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보단 컨텐츠가 눈에 띄어, '데이즈곤 리마스터'

사실 원래 그래픽이 나쁘지 않았다
2025년 05월 02일 13시 52분 25초

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5일 PS4 독점 신작이었던 '데이즈곤(Days Gone) 리마스터'를 PS5 및 PC 스팀으로 정식 출시했다.

 

아마 데이즈곤을 어느 시점에 플레이했느냐에 따라 이 게임에 대한 인상이 다를 것이라 생각된다. 트레일러의 엄청난 호드 군단의 물량을 비롯한 기대감을 안고 출시 당시부터 플레이했다면 다소 실망했을 수 있고, 출시 후 시간이 꽤 지나 꾸준히 벤드 스튜디오가 빚어내면서 보완한 시점에 플레이했다면 꽤 호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기자는 어느 쪽이었느냐 하면 출시 초기에 플레이했지만 전자와 후자의 딱 중간 정도 느낌이었다.

 

데이즈곤은 모종의 요인으로 마치 좀비와 비슷한 괴물처럼 변한 프리커들의 위협과 급진적이고 정신나간 생존자 집단으로부터 살아남으면서 이 재앙의 세계를 누비는 바이커 디컨의 이야기를 다룬다. 광활한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며 각 생존자 캠프들의 의뢰를 받고, 때로는 자신이나 바이커 형제를 위해 움직이기도 하면서 거대한 이야기로 빨려들어가게 된다.

 

본 리뷰의 플레이 환경은 PS5다.

 

 

 

■ 바이크: 타면 죽을 수도 있다

 

바이크에 대해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정도가 다른 농담이 있다. 바이크가 상대적으로 사륜 차량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지고, 사고가 나면 크게 다칠 위험이 높다 보니 하는 농담. '타면 죽어' 말이다.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데이즈곤의 주인공인 디컨이 단순히 바이커여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가 바이커이기 때문에 늘 바이크를 끌고 다니고, 실제로 이동에 큰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이게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기 전에는 애물단지나 다름없고 너무 집착하다보면 이것 때문에 죽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좀 더 데이즈곤 리마스터에 맞춰 표현하자면 '타면 죽을 수도 있다'가 맞다.

 


수도 없이 타게 될 거다

 

 

 

프리커나 위협적인 인간 약탈자 그룹들이 호시탐탐 게임 속 무대를 숲이나 사막을 가리지 않고 깔려 있는 환경에서 바이크는 소음을 내니 딱 좋은 표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다. 게임 시스템 상으로도 소음을 내느냐 아니냐는 큰 영향을 준다. 다행히 캠프를 돌며 의뢰를 받아주고 신뢰도를 높이면 바이크를 여러모로 강화해 이런 단점이 좀 가려지지만 적어도 처음에 이것에 집착하단 정말 죽을 수 있다.

 

바이크를 타고 도망갈 때 프리커와 가까이 있다면 갑자기 뛰어들어 떨어지고 바이크는 망가질 수 있다. 호드에게 쫓긴다면 타는 동안 따라잡혀서 그냥 쥐어터지다 죽을 수 있다. 프리커도, 호드도 만나지 않고 잘 지나가는데 느닷없이 매복한 약탈자들이 저격을 해서 바이크는 망가지고 나도 떨어질 수 있다.

 


이럴 때 잘못하면 죽는다

 


자원도 부족하니 맨날 따고 뒤지고

 

■ 종종 재평가되는 몰입도 좋은 스토리

 

잘 갖춰지지 않은 초기엔 사실상 은신 게임이다보니 바이크는 든든하면서도 애물단지로 느껴지기 쉽다. 두고 다니자니 맵이 넓어 불편하고, 빠른 이동을 사용하려면 바이크가 근처에 있고 연료도 충분히 남았어야 하니까 이래저래 결국 붙이고 다닌다. 이건 작중에서 디컨이 놓인 상황과도 비슷하게 느껴지는 바가 있다.

 

디컨 또한 바이커로 활동하며 각종 캠프를 돌고 의뢰를 해결하지만 어느 한 곳에 속하려고 하지도 않고, 휘둘릴 땐 실컷 휘둘리는데다 당초 목표였던 부인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어 이도 저도 아니고 되는대로 사는 느낌이 강하다.

