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은 지난 19일 주식회사 니폰이치소프트웨어의 시뮬레이션 RPG '팬텀 브레이브+팬텀 킹덤 컬렉션'을 닌텐도 스위치용 소프트로 출시했다고 밝혔다.
팬텀 브레이브+팬텀 킹덤 컬렉션은 이름처럼 니폰이치소프트웨어의 PS2용 시뮬레이션 RPG 팬텀 브레이브와 그 속편인 팬텀 킹덤을 담은 합본 버전으로, 하라다 타케히토가 디자인한 개성적인 화풍과 매력적인 캐릭터, 시리즈 특유의 높은 자유도와 참신한 시스템 등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타이틀이다. 해당 합본 타이틀에는 각각 엑스트라 시나리오인 또 한 명의 마로네, 팬텀 킹덤에는 아빠는 최강 마왕 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쪽은 본편을 클리어 한 이후 플레이 하는 것을 추천한다.
여담으로, 팬텀 시리즈의 정식 후속작인 팬텀 브레이브 유령선단과 잃어버린 영웅 또한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을 통해 정식 한국어판으로 만나볼 수 있을 예정이다.
■ 빙의 타이밍이 중요, 팬텀 브레이브
팬텀 브레이브는 지난 2004년 PS2에서의 첫 출시 이후 닌텐도 스위치까지 다양한 플랫폼에 전개된 시뮬레이션 RPG로 악령 빙의자라는 멸칭으로 불리며 주변 사람들로부터 기피와 멸시의 대상이 된 소녀 마로네와 영혼(팬텀) 상태로 그녀의 곁에 머무는 애쉬의 만남, 그리고 우정을 테마로 한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플레이어는 방대한 양의 무기와 스킬, 캐릭터를 조합해 편성한 유닛을 맵 상의 물체에 빙의(컨파인)시켜 싸우는 것을 기반으로, 들어 올린 캐릭터나 물체를 무기로 사용할 수 있고 적 유닛을 장외로 던져버려 소멸시키는 등 무엇이든 가능한 높은 자유도의 시스템, 랜덤 던전 및 육성과 같은 파고들기 요소가 특징적인 타이틀이다.
스토리에서는 정말로 마주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팬텀을 동료로 삼는 마로네를 악령 빙의자라고 혐오하거나, 아직 몰라서 우호적이었다가 소문을 듣고 혐오하게 되거나, 마로네가 사는 렌탈 섬으로 병 우편을 통해 험담을 하는 등 마로네가 처한 상황을 플레이어도 알기 쉽게 체감할 수 있다. 주요 의뢰를 받으면 렌탈 섬에서 해당 의뢰처로 찾아가게 되고, 이 때 데모를 재생하겠느냐는 내용이 매번 나타난다. 섬들은 일종의 스테이지 형식으로 구성되어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하면 다음 스테이지를 진행하면서 후속 스토리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다.
동료는 주로 렌탈 섬에서 일정량의 비용을 투자해 추가할 수 있다. 동료들은 모두 전투에 나설 수 있으며 일부 동료는 랜덤 던전으로 보내주거나, 상인 활동, 회복 등의 기능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동료도 강하게 만들려면 충분히 강한 캐릭터로 육성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처음 동료가 되는 기본 힐러 캐릭터는 제일 처음부터 구매 가능한 지팡이를 들려주니 마법 공격으로 충분한 화력을 뽑아내며, 다른 캐릭터들도 적절히 장비와 육성이 이루어지면 스테이지 진행에 큰 도움이 되니 꾸준히 캐릭터 육성이나 장비 갖추기를 소홀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마로네가 팬텀과 함께 활약한다는 설정을 바탕으로, 적이 아니라면 스테이지 내의 오브젝트나 아이템에 동료 팬텀을 컨파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컨파인이 굉장히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수풀 등 대부분의 오브젝트들에는 컨파인으로 동료 팬텀을 전장에 소환할 수 있다. 초기 상태의 마로네는 그렇게 강하지 않고, 전장에서 혼자 싸우는 것도 좋지 않으니 시급히 컨파인을 해야 전투가 수월하다. 다만 컨파인 된 동료는 일정 턴 동안만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전장의 규모나 적의 배치에 따라 지금 컨파인 할 캐릭터와 강적과 상대할 때 컨파인 할 캐릭터를 잘 구분해야 한다. 이는 비교적 초반부에 체감할 수 있는 전략적 선택으로, 초반 몇 개 스테이지를 진행하다 처음 만나는 네임드 적을 상대하는 스테이지에서 초반부 강력한 팬텀인 애쉬 같은 주력 팬텀을 시작하자마자 꺼내버리면 아래의 적을 정리하고 막상 맵 상단에 위치한 강력한 적을 상대할 팬텀이 소진되어 버리는 셈. 이런 요소를 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적이나 아군은 특정 오브젝트나 캐릭터로부터 버프를 받기도 하는데, 이걸 잘 캐치해야 한다.
