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T1은 공식 SNS를 통해 도란의 T1 영입을 공식 확정했다. 이로써 T1은 기존의 ‘제오페구케’에서 ‘도오페구케’의 라인업이 확정됐다.
(출처: T1 공식 SNS)
당초 예상으로는 제우스의 T1 잔류가 유력시됐다. 구마유시와 재계약을 이뤄내면서 제우스만이 남은 상황이고, 지난 2년간의 롤드컵 우승과 T1 측의 재계약 의지도 확고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T1은 국내 최고의 인기 팀이자 명문 팀이다. 젠지나 한화생명e스포츠, 혹은 LPL 인기 팀들이 넘볼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물론 최고의 인기 팀 다운 팬들의 간섭(?)이 있기는 하나 그만큼 사랑도 많이 받는다. 적어도 다른 팀들에 비해 분명 ‘유리한’ 부분이 많은 것이 바로 T1 소속이라는 사실이다.
- 재계약을 거절한 이유는?
사실 이는 당사자가 아닌 이상, 그리고 T1의 핵심 관계자가 아닌 이상 알 수 없는 문제다. 지금도 수많은 추측성 보도와 일명 ‘뇌피셜’ 및 관계자라 자청하는 이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정확한 팩트를 꼽는 것이 쉽지 않다.
심지어 제우스나 T1이 ‘이래서 재계약이 되지 못했다’라고 발표를 해도 이 말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팀과 선수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는 만큼 정말 안좋게 끝나지 않는 이상 서로에게 좋은 쪽으로 이야기를 맞추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연예인 부부가 헤어질 때 주로 쓰는 ‘성격 차이로 이별’하고 ‘좋은 관계로 남기로 했다’라는 말을 대부분 믿지 않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팬들에게는 아쉽겠지만 확실히 결별했다(출처: T1 공식 SNS)
현재로서는 두 가지 가능성 정도로 압축된다. 하나는 제우스 자체가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플레이를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는 제우스가 현재 병역 면제 혜택을 받았고, 이미 두 번의 롤드컵 우승을 이뤄낸, 그리고 EWC 및 리그 우승까지 충분히 경험했다는 점이 작용한다. 심지어 나이도 어리다. 다른 선수들에 비해 보다 다양한 경험을 하고 싶다거나, 다른 분위기의 팀에서 자신의 플레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충분히 들 수 있을 만하다.
다른 선수들이라면 일생에 한 번 하기 힘든, 이 하나를 위해 팀을 옮기고 페이컷을 감당하며 그렇게나 이루고 싶어 하는 롤드컵 우승을 두 번이나 경험했다. 사람에 따라 분명 생각이 다르기는 하겠지만(대표적으로 언제나 최고를 위해 달리는 페이커 같은) 제우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룰 것을 다 이룬 셈이다.
그만큼 선택할 수 있는 폭도 넓다. 1군 데뷔 이래 T1에서만 뛰었고, 언제나 페이커와 다른 멤버들이 있었다. 다른 선수들과 플레이를 했을 때는 어떤 느낌일지, 심지어 LPL은 LCK와 얼마나 다를지 궁금하면서도 도전 정신이 생길 만한 상황이다. 심지어 나이도 어리다 보니 다른 선수들처럼 현재에 안주하려는 생각도 덜하다.
이미 작년 스토브리그에서도 어느 정도 고민을 하다가 재계약을 한 바 있어 올해는 T1을 벗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남은 인원들이 모두 재계약을 마치면서 제우스 역시 재계약을 할 것으로 생각됐다. 단,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이번 시즌은 작년에 비해 그 결심이 보다 단호했다는 이야기다.
(출처: 라이엇 게임즈)
또 다른 가능성은 금전적인 이득이다. 다만 이 경우 역시 앞서 언급했던 부분과 어느 정도 연관되는 부분이 있다.
실제로 T1에서 제우스를 잡고자 하는 의지가 결코 낮지 않았고, 그만큼 다른 팀들(예를 들어 LPL 팀이나 한화생명e스포츠 등)처럼 적지 않은 금액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T1 입장에서도 제우스는 상당히 핵심적인 선수이기에 만족스럽지는 않을지라도 어느 정도의 선은 보장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보다 높은 연봉을 제시한 팀이 있다고 해서 단순히 그러한 이유로 재계약을 거부했을 것 같지는 않다.
물론 상상 이상의 금액을 오퍼했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예를 들어 제우스의 올해 연봉이 20억이라고 가정했을 때(수치는 가정이지 실제 금액이 아니다) 40억, 혹은 50억을 제시한다면 모든 것을 이룬 제우스 입장에서는 충분히 흔들릴 수 있다.
