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JPRG 향수 노린 RPG 신작, '로스트 스피어'

무난하게 즐길만한 작품
2021년 02월 25일 23시 36분 54초

스퀘어에닉스 산하 개발 스튜디오 도쿄 RPG 팩토리에서 개발하고 아크시스템웍스 아시아지점이 국내에 출시한 네오 트래디셔널 RPG '로스트 스피어'는 과거 일본 RPG의 재미를 현대의 스타일로 재현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아 1990년대 JRPG의 분위기를 게임 시스템과 일러스트, 배경 음악 및 스토리 등 곳곳에 구현한 개발 방향을 선보였다.

 

로스트 스피어는 기억에서 잊힌 존재들이 안개처럼 사라지는 원인 불명의 괴현상 '로스트'를 테마로 하는 RPG로 기억에 관한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 카나타가 동료들과 함께 로스트로부터 세계를 되찾고자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로스트 스피어는 한층 개선된 액티브 타임 배틀 시스템을 접목해 좀 더 자유로운 전투 시스템을 플레이어에게 제공한다.

 

한편, 개발 스튜디오 도쿄 RPG 팩토리는 로스트 스피어 출시에 앞서 고전 JRPG의 감성을 살리려는 시도를 이미 한 적이 있다. 전작인 제물과 눈의 세츠나가 그 결과물인데 로스트 스피어는 전작보다 더 성장한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한 부분.

 

 

 

■ 사라지는 세계

 

로스트 스피어는 고전 JRPG라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 중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와 비슷한 분위기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가 그랬던 것처럼 로스트 스피어의 세계 역시 판타지풍의 배경과 기계 문명이 융합된 세계관을 선보이고 있으며, 플레이어는 이 기계 문명의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제국의 어느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는 카나타와 그 동료들을 조작해 세계를 탐험하며 이야기를 전개하게 된다.

 

로스트 스피어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발단인 '로스트' 현상은 어느 날 갑자기 멀쩡히 존재하던 물건, 사람, 마을, 심지어 바다까지 모든 것이 새하얗게 물들어 소실되는 현상을 말한다. 여느 때처럼 생활하던 카나타 일행은 부모님은 없지만 셋이 어울리며 함께 지내던 마을이 로스트하고,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하던 와중 로스트한 대상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발현한 카나타에 의해 마을을 복구하게 된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본 제국군 장교에게 부탁을 받아 세계 곳곳에 진행되고 있는 로스트를 해결하기 위한 도움을 준다는 명목으로 그들의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된다.

 

게임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왕도적인 JRPG의 구성과 흡사하다. 특히 대사는 그간 많은 JRPG에서 볼 수 있었던 무난한 대사들을 인트로에서부터 캐릭터들이 읊어대기 때문에 캐릭터들의 대사를 읽는 동안 다소의 기시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묘하게도 카나타 일행이 제국을 도와 로스트한 지점들을 되돌리면서 과거 기계 문명의 유산인 로봇 병기 '기장'을 손에 넣는다거나, 로스트 현상을 되돌리면서 점차 로스트의 진실에 대해 알아가는 내용 등 향후 스토리의 전개와 각종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이 대강 예상되면서도 뒷 이야기를 조금 더 플레이하고 싶어지게 만든다.

 

 

 

 

 

 

 

■ 되돌릴수록 살아나는 기능

 

카나타는 다양한 기억들을 모아서 로스트를 되돌릴 수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수시로 변화하는 로스트 지대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처음 게임을 시작했을 때는 굉장히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로스트 지대를 되돌리고, 특정 로스트 포인트에 아티팩트를 지으면 점점 기능이 살아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가장 처음 월드맵의 미니맵이 활성화되는 아티팩트를 건설하고, 계속해서 습득하는 아티팩트 지식 중 원하는 것을 선택해 월드맵에서 달려가게 만들거나 전투에서 적의 정보가 보이게 되는 등 플레이에 영향을 주는 크고 작은 기능들이 해금된다.

