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8일 오전, 11월 7일부터 넷플릭스와 트위치에서 전세계 동시 공개될 예정인 '아케인(ARCANE)'에 대한 미디어 질의응답 행사가 진행됐다. 아케인은 라이엇 게임즈의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활용해 제작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트위치에서 독점으로 동시 중계되는 최초의 넷플릭스 시리즈이기도 하다.
이날 연사로는 아케인의 공동 제작자인 크리스티안 링케 PD와 알렉스 이 PD가 참여해 질의를 담당했다. 크리스티안 링케 PD는 플레이어 서포트 역으로 처음 라이엇 게임즈에 합류해 작곡, 각종 이벤트와 시네마틱, 챔피언 관련 업무를 담당하면서 11년간 라이엇 게임즈에 근무했으며 알렉스 이 PD는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게임 개발과 각본, 챔피언 컨셉 디자인 등에 관여하는 등 약 12년간 라이엇 게임즈에서 근무한 일원으로 두 PD 모두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토리 서사를 익히 알고 있다.
아케인의 공동 제작자인 두 PD는 e스포츠의 본고장이자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 기준이나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아케인이 공개된 후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기대가 된다며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을 비치기도 했다.
크리스티안 링케 PD
알렉스 이 PD
■ Q&A
- 아케인의 제작기간과 세계관 결정 논의
프로젝트 초창기부터 완성까지 6년이 걸렸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초반부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그림을 그려낼 것인지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지만 파일럿 제작과 시연 등을 거치면서 큰 프로젝트로 펼쳐나가야 한다고 결정하게 됐다.
- 작화 전반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에서 볼 수 있는 원화 스타일이 강하게 살아있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 화풍과는 다른 방향성인데 의도적으로 원화 느낌을 살렸나?
그렇다. 이런 느낌의 화풍을 상당히 오래 사용해왔기에 과거 뮤직비디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이번 아케인 역시 빅스크린의 시네마적 요소는 살리나 기존의 라이엇 스타일을 살리는 것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게임과 영화의 느낌을 모두 살리기 위한 선택이다.
-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주 인물은 바이와 징크스다. 그간 짧은 길이의 애니메이션 트레일러는 시도했지만 최초의 긴 서사를 가진 시즌제 애니메이션 포문을 여는 캐릭터로 이들이 선택된 이유는?
두 챔피언 모두 우리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챔피언이다. 이들을 제작하던 팀에서 함께 일했던 적이 있었고 가사를 처음으로 삽입한 곡을 활용했으며 우리가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판단할 수 있었던 뮤직비디오 주인공도 바이였기에 의미가 있는 챔피언이다. 징크스의 뮤직비디오 역시 아케인의 제작사인 포티셰와 함께 작업한 적이 있다. 또한 배경이 되는 필트오버와 자운이 주는 시각적·미각적 신선함을 고려한 결과다.
- 아케인의 주요 배경은 자운이다. 아이오니아와 녹서스 등을 제하고 왜 자운인가?
기점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다른 스토리나 세계와 연결하기 위한 시작점으로 사용하기 좋은 지역이 바로 자운이라 생각한다. 마법공학이 룬테라에서 탄생하게 된 배경을 보여주고, 일반인이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힘의 균형이 움직이는 계기가 되는 등 여러 기점이 될만한 부분들을 판단해 이 지역을 선택하게 됐다.
- 필트오버와 자운은 리그 오브 레전드 스토리 업데이트가 적었다. 아케인을 통해 두 지역 스토리의 대규모 업데이트가 진행됐다고 봐도 될까? 또한 아케인의 스토리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 스토리에도 적용이 되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케인을 준비하고 있었기에 회사 차원에서 두 지역의 업데이트를 지연시킨 부분이 있다. 필트오버와 자운의 스토리를 발전시키기에는 아케인이 공개되는 지금이 적기라 생각하며 이는 아케인 공개의 큰 목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좀 더 큰 규모의 스토리를 확장시켜 아케인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에도 스토리를 확장시키며, 조만간 다른 게임들에서도 이런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챔피언의 스토리는 항상 진화해왔고 이번에도 변화가 있겠지만 얼만큼의 변화가 가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미리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모든 것이 새로운 프로세스인만큼 결과를 보고 업데이트 범위의 여부를 정해야 하지 않겠나.
- 슈리마 등 리그 오브 레전드에 대규모 스토리 업데이트들이 진행되며 팬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런 지역들도 아케인과 같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수 있을까?
궁극적으론 그러길 바란다. 다만 지금은 아케인의 시즌제 공개를 앞두고 있으니 아케인 공개 후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며 판단해야 할 문제인 것 같다. 아케인의 공개 이후 이 방향성이 옳다고 판단되면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잘 진행된다면 녹서스와 데마시아, 아이오니아 등 룬테라 세계의 다양한 지역이 존재하니 앞으로 더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 아케인에만 등장하는 인물들이 있다. 이들이 실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으로 나올 수 있나? 가능하다면 어떤 인물이 챔피언으로 등장할 수 있는지?
아케인 제작 초창기에 충분히 고려한 부분이다. 최대한 많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들을 데려오고 싶었다. 팬들이 가장 좋아하는 챔피언이 나올 수 있게끔 하는 것도 중요했지만 동시에 아케인의 세계관을 가능한 풍성하게 만들기 위해 비 챔피언 캐릭터들이 등장했다. 챔피언과 비 챔피언 등장인물의 관계에 대해 많은 고민이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챔피언이 아닌 등장인물 역시 잘 살려냈다고 생각한다. 라이엇 게임즈로부터 비 챔피언 캐릭터가 챔피언으로 출시되어야 한다는 압박이 있지는 않았으나 기회는 열려 있다. 이런 캐릭터들 중 챔피언으로 추가될만한 캐릭터라면 멜이 좋은 후보라 생각하나, 아케인과 리그 오브 레전드에서 캐릭터를 만드는 접근법에 차이는 있다.
