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판타지 기반 MMORPG들이 쏟아져 나오던 시절, SF를 배경으로 한 ‘RF 온라인’의 등장은 나름 SF에 목 말라 있던 유저들과 기존 MMORPG를 즐기던 사용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며 국내를 대표하는 SF 온라인 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비록 서비스 마무리 단계에서는 다소 잡음이 있었지만 2004년 출시 이래 2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이나 서비스를 이어 왔던 것 만으로도 충분히 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아울러 다소 마이너의 위치에 있는 SF장르지만 충분히 국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증명했던 게임이기도 하다.
이러한 RF 온라인의 후속 작품인 ‘RF 온라인 넥스트(이하 넥스트)’가 3월 20일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품고 말이다.
- SF 배경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그래픽
넥스트는 비주얼이 상당히 좋다. 물론 최강의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의미는 아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하면서도 SF의 세계관을 잘 표현하고 있는 비주얼이며, 모바일과 PC 동시 플레이를 사용하는 게임 중에서는 충분히 상위권에 속할 만하다.
캐릭터의 디테일도 좋고 전반적인 게임의 색감 역시 판타지 세계와는 다르다. 또한 게임 내에 등장하는 우주선이나 각종 구조물, 건물 또한 상당히 세련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굳이 말한다면 ‘고급스러운 SF’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제작사 자체가 달라진 만큼 SF라는 설정을 제외하면 전작과 비교해 공통적인 느낌은 많이 없다. 일부 요소들이 차기작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기는 하나 그 외의 부분들은 사실상 다른 게임에 가깝다. 이러한 부분은 원작의 제작사와 이번 넥스트의 제작사가 다르다는 것이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다만 SF 장르라는 자체가 워낙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는 상황이기에, 그리고 3개 국가의 대립, RF 온라인의 핵심 중 하나였던 ‘광산’이 이번 작품에서도 다른 게임의 공성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기에 이름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RF온라인을 떠올릴 만한 부분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 ‘리니지 라이크’ 형태의 게임
넥스트는 최근 모바일 MMORPG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리니지 라이크’ 장르로 제작됐다. 어찌 보면 뻔한 결말이고 또 어찌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이윤 추구가 중요한 상황이며(특히나 최근 게임 업체의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매출이 보장되는 부분을 놓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TL이나 기타 게임 등 다른 방식의 과금 라인을 가지고 있는 게임들의 결과가 신통지 않다. 물론 이는 게임성이나 기타 게임 외적인 요소들도 결부되어 있기는 하나 최근의 유저들이 원하는 ‘편리함’과 ‘방치’, ‘손쉬운 레벨 업’ 등의 요소들을 포함하면서 매출을 올리는 것이 현재로서는 ‘리니지 라이크’인 것을 부인할 수 없다.
반면 같은 ‘리니지 라이크’라도 어떠한 차이를 보이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미 리니지 라이크 게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는 상황에서 비슷한 양산형 게임이 되는지, 아니면 다른 게임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여기에서 결정된다.
기본적은 틀은 리니지 라이크와 동일하다. 레벨업은 거의 자동으로 진행되며(개개인이 약간의 컨트롤을 한다면 조금 더 빠르다) 40레벨까지 빠른 속도로 성장이 가능하다. 적절한 자동 이동과 텔리포트를 제공하기도 한다.
모든 것이 거의 자동으로 진행된다
‘바이오 슈트’와 ‘로버’ 등 일종의 클래스와 펫 뽑기가 존재하는 것도 동일하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과거의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이 심한 과금을 조장했던 것과 달리 최근의 게임들은 그 정도가 완화된 모습을 보이고, 넥스트 역시 그러하다는 것이다. 과거의 게임들이 심각할 정도로 ‘페이투 윈’에 집착했다면 최근의 게임, 그리고 넥스트는 적절한 과금으로 어느 정도 즐길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급하게 최고의 위치에 오르려는 생각이 없다면 넥스트는 무과금으로도, 약간의 과금으로도 충분히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을 빠르게 하려는 생각이 있다면 그만큼 드는 금액이 늘어나겠지만 일반 패키지 게임이 아닌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데 있어 시간 투자는 당연한 것이다.
초창기 국내 MMORPG는 엄청난 시간을 요구했다. 과거의 게임들을 즐겨 본 입장에서 최근의 게임들은 적절한 오토 사냥과 과금을 통한 능력 향상으로 이전보다 훨씬 즐기기 좋은 상태로 플레이가 가능하다. 물론 헤비 과금러들과의 차이는 분명 존재하지만 과거 게임이라고 이러한 부분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심지어 최근 패키지 게임도 10만원을 넘어가는 상황이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에서, 그리고 과거 정액제 게임도 한달에 3만원가량(현재 물가 기준이라면 5,6만원은 될 것이다) 고정 지출이 발생했던 것을 감안할 때 적절한 과금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헤비 과금러가 있어 무과금 플레이도 가능하다는 점 역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넥스트는 상당히 준수한 과금 체계를 보여준다. 조금 비싼 PC게임 패키지 하나 정도 구입하는 비용이면 천장 시스템을 통해 일명 플레이의 기본적인 커트 라인인 ‘쌍영웅’ 정도의 스펙 마련이 가능하다.
