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현실 하드웨어가 상용화된 근 미래, VR MMORPG 속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모험들을 주제로 지금껏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독창적이고 특색 있는 전개와 우수한 작품성을 선보이며,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TVA, OVA, 게임 등 다수의 미디어 믹스에서 대 활약 중인 카와하라 레키의 게임 판타지 라이트노벨 ‘소드 아트 온라인’ 시리즈의 신작 게임이 국내에 상륙했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코리아(BNEK)에 의해 지난달 8일 국내 정식 발매된 ‘소드 아트 온라인 페이탈 불릿(이하 페이탈 불릿)’은 앞서 언급한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시리즈 최신작으로, 원작 기준 3부에 해당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 매력적인 세계관과 다수의 신규 컨텐츠로 무장한 시리즈 신작
이번 작품은 여러모로 기존 시리즈들과 큰 차별화를 뒀다. 이 중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바로 장르의 변화와 세계관의 변화, 이 두 개가 아닐까 싶다.
본 작품은 앞서 말한 대로 원작 라이트노벨 3부 팬텀 불릿 파트를 다루며 총의 세계 ‘건 게일 온라인’을 무대로 한 일련의 사건들 모험의 여정을 담고 있다.
기존 작품들이 여러 매체에서 흔히들 접해본 중세 유럽풍의 흔한 양산형 판타지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에 반해 본 작품은 우주로 진출했다 몰락해 다시 돌아온 인류의 사투를 다룬 독특한 세계관을 도입, 플레이어에게 신비롭고 몽환적이며 처절한 신선한 스토리의 감동을 선사한다.
이렇게 차별화된 모습으로 나타난 본 작품의 세계관의 경우 기존 시리즈의 외전이나 아예 새로운 작품이라 말해도 무방할 만큼 스토리 자체가 완전히 다르게 구성됐다. 따라서 기존 팬들이 새롭게 느낄 신선함은 물론, 원작의 배경 지식을 아무것도 모른 채 본 게임으로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신규 유저라 할지라도 아무 문제 없이 편하게 게임에 접근해 즐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본 작품에서 첫선을 보이는 장르의 변화도 큰 관심사다.
이전 작들이 판타지 대륙을 배경으로 몬스터들과 마법이 난무하는, 우리가 기존에 지긋지긋하게 즐겨왔던 평범한 RPG에 불과했으나 본 작품은 제목 그대로 총기와 총알이 난무하는 3인칭 슈팅(TPS)를 기반으로 하는 원거리 전투 위주의 액션과 근 미래 SF풍을 게임 배경으로 삼아 전작과 차별화되는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선보이며 더불어 기존 RPG의 시스템도 포함돼있어 전투의 재미와 캐릭터 성장의 즐거움 이 모두를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플레이어블 캐릭터의 경우, 이전 콘솔 작품들이 오리지날 주인공인 키리토를 주축으로 고정하지 않고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게 캐릭터를 선택, 생성할 수 있도록 했다. 나름 다양한 커스텀 요소가 존재하는 데다 고정 캐릭터가 아닌 자신만의 분신을 입맛대로 만들 수 있는 점은 매우 마음에 든다.
개인적으로 중2병 감성에 심취한 키리토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만족스러운 부분이며 특히 여성 캐릭터의 모델링이 아주 예쁘게 나왔기에 많은 이들이 감탄하고 만족할만한 부분이라 여겨진다.
앞서 여러 번 언급했듯 본 게임은 3인칭 슈팅 기반이다. 이전 작들이 근접 전투와 마법 스킬 위주의 전투였던 반면 원거리 전투가 게임의 주축이 되면서 전투 컨셉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났다.
등장 무기의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권총, 돌격소총, 샷건, 저격 소총들의 일반적인 총기류는 물론 수류탄, 로켓 런쳐나 중기관총과 같은 중화기, 그리고 근 미래를 다룬 게임 배경 컨셉에 부합하는 광선검 종류까지 추가, 무기 구성은 매우 만족스럽다.
