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게임업계, 몸집 줄이기 시작

데브시스터즈, '브릭시티' 인원 감축
2024년 01월 11일 20시 41분 37초

코로나19 호황이 끝난 뒤 시작 된 보릿고개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게임업계가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다.​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해 8월 출시한 '브릭시티' 개발팀을 대상으로 인원 감축을 진행한다.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으나 현재 개발팀을 대상으로 면담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알려졌다. 데브시스터즈는 2021년 출시한 '쿠키런: 킹덤'의 인기 하락에 따라 2023년 3분기까지 6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브릭시티'는 히트작 '쿠키런: 킹덤'에 있던 '왕국 꾸미기' 콘텐츠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샌드박스 시티빌딩 게임이다. 구글플레이 스토어에서는 4.5점,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4.0점을 받을 정도로 이용자들의 평은 좋았지만, 흥행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데브시스터즈는 "브릭시티는 독창적인 신규 IP 게임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게임성을 인정받았지만, 기대만큼의 매출 성과로 이어지지 않아 조직 및 게임 운영의 효율화를 결정했다. 안정적인 서비스를 지속함으로써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해외에선 미국 법인 데브시스터즈 USA에서 정리해고가 진행됐다. 관련 소식은 ​데브시스터즈 USA의 PR 디렉터 및 소셜미디어 선임 매니저 등​ 직원들의 링크드인 게시글을 통해 공론화됐다. 데브시스터즈 USA는 2020년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해 설립됐다.

 

이에 대해 데브시스터즈는 "규모 축소는 맞지만 스튜디오 폐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 및 회사 경영 상황을 감안해 데브시스터즈 USA 규모를 축소하기로 결정했으나,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통해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데브시스터즈는 지난 해에도 마이쿠키런과 아동 콘텐츠 담당 직원 30여명을 감축한 바 있다.

 

라인게임즈는 콘솔 게임 ‘창세기전:회색의 잔영’을 개발한 자회사 레그스튜디오의 콘솔 개발팀을 해체하고 일부 인력을 '창세기전 모바일: 아수라 프로젝트'를 개발한 미어캣게임즈로 재배치한다고 밝혔다. 미어캣게임즈는 향후 '창세기전' IP의 통합 운영도 맡게 됐다.

 

'창세기전: 회색의 잔영'은 과거 국내 게임사 소프트맥스가 1990년대 말 선보여 인기를 끈 고전 게임 '창세기전'과 '창세기전2'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지난달 22일 국내에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 출시됐다. 그러나 7년의 개발 기간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게임성과 완성도 문제로 저조한 성적을 받았다.

 

라인게임즈는 "국내에서 단일 플랫폼으로 출시하다 보니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다만 '창세기전' 콘솔판과 모바일판 출시를 계기로 시리즈에 대한 게이머들의 관심을 재확인했고, 신규 프로젝트도 완성도 높게 선보이고자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12월 26일, 중소 게임 개발사 라이언게임즈는 '소울워커' 제작진 60여 명에게 권고사직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 감축이 아닌 스튜디오 폐쇄로, 향후 서비스는 현재 일본에서 퍼블리싱을 진행 중인 밸로프로 이관 된다.

 

2017년 1월 출시 된 '소울워커'는 스마일게이트가 퍼블리싱을 맡아 동시 접속자 수 3만 명을 넘는 등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서브컬처 게임 경쟁작들이 줄줄이 출시되며 하락세를 면치 못했고 2023년 3월에는 스마일게이트와 퍼블리싱 계약이 끝나면서 자체 퍼블리싱으로 운영되어 왔다.

 

라이언게임즈는 '소울워커' 출시 이후 '소울워커 러쉬'와 '소울인버스' 등을 출시했으나 흥행 실패에 따라 서비스가 종료된 지 오래고, '소울워커' IP를 활용하여 만들어진 다른 게임사들의 게임들(소울워커 제로, 소울워커 아카데미아, 소울워커 도시전략전)도 줄줄이 참패하며 IP 사업도 빛을 보지 못했다.

 


 

엔씨는 최근 AI 금융사업에 이어 게임개발 자회사 엔트리브소프트를 정리했다. 엔트리브 직원 전원은 내달 15일 권고사직 형태로 회사를 떠나며, '트릭스터M', '프로야구 H3'등 엔트리브가 서비스 중인 게임들은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엔트리브는 2012년 엔씨소프트에 인수된 이후 11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첫 구조조정에 이어 2022년 두 번째 구조조정을 단행했으나 결국 법인 정리 절차를 밟게 됐다. 

 

엔씨는 "미래 도약을 목표로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며 "서비스 종료까지 이용자 불편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지난달 13일에는 AI금융 전담조직인 금융비즈센터' 소속 직원 40여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사업 정리를 공지했다. AI 금융은 엔씨소프트가 수익 다각화를 목표로 시작한 신산업이나, 설립 이후 3년 동안 별다른 소득을 거두지 못했다.

 

이와 같은 인원 감축에 대해 게임업계에서는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크다. 2022년부터 시작 된 하향세가 '불황'으로 이끌었지만, 지난 해에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내 게임업계의 매출액은 9조 3979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반기 (2022년 하반기) 대비 11.7%, 전년 동기(2022년 상반기) 대비 10.9% 감소한 수치다. 수출액은 34억 4,600만달러로, 전반기 대비 35.2% 감소했고,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이 중 상장사의 경우, 매출액은 5조 4171억원으로, 전반기 대비 7.4%, 전년 동기 대비 11.2% 감소한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업이익은 최근 4개 반기 중 가장 낮은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5,15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0%, 전반기 대비 67.2%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상장사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회사들로, 넥슨같이 해외 주식 시장에 상장 된 업체들은 포함되지 않는다.

 


 

게임 상장사의 2023년 상반기 수출액은 약 24억 247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1.1%, 전반기 대비 0.2%감소했다. 참고로 게임 상장사의 수출액은 2021년 하반기 이후 소폭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불황이 장기화 됨에 따라 인원 감축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2019년 89,157명 이후 계속 줄어든 게임산업 종사자수는 특히 올해 대폭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 같은 인원 감축 바람은 해외에서 먼저 불기 시작했다. 지난해 아마존은 자회사인 트위치에서 총 430여 명을 정리했고, '더 라스트 오브 어스' 개발사 미국 너티독도 35명 이상의 정리해고를 진행했다. EA는 자회사인 바이오웨어의 50여 명을 포함해 전체 인력의 6% 가량인 약 700여 명 규모의 인원을 줄였다. ​

 

또 최근 미국 게임 엔진업체 유니티는 1분기 중 기업 구조조정 계획의 일환으로 전체 직원의 25%에 해당하는 1800명을 정리한다고 밝혔다. 이번 감원은 회사 역사상 최대 규모로, 임시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제임스 화이트허스트는 "직원들에게 핵심 사업에 집중하고 장기적인 성공과 수익성을 추구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디스코드 역시 전체 직원의 17%에 해당하는 약 170명의 인원을 해고한다. CEO인 제이슨 시트론은 "빠르게 성장하고 인력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2020년 이후 직원이 5배로 늘었다. 그 결과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운영 방식의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조직의 민첩성을 높이고, 협력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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