다만 이 정도로 엄청난 배팅을 하기에는 현재 LOL 시장이 상당히 위축되어 있고, 제우스 또한 연봉이 적은 선수가 아니다. 설령 저 정도로 높은 연봉을 제시한다면 오히려 팀 내 다른 선수들의 캐미가 깨질 수 있을 만한 소지도 있다.
항간에 떠도는 선수들의 불화와 같은 부분 역시 개연성이 부족하다. 실제로 선수들의 불화가 있을 때는 어떠한 방식이든 그러한 모습이 알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일부 ‘카더라’ 식의 추측 외에 직접적으로 드러난 T1의 불화 요소는 없다.
결국 이번 제우스의 결별은 사실상 모든 것을 이룬 제우스가 새로운 여정을 하고자 하는 생각이 큰 것이 주요 원인이라 생각되며, 이 과정에서 ‘조금 더 높은 연봉’이 그 결정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다.
아울러 T1이 당일 FA로 풀린 도란을 바로 영입한 점으로 볼 때 이미 사전에 제우스와 충분히 논의가 되었고 결론적으로 재계약 불가를 표명한 것으로 생각되며, 제우스 역시 FA로 풀린 시점부터 영입을 타진한 특정 팀과 상당히 진전된 행보를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높다.
덧붙여 현재 T1 팬들을 중심으로 재계약을 하지 않은 제우스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다소 존재하는데, 이러한 선수의 이적은 프로 스포츠에서 충분히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물론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나간다는 자체가 상당히 아쉽겠지만 설령 목적이 돈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비판할 수는 없다. 심지어 제우스는 T1에서 충분히 역할을 해 준 선수다.
다만 아마도 제우스와의 계약이 어렵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T1이 구마유시와의 재계약을 진행했다는 점은 분명 팬들에게 아쉬울 만한 부분이기는 하다. 어차피 제오페구케가 유지되지 않는다면 바이퍼 같은 특급 선수의 영입도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기 때문이다.
바이퍼는 구마유시의 재계약이 진행된 이후 재계약을 확정했다(출처: 라이엇 게임즈)
- 이에 따른 스토브리그 변화는?
T1이 도란을 영입하면서 상위권 팀 중에서는 유일하게 25시즌 로스터를 확정지었다. 다만 기존의 ‘제오페구케’ 조합에 최적화된 전술은 25시즌에서 사용하기 어려워졌으며, 아울러 제우스에서 도란으로 선수 변경이 이루어진 만큼이나 팀 전력 역시 다소 하향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젠지의 경우 현재 룰러와 기인의 영입 이야기가 강하게 흘러나오고 있고, 심지어 특정 언론사를 통해 룰러가 젠지와 계약했다는 기사까지 나오고 있지만, 젠지 자체가 이에 대해 확실한 언급을 하지 않고 계약 발표 역시 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에 100% 사실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까지 젠지의 공식 SNS에는 선수들의 영입 소식 없이 24년 사진들만 올라오고 있다
여기에 서포터의 경우 리헨즈 대신에 다른 선수를 영입할 가능성이 점 쳐지는 만큼 혹 룰러를 영입하고 다른 선수들과 재계약을 이룬다고 해도 올 시즌과 비슷한 전력을 갖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도란이 T1으로 이적하면서 탑 자원에 공백이 생긴 상황이다. 그만큼 기인과 제우스 중 한 선수를 잡는데 총력을 펼칠 것으로 생각되는데, 현재로서는 제우스가 T1과의 재계약을 하지 않은 상황에 한화생명e스포츠와 강한 연결 고리가 이어지지 않았나 하는 것이 대부분의 추측이다.
물론 예상을 뒤엎고 제우스가 LPL로 선회하는 방향도 고려가 가능하기는 하나 이 경우 생각보다 큰 연봉을 받기는 어렵다. 여기에 LPL로 넘어간다면 팬들의 반응 역시 그리 좋지 않을 것이 분명하기에 한화생명e스포츠 행이 강하게 점 쳐지는 분위기다.
만약 한화생명e스포츠가 제우스를 영입한다면 이미 최대어인 바이퍼와의 재계약을 완료한 한화생명e스포츠 입장에서는 명실상부한 ‘슈퍼팀’을 만들게 된다. 25시즌 T1은 물론이고 젠지보다도 앞서는, 그리고 아마도 LPL 어느 팀보다도 강력한 팀이 탄생하게 된다.
다만 확실하게 제우스가 한화생명e스포츠로 간다는 보장은 없고, 기인 역시 젠지 행이 확정된 상황은 아니다. 최상급 탑 플레이어 두 명의 거취가 결정되는 순간, 그리고 룰러의 확실한 행선지가 결정된 이후에야 이번 스토브리그의 남은 행보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지 않을까 싶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