본 작품이 TPS 시스템을 채택하면서 많은 이들이 우려했던 부분은 에임 컨트롤이 아닐까 한다. PC의 키보드, 마우스 조합과 달리 패드류를 이용한 콘솔의 조작법의 경우 아날로그 스틱의 각 축 회전과 버튼 조합으로 적을 조준, 격발해야 하기 때문에 마우스를 사용하는 PC 대비 상당한 어려움이 들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본 작품도 통상적인 콘솔 TPS, FPS게임이 그렇듯 에임 보정 시스템을 도입했다.
‘불릿 서클’이라 일컫는 본 게임의 에임 보정 시스템은 자신의 플레이 화면 중앙에 위치한 타격 범위에 들어온 적을 자동으로 록온 시켜주는 기능으로 듀얼쇼크 조작 초심자에게 매우 유용해 게임을 무난하고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특히 부대 단위로 출현하는 몬스터 무리의 빠른 사냥에 큰 도움이 된다. 이는 플레이어의 취향에 맞게 온, 오프가 가능하다.
■ 3인칭 슈팅과 RPG의 만남.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
다만 이 시스템은 일반적인 TPS, FPS 시리즈에서 사용되는 에임 어시스트 시스템과는 여러모로 그 기능이 다르다. 이 불릿 서클의 가장 불만스러운 요소 중 하나가 바로 적의 약점 공격이 불가능한 것.
콘솔로 발매된 동일한 장르의 통상적인 게임들의 경우, 에임 보정을 켰을 때, 예를 들어 적의 급소인 머리 그 아랫부분인 목을 겨냥하고 있으면 에임이 자동으로 급소인 머리 쪽으로 올라가 더욱 높은 데미지를 넣도록 설계됐다.
사람이 아닌 메카닉 등이 등장하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대다수의 게임들이 적의 코어 등 약점 부위에 에임을 둘 경우 자동으로 에임을 그쪽으로 돌려줘 손쉽게 약점 공격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본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다. 에임 보정을 켤 경우는 적의 약점 공격이 매우 어렵다. 보정을 끄지 않는 한 약점 공격은 아예 불가능하다. 이는 떼거지로 몰려오는 연약한 잡몹을 상대로 한 공격에서는 빛을 발하지만, 체력과 공격력이 강한 적을 상대로 할 경우는 적 피격 데미지가 매우 낮게 들어가 여러모로 불만스럽다. 이는 게임 진행 후반부로 갈수록 더 심해지니 어느 정도 기본 에임을 다룰 수 있도록 연습하도록 하자.
■ 아쉬운 타격감과 일부 시스템은 개선이 필요
이처럼 불릿 서클 시스템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사람에 따라 게임 난이도의 체감이 급변하는 요소다 보니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이라 생각되는 바이다.
더불어 저격 소총의 경우 그 효율성이 타 무기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지는 점도 아쉬움을 자아낸다. 게임 특성상 다수의 적이 몰려들며 따라서 중장거리보다 비교적 근, 중거리 교전, 근접전과 난전이 자주 발생하는데, 이때 느린 연사력의 저격 소총은 적과의 교전에 있어 너무나 취약하고 낮은 킬 결정력을 보여준다.
또 한발 한발의 높은 데미지가 장점인 특유의 무기 컨셉도 게임 진행도가 늘어날 때마다 갈수록 무색해지는데 몬스터들의 체력이 상당히 높다 보니 에임 보정을 풀고 약점만 가격할지라도 쉽게 죽지 않는다. 위에서 말했듯 매우 빈번한 근접전 덕택에 줌 기능과 매우 긴 사정거리도 쓸모없고 적도 원샷 원킬이 안 나니 한마디로 답이 없다. 저격 소총의 밸런스 패치는 시급한 과제라 여겨진다.
아울러 TPS라면 기본 소양으로 갖춰야 할 타격감도 여러모로 아쉬움을 자아낸다, 타격 이펙트, 타격감 이 모두가 너무 밋밋해 손맛을 자극하지 않고 캐릭터 모델링이나 배경 자체도 애니메이션 풍이다 보니 소콤이나 기어스 오브 워 시리즈, 더 디비전 등 현실감과 박진감 넘치는 전장을 무대로 한 게임을 생각했다면 상당한 아쉬움을 느낄 수 있겠다.
