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얼·스토리·전투 다 잡았다, 메타포:리판타지오

잘 하는 걸 더 잘했다
2024년 10월 23일 10시 35분 47초

세가퍼블리싱코리아는 ATLUS의 스튜디오 제로가 제작한 신작 RPG '메타포:리판타지오'를 지난 11일 Xbox Series X/S, PS5, PS4, 윈도우, 스팀을 통해 정식 출시했다.

 

메타포:리판타지오는 국왕 암살 후 돌연 시작된 선거에 휘말려 새로운 왕의 후보자 중 하나가 된 소년의 운명을 그린 판타지 RPG다. 플레이어는 세계를 방랑하며 주어진 하루하루를 자유롭게 보내고 다양한 클래스와 파티를 활용해 강적과 맞서 싸우게 된다. 환상이기에 가능한 현실의 여행을 그려내는 메타포:리판타지오는 페르소나3, 페르소나4, 페르소나5의 제작진이 선사하는 완전히 새로운 신작 판타지 RPG이며 아틀러스 브랜드의 35주년 기념작이기도 하다.

 

이번 리뷰는 PS5에서의 플레이를 기반으로 작성됐으며, 스토리 관련 스포일러는 국왕후보자가 소개된 후 첫 번째 마을에서 진행되는 이야기까지로 제한한다.

 

 

 

■ 각자의 뜻을 품고 왕좌를 향해

 

서두의 게임 소개에도 적혀있는 것처럼 메타포:리판타지오에서는 플레이어가 조작하게 되는 주인공을 비롯한 여러 종족의 사람들이 국왕이 되기 위한 경쟁을 벌이는 것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소꿉친구인 왕자에게 걸린 죽음의 저주를 풀기 위해 요정인 갈리카와 함께 세계를 방랑하는 엘다족 소년이 되어 왕국에서 벌어진 국왕 암살 사건에 필연적으로 휘말리며 그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운명을 마주해야 한다. 저주에 빠진 왕자를 구하기 위해 활동하다 왕의 마법이 발동해 시작된 국왕 선정전을 기회로 활용하는 셈이다. 조건은 누구나 왕위에 도전할 수 있지만 가장 많은 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

 

페르소나 시리즈 제작진이 선보이는 이 새로운 판타지풍 세계에선 다양한 종족이 살아가고 있지만 이 유크로니아 연합 왕국에선 이들이 잘 어우러지기보다 종족에 따른 차별이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예를 들어 현실의 인간에게 가장 가까운 비주얼을 가진 주인공의 종족 엘다족은 불길한 종족이라며 천대와 기피를 받고 있는데, 게임의 초반부부터 메인 스토리나 직접 돌아다니며 대화를 걸어보면 이런 인식이 팽배하다는 것을 곳곳의 주민들이나 주요 인물의 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주인공은 소꿉친구인 왕자에게 걸린 저주를 풀기 위해 비밀리에 파견된 소수의 왕자파 인물이면서 처음에는 단순히 왕국의 내부에 침투해 왕자파 동지에게 이야기를 전달하는 정도의 간단한 임무를 가지고 있었지만,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마도기를 사용해야 하는 세계에서 이를 사용하지 않고 아키타이프라는 독특한 마법을 사용하게 되면서 동료들이 모이고 이들을 지휘하는 대장이 되며 국민들의 지지를 가장 많이 받는 국왕 후보가 되기 위한 여행에서도 자연스레 일행의 후보자로 나선다.

 

독특한 설정들이 엿보이는데 그 중 하나는 다양한 종족을 일컫는 사람 외에 '인간'이라는 존재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인간을 구성하는 일부 요소가 기괴하고 그로테스크한 방식으로 뒤틀린 괴수로 표현되며 막강한 괴물로 세계의 주민들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 이 인간의 출몰 여부에 따라 요새 하나나 소규모 귀족이 다스리는 마을 정도는 가볍게 전멸할 정도이기도 한데, 플레이어는 여정 중에 수시로 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외에도 어릴 적부터 주인공이 가지고 있는 공상소설에선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정치 형태나 기술의 발전 형태 등을 표현하는데, 이 또한 뻔한 이야기 구조가 될 것인지 아틀러스의 독특한 뒤틀기가 될 것인지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아틀러스 RPG 특유의 관계 기반 레벨이 오르면서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주인공은 파티 멤버들을 포함해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쌓아 후원자 레벨을 높일 수 있다.

 


 

 

 


인간 디자인을 보면 인간에 대한 악감정이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징그럽거나 우스꽝스러움이 녹아들었다.

