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변이 일어났다. 누구나 낙관적인 승리를 예상했던 디플러스 기아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패하며 플레이오프 탈락을 확정지었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2라운드로 진출하면서 한화생명e스포츠는 젠지와, kt롤스터는 T1과의 2라운드 매치가 성사됐다(T1이 상대로 kt롤스터를 지목).
일각에서는 T1이 속된 말로 ‘쫄아서’ 한화생명e스포츠를 피했다는 설이 돌고 있는데, 사실 그렇지는 않다.
물론 유일하게 정규 시즌에서 자신들과 동수를 이룬 한화생명e스포츠를 상대하기가 거슬리기는 했겠지만 그보다는 여러 전문가들(심지어 중국 전문가들까지) 중 단 한 명도 한화생명e스포츠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는 상황에서 T1도 디플러스 기아의 진출을 낙관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플러스 기아보다는 kt롤스터를 미리 점 찍어 둔 것이고, 실제로 kt롤스터와는 스크림 경기를 전혀 하지 않았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미 kt롤스터 쪽으로 선택이 결정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2라운드에 올라온 상대가 한화생명e스포츠다. 만약 올라온 팀이 리브 샌드박스였다면 T1도 나름 고민을 했겠지만 굳이 한화생명e스포츠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어쨌든 어제 경기는 사실상 디플러스 기아가 못 했다기 보다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정신 무장이 잘 됐던 경기였다. 지난 경기 분석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1경기 보다는 변수가 많을 수 있는 경기였고, 리브 샌드박스와 달리 한화생명e스포츠는 높은 체급으로 인해 승리 가능성이 있었다.
1세트 경기 결과도 좋았다. 결국 한화생명e스포츠는 풀 세트 접전도 아닌, 3대 1이라는 여유로운 스코어로 승리를 했고, 심지어 3세트는 역전승을 이루어 냈다. 물론 2라운드에서도 이러한 성적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이지만 말이다.
역시 체급의 한화생명e스포츠!
덧붙여 3월 22일, 투표에 의해 스프링 시즌 올프로 팀이 발표됐다. 하지만 다른 어느 시즌보다도이번 시즌의 올프로 팀 구성에 대한 이견이 많은 느낌인데, 이러한 만큼 게임샷에서도 나름의 취향에 따라 스프링 시즌의 올프로 팀을 구성해 봤다.
참고로 공식적인 올프로 팀 선정은 지금까지의 전례를 보면 선수 실력만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지명도나 기타 여러 부분을 종합하는 경향이 강하다. 예를 들어 비슷한 성적을 거두었다면 상위 팀(심지어 조금 쳐지는 상황이라도 상위팀을 우선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인기 팀이나 유명 선수에게 조금 더 가중치를 두는 식으로 말이다.
덕분에 선수의 실력과 상관없이 1위 T1과 2위 젠지 선수 중심의 다소 클래식한 선수 구성이 이루어졌다.
이는 실제로 투표를 하는 이들이 해설자나 팀 관계자 등 어느 정도 이러한 부분에 신경을 쓰는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러한 만큼 게임샷의 올프로 팀 선정은 나름의 차별성을 두기 위해 지명도나 팀 성적 등을 배제하고 순수 실력을 기반으로 결정했다.
또한 하위 팀 선수에게 더 가중치를 뒀다. 좋은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보다 그렇지 못한 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더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세부 지표 역시 하위 팀 선수가 상위 팀 선수보다 수치적인 손해를 볼 수밖에 없기에 단순 참고용으로만 활용했다.
이 때문에 공식적인 올프로 팀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데 진지하게 접근하기 보다는 재미 삼아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 보기를 권한다.
- 올프로 퍼스트 팀
공식 올프로 퍼스트 팀
탑 – 기인
정글 – 캐니언
미드 – 페이커
원딜 – 바이퍼
서폿 – 케리아
사실 상 서폿과 미드에 대해서는 선발된 올프로 퍼스트 팀과 의견의 차이는 없다. 두 선수 모두 확실한 활약을 한 선수이고, 페이커의 경우는 T1이 아니고 다른 팀 소속이라고 할지라도 충분히 이 정도 활약이 가능했다. 케리아는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이견이 없는 퍼스트에 선정됐다.
