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999와 카툰999, 이른바 999시리즈를 출시한 문틈의 차기작이자 2017년 구글 인디게임 페스티벌 TOP 10을 비롯한 수상기록을 자랑하는 '던전을 찾아서!'는 앞서 출시된 작품 던전 999의 속편격이 되는 작품이다. 기억을 잃은 채 마을의 용병으로 살아가는 잭과 마법연구생 로즈가 펼쳐나가는 고전풍 RPG로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결말의 분기가 정해지는 오픈월드형 로그라이크 RPG다.
오픈월드형 로그라이크 롤플레잉 게임인 던전을 찾아서는 고전게임의 향수를 살릴 수 있도록 전투보다 모험 그 자체에 촛점을 맞춰 매번 바뀌는 세계를 돌아다니며 다양한 등장인물과 만나고 실제로 모험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또, 모든 NPC 캐릭터들이 호감도를 일정 수준으로 올리면 동료로 합류하도록 제안할 수 있게 만들어진 것 역시 흥미로운 시스템이다. 물론 모든 NPC가 스탠딩 일러스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나 능력치, 도트 외형, 배우고 있는 특성 등을 잘 생각해 파티를 구성하며 게임을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매번 변하는 세계를 실제로 모험한다는 기분을 주는 요소 중 하나로 화면 내에 표시되는 대부분의 사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이와 맞물려 특정 책을 읽기 위해서는 nLV 이상의 특성치나 특정 아이템을 요구하는 등 다양한 캐릭터를 파티원으로 활용하고, 특성을 사용하도록 플레이어를 유도해 자연스러운 다양성을 창출한다.
게임 플레이 자체는 무료로 제공되고 엔딩까지도 과금 없이 즐길 수 있겠지만 게임 도중 광고 삭제 등의 기능을 포함한 패키지를 자주 광고하니 불편하다면 게임 내 결제를 이용해 해제하도록 하자.
하단 바에는 자사 게임의 상시 광고가 붙어있다.
■ 두 가지 줄기의 컨텐츠
던전을 찾아서!에서는 두 가지 큰 줄기에 따른 컨텐츠를 경험할 수 있다. '스토리모드'와 '무제한모드'로 스토리모드에서는 주인공인 잭과 히로인 로즈가 주축이 되는 이야기 중심의 플레이를, 무제한모드에서는 작중에도 언급되는 '무한의 던전'을 탐색하며 전설의 유물을 획득할 수 있다. 플레이마다 구성이 달라지고, 소지한 아이템과 파티원에 따라, 또는 선택에 따라 결말이 매번 달라지는 오픈월드형 로그라이크 RPG인 본 작품에서 사실상 무제한모드라는 이름을 사용할 필요가 있나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스토리모드에서는 던전을 찾아서!의 세계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다. 모드의 이름대로 스토리를 중점적으로 따라가기 때문에 특히 초반부에서는 엄밀히 따지면 '자유롭게'의 폭이 굉장히 좁아 반드시 퀘스트를 따라가게 되지만 게임을 어느 정도 진행하고 나면 퀘스트를 통해 특정 NPC와의 호감도를 높이고 동료로 권유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료 재화를 사용하기 전에는 잭과 로즈를 제외한 한 명의 추가 동료만 데리고 다닐 수 있지만 유료 재화를 통해 파티 멤버를 최대 2명까지 더 영입할 수 있다.
무제한모드에서는 스토리모드를 통해 호감도 수치를 동료 영입 제한인 300까지 올린 캐릭터들을 파티원으로 구성해 무한의 던전에 도전할 수 있다. 도중에 종료하면 저장 포인트를 지정하지 않았을 경우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게 된다. 다만 5층에서는 퀘스트를 통해 방문할 수 있는 도서관이 있고, 캠핑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10층에 도달했을 때 안전 구역에서 자동으로 저장되는 시스템이다. 이 캠핑 시스템은 스토리모드에서도 마찬가지로 특정 포인트에 도달하거나 캠핑을 하지 않으면 그 이전 세이브까지 날아간다.
초반부 웰컴 마을에 돌입한 후 스토리 퀘스트를 통해 한 번은 무한의 던전에 가게 되는데, 이 시점에서는 파티 멤버의 전체적 수준이 그리 강하지 않아 보급품을 확실히 챙기거나 보석 러쉬를 하지 않는 한 피를 보기 쉽다. 한 번 당하면 다소 불합리한 퀘스트 타이밍이 아닌가 싶을 정도. 하지만 이건 적을 회피하지 못했을 경우에 속하는 이야기이며 적만 잘 피해간다면 금방 퀘스트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이템을 사용해 적을 재워 조우하지 않는 수도 있다.
