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피아는 지난 22일 캡콤아시아와 협력하여 액션 RPG 신작 타이틀 '드래곤즈 도그마2'를 정식 출시했다.
드래곤즈 도그마2는 지난 2012년 발매되어 마니아들을 확보했던 캡콤의 드래곤즈 도그마를 잇는 후속작이다. 플레이어는 드래곤에게 심장을 빼앗긴 각성자가 되어 드래곤즈 도그마2의 세계를 누비는 여정을 떠나게 된다. 총 10종의 직업이 존재하고 직업마다 다소 다른 플레이스타일로 몬스터와 벌이는 전투를 하게 되기도 하고, 주인공인 각성자 캐릭터 외에도 동료 역할을 하는 존재, 폰을 고용하면서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세계를 거닐며 RE엔진을 바탕으로 보다 사실적인 그래픽을 즐길 수 있다.
한편 드래곤즈 도그마2는 지난 29일 첫 업데이트를 통해 게임을 처음부터 시작하기 기능을 비롯 약속한 업데이트 목록 중 일부를 이행했다. 이번 리뷰는 PS5 플레이 기준으로 작성됐다.
■ 난 심장이 없어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플레이어는 각성왕이라 불리는 인물의 시점에서 옥좌 앞에 선다. 그러나 이후 플레이어의 캐릭터가 눈을 뜨는 곳은 궁이 아니라 죄인들이 갈 법한 광산이었다. 여기서부터 자신의 외형을 선택할 수 있다. 관리자의 물음에 이미 존재하는 프리셋 외형 인물을 선택할 수도 있고, 종족과 성별을 고른 뒤 단계별로 스타일을 잡아 디테일하게 캐릭터 외형을 만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캐릭터 메이킹을 즐길 수 있다. 이미 정식 출시 빌드보다 조금 먼저 게임의 캐릭터 메이킹 부분을 데모로 제공한 바 있어 알겠지만 상당히 성능이 좋은 축에 속해 실제 최민식 배우의 얼굴 등을 비슷하게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이후 모종의 사건을 거치며 플레이어는 본격적으로 드래곤즈 도그마2의 준비된 세계 속을 돌아다니게 된다. 여기서 일시적으로 주인공의 과거를 보여주기도 하면서 주인공의 신분이나 이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것이 드래곤즈 도그마2 메인 스토리 갈래다. 게임의 공식 이미지에서도, 그리고 이 글의 소제목에도 적혀있는 것처럼 플레이어의 캐릭터는 드래곤에 의해 심장을 잃고 대신 각성자라는 존재가 된다. 세계에서 한 명만 존재할 수 있다는 이 각성자라는 존재는 폰이라는 독특한 이들을 이계에서 불러내는 것이 가능하다.
플레이어가 직접 외형부터 메인 캐릭터와 같은 과정을 거치며 생성한 메인 폰은 각성자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전투 등을 거치며 레벨이 오르고 스킬을 배우기도 한다. 이런 요소는 다른 플레이어의 폰과 캡콤이 직접 만든 공식 폰을 영입했을 때 누릴 수 없는 요소다. 그렇기에 메인 폰과 빌려오는 서브 폰의 차이는 우선 이 레벨에 있다. 서브 폰들은 세계를 돌아다니다보면 마주하는 수많은 폰들을 영입하거나 다른 플레이어의 폰을 빌려오는 과정을 거쳐 아군 파티에 합류하나 이들은 합류 시점의 레벨에서 성장하지 않는다. 나중에 해당 폰의 주인인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같은 폰의 레벨이 올라있는 경우는 가능하지만 플레이어가 빌려서 육성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필요에 따라 수시로 영입하고 다른 폰으로 교체하는 식으로 플레이하게 된다. 각성자 포함 최대 4인 파티를 구성할 수 있다.
뭐야 내 심장 돌려줘요
■ 여정 도중 계속 반복되는 전투들
각성자 캐릭터 한 명만으로 진행거나 파티 멤버를 채워서 여행을 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자유다. 꼭 채워야만 해!까지는 아닐 지 몰라도 파티원이 늘어날수록 전투의 피로가 상대적으로 덜어진다. 머릿수가 싸움에서 용이한 이유는 게임 진행 도중 무작위로 만나게 되는 중형부터 대형까지의 크기를 가진 필드 몬스터들이 인카운트 느낌으로 우차(이 게임의 마차) 집단을 공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걸 그냥 두면 우차와 함께 승객들도, 우차를 운영하는 주인도 목숨을 잃는 모습이 허다한데 여기에 플레이어가 합류하니 다소 피해는 있어도 적당한 수준의 준대형 몬스터급은 처리가 가능해진다.
초반부터 운이 좋으면 만날 수 있는 큰 몸집의 보스들이 몇 종류 있다. 초기에 메인 스토리 진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마주하게 되는 대형 적, 그리고 게임을 플레이하다 보면 갑자기 저 멀리서 날던 그리핀이 내려와 주위를 공격해대는 경우, 특정 지역에서 휴면 상태로 배치된 몬스터 등이 몇몇 있는데 이들과 대치할 때 제법 긴장감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초반에 볼 수 있을만한 크기의 몬스터 중 그리핀은 제법 아름다운 비주얼을 뽐낸다. 우리가 잘 아는 정석적인 그리핀의 비주얼을 잘 표현해냈다고 할 수 있는 부분.