탑 라이너는 다소 여러 의견이 있을 것 같은데, 제우스와 도란, 기인 중 많은 고심 끝에 기인을 선택했다. 기인은 기복 없는 꾸준한 플레이가 강점이며, 제우스와 마찬가지로 kt롤스터 운영의 핵심적인 선수다. 제우스와 달리 팀의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하면서도 이 정도 성과를 낸 점에서 대단한 활약을 했다고 생각한다.
기인은 kt롤스터 돌풍의 일등 공신이다
정글은 캐니언을 선정했다. 사실 캐니언은 2라운드 들어 폼이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디플러스 기아가 칸나와 쇼메이커의 폼이 하락해 팀 전력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에서 고군 분투하며 최소한의 선을 만들어 준 일등 공신이다.
저 자리에 다른 정글러를 넣었다면 과연 그 정도 해 줄 수 있었을까 하는 점을 생각해 보면 캐니언 밖에 답이 없었다. kt롤스터의 커즈와 캐니언 중 마지막까지 가장 많은 고민을 했지만 캐니언이 조금 더 빛나 보였다.
사실 정글러는 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포지션이다. 팀 전력이 좋으면 정글러의 능력도 상승하고 전력이 엉망이라면 아무리 메이킹을 잘 해도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순수한 자체 능력을 평가하기가 대단히 힘든 포지션이다.
마지막으로 원딜러는 데프트와 바이퍼 사이에서 많은 고민을 했으나 바이퍼로 선정했다. 올타임 퍼스트에 선정된 구마유시는 좋은 팀, 그리고 최고의 서포터와 함께 한 덕을 톡톡히 본 선수이고 순수 실력만 본다면 그만큼 평가가 내려갈 수 밖에 없다.
박도현님이 없었다면…
실제로 전 세계 각 팀 팬들에게 구마유시와 바이퍼 중 자신의 팀이 어떤 선수를 영입했으면 하는지를 묻는다면 아마도 상당수가 바이퍼를 택하지 않을까 싶다.
페이즈 역시 젠지라는 팀 내에서 선배 선수들이 상당한 케어를 해 준 덕을 많이 봤다. 젠지의 경기 중계 중 ‘그 동안 형들이 많이 도와줬으니 이번엔 페이즈 선수가 해줘야죠’ 라고 했던 멘트가 인상적인데, 그 정도로 다른 선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 엄밀히 말해 바텀에 페이즈 대신에 데프트나 바이퍼가 들어갔다면 전력은 더 상승했을 것이다.
바이퍼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후반 캐리력이다. 또한 서포터들 중 하위권에 속하는 라이프와 듀오를 이루면서도 이 정도 성과를 냈고, 팀 웍이나 오더가 하위권에 속하는 한화생명e스포츠 소속이면서도(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디플러스 기아를 잡고 승리하는 이변을 만들어 냈음에도) 꾸준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바이퍼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 올프로 세컨드
공식 올프로 세컨드 팀
탑 – 제우스
정글 – 커즈
미드 – 쵸비
원딜 – 데프트
서포터 – 켈린
보는 관점에 따라 기인과 자리 바꿈을 해도 무관한 실력을 보여 준 제우스는 세컨드 팀에 들어갈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 이상의 대안은 없다.
커즈는 성과 면에서 본다면 스프링 시즌 최고의 정글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앞서 언급했듯이 캐니언은 무너져 가던 디플러스 기아를 지탱해 준 성과가 크다고 생각하기에 커즈를 세컨드 팀에 선정했다.
미드의 경우 쵸비와 제카 중 고민을 했지만 사실 상 올 시즌은 쵸비가 보여준 것이 더 많았다. 물론 제카가 한화생명e스포츠라는, 준 막장 팀에서 제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했던 것도 맞지만 나름 팀의 지원을 많이 받았다는 것도 간과하기 어렵다.
