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는 팀 리브랜딩 이래 처음으로 LCK 서머 시즌에서 우승하며 축포를 터트렸다. 하지만 그 축포가 너무 과했을까. e스포츠 팀의 우승 광고가 종이 신문 지면에 거창하게 나왔을 정도로 대외적인 체면 치례(사실 LOL e스포츠 팬들 중 종이 신문의 광고를 실제로 볼 이들이 극소수일 것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팬들을 위한 것이 아닌 체면 치례가 맞는 것 같다)를 했음에도 결국 롤드컵에서는 실망스러운 결과를 안고 시즌을 마감했다.
젠지와의 리턴 매치에서는 1승 2패로 패했고, BLG와의 1시드 간 대결에서도 3대 1로 무릎을 꿇었다. 적어도 몇 수 아래 전력으로 평가받는 FLY에게조차 간신히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물론 젠지 역시 FLY에게 고전했던 만큼 사실상 FLY가 LCK 팀에게 강했다고 생각해도 무방하지만 롤드컵에서 올린 승리 또한 다른 리그와의 경기였고, LCK 및 LPL 팀에게는 사실상 롤드컵에서 모두 패했다.
젠지에게 승리하고 서머 시즌 우승을 한 자체가 단 한번의 인생 경기의 결과에 의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LCK 1시드 팀이지만 롤드컵에서는 전혀 1시드 팀 답지 않았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 확실히 문제는 탑이다
이처럼 한화생명e스포츠의 올 시즌 전력은 사실상 T1은 물론이고 젠지에게도 밀린다는 것이 현실적인 평가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에는 도란의 실력 저하와 더불어 코칭스태프의 역량 부족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사실 도란은 올 시즌 팀 내에서 ‘미끼’의 역할을 담당했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레이 자체가 워낙 기복이 심하고 충분히 자원을 먹어도 캐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자연스럽게 아군의 턴을 벌어주는 역할이 고정됐다.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그나마 이러한 턴을 벌어주는 역할은 나름 나쁘지 않은 평가를 받았지만(물론 잘 죽기도 했다) 결론적으로 상체 메타에서 탑의 존재가 거의 사라지다 보니 상체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서머 시즌 결승전 역시 3,4세트에서 젠지가 무리한 탑 다이브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그러한 만큼이나 25시즌에는 도란 대신에 다른 선수를 영입하자는 의견이 상당히 많은 모습이다.
물론 도란을 믿고 1년 더 데리고 가는 상황이 나올 가능성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미 도란의 멘탈 역시 어느 정도 데미지를 입은 상황에서 사실상 도란을 25시즌까지 데리고 간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 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심지어 현재 많은 탑 선수들이 FA로 풀린 상황이다. 제우스와 기인 같은 최상급 선수부터 더샤이나 킹겐 등 A급 선수들까지 다수의 선수들이 계약 가능한 상태에 있다.
다만 더샤이나 킹겐 등은 사실상 한화생명e스포츠의 영입 고려 대상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보다는 기인이나 제우스 등을 영입해 제대로 된 ‘슈퍼 팀’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제우스의 경우는 T1과의 재계약이 변수다. 다만 FA로 나올 가능성이 낮은 것은 아니다. 이미 지난 시즌 장기 계약을 하지 않은 것도 그러하고 T1에서 두 번이나 롤드컵 우승을 이뤄낸 만큼 새로운 환경에서 플레이를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을 확률도 높다.
기인의 영입은 조금 더 가능성이 높다. 다음 시즌에는 사치세가 제대로 적용되기 때문에 상위권 팀들의 경우 적지 않은 사치세를 부담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젠지가 기인의 연봉을 더 올려줄 리도 만무하고(심지어 이제는 페이즈를 저렴한 연봉으로 쓸 수도 없다), 모든 선수들이 FA로 풀리는 젠지의 상황을 감안하면 젠지의 전력이 올 시즌보다 하향될 가능성도 높다.
기인의 영입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반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충분한 자본이 있다. 그만큼 머니 대결에서 충분히 우위에 설 만하고 기인만 와 준다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제대로 된 슈퍼팀이 만들어진다
심지어 기인은 젠지에 1년만 몸 담았던 선수다. 팀 자체나 인간 관계로 인해 젠지를 떠나는 것에 대해 거리낌이 없다. 그만큼 한화생명e스포츠의 영입 의지만 있다면 영입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 팀의 핵심 자원 바이퍼의 행보는?