■ 난이도는 꽤 높은 편
던전을 찾아서!는 전체적으로 꽤 난이도가 높은 편이다. 게임오버 요소가 많고, 난이도의 상승폭도 가파른 편인데 주인공 파티의 여건도 그닥 좋지는 않다. 우선 스태미너가 상시 플레이어의 게임오버 타이머로 작용한다. 이동 시에도 스태미너가 줄어들고 전투 소요시간 만큼의 스태미너가 전투 후에 줄어든다. 이는 전투 내 스태미너 감소를 정지시켜주는 주류 아이템을 먹고 전투에 돌입하거나 앞서 등록한 스크린샷처럼 잠의 포션을 사용해 적들을 재우고 전투 자체를 회피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상쇄할 수 있다. 또, 음식 아이템을 먹거나 휴식을 취하기, 캠프나 나무에서 쉬기를 선택했을 때 회복되기도 한다. 따라서 연전이나 적의 난입이 많지 않으면 어느 정도 감안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난이도의 상승폭은 조금 문제다. 스토리 모드를 진행하면서 웰컴 마을까지 이동하는 것은 금방이지만 이후 이어지는 메인 퀘스트를 곧장 따라가려고 한다면 보급품을 두둑하게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것도 뭐 여건이 허락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말이다. 특히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퀘스트 라인업이 바로 웰컴 마을에서 무제한모드로 넘어가는 메인퀘스트다. 여기서 플레이어는 지하 5층의 도서관까지 이동해야 하는데, 적의 난이도가 코앞인 4층에 도달했을 때에는 플레이어 파티를 압도적으로 누를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이 시점에서 별다른 과금을 하지 않은 첫 회차 플레이어라면 무제한모드에 데려갈 수 있는 캐릭터가 주인공인 잭과 로즈, 그리고 스토리 모드에서 가장 빠르게 호감도 300에 도달하지만 스토리상 영입하는 시기가 굉장히 늦어지는 유부녀 나무꾼 우디 뿐인데, 4층에서 5층으로 이동하는 문 앞에 보스급으로 강력한 삼각형 슬라임이 버티고 있다면 유혈사태를 각오해야 한다. 사실상 전투에서 로즈가 제자리에 선 상태로 흡수하는 마나가 있어야 스킬을 사용할 수 있고, 그런 로즈를 보호하면서 싸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한 상태에서 장기전은 피하는 편이 좋다.
여건의 이야기를 해보자. 다행히 전투는 어떻게 죽지 않고 이기기만 하면 끝났을 때 체력이 모두 회복된다. 포션도 용량에 따라 다른 포션으로 처리되기 때문에 잘만 챙겨서 무리하게 도전하지 않는다면 괜찮지만 파티의 여건이 조금 안 좋은 편이다. 우선 모든 NPC를 조건만 맞추면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슬롯 여유분을 기본 하나만 제공하고 유료 재화 100개를 사용해야 추가 슬롯을 열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금 아쉬움을 준다. 각 캐릭터의 특성 슬롯은 기본 4~5개가 채워져 있고, 총 8개 정도가 제공되니 잭이나 로즈한테 몰아주기도 불가능하다.
이런 암호나 사칙연산 퀘즈로 자물쇠를 딸 수도 있다.
여기에 더해 게임의 하드코어함과 아이템 슬롯이 꽤 불편할 정도로 좁다. 기본 제공 40칸에 처음으로 가방이 넘칠 때 10칸을 늘려주지만 모든 사물과 상호작용이 가능하고 온갖 재료와 장비, 특성 도서와 도면, 음식, 열쇠 등 다방면으로 활용이 필요한 아이템들을 모두 가지고 다니려면 턱없이 부족하다. 창고 100칸이 제공되기는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굉장히 적다. 여기에 공간을 초과하는 아이템을 습득했을 때 버릴만한 게 없다면 해당 아이템이 버려지게 되고, 파티 전멸에 이르면 모든 아이템이 가방에서 사라진다.
외에도 조금 아쉬운 부분은 무제한모드로 넘어갈 때 웰컴 마을에서 갈 수 있도록 한 것은 좋았지만 반대로 스토리모드에 돌아가려면 메인 메뉴로 돌아가서 스토리 모드를 시작해야 한다는 부분이나 각 캐릭터의 특성을 올릴 때 필요한 골드량이 수급 가능한 골드의 양에 비해 택도 없이 부족하다는 부분이 굉장히 아쉬움을 자아낸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