데프트와 켈린은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줬다. 생각보다 이번 올프로 팀 선정 과정에서 데프트가 세컨드 팀에 선정된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데프트는 중위권과 상위권을 오가던 디플러스 기아에서 지표상으로도 최상위권을 기록한 선수이고 작년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2라운드 중반까지 바이퍼와 더불어 각종 지표를 독식했다
화려한 플레이가 없을 뿐 올 시즌 최상위권의 원딜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간간히 보이는 던지는 플레이가 없었다면 퍼스트 팀에 올라도 될 만한 선수다.
케리아라는 독보적인 서포터를 제외하면 사실 다른 서포터들의 실력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그나마 켈린을 세컨 팀에 포함시킨 이유는 상대적으로 실수가 적으면서도 무난한 플레이를 잘 하기 때문이다.
- 올프로 서드
공식 올프로 서드 팀
탑 – 도란
정글 – 윌러
미드 – 제카
원딜 – 에이밍
서포터 – 리헨즈
도란이 서드 팀에 들어가는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기인과 제우스 도란이 보여 준 실력은 큰 차이가 나지 않을뿐더러 개개인의 호불호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을 정도로 크지 않은 수준이다. 이들과 다른 탑 라이너들의 실력 차이가 생각보다 크기도 하다.
다만 선수 자체의 메이킹 능력이나 캐리력에서 기인이나 제우스가 조금 더 우세한 측면이 있고, 라인전 능력이 두 선수에 비해 다소 부족해 서드 탑 라이너로 선정했다.
윌러의 서드 선택은 이견이 상당히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오너는 최고의 팀에 속해 있어 많은 시너지를 받은 선수인데 반해 윌러는 약체 팀으로 분류되었던 리브 샌드박스의 돌풍을 만든 핵심 선수라는 차이가 컸다. 어찌 보면 팀 보정을 가장 크게 받은 선수가 윌러이고, 팀 보정으로 가장 많이 깎인 선수가 오너다.
윌러는 이제 잘 하는 선수다
사실 이번 올프로 선정에 가장 의아하게 생각될 부분이 바로 정글러 포지션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앞서 언급했듯이 정글러의 성과는 팀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고 이러한 팀 전력에 따라 같은 행동을 했어도 성공 또는 실패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조금 다른 각도에서 평가를 하다 보니 일반적인 순위와는 많이 다른 결과물이 나오게 됐다.
원딜의 경우 구마유시와 에이밍 두 선수 사이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 그럼에도 에이밍으로 선택을 한 이유는 T1에 구마유시가 아닌 다른 올프로 원딜들을 넣어도 그에 준하는, 또는 그 이상의 결과물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kt롤스터에 에이밍 대신 구마유시가 속해 있었다면 과연 kt롤스터가 이 정도 성적을 낼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에 확실하게 OK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참고로 젠지의 페이즈는 올프로 구성에 1%도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더 경험을 쌓아야 할 선수다. 다른 팀에 있었다면 아마도 지표가 바닥을 쳤을 것이다. 전문가의 올프로 팀 선정에서 가장 납득이 되지 않는(정말 죽어도 납득이 안된다) 순위다.
젠지 팬들을 제외하고 현 실력으로 페이즈와 바이퍼 중 어느 선수를 자신의 팀에 넣을까를 고민한다면 적어도 95% 이상은 바이퍼를 선택하지 않을까. 공식적인 올프로 팀 투표진을 제외한 LOL 관련 어느 커뮤니티에서도 페이즈를 찬양하는 글은 보기 어렵다. 반대로 바이퍼의 올프로 팀 미 선정에는(정글러 커즈를 포함해서) 많은 이들이 올프로 팀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헨즈는 작년보다 실력이 다소 하락한 듯 하고 특유의 참신함도 많이 사라졌지만 그나마 케리아를 제외하면 서포터 기근 상태인 LCK에서 나름 준수한 활약을 한 선수다.
다만 간간히 모험적인 픽을 구사하는데 이것이 생각보다 잘 먹히지 않는 경우가 많고(서포터의 신세계를 열었던 캐리아나 하이머딩거를 잘 소화해 냈던 베릴과는 다르다) 간간히 뇌절 플레이가 나온다는 점에서 보다 안정적인 켈린에 이어 3위 팀에 선정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