 

■ 일정관리·프레스 턴에 다양한 클래스 얹어

 

페르소나3부터 페르소나5를 빚어낸 스튜디오 제로의 작품이라고 소개되는 만큼, 메타포:리판타지오를 플레이 하다 보면 확실히 이 페르소나 시리즈들이 떠오르는 부분이 상당히 많다. 일단 게임의 시스템 전반도 기존 페르소나 시리즈의 경험을 다시 활용해 아틀러스의 RPG를 쭉 따라온 게이머라면 쉽게 적응할 수 있다.

 

먼저 왕자의 저주, 국왕 시해 후 시작된 국민 지지 기반의 국왕 후보자 경쟁과 같은 커다란 줄기 외에도 동료나 방문지의 주민들, 팔로워들을 통해 받는 임무들은 날짜를 지정해 제한된 시간 내에 일정을 관리하면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페르소나5에서 괴도단이 팰리스 붕괴를 노리고 임무 최종 기한을 정해두고 활동하는 것처럼 특정 사건의 해결 기한이 정해져 있고, 서브 퀘스트들도 기한이 없는 것과 기한이 지정된 것이 존재한다. 또, 서브 퀘스트 수행 등을 위해 필요한 인간 지표가 메타포:리판타지오에도 존재해 이를 올리기 위한 대화나 활동에도 한나절의 시간이 소요되니 낮에만 갈 수 있는 던전 일정 등 남은 시간을 잘 고려해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진행하게 된다.

 

 

 


 


던전이나 보스, 특산품에 대한 정보를 마을의 정보상이 판매하기도 하니 고생을 피하려면 체크하자.

 

전투는 페르소나 시리즈와 진 여신전생 시리즈의 프레스 턴을 가져왔다. 파티원은 전열과 후열을 턴 소비 없이 수시로 옮길 수도 있고, 적의 약점을 찌르거나 치명타를 가하면 반 턴을 더 가져와 한 번에 많이 행동할 수 있다. 이전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적 또한 이 프레스 턴의 수혜를 받을 수 있어 무난하게 싸울 수 있는 던전에서도 재수 없게 단 한 턴만에 전멸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효과적으로 활용해 적을 섬멸하면 확실히 쾌감을 선사하지만 당하면 욕이 올라오는 긴장감 있는 방식이다. 필드에서 몬스터를 공격해 그로기에 빠뜨려 전투에 돌입하면 적들이 기절한 상태로 첫 턴을 가져오며 반대로 피격당하면 이쪽이 첫 턴을 빼앗겨 먼저 공격받는다. 또, 보스는 부위와 기믹이 존재하기도 한다.

 

난 여러 번 때려야 하는데 적은 한 번만 때려도 바로 턴을 가져가니 가끔 좀 억울한 느낌도 든다. 그래도 초반부터 파티보다 확실히 약한 적은 전투에 돌입하지 않더라도 때려서 빠르게 쓰러뜨릴 수 있고 이 경우는 맞아도 체력만 닳지 전투에 돌입하지 않는다. 수동으로 전투를 진행할 수는 있어 도둑질 스킬이나 매지션의 MP 회복 패시브를 사용하기 위해 이 수동전투진입 기능을 활용하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진테제라는 협력기가 존재하며 이는 참가하는 멤버들의 턴을 동시에 사용하는 대신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강력한 기술이다.

 

기존 페르소나 시리즈와 사뭇 다른 부분은 주인공만 특별하게 다양한 페르소나를 바꿔가며 사용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메타포:리판타지오의 등장인물들은 초기 아키타이프 각성 이후 다른 아키타이프를 이수시켜 클래스를 갈아끼우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이다. 물론 처음 합류할 때 받는 아키타이프가 그들의 기초 능력치와 연관해 가장 무난한 선택이기도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다양한 아키타이프를 시도해보면서 나름대로 나만의 파티 조합을 꾸려갈 수 있다. 팔로워들이나 동료와의 인연 레벨이 올라가면 그에 따른 다양한 혜택을 얻을 수 있는데, 그 중 일부가 계통 스킬 계승 슬롯의 증가나 상위 등급 아키타이프가 개방되는 것. 상위 아키타이프는 복수의 아키타이프 레벨을 높여야 하는 조건이 걸려있기도 하며 그 아키타이프를 사용하는 캐릭터가 해당 조건을 달성해야만 이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나이트 20레벨과 매지션 10레벨을 달성한 적이 있어야만 한다면 파티원 중 누군가가 달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그 캐릭터가 각각의 아키타이프 레벨을 높여야 하는 식.

 


너 혹시 진짜 이름은 모르가나니?

 


아키타이프를 이수해두면 장비 화면에서 언제든 아키타이프를 교체할 수 있다.

