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펼쳐진 젠지와 디플러스 기아의 2라운드 1경기는 모두의 예상대로 젠지가 디플러스 기아에게 승리하며 가장 먼저 승자전에 진출했다.
디플러스 기아 입장에서는 상당히 아쉬운 경기였다. 승기가 짙던 3세트에서 아쉽게 역전패를 했고, 5세트에서도 우세인 상황에서 한없이 움츠러들며 3용 상태임에도 2용을 그냥 헌납하는 이해할 수 없는 운영 끝에 결국 5세트를 패배했다.
젠지 역시 석연치 않은 숙제를 남기게 됐다. 생각보다 바텀 라인의 순수 전력이 높지 않다는 것이 드러난 경기였기 때문이다. 결국 상체에서 이득을 확실하게 얻지 못하면 경기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게 된 셈이다.
상체에서 이득을 얻지 못하자 바텀에 대한 지원이나 시너지도 크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에서 순수한 실력 대 실력으로 붙은 바텀 대전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압승을 하는 상황이 연출됐다.
경기에서 페이즈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반대로 에이밍은 펄펄 날았다. 특히나 5세트에서는 교전 시마다 사망하면서 디플러스 기아가 승기를 잡는데 일조했다. 기인의 슈퍼 플레이와 쵸비의 신들린 탈리아 궁 활용이 아니었다면 5세트에서 디플러스 기아가 승리를 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심지어 경기 총합 딜량 역시 원딜과 미드를 통틀어 최하위 수준을 기록했다. 올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친 바이퍼를 밀어내고 올프로 퍼스트에 선정된 선수의 결과물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다. 감독과 선수들의 관행과 같은 형식적인 투표가 얼마나 실제와 동떨어진 상황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올프로 선정은 차라리 없애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금일 진행되는 2라운드 2경기 역시 오후 5시부터 시작되며 5판 3선승제로 경기가 진행된다. 승리팀은 승자조로 진출해 젠지와 결승전 진출을 놓고 경기를 펼치게 되며, 패배한 팀은 패자전으로 내려가 디플러스 기아를 상대하게 된다.
- T1 전력 분석
스프링 시즌 시작 전에는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23시즌 롤드컵 우승팀의 면모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됐던 T1은 시즌 첫 경기에서 젠지에게 패했고, 2라운드에서는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에게도 패하면서 현재 우승에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나 2라운드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패하며 이제는 결승전 진출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1라운드에 비해 2라운드의 경기력이 다소 떨어진 상태이며, 제우스와 오너의 실력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그나마 페이커와 케리아는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구마유시의 저점이 지속되고 있어 안정적인 전력이라고 하기에 무리가 있는 상황이다.
- 한화생명e스포츠 전력 분석
1라운드에는 다소 실망스러운 모습을 많이 보여주면서 기대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지만 2라운드에서는 젠지에게만 패했을 뿐 모든 경기를 승리하며 점점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나 현재 LCK에서 가장 강력한 원딜러 바이퍼를 보유하고 있다 보니 이번 14.6패치의 가장 큰 수혜를 받는 팀으로 평가받고 있기도 하다.
물론 아직도 문제는 있다. 갈수록 폼이 하락중인 도란의 상태도 그렇고 고점과 저점을 넘나드는 제카의 플레이도 문제다.
그나마 제카는 최근 들어 저점이 나오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줄었고, 피넛 또한 점점 좋아지고 있지만 도란은 플레이오프 들어 폼이 더더욱 하락한 느낌이다.
- 양 팀 전력 비교
1라운드 기준으로는 분명 T1이 한화생명e스포츠보다 전력이 좋은 팀이었다. 하지만 2라운드만 놓고 본다면 한화생명e스포츠가 T1보다 나은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2라운드 성적도 그러하고 플레이의 세세적인 부분 또한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팀은 상당히 비슷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으며, 실제로도 그러한 양상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한 만큼이나 앞서 언급했던 T1의 제우스와 오너, 그리고 한화생명e스포츠의 도란과 제카의 플레이가 어떠할 지에 따라 승패가 결정되지 않을까 싶다.
