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광풍불자 비판론 대두

무방비한 가상현실 세계에 우려
2021년 11월 03일 16시 06분 34초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판론도 솔솔 나오고 있다. 특히 유명 개발자인 '존 카맥'은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에 진출하겠다는 의미로 사명을 '메타'로 바꾼 뒤 개최한 '페이스북 커넥트' 기조 연설에서 메타버스에 대한 일침을 가했다.

 

메타버스, 즉 가상현실은 특히 올해부터 큰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용자들끼리 서로 자신이 만든 게임을 공유하고 즐기는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美뉴욕증시에 화려하게 상장에 성공하면서다.

 

'로블록스'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과 함께 급성장했다. 미국은 물론 국내에서도 어린이들 사이에서 대인기를 얻으면서 지난 1분기 매출은 한화 약 433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40% 증가한 수치다.

 

활성사용자 수(DAU) 역시 지난해 보다 79% 증가한 4210만 명을 기록했다. 이들이 3월 로블록스 플랫폼에서 소비한 시간은 97억 시간으로, 1년 전 대비 98% 증가했다. 이에 따라 플랫폼에서 쓰이는 암호화폐 로벅스의 판매액도 급증했다. 1분기 로벅스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161% 증가한 6억 5230만 달러를 기록했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관련 시장 전망 역시 낙관적이다. 전세계적으로 지난 해 VR/AR 시장은 957억 달러 규모였으나 2030년에는 1조 5429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약 15배이다.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면서 가상현실에서 대리만족을 누리는 젊은이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국내는 물론 전세계적으로 막대한 자금이 메타버스로 흘러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무분별한 투자와 아무런 철학과 정의가없는, 무방비한 가상현실 세계 구축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AR게임 '포켓몬고'로 유명한 나이언틱의 존 행케 CEO는 "가상현실(VR)에 초점이 맞춰진 메타버스는 악몽일 수 있다"고 직언했다. 그는 VR이 주도하는 메타버스는 '현실도피적'이라며 현실을 강화하는 AR과 웨어러블 기반 메타버스에 집중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행케 CEO는 나이언틱 블로그에서 나이언틱 블로그에서 "지난 몇 년간 기술의 혜택은 사람들에게 많은 피해를 안겨줬다. 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경험에서 사람들을 차단시키고 있다"고 말하고 사람들이 디지털 공간에 갇히는 세상은 '소름끼친다'고 표현했다.

 

메타 산하 회사이자 VR 전문 개발사 오큘러스의 자문을 맡고 있는 존 카맥(John Carmack)도 메타버스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지난 주말 진행 된 페이스북 커넥트 기조 연설에서다.

 

존 카맥은 "메타버스에 관심이 높고 그 비전을 믿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오큘러스가 인수되기 이전부터 회사에서 메타버스에 관한 시도를 적극 반대해왔다"고 말했다. 오큘러스 같은 VR 전문 개발사에서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것에 대해 반대해왔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인위적인 메타버스, 어설픈 메타버스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메타버스가 실재하기 바라고는 있지만, 메타버스는 기술만이 전부가 아니다"라며 "그 아이디어들이 실제로 어떤 영향을 미치게되는지에 대한 흐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막대한 자원이 메타버스로 향하고 있다. 지금 가장 큰 과제는 이러한 자원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존 카맥 오큘러스 자문

 

필립 로즈데일 린든랩 창업자는 메타버스 시대에서 '유일하고 강력한 통제력'이 생기는 것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했다. 로즈데일은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메타버스에서는 하나의 소통 방식만이 고착화 될 우려가 크다”라며 “여러 의견이 메타버스 안에서 충돌할 때 중재 혹은 특이한 성격을 가진 특정 이용자 집단이 플랫폼을 지배하게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는 “만약 이들이 목소리가 크고 무례한 이들이라면 문제가 심각해진다”며 “메타버스는 다양한 사람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고 했다.

 

무방비한 가상현실 세계에 대한 우려는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메타버스는 분명 진흥해야 할 새로운 산업이지만, 우리가 방임하는 동안 청소년 유해 콘텐츠가 무분별하게 노출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정부 부처가 협업해 메타버스에 대한 정책적인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은 "기존 온라인 플랫폼의 젠더폭력이 메타버스에서 재현, 나아가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가상공간 특성을 반영한 규범체계와 촘촘한 규제가 동시에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실제로 올해 2월 기준 이용자 2억 명 중 약 80%가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이용한 유사 성행위 묘사 등 성추행과 스토킹을 경험한 바 있다고 알려졌다.

 

연세대 이대성 교목실장은 국민일보의 칼럼을 통해 "메타버스가 주는 혜택은 디지털 빈부격차에 따라 사회 양극화를 더욱 조장할 수 있다. 메타버스 거주민도 사람이므로 그곳에서도 사기, 폭력, 학대 등의 온갖 범죄가 발생할 수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고 우려하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운영하는 메타버스에서 가장 존중받는 가치가 무엇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사명을 '메타'로 바꾼 페이스북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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