었다. 국내 전체 인구 이상의 시청자가 경기를 시청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규모 자체가 크다 보니 운용이 가능한 자금도 더 많을 수밖에 없고, 자국 내에서 다른 팀의 스타 플레이어를 빼 오기도 어렵다. 여기에 자국 선수들은 자국 프리미엄이 있다 보니 탑 급 선수들의 이적, 영입을 하기 위한 비용이 엄청나게 높다. 

 

하지만 국내 선수들은 연봉만 충족하면 영입이 가능하다. 자국 선수 쿼터가 있어 모든 선수들을 한국 선수들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나, 팀의 부족한 포지션을 채우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올 시즌만 해도 한화의 바이퍼와 담원의 너구리가 EDG와 펀플러스로 이적했다. 두 선수 모두 국내를 대표하는 탑 티어 급 선수이지만, 높은 연봉과 더불어 그에 걸맞은 수준의 팀원들과 같이 플레이를 하는 주변 조건에 이적을 결심했다. 

 


바이퍼는 현재 EDG의 최 핵심 멤버다

 

이렇듯 LPL로 진출하는 선수들을 비난하는 팬들도 일부 있지만 프로는 돈으로 말하는 것이고, 보다 좋은 대우를 해 주는 곳으로 가는 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러한 국내 탑 티어 선수들의 LPL 진출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내년 시즌에는 어떤 선수들이 LPL로 이적할 지 모르지만 그러한 만큼이나 갈수록 LCK의 전력은 약해지고, LPL의 전력은 상승하기 마련인 것이다. 

 

페이커처럼 혜성처럼 강력한 슈퍼스타가 등장해 LCK의 전성기를 다시금 만들어 낼 수도 있겠지만 중국 팀과 비견될 정도로 엄청난 자본으로 팀을 운영하지 않는 이상 탑 플레이어들의 이적은 쉽게 피하기 어렵다. 

 

- 그렇다면 LCK와 LPL 중 어느 리그가 더 실력이 높을까

 

사실 이 부분은 개개인의 주관에 따라 다른 판단이 나올 수도 있고, 그만큼 많은 주장이 엇갈리는 논제이기도 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서로 다른 의견이 난립한다.

 

그러한 만큼 기자의 주관적인 의견임을 전제로, 재미 삼아 언급해 본다면(절대 무겁게 접근하지 말자. 그냥 의견이다) 2020년까지는 LCK의 약 우세, 그리고 2021년 부터는 LPL의 약 우세로 정리 해 볼까 한다. 그리고 이러한 LPL의 우세는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그 차이가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앞서 언급했던 국내 탑 티어 선수들의 이적 때문이다. 

 

2020년 역시 LPL이 리그 수준으로는 약 우세의 위치에 있었지만, 이 때는 완성형 담원이 있었다. 롤드컵 우승 팀을 보유한 일명 ‘황부리그’ 가 우세인 것은 당연한 사실인 법. 하지만 올 봄에 열린 인비테이셔널에서는(MSI) 중국 대표인 RNG가 담원을 3대 2로 꺾고 기선을 제압했다. 

 


 

현재 LCK는 10개 팀으로 운영되고, LPL은 17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전체적으로 LPL과 LCK의 상위권은 비슷한 수준이지만 중위권은 LPL이 더 탄탄하다. 이는 LPL의 순위 별 실력 편차가 보다 촘촘하기 때문이다. 또한 팀 수가 적은 만큼이나 LCK의 프론트 라인이라 할 수 있는 팀들에 비해 LPL의 상위급 팀들이 더 많다. 이렇듯 상위권 실력을 낼 수 있는 팀들이 많다 보니 이들 중 일부는 상위권으로, 나머지는 중위권으로 가는 구조다.

 

반면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 수나 수준은 LCK가 훨씬 양호한데, 허리 라인 이하 등수의 팀들은 국내의 하위권으로 분류되는 팀들과 비교해도 수준이 낮다. 이는 어쩔 수 없는 선수 수급 문제 때문으로 보인다.   

 


LPL 최하위권 팀들은 국내 2부리그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쨌든 LPL의 팀 전력 상승은 확실히 한국 선수들의 영향이 크기는 하다. 지금까지 LPL 리그에서 정규 시즌 및 포스트시즌 MVP를 받은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절반 정도가 한국 선수다. 숫자로 따지면 선발 선수들 중 20%도 채 되지 않는 한국 선수들이 절반 정도의 MVP를 가져갔다는 것 자체가 이미 한국 선수들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것 아닐까. 