- 스토리 흐름이나 담음새를 보면 게임을 홍보한다기보단 MCU처럼 제작되고 어벤저스처럼 팀업 컨텐츠로 확장될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케인의 제작 계기와 최종 비전은 어떻게 되나?
아케인을 제작하며 마블에서 큰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목표적으로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엔 어렵다. 개인적으로 리그 오브 레전드 IP는 살아있는 동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 챔피언과 챔피언 출신지의 관계를 따질 때 어느 한쪽이 중요하다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MCU를 여기에 대입해보자면 챔피언을 중심으로 세계가 변화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결말이 존재하지만 리그 오브 레전드는 동적인 세계를 다루면서 힘의 균형도 변화하고,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이어가야 하기에 아케인을 통해서 어떠한 피날레나 결말을 장식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아케인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것은 모든 플레이어나 논 플레이어 시청자들이 아케인을 시청하며 함께 즐길 수 있는 순간을 만드는 것에 있다.
- 게임을 잘 알고 있는 입장에선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논 플레이어가 몰입할 수 있는 요소라면?
제작 초창기부터의 목표가 게이머들이 만족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면서 동시에 리그 오브 레전드를 플레이하지 않더라도 아케인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을 예시로 들자면 수많은 사람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고 있지만 가까운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사람이 많지 않다. 챔피언도 많고 복잡한 게임이었던 리그 오브 레전드가 아케인을 통해 친구나 가족들에게 이런 게임이라며 공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제작 과정에서 게이머와 논 플레이어 모두가 박진감을 느끼며 즐길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이런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성공전략 중 하나로 라이엇 게임즈에 참여했던 사람과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잘 아는 사람 외에도 외부 전력들을 많이 협업에 참여시키면서 균형을 잡기 위한 노력을 했다.
- 게임 내 챔피언의 성우가 한국어 더빙을 하면 몰입감이 높을 것 같은데?
각 지역별 더빙이 상당히 중요하고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라이엇 게임즈에서 더빙 작업을 진행할 때 한국, 중국, 남미 등 각 지역에 고품질의 더빙을 제공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한국의 경우 아케인 성우 선별에 있어 게임과 동일한 성우를 사용한다는 것이 기준은 아니었다. 스토리나 캐릭터 특성에 부합하는 성우를 선택했으며 징크스, 제이스의 경우 한국 서버와 동일한 성우가 역할을 맡았다.
- IP 확장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고른 이유와 시너지에 대해
리그 오브 레전드 자체도 애니메이션을 기반으로 제작된 것을 알 것이다. 애니메이션은 가장 자연스러운 스토리 진행 형식이라 생각해 채택하게 됐다. 전체적인 생동감을 애니메이션으로 녹여내기에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협업을 해왔던 포티셰는 작화 품질이 상당히 뛰어나고 느낌을 잘 살려줬기에 파트너로 선택하게 됐다. 시너지라면 큰 프로젝트 창작물인 아케인이 내부적으로도 각 게임들과의 연관성을 어떻게 이을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으나 이 역시 공개된 이후의 반응을 보아 판단할 문제인 것 같다.
- 애니메이션 외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IP 컨텐츠의 확장 분야가 있는가?
당연히 이외의 방식으로도 스토리텔링을 하려는 생각은 가지고 있다. 다만 지금은 아케인에 집중하고 싶으며, 라이브 액션 형식으로 구현하는 등의 확장은 원대한 꿈이자 먼 미래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 넷플릭스같은 OTT만 아니라 극장판 계획도 있나? 유력 IP 파이널판타지가 극장판으로 실패한 적 있다. 만약 극장판을 제작한다면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성공할 자신이 있는지?
자신은 없다. 우리는 아케인을 TV쇼와 영화 중 어떤 방식으로 만들 것인지 결정할 때 형식을 먼저 고른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야 스토리텔링에 좋을 것인지를 결정했다. 아케인은 시즌제 에피소드 형식이 가장 적합하다 판단해 넷플릭스를 택한 것이며 향후 스토리텔링을 펼쳐나가면 영화의 형식으로 제작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에피소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면 에피소드의 형식으로, 1시간 30분 내외의 압축된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면 영화 형식으로 제작할 길은 열려있지 않나 싶다. 이 또한 아직은 배워가는 과정이므로 아케인 공개 후의 피드백을 들으며 결정해야 하지 않겠나. 물론 아케인도 큰 스크린으로 감상할 여건이 된다면 그렇게 해보기를 추천한다.
- 아케인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아케인은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라고 딱 정해주기보단 무엇이 옳은가에 대한 질문에 집중했다. 필트오버와 자운이란 두 지역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립구도의 사회에 서로 다른 쪽에 있는 사람들은 대화가 성립하기 어렵다. 상대의 관점이나 지식에 대해 알지 못하면 쉽게 상대방을 증오하게 되는데, 현재 세계 어느 곳을 보더라도 양극화가 심해져 상대방에게 너무나 쉽게 꺼지라는 태도를 취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 배우자가 정치적으로 다른 신념을 가졌을 때 어떤 변화와 결과가 있을까? 등 현실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들로 방향성을 잡아 제작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