 

 

 

■ 아틀러스의 경험을 집대성

 

메타포:리판타지오는 아틀러스가 제작해 온 RPG의 경험을 집대성해 새롭게 만들어 낸 판타지 IP라는 말로 표현이 가능하다. 앞서 이야기하기도 했지만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확실히 우리가 해왔던 그 회사의 게임이 맞구나 싶은 모습들이 한둘이 아니다. 캐릭터들 중에도 페르소나3이나 4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캐릭터가 있는가 하면 인간 같은 주요 몬스터 디자인에 있어서 아틀러스 센스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게임의 시스템들 또한 아틀러스 RPG 요소들을 많이 채용했다.

 

때문에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에는 이게 판타지판 페르소나로 끝나지 않을까 싶은 생각 들었고, 초반부에 주인공이 국왕 후보자로 출격하기까지도 재미는 있지만 메타포만의 재미있는 무언가를 뚜렷하게 잡기 어렵다는 생각에 어중간한 상태로 몰입했었다. 확실히 말해두자면 이 부분도 재미있기는 했는데, 본격적으로 아 조금만 더 하고 싶다라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은 국왕 후보자들이 집합해 출격하는 그 장면부터였다고 생각된다. 그 전에는 다소 억지스럽게 느껴지는 전개라고 생각되는 것도 있었으니 말이다.

 


 


 


왕권경기회 시작 이후부턴 이런 개그신도 등장

 

하지만 후보자들이 모여 경선을 벌이기 시작하는 그 부분부터는 메타포:리판타지오의 재미가 확실히 커졌다. 이야기에 개입하는 주요 인물이 한 번에 확 늘어나 다양함이 늘어난 이유도 있을 것이고, 메인 스토리인 왕자의 저주와 국왕 레이스 외에도 뉴러스와 전차, 유물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기적인 퀘스트 등 플레이어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요소를 적절하게 툭툭 던져준다. 거기에 레이스 이전 시점까지는 이야기의 구성상 다소 무겁고 어두운 톤의 분위기가 주를 차지했다면 레이스가 시작되는 시점 이후부터는 왕도적인 모험·영웅담을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진지하게 잘 조절하면서 훌륭하게 빚어나갔다.

 

전투 자체는 멤버가 적은 초기엔 다소 파티가 고착화 되는 느낌이 있기도 하지만 기존에도 잘 끌어왔던 프레스 턴 방식이나 보스전의 기믹과 부위 공격 시스템 등을 잘 보완했으며 주인공만이 아닌 파티원들의 클래스도 바꿀 수 있게 되어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한다. 다만 자체적인 밸런스에서는 조금 아쉬운 감이 있었다. 아틀러스 RPG들에서 상대적으로 물리 계열이 강한 경향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게 좀 심해서 초반에도 물리가 마법에 비해 상당히 강하게 느껴진다. 마법으로 약점을 찔러도 말이다.

 


 


페르소나나 진 여신전생의 악마처럼 100 단위를 넘나드는 것이 아니라서인지 같은 클래스도 망토 색 같은 디테일에 차이를 둔다.

 

폰트나 각지에서 노이즈처럼 보이는 마그라 결정들, 달릴 때의 블러 처리가 좀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경향이 있더라도 UI는 상당히 깔끔하게 잘 만들어졌으며 게임의 전반적인 비주얼 또한 아틀러스의 색을 지키면서 매력적으로 자아낸다. 또, 스토리 내에 애니메이션 컷신도 빈번하게 등장해 확실히 이번에도 공을 들였구나란 느낌을 받게 한다.

 

편의성 면에서는 일장일단이 있었다. 게임 진행에 따라 일정 소비 없이 빠르게 도시 간 이동이 가능해지는 부분이나 팔로워 협력 레벨을 높이면서 개방되는 편의 강화는 유용하게 느껴졌지만 자체적인 전투의 속도나 게임 구동 시 영상이 두 개로 나뉘어 타이틀 화면까지 가는 과정을 하나 더 늘렸다는 것은 조금 불편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메타포:리판타지오는 아틀러스의 RPG를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확실히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비주얼적으로도, 턴 기반 전투로도 뚜렷한 개성을 지니고 있으며 어반 판타지 위주였던 그간의 동사 시리즈와 다른 완전히 새로운 왕도 판타지물을 잘 빚어낸 작품이다. 늘 잘해왔던 음악 또한 훌륭하다. 개인적으로는 아카데메이아의 BGM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별 일이 없어도 자꾸 방문하게 된다. RPG를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만한 올해의 명작 반열에 들어갈 수 있을지도. 사족을 붙이자면 그 캐릭터는 동료로 안 넣어줘서 좀 아쉬웠다는 정도다.

 


근데 아카데메이아에 갈 때마다 받게 되는 섬광탄은 좀 괴로울지도.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알립니다

창간 24주년 퀴즈 이벤트 당첨자

창간 24주년 축전 이벤트 당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