사실 이러한 슈퍼 팀의 존재는 바이퍼가 한화생명e스포츠에 잔류한다는 가정 하에 성립한다. 물론 바이퍼가 팀을 떠난다고 해도 룰러라는 차선책이 있기는 하지만 챔프폭이 넓기로 유명한 바이퍼의 존재는 내년부터 도입될 ‘피어리스’ 밴픽 시스템 하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일 수밖에 없으며, 상체에 많은 힘을 투자하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플레이 스타일에도 바이퍼가 더 잘 맞는다.
현재로서는 바이퍼가 LPL로 갈 일은 없어 보인다. 아직 병역 의무가 남아 있는 바이퍼 입장에서는 26년 아시안 게임에서 병역 면제를 노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LCK 잔류가 필수적이다. 여기에 LPL 역시 최근 많은 팀들이 운영비를 줄이고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몸값이 비싼 바이퍼를 영입할 만한 팀도 사실상 전무하다.
현재 바이퍼의 몸값을 감당할 수 있는 팀은 LCK에서도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이 거의 유일하다. 또한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우 바이퍼가 남기를 원한다면 무조건적으로 재계약을 해 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바이퍼가 타 팀으로 간다는 것은 사실상 T1으로 간다는 의미다. T1이 영입 의사가 있다면 바이퍼의 T1 행도 충분히 현실성 있는 이야기다. 심지어 상당수의 T1 팬들도 바이퍼의 영입을 바라고 있는 상황이고, 바이퍼의 플레이 스타일 또한 T1과 잘 맞는다.
연봉이 높은 것이 흠일 뿐 바이퍼는 최고의 선수다 (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여기에 바이퍼 역시 T1이라는 팀 자체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26년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대표로 선발되는 데는 T1에 속해 있는 것이 대표 선발에 보다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T1이 충분히 돈을 쓴다는 가정 하에, 그리고 바이퍼가 팀을 떠날 의사가 있다는 가정 하에 가능한 이야기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한화생명e스포츠 잔류 가능성이 보다 높기는 하나 T1행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이야기다.
덧붙여 현재 한화생명e스포츠 보드진의 교체가 일어날 지도 관심이 가는 부분이다. 작년과 올 시즌 한화생명e스포츠의 행보를 보면 밴픽에 아쉬움이 상당히 많기도 했고 좋은 재료로 훌륭한 요리를 만들지 못한다는 인상도 상당히 강했다.
2년 간의 행보에 긍정적인 부분이 부족하다면 코칭스태프 교체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 사실상 새로운 선수의 영입도 중요하지만 보드진의 교체 역시 이번 스토브 리그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라 할 수 있다. 만약 내년에도 변화가 없을 경우 올 시즌과 비슷한 모습이 나올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 결국 한화생명e스포츠는 어떠한 그림을 그리게 될까
한화생명e스포츠는 사실상 세 명의 선수가 25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만큼 다른 상위권 팀들에 비해 스토브리그의 변수가 적은 편이다.
가장 문제되는 포지션인 탑과 함께 최인규 감독 역시 올 시즌으로 계약이 만료되기 때문에 다른 선수 및 감독을 영입하기에도 좋다. 바이퍼의 계약이 끝나기는 하지만 높은 몸값으로 인해 다른 팀에서 영입을 하기도 어렵다. 올 시즌 확실한 팀 전력을 보여 준 만큼 최상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도 긍정적인 부분이 많다.
현재 스토브리그의 상황이 가장 좋은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바이퍼를 잔류시키고 탑에 기인이나 제우스만 영입할 수 있다면, 그리고 팀의 전력을 제대로 뽑아내 줄 코칭스태프까지 확보한다면 25시즌의 한화생명e스포츠는 정말 상당히 강한 팀이 될 수밖에 없다.
다만 단 시일 내에 스토브리그가 끝날 것 같지는 않다. 만약 올 시즌 멤버 그대로 갈 예정이고 바이퍼 역시 확실하게 한화생명e스포츠 잔류를 선택했다면 충분히 빠른 재계약이 되었을 것이지만(감독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아무런 이야기가 들리지 않는 것을 생각하면 탑과 감독 자리의 새로운 영입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바이퍼 역시 아직까지는 온전히 행보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듯 보인다. 현재로서는 선수들이 FA로 풀리는 11월 19일 이후에나 확실한 조각이 맞추어질 것으로 생각되며, 아마도 바이퍼의 재계약과 더불어 기인과 새로운 감독을 선임하는 형태로 25시즌을 맞이할 가능성이 높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