경제 시스템이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최근의 게임들은 늘어나는 작업장으로 인해 아이템 드랍율에 상당히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최대한 드랍율을 낮추고 작업장이 ‘돈을 벌 수 있는’ 상황을 없애는 정책을 사용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부분은 유저들에게 득템의 기쁨을 없애는 동시에 무과금 유저에게 플레이가 어려운 상황을 만든다. 결국 어느 정도 과금을 해야 득템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심지어 헤비 과금러들도 일반 유저들과 비슷한 수준의 아이템 드랍이 나오는 상황까지 생긴다.
하지만 넥스트는 이러한 시스템 대신에 득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데 주력을 뒀다. 물론 어느 정도 레벨 업을 한 후의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 넉넉하게 하루 정도만 레벨 업을 해도 40레벨 이상이 가능하고, 사냥 중에 나오는 다양한 아이템을 판매해 능력치 향상을 할 수 있다.
무과금 유저라고 해도 어느 정도 비빌 수 있는 구석이 있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른 게임에서는 몇 일을 해도 먹기 힘든 파란색 레어 아이템이 하루 종일 사냥하면 몇 개씩 나온다. 심지어 잡템들도 대부분 활발하게 거래가 이루어진다. 과거 유저들이 느꼈던 득템의 기쁨과 모으는 재미가 충분히 존재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일일 퀘스트를 통해서도 레어 아이템을 입수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레어 아이템 제작의 허들도 낮다. 아이템 강화 역시 전체적으로 성공률이 높은 편이다.
물론 그러한 만큼이나 게임 난이도 자체가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게임이 아이템 드랍을 극악으로 만들면서 보여주는 플레이 난이도와 넥스트가 퍼주면서 설정한 플레이 난이도를 비교하면 후자의 간격이 더 좁다.
무엇보다 하루 종일 사냥을 하면서도 득템의 희망도, 캐릭터의 성장에 대한 목표도 크게 느끼기 어려운 다른 게임들과 달리 넥스트는 단순한 사냥으로도 캐릭터를 성장시킬 수 있는 목표감이 존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다.
- 성장을 위한 다채로운 장치들
넥스트는 캐릭터의 성장을 위해 단순히 아이템 드랍에만 긍정적인 부분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컬렉션’과 같은 요소들은 어느 정도 과금러의 영역이지만 ‘탐사 스케줄’이나 ‘오프라인 모드’를 통해 물약 수급까지 가능한 일종의 방치형 플레이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시간을 투자해도, 한달이 지나도 다른 게임들은 그 성장세가 미약한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은 시간을 투자하면 결국 성장한다. 과금러에 비해 그 성장 속도가 느릴 뿐 따라갈 수는 있다는 것이다.
전작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3개국 시스템도 구현됐다. 어느 한 세력을 선택하면 그에 따른 공헌도를 받을 수 있다. 다만 세력 선택은 일정 시간이 지난 후 다시 선택을 할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에 고정적이지 않다. 전작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원작의 팬들이라면 이러한 부분이 다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과거의 고정적인 방식보다는 이렇듯 주기적으로 진영을 선택하는 것이 플레이를 하는 데는 더 좋다고 생각된다. 진영 간 불균형에 따른 고통을 생각해 보더라도 말이다.
일일 퀘스트와 주간 퀘스트, 그리고 월간 퀘스트를 통해 다량의 제작 및 성장 아이템, 그리고 레어 아이템의 획득도 가능하다. 여기에 10분 제한에 재 사용 기간이 다소 존재하기는 하지만 ‘MALI’라는 탑승형 메카닉과 ‘런처’를 활용해 보다 강력한 데미지를 줄 수도 있다.
일일 퀘스트는 캐릭터 스펙을 올리는데 상당히 유용하다. 다른 게임들처럼 간단한 잡템을 주는 정도가 아니다
MALI를 활용한 전투
독특한 부분이기는 하지만 넥스트에는 탈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에 따른 불편함도 없고 추가적으로 과금해야 하는 요소가 하나 줄은 것이기에 부정적인 부분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이 더 많다.
전투 시스템은 일반적인 리니지 라이크 게임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앞서 언급한 런처와 같은 요소의 존재 및 방치형 자동 사냥에 특화되어 있다는 점이 구별된다. 전반적으로 여러 명의 적을 동시에 공격하는 형태가 아니라 한 명의 적을 상대하는 방식이며, 자신의 성장 상황과 비슷한 수준의 사냥터에서는 상당히 빠른 사냥 속도를 보여준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