여타 액션 RPG들처럼 드래곤즈 도그마2도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다 전투 상황이 발생하면 일반 공격, 미리 세팅해둔 스킬 등을 활용해 싸우게 된다. 직업은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 뭐를 반드시 해야만 한다고 할 순 없지만 도적이 회피기나 특정 스킬들을 적극 활용하며 전투하는 맛이 있어 제법 인기가 있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직업마다 각 직업의 특성에 따른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방패로 파티원을 부스팅해 높은 지대로 올려보내는 것 등이 존재한다. 전투 빈도가 잦은데 이동 수단도 제한적이고 전투에서 입은 피해가 휴식 전엔 완전히 회복되지 않는 시스템인지라 전투가 많아질수록 생존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을 느끼게 한다.
한편 잠시 논란이 되었던 용내림 현상도 눈길을 끈다. 드래곤즈 도그마2에서는 폰을 빌리거나 다른 플레이어가 나의 메인 폰을 빌려갔을 때 플레이어에게 합류한 폰이 용내림이라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용내림에 걸린 폰은 대사가 자신감에 찬, 때로는 건방지기도 한 느낌으로 변경되고 눈 또한 초기에는 멀쩡했으나 용내림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심화될 경우 침뱉기 등의 행동까지 취한다. 이들을 그대로 방치하고 여관에서 수면하여 저장하면 모든 NPC를 죄다 죽여버리는 충격적인 상황을 자아내기도 했다. 해결법은 서브 폰인 경우 해고, 메인 폰인 경우는 집어들어 물에 던져버리면 되는 식이었다.
언어 요소도 있어서 엘프어를 모르는 데 엘프 마을에 가면 감으로 선택지를 때려맞춰야 한다.
■ 재미 붙으면 좋지만 제약 있는 세계
드래곤즈 도그마2는 잦은 몬스터들의 습격 빈도나 그들의 종류 등을 통해 수시로 전투를 발생시킨다. 정말 수십 초에 한 번 정도는 꼭 몬스터나 도적떼와 조우하게 되는 일이 자주 있다. 이런 빈도에 적들의 외형까지 고블린, 늑대 등으로 고정되어 큰 변화가 없다보니 쉽게 질려 처음에 재미 붙이는 과정이 어렵게 느껴질만한 부분도 있다. 하지만 일단 재미가 붙는다면 플레이 하는 동안에는 꽤나 몰입하며 이 다음까지만 하고 꺼야지 라는 마음을 들게 만들기도 한다.
플레이 방식에 따라 좀 더 드라마틱한 상황이 펼쳐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밤의 숲을 돌아다니고 있는데 평소처럼 잦은 고블린들의 습격이 이어지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밀려오는 진동, 그리고 거친 숨소리 등이 들려오더니 어느새 앞에서 거구를 드러내며 눈동자를 빛내는 오거와 마주친다거나 길을 잘못 들어서 한참을 뺑뺑 돌고 돌며 습격만 발생하지 않으면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는 우차를 겨우 마주쳤더니 갑자기 저 멀리서 날아오던 그리핀이 먹이로 인식해 우차와 일원을 찢어발기기도 하는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자아낼만한 순간들이 존재한다.
은근히 자주 겪는 일로는 특정 장소 강가에 위치한 그리핀이 플레이어를 인식했을 때 따라오다 강물이 깊어지는 곳을 지나는 순간 물 속에서 사는 휴지블이란 존재에 의해 거체가 그대로 물로 빨려들어가버리는 장면이 있다. 참고로 이 휴지블이라는 존재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드래곤즈 도그마2의 물을 위험지대로 만드는 요소다. 플레이어가 빠지면 잠시 후 리스폰되지만 폰이 빠지는 경우는 구해낼 수 없는 상황일 때 죽어버린다. 용내림을 해소하는 방식도 이와 같이 휴지블에게 맡겨 물 속으로 메인 폰을 던져버리는 것이다.
폰의 경우 우선 퀘스트 정보를 안다면 영입 후 그들의 안내를 따라 퀘스트를 수행 가능하다. 다만 가끔 AI가 안내하다 마는 경우도.
다양한 직업별 스킬을 배우고, 장비를 얻으러 다니거나 드래곤즈 도그마2가 자아내는 세계를 탐험하는 것도 좋겠지만 개발사가 강조했던 현실성 측면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재미있는 부분과 불편한 부분이 명확하게 공존하고 있다. 또, 용내림의 경우 초기에 모르고 당했던 게이머나 어쩔 줄 모르는 게이머들은 세이브 파일 자체를 날려버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느끼기도 했고, 이 이벤트 자체가 마냥 유쾌한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만 존재하는 것도 아닌지라 많은 아쉬움을 느꼈다. 특히 폰을 빌리고 빌려주는 방식의 시스템이 자리잡은 본 타이틀에서는 더욱 지뢰 같은 기능으로 느껴지기도.
세계의 경우는 오픈월드를 표방하고 있으며 실제로도 어느 정도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규모다. 다만 지도에서 갈 수 없는 공간들이 제법 된다. 높아서 올라갈 수 없는 장소들은 물론이고, 상당히 많은 물들이 모두 발목보다 좀 더 많이 잠기는 구간까지 접촉하면 휴지블에게 끌려가 사실상 갈 수 없는 구역이 꽤 많다는 점이 신경쓰일 수 있다.
그렇다더라도 드래곤즈 도그마2는 취향에만 맞으면 시간을 빠르게 녹이는 게임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지난 29일 캡콤 측에서 드래곤즈 도그마2의 업데이트를 배포한 것처럼 향후 좀 더 개선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을 잘 고려해가며 구매를 판단해도 될 것.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