■ 좀 더 다듬어진 시스템, 팬텀 킹덤
팬텀 킹덤은 팬텀 브레이브의 후속작으로 지난 2005년 PS2 버전으로 출시된 바 있다. 이전 작품에서 시리즈 특유의 자유도 높은 게임성을 계승, 및 발전시킨 시뮬레이션 RPG로 자신의 실책으로 인해 실체를 잃고 전지전능의 서에 빙의(컨파인)한 마왕 제타가 이계의 마왕들의 힘을 빌려 마계의 부흥과 신체의 재생을 위해 분투하는 스토리를 유쾌한 분위기로 담아낸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플레이어는 책에 빙의한 마왕 제타가 되어 아이템과 오브젝트에 영혼을 빙의시키는 컨파인을 구사, 다양한 능력과 개성을 지닌 아군 캐릭터를 작성할 수 있고 아군 캐릭터 등을 소환하는 인바이트를 통해 전략적인 턴 기반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전작과 동일하게 캐릭터나 아이템을 들어올리고 던질 수 있는 높은 자유도가 특징적이다.
여기에 속편다운 뚜렷한 변경점들이 존재한다. 우선 컨파인에 턴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전작의 컨파인과 동일하지만 명확하게 차이가 있는 부분으로, 전작에서는 전장에 돌입한 뒤 오브젝트들에 컨파인을 했지만 이번에는 거점에서 미리 컨파인을 통한 캐릭터 메이킹, 장비 구매 및 착용, 치료 등을 하면서 준비를 마치고 맵에서는 인바이트를 통해 준비된 캐릭터들을 불러내는 방식이 됐다. 또, 아예 거점의 건물도 인바이트 할 수 있어서 한 건물에 여러 캐릭터를 넣어두고 단번에 인바이트를 할 수 있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또한 전작과 마찬가지로 무조건 밖으로 던진다고 장외가 되지는 않지만 장외처리는 분명히 유지되고 있으며, 특정한 적을 쓰러뜨리거나 던져서 장외를 만드는 등의 행위로 기존 맵에서 확장된 맵과 적이 등장하는 익스텐션 시스템, 캐릭터의 전생 등 한층 다양하고 파고들기가 가능한 게임성이 돋보이는 편이다.
일부 컷신에서 나오는 이 폰트는 좀 읽기 힘든 편.
거점의 상점 등을 인바이트했다.
■ 디스가이아풍 SRPG를 좋아하면 추천
디스가이아에 더욱 가깝게 느껴지는 것은 팬텀 킹덤이지만 개성적인 전략 요소라고 한다면 팬텀 브레이브가 더 인상적이었다. 예를 들면 핵심 시스템인 컨파인이 그렇다. 팬텀 브레이브에서는 강력한 캐릭터라고 하더라도 컨파인으로 불러내면 정해진 턴 내에 역할을 끝내야 하니 특히 초기에 불러낼 팬텀이나 불러내는 타이밍을 고르는 맛이 있었는데, 팬텀 킹덤은 좀 더 마왕이라는 주인공의 입지에 맞춰진 것과 시스템의 정립으로 인해 컨파인에 대한 부담감이 적고 건물 인바이트를 통한 단체전의 성향이 더 강하다.
작중의 스토리 분위기도 다소 차이가 있다. 팬텀 브레이브는 주인공인 마로네가 처한 상황 때문에 다소 답답하고 안쓰러운 전개가 펼쳐지기도 하지만 팬텀 킹덤은 강하지만 다소 바보 같은 면도 많은 제타가 시작부터 개그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다른 동료 마왕들도 그리 무겁지 않은 분위기로 이야기를 풀어나가 분위기가 가볍다.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육성하는 것도 취향에 맞으면 재미있게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두 타이틀 모두 캐릭터의 이름을 설정할 때 영어로만 문자가 표기되는 사소하지만 신경쓰이는 사양이다. 팬텀 킹덤의 경우 무작위 설정을 통해 정해진 한글 이름을 지을 수는 있다.
기자는 SRPG도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이번 합본을 플레이하면서 꽤 만족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물론 오래 전 출시된 타이틀을 다시 즐기는 것이다보니 기능이나 컨텐츠 측면으로 다소 불편한 점도 있기는 했다. 앞서 언급한 이름 작성 외에 커서로 원하는 유닛이나 대상을 맞출 때 미묘한 각도에 끼어있으면 선택하기가 좀 불편한 감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을 감안하고도 디스가이아풍의 SRPG를 좋아한다면 추천할만한 타이틀들이다.
영어로만 지어야 한다니
팬텀 킹덤에선 건물에 양쪽 캐릭터가 들어가있으면 전투가 벌어진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