상체는 T1이 한화생명e스포츠에 비해 우세하다. 아무리 제우스의 최근 폼이 떨어졌다고 해도 도란은 이보다 더 심각한 상태다. 제카와 페이커의 비교 역시 현재 폼으로는 페이커가 우위에 있다.
플레이오프에서 피넛이 좋은 활약을 하고 있기는 하나 피넛 또한 간간히 저점 플레이가 나오는 만큼 안정감 면에서 의문 부호가 따른다. 다만 오너의 폼이 아직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반면 바텀은 한화생명e스포츠가 우세하다. 최고의 서포터인 케리아가 버티고 있는 T1의 바텀도 쉽게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현재 바이퍼의 분위기가 너무나 좋다.
여기에 이번 14.6패치의 핵심 챔프인 제리의 경우 바이퍼는 능숙하게 사용이 가능하지만 구마유시는 제리의 선택이 곧 필패라는 인식이 있을 정도로 제리의 숙련도가 매우 떨어진다.
지난 광동 프릭스 전에서도 바이퍼는 능숙한 제리 숙련도를 보여줬다
그나마 구마유시가 징크스를 잘 다루기는 하지만 바이퍼는 14.6패치의 수혜를 받은 원거리 챔프들을 모두 잘 한다. 심지어 딜라이트의 이니시 능력이 최근 물이 오른 상태다.
다만 경기 내에서 케리아가 얼마만큼의 존재감을 보여주는가에 따라 바텀의 전력 차이가 줄어들 만한 여지는 충분히 존재한다.
현재 각종 베팅 사이트들의 배당 비율을 살펴보면 대략적으로 T1이 1.4~1.5, 한화생명 e스포츠가 2.5~2.7 정도의 배당률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두 팀의 차이가 과연 이 정도인가 하는 부분에서는 의문이 남는다.
물론 다전제 상황에서는 T1에게 보다 신뢰가 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객관적인 전력 지표상으로 현재 두 팀의 전력은 비슷한 수준이거나 한화생명e스포츠가 조금 더 앞서 있는 상태다.
사실상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은 매치에서 이 정도의 차이가 난다고 보기는 어렵다. 두 팀 모두 고점과 저점을 오가는 플레이어들이 존재하고 있고, 일부 선수는 폼 회복이 되지 않아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당일 컨디션이 승패에 지대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의미이며, 그러한 만큼 양 팀 모두 반반 정도의 승리 확률을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결코 T1이 우세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 실제 경기 분석
앞서 언급했듯이 이 경기는 여러 부분을 종합했을 때 비슷한 전력으로 평가되는 두 팀 간의 경기다. 그러한 만큼이나 어느 팀이 승리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풀 세트 접전까지는 가지 않을 듯 보인다. 어느 팀이 승리하던 3대 1 정도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막상 경기가 진행되면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폼이 더 불안한 팀이 존재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렇지 않은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한 쪽으로 무게 추가 기울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상 어떠한 전술이 효과적이거나 그러한 부분은 크게 영향이 없을 듯하다. 두 팀 모두 현재 널뛰기 경기력을 보이는 선수도, 폼 하락이 큰 선수도 많기에 이번 경기에서 이러한 선수가 더 적은 쪽이 승리를 거머쥐지 않을까 싶다.
물론 이는 분석과는 거리가 먼 부분이기에 어떤 팀의 승리 가능성이 더 높다고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굳이 한 팀을 선택해야 한다면 현재 조금이라도 더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팀을 선택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이에 부합되는 팀은 한화생명e스포츠다.
마지막으로 이 경기에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패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낙심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패자전 상대로 만나게 될 디플러스 기아에게 두 팀이 패할 확률보다는 승리할 가능성이 훨씬 더 높고, 현실적으로 최종전에 젠지보다는 금일 상대하는 팀이 내려올 확률이 보다 높기 때문에 리턴 매치에서 승리하면 되기 때문이다.
혹 젠지가 패해 최종전에서 만나게 되더라도 오히려 금일 상대한 팀보다 더 약한 팀을 만나게 되는 셈이니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고 말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