 

마침 게임의 본편 시작 부분에서 동료이자 형제같은 부저와 함께 새 시작을 위해 떠나려는 것도 아내와의 기억을 포함해 많은 것을 털어내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외에 이런 부분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된다.

 


 

 

 

스토리의 이야기를 하니, PS4 독점 출시 당시에도 플레이 했던 사람들은 디컨의 성격이 좀 적응되지 않는다는 말은 할지언정 스토리가 별로라는 이야기는 적었다. 당시 평론가들로부터는 71점이란 성적표를 받았지만 유저들의 평가는 그보다 좋았고 이는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이후 다른 비슷한 장르의 게임들이 스토리 부분에서 실망감을 안겨주니 덩달아 집에서 바이크 긁던 데이즈곤의 스토리가 재평가되는 재미있는 상황도 벌어졌다.

 

플레이하다보면 확실히 데이즈곤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고, 다음 전개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그래서 얘는 왜? 쟤는 어떻게 될까? 이 놈 너무 수상하지 않나? 같은 질문이 꼬리를 물고, 때로는 아니 이런 놈이었어? 라는 생각이 드는 반전도 느끼게 하는 무난하게 괜찮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주인공인 디컨의 감정선도 급발진을 할 때를 제외하면 꽤 잘 표현됐고.

 


 

 

 

■ 그래픽보다 추가 컨텐츠가 튄다

 

리마스터가 되면서 확실히 그래픽 품질이 향상됐다. 하지만 화염 이펙트 같은 부분들은 그 변화가 크지 않은 편이고, 광원과 관련된 개선점은 비교해서 보지 않으면 티가 좀 덜 난다. 자연 풍경은 비주얼 향상 요소 중에서 가장 큰 변화를 보였지만 플레이 할 때보다는 한 걸음 물러나 멀리서 보고 있을 때 그 변화가 잘 보이는 편이다. 뭐, 이 말은 이미 PS4 시절부터 그래픽이 괜찮은 수준이었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그래픽 개선 요소보다는 아무래도 바로 눈에 보이는 추가 요소들이 더 직관적인 리마스터 요소다. 기존의 도전 모드와 비슷하게 캐릭터를 고르고, 더 규모가 커진 호드를 상대로 최대한 살아남는 호드 공격이나 스토리를 최대한 빨리 클리어하는 스피드런 모드, 한 번 죽으면 끝인 영구적 죽음 모드, 포토 모드의 향상 등이 그렇다. 이 중에서도 포토 모드는 원래 쓰던 사람이 아니라면 좀 티가 덜 나고 이외의 추가 모드들이 확실히 변했다고 느끼게 하는 요소다.

 


포토 모드에서 시간대도 바꿀 수 있다 이걸 찍은 시점은 한밤중이었다

 

다만 이 추가 요소들 또한 파고들기의 느낌이지 완전히 신선한 느낌까지는 도달하지 못한다는 생각이다. 호드 모드야 도전 컨텐츠와 비슷한 스타일이고, 스피드런이나 영구적 죽음 모드도 똑같은 스토리를 다시 답습하는 식이니까 파격적인 변화는 좀 적다. 하기야, 리메이크가 아닌 리마스터니까 너무 커다란 새로움을 바라기에도 무리가 있다.

 

개인적인 의견이긴 한데, 한 번 잡으면 가급적 끝낼 때까지는 다른 게임으로 눈을 돌리지 않는 편이 좋다. 전투도 은근히 할만하고 대량의 호드 집단이 추격해오는 압박감 등 게임의 요소요소가 재미있는 반면 정말 어째선지는 아직도 모르겠지만 한 번 놓고 다른 데 눈을 돌리면 다시 이어서 시작하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타이틀이다.

 

이래저래 아쉬운 소리도 좀 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데이즈곤 리마스터는 기존 플레이어에게는 신선함이 적겠지만 그럼에도 아직 데이즈곤을 플레이해보지 않았다면 한 번 플레이해볼만한 타이틀이다. 이 게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함이 있다.​ 

 


진짜로요.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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