 

이런 아티팩트들은 지식을 습득해야만 건설할 수 있고, 지식을 습득했다 하더라도 특정 기억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면 건설할 수 없기도 하다. 각각의 아티팩트마다 건설할 수 있는 수가 정해져 있고 세계 전체에 적용되는 기능과 해당 아티팩트가 설치된 지방에만 적용되는 기능 등이 구분되어 있어 아티팩트 사이의 시너지를 잘 생각해 배치하면 상당히 편하게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초반부는 특히 전투에서 그런 혜택을 느끼기 쉽다.

 


 

 

 

■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전투

 

RPG, 특히 JRPG라고 하면 반복적으로 전투를 벌이며 캐릭터들의 레벨을 육성하고 장비를 갖추면서 전투를 대비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라 말할 수 있다. 로스트 스피어에서는 난이도를 세 가지 단계로 조정할 수 있는데, 중간 단계인 노멀 난이도를 기준으로 초반부부터 캐릭터의 레벨이나 장비를 갖춰주고 상황에 어울리는 전략적 전투를 펼쳐야 할 필요를 느낄 정도의 적절한 난이도 조절이 이루어졌다.

 

로스트 스피어의 전투는 스퀘어 에닉스 RPG의 특징이기도 한 액티브 타임 배틀(ATB) 시스템을 채택해 커맨드 선택과 실시간성을 더한 긴장감 있는 배틀을 제공한다. 기본적인 액티브 타임 배틀 시스템에서 조금 더 변화를 주어 배틀 도중 공격 커맨드나 스킬 커맨드를 실행할 때 캐릭터의 위치를 이동시킬 수 있어 전투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거나 한 번에 다수의 적을 공격해 전황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는 등 보다 전략적인 전투를 즐길 수 있다.

 


 

 

 

예를 들어 주인공인 카나타의 경우 검을 사용한 근접 공격을 펼쳐 일반 공격을 기준으로 한 번에 2명 이상의 적을 공격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지만 동료인 반은 전장을 가로지르는 일직선 방향의 원거리 공격을 통해 다중 타깃을 동시에 노려 섬멸하는 것이 가능하다. 활을 사용하는 동료들 역시 비슷하게 목표까지의 적을 모두 공격하기 때문에 원거리 동료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전투가 훨씬 쉽고 빠르게 끝날 수 있다.

 

일종의 보스전 개념으로 강적들과 겨룰 때는 적의 패턴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특정 구간에서 벌어지는 연전 형식의 보스전 같은 경우는 조금 다르겠지만 주로 돌진기나 전방의 적을 후려치는 적과 상대할 때는 모두가 다른 방향에서 산개한 상태로 전투를 펼친다던가, 강력한 적과 상대하기 위해 기장에 올라타 전투를 벌인다던가, 강적들을 상대할 때 패턴을 파악하고 이를 공략하는 재미는 적절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일반적인 스킬 시스템과 달리 법석 시스템을 채택해서 보유한 법석을 장착하면 해당하는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식이라 캐릭터의 육성 방향에 따라 활용법이 다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은 매력적이었다.

 


 

 

 

■ 무난하게 JRPG를 즐길 수 있다

 

로스트 스피어는 전작의 시도에서 맛본 실패들을 딛고 다시금 JRPG의 향수를 자극하려 노력한 신작이다. 이번 작품에서도 불편함과 향수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은 부분들이 일부 존재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고전 JRPG의 느낌도 분명하게 느껴져 그 시절의 감성을 자극받으면서 즐길 수 있는 정도로 끌어올리는 것에는 성공했다고 여겨진다.

 

배경으로 깔리는 음악들이 게임의 몰입감을 키워줬으며, ATB 2.0이라 부를 실시간 전투는 찰나 시스템과 맞물려서 전략적인 요소와 약간의 긴장감을 가미해 플레이에 집중력을 더했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쉬이 예상할 수는 있지만 묘하게 다음 내용으로 끌어당기는 스토리 역시 그런대로 매력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요소는 기껏 일러스트를 준비한 주연급 캐릭터들의 대사에도 전혀 일러스트를 달아주지 않아 스테이터스 화면에서나 캐릭터들의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었다는 점.

 

로스트 스피어는 아주 뛰어나게 클래식 JRPG를 구현해냈다고 할 수는 없더라도 JRPG의 분위기나 향수를 느껴보고 싶은 게이머라면 플레이해봄직한 무난한 작품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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