 

2021년의 경우, 스프링 시즌 MVP는 올 시즌 한화에서 EDG로 이적한 바이퍼 선수가 차지했고, 서머 시즌 MVP는 펀플러스의 도인비 선수가 차지했다. 올 시즌 역시 정규시즌 MVP를 모두 한국 선수들이 차지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LPL과 LCK라는 리그 자체의 실력으로 본다면 올 시즌은 LPL의 약 우세가 점쳐지지만, 중국 대 한국의 구도로 접근한다면 한국의 실력이 중국을 압살하고 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부분이다. 

 

아쉬운 것은 롤드컵 외에 몇 년 마다 국가 대항전 형식의 대회가 있었다면 하는 것. 그랬다면 말 많은 중국을 정말 압살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일례로 거의 순수하게 자국인으로 채워졌던 롤드컵 초창기에는 중국이 명함 조차 내밀지 못했지 않은가. 

 

- 막간에 LPL 팀들의 상황을 살펴볼까…

 

적을 알고 나를 알면 경기가 더 재미 있는 법, 마지막으로 아마도 올 해 롤드컵에서 만나게 될 확률이 높은 현재 ‘잘 나가는’ LPL 팀들을 잠시 언급해 볼까 한다. 

 

재미 있는 것은 워낙 롤 판이 선수들의 기량 변동과 새로운 뉴 페이스의 등장으로 변화가 무쌍하다 보니 매년 쉴 새 없이 팀들의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중 하위권에 머물렀던 EDG는 바이퍼의 영입과 선수들의 성장이 어우러지면서 최상위권으로 올라섰고, RNG 역시 스프링 시즌 1위, 서머 시즌 페넌트레이스 4위를 차지했다. RA 또한 서머 시즌에서 3위를 차지하며 상위권으로 올라선 모습.

 

무엇보다 너구리를 영입한 펀플러스가 올 시즌 LPL 내 최강팀의 면모를 보이고 있다. 스프링 시즌에서 가능성을 보여주더니, 서머 시즌에는 당당히 페넌트레이스 1위를 차지했다. 현재 LPL 팀들 중 LPL 1시드로 롤드컵 출전이 가장 확실시되는 팀이며, 팀 컬러가 상당히 화끈한 작년 탑 이스포츠와 비슷한 느낌의 팀이다. 담원 이전인 2019년 롤드컵 우승 팀이기도 하다. 

 

 

 

그런가 하면 한국인 타잔 선수가 속한 LNG는 서머 시즌에서 깜짝 1위를 하는 등 초창기 잘 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아쉽게도 중위권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하지만 현재 플레이오프에서 전년도 롤드컵 준우승 팀인 쑤닝, 전년도 LPL 우승팀인 탑 이스포츠를 차례로 쓰러트리고 RNG와의 결전을 앞두고 있다. 

 

LPL의 경우 팀 수가 많은 만큼 플레이오프도 10위까지의 팀들이 치루게 되는데, 본선 플레이오프에서는 승자조 및 패자조로 구분되는 더블 엘리미네이션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한 번 졌다고 해도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는 편이다(다만 예선 플레이오프에서 패배 시는 탈락이다).

 

치열한 리그 내 순위 싸움을 증명하듯, 2020년에 롤드컵에 참가한 LPL 4개 팀들 중 이번에도 참가가 가능한 팀은 아마도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징동은 서머 시즌 하위권으로 밀려났고, 중위권을 유지하던 쑤닝도 플레이오프에 떨어지면서 가능성이 옅어졌다. 이는 작년 1위 탑 이스포츠도 마찬가지. 

 

4시드였던 LGD는 플레이오프 조차 진출하지 못했고, 올 시즌 획득한 포인트도 낮다. 현재 상황으로는 우승을 하던, 포인트를 획득하던, 선발전을 하던 간에 펀플러스와 EDG, RNG가 세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남은 한 자리를 탑 이스포츠나 LNG 및 기타 팀들 중 한 팀이 가져가지 않을까 싶다. 그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LNG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LPL 경기는 아프리카TV의 LPL 공식 방송국을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중요 팀들의 경기나 한국선수가 많은 팀의 경기들은 한국어 공식 중계도 진행된다. 그 밖에 ‘lpl.qq.com’ 등을 통해 중국어 중계를 시청할 수도 있다.      

 


LPL도 한국어 공식 중계를 한다는 것, 모르는 사람도 많았을 걸?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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