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스톱 사태, '개미 혁명' 국내에도 점화

反공매도 운동은 승리할까
2021년 02월 01일 15시 11분 46초


 

美 게임 판매체인인 게임스톱의 주식을 사이에 두고 일어났던 개미군단과 기관투자자의 치열한 공방의 여운이 아직도 가시지 않고 있다.

 

게임스톱을 두고 일어난 '머니게임'은 올해 초 부터 시작됐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월스트리트베츠(WSB) 게시판 회원들은 실적과 큰 관계가 없더라도 유동성만으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올해 초 게임스톱을 투자 대상 종목으로 점찍었다. 

 

게임의 판매 형태가 '디지털 다운로드'가 주류가 되면서 게임스톱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였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공매도 싸움장으로 전락한 셈이다. 현재 개인투자자들이 대량 구매하고 있는 종목은 게임스톱같은 '한물 간' 주식들이다.

 

개미군단이 점찍은 13일, 하루사이 게임스톱의 주가는 19.95달러에서 31.40달러로 급등했고 이튿날 다시 39.91달러로 올랐으며 이후 9거래일간 641.75% 상승했다. 이런 와중에 월가의 유명 투자자들까지 뛰어들어 개미군단의 편에 가세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주당 147달러까지 치솟으면서 시가총액이 사상 처음으로 100억 달러(한화 약 11조 원)를 넘겼다.

 

이 와중에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는 '게임맹폭격(Gamestonk!!)'이라는 트윗을 올렸고 이에 게시판 회원들이 호응, 시간외거래에서 게임스톱 주가는 40% 넘게 급등한 200달러 이상으로 수직상승했다. 참고로 머스크 CEO는 공매도에 대해 "소유하지 않은 집이나 차는 팔 수 없는데 소유하지 않은 주식을 어떻게 팔 수 있냐"며 "이는 헛소리이고, 공매도는 사기다"라며 굉장히 부정적인 입장을 표한 바 있다. 

 


 

게임스톱 주식을 대량 공매도한 기관투자자 및 헤지펀드는 당황했다. 공매도는 해당 주가가 하락해야 이득인 거래 형태다. 한창 치열했던 지난 29일, 로이터통신은 게임스톱 공매도 주식 총액이 112억달러(약 12조5천억원)에 달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총 197억5천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29일 하루 손실액만 80억 달러에 달했다.

 

그렇다고 공매도 세력이 쉽게 물러서진 않을 형국이다. 게임스톱 주가가 급등했던 지난주 공매도 주식 총량은 500만 주 줄어드는 데 그쳤다. 주식 비중으로 따지면 단 8%만 감소했다. 큰 손실 후 청산에 나선 공매도 기관이 극히 일부인데다 새로운 공매도 펀드들이 계속 생겨나고 있다. 또 대다수 공매도 기관들은 종전의 ‘주가 하락 포지션’을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쨌든 이 과정에서 '떼돈'을 번 사람들이 속속 기사로 나오면서 국내 개인 투자자, '서학개미'들도 게임스톱에 몰렸다. 지난 29일 국내 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주식에 대해 4,286만 달러를 매수 결제하고 9,682만 달러를 매도 결제해 순매도 결제 금액은 5,396만 달러(약 603억 원)로 집계됐다. 이날 결제는 미국 현지 기준 1월 26일의 거래에 해당하는데 이때 게임스톱 주가는 전날보다 92.71% 뛰어오른 147.98달러에 마감했다.

 


(캡처=구글 뉴스 검색)

 

이런 현상에 전문가들은 '비이성적'이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나 한편으로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 민주주의를 이뤘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필립 힐데브란트 부회장은 실적이 보잘 것 없는 게임스톱 등에 강력한 매수세가 몰리는 건 "불합리하고 의심의 여지 없는 넌센스"라고 평했고, 제임스 고먼 모건스탠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의 투자 과열 현상이 반드시 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美NBC 방송 역시 "머스크의 의견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실히 큰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의 짧은 메시지에 따른 일부 회사들의 주가 급등 현상은 최근 미국 증시에서 투기적 거래가 과열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또 다른 신호"라고 평했다.

 

반면,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운동은 뱅가드그룹의 창업자 잭 보글에 의해 점화된 시장민주주의 50년만의 최고봉”이라며 “소파에서 맥주와 나초를 먹으면서 텔레비전으로 엔비에이 프로농구팀 엘에이레이커스의 경기를 관람하던 이들이 갑자기 코트로 뛰어들어와서 르브론 제임스의 슛을 막은 것과 같다”고 평가했다.

 

유진투자증권의 허재환 전략팀장도 "주식시장 내부적으로 광풍의 징후는 있다. 그러나 거품이 붕괴되고 있다고 단정짓기는 이르다"며 "경기가 좋아지고, 기업실적이 개선되면 게임스톱을 둘러싼 개인 투자자들과 헤지펀드들 간 대결과 그로 인해 발생한 유동성 문제는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경기 회복은 공매도 대상이었던 산업들과 기업들에 대한 논란을 완화시켜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게임스톱 사태는 국내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포화에 2970선으로 떨어졌다. 지난 한주간 외국인은 5조3300억원, 기관은 2조9100억원을 팔아치웠다. 다행히 하루만에 3000선을 회복했지만, 주요 매수주체는 현·선물 매매를 주로하는 금융투자라 증시변동성은 지속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를 일으킨 WSB를 표방한 KSB(K-스트리트베츠)도 등장했다. 국내 개인 주식 투자자들의 연합회인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개설한 사이트이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당장 한국판 게임스탑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며 "공매도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성장기업 주주들의 피해를 사전에 막기 위한 구심점 역할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반(反)공매도 운동'의 불씨도 옮겨붙었다. 그동안 공매도 제도 폐지를 주장해온 한투연은 “그동안 기관과 외국인이 유리한 환경과 제도를 무기 삼아 개인투자자들의 재산을 빼앗아왔다”며 “공매도 금지 기간을 1년 연장하고, 그사이에 기울어진 운동장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공매도가 많은 셀트리온과 에이치엘비를 중심으로 단체 주주행동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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