TPS 시스템을 제외한 요소는 기존 작품과 비슷하다. RPG의 시스템도 대거 도입된 만큼 아이템 파밍 요소나 스킬, 장비로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부분도 만족스럽다.
본 작품은 크게 메인과 서브로 나눠진 두 종류의 퀘스트를 수주받아 게임 스토리를 진행하게 되며 이 외 PvE와 PvP등에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별도의 퀘스트들도 존재해 전작 대비 풍성해진 스토리 볼륨을 자랑한다.
더불어 주요 등장인물들(NPC)에 대한 서브 시나리오의 존재로 각 캐릭터의 이야기를 즐기고 그 설정을 파고들 수도 있으며 더욱 방대해진 의상과 악세서리 등의 장비, 그리고 온라인 대전 퀘스트의 스테이지등이 추가로 업데이트됨에 따라 즐길 거리는 날이 지날수록 대폭 상승하고 있어 상당히 만족스러운 부분이다.
본 작품도 기존 시리즈의 전통처럼 파티 플레이 위주로 진행되는데 플레이어와 동행해 전투를 치르는 AI의 지능이 너무나 모자라 한숨을 자아내게 만든다. 아군을 서포트 해야 할 판국에 멍청한 행동들로 인해 오히려 역으로 플레이어를 위험에 빠트리는 멍청한 AI 설계 덕분에 필자는 적보다 아군 동료에게 당한 고통이 더 크다고 느낄 지경. 이 부분도 마찬가지로 개선이 시급하다.
그래픽의 상향도 크게 눈여겨 볼 부분이다. 동 시리즈, 동일한 기기인 PS4 플랫폼으로 근래 수년간 시리즈의 신작을 발매하며 지겹도록 우려먹던 그래픽과 그로 인한 모델링, 텍스쳐 등의 전반적인 그래픽 품질이 본 작품에 들어와서 크게 향상됐다.
3D로 구현된 동시에 TVA 화풍의 질감을 살린 특유의 입체적인 모델링의 캐릭터들, 더불어 캐릭터 각각의 동작들, 전투 행동이나 일상적인 움직임을 포함한 전반적인 모션들 전체가 매우 정교하고 부드러운 자연스러운 연출을 보여줘 플레이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고 마치 애니메이션 세계 안으로 들어온 듯한 우수한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처럼 뛰어난 그래픽 퀄리티를 선보이는 본 게임은 동일 콘솔로 발매된 전작 ‘할로우 리얼라이제이션’과 비교해 엄청난 질적 발전을 이뤄내 개발진의 끊임없는 그래픽 상향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본 시리즈 한정. 그렇다 하더라도 일본 게임 특유의 그래픽 우려먹기를 크게 개선한 점은 칭찬할 만하다.
다만 게임 내 인터페이스들이 상당히 복잡하고 불편한 점은 흠. 너무 난해하게 설계된 데다 사전 설명조차 제대로 하지 않다 보니 초반 진행에 여러모로 고생했다.
이외에도 캐릭터의 스킬과 가젯을 어디서나 즉각 교체할 수 있게 만들지 않고 꼭 특정 지역에 가야만 변경이 되게 만든 건지, 이 점도 참 의문이고 매우 큰 불편함으로 작용했고 맵 UI도 마찬가지로 직관적이지 못한 데다 이동 지점이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어 여러모로 아쉬움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이러한 몇 가지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본 작품은 기존과 전혀 다른 큰 차별화는 두는 스토리 구성과 장르 설계로 기존 팬에게 신선한 충격과 큰 감동을 선사한다. 소드 아트 온라인이라는 수식어가 없다면 전혀 다른 게임이라 생각해도 될 만큼의 변화를 보여주는 본 게임은 여러모로 필자의 뇌리에 인상적으로 남았다.
전반적인 게임 완성도 자체는 전작과 비교해 여러모로 높아졌고 컨텐츠도 그만큼 늘어난 데다 3인칭 슈팅이라는 이색적인 시스템이 결합된 만큼 시리즈 팬과 평소 TPS를 즐겨 하거나 근 미래 배경의 SF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한 번쯤 즐겨 보길 권하는 바이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