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작품보단 나아졌지만… 마블 스파이더맨

이제는 순수하게 게임으로 평가 받고 싶다
2018년 10월 13일 01시 24분 10초

마블코믹스의 캐릭터들은 어느덧 그 존재 만으로도 충분히 인기를 얻을 수 있는 정도까지 성장했다. 특히나 마블 슈퍼히어로 및 빌런을 소재로 한 수 많은 영화들은 전 세계적으로 마블 캐릭터의 인지도를 상당히 높이는 역할을 했으며, 흥행 면에서도 확실한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현재의 세상은 온통 마블 히어로들의 천지다. 최근 들어 뛰어난 능력자들 그룹에 ‘어벤저스’라는 별칭을 붙이는 것이 지극히 일반화된 상황이고, 어벤져스2나 블랙팬서의 경우는 국내를 배경으로 한 장면이 등장하는 등 이슈가 되는 부분도 많다. 적어도 1년에 한 편 정도는 마블 히어로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으며, 그만큼 젊은 층에게 마블 캐릭터들은 상당히 친숙한 영웅이 됐다.

 

 

 

■ 인섬니악이 만든 스파이더맨

 

DC코믹스를 소재로 한 배트맨 아캄시리즈가 흥행성과 작품성에서 대성공을 거두면서 마블은 영화 부분에서 DC를 압도하고 있지만 게임성에서는 여전히 밀린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이번에는 좀 다를 것 같다. 이 게임의 제작사가 ‘라쳇 앤 클랭크’ 등을 개발한 ‘인섬니악 게임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실제 게임 퀄리티는 마블이 원한 대로 좋아졌을까. 일단 업그레이드 된 부분은 확실히 많아 보인다.

 

'마블 스파이더맨'의 기본 구조는 기존에 발매되었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 거의 흡사하다. 뉴욕을 배경으로 한 거대한 오픈필드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스토리가 진행되고, 간간히 서브 퀘스트가 일어나며, 액션 형태의 전투 방식을 사용하는 등 핵심적인 줄기는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제법 많이 바뀌었다. PS4의 높은 기기적 성능을 이용해 고 해상도의 멋진 비주얼을 보여주며, 오픈 필드로 이루어진 뉴욕 시의 퀄리티 또한 상당히 좋아졌다.

 

여기에 실제 뉴욕의 랜드마크들을 게임에 대거 구현시켜 더욱 실제감 있는 뉴욕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 뉴욕 시가지에 있다는 느낌이 전작들에 비해 높아졌으며 비주얼적인 만족감도 더욱 우수해졌다.

 

 

 

무엇보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웹스윙을 통한 실감 나는 이동의 즐거움이 훨씬 커졌다. 사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진행에 필요한 목적 장소와 장소간 거리가 상당히 먼 편이고(그만큼 오픈 필드도 크다), 그러한 만큼 장소 간 이동 시 시간이 상당히 많이 걸리게 되는데, 이를 가징 쉽고 빠르게, 그리고 스파이더맨 특유의 느낌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웹스윙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보다 완벽한 웹스윙을 구현해 실제 고층 빌딩 사이를 누비는 느낌을 잘 재현해 냈고, 적절한 조작을 통해 끊김 없이 부드러운 공중 이동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면 상당히 스피디한 이동을 할 수 있다. 또한 다른 웹 기술들을 적절히 활용하면 어디에서나 다이내믹한 움직임 연출이 가능하다. 게임에서 이동 시간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반가운 변화라 할 수 있다.

 

처음에는 조작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자연스러운 이동이 불가능하지만 어느 정도 숙련되기 시작하면 웹스윙은 물론이고 대시와 벽타기 등의 파쿠르 요소를 적절히 섞어 가면서 매우 빠르고 부드럽게 이동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조작이 없고 적당한 조작 만으로도 괜찮은 결과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상당히 만족스럽다. 웹스윙 기반의 다채로운 이동 만으로도 한 두 시간은 충분히 놀 수 있을 정도다.

 

 

 

■ 너무나 재미 없는 전투

 

그에 반해 악당들과의 전투는 전혀 상반된 느낌으로 진행된다. 이동 시에는 간단한 조작으로도 최상의 결과를 내지만 전투 시에는 적당한 조작으로는 결코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전투 자체의 기본적인 게임 난이도가 높기 때문인데, 초반부 스테이지라고 해도 아무 생각 없이 적당히 플레이를 하게 될 경우, 바로 땅바닥을 구르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다. 전투 자체의 난이도가 상승한 것은 전투 자체가 1대 다수의 싸움임에도 불구하고 원거리 공격을 하는 적들이 많고, 이를 방치할 경우 지속적으로 데미지를 입기 때문이다. 특히 원거리 공격에 노출될 경우, 적을 제압하지 않는 이상 타이밍에 맞추어 회피 조작이 필요하다.

 

이로 인해 전투 시에는 적절히 원거리 공격을 피하고 싸우거나 먼저 처리를 해야 하고, 한번에 다수의 적들을 학살할 수 있는, 전가의 보도 같은 사기 기술도 없기 때문에 한 두 명씩 차근차근 적을 처리해야 한다.

 

물론 준비되어 있는 모든 기술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나쁘지 않은 전투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준비되어 있는’ 기술이라는 것이 너무 과하다. 과장이 아니라 콤보 공격에서부터 공중 공격 등 모든 공격 기술을 종합하면 대전격투 게임의 캐릭터에 준할 정도다(철권이나 버파 같은). 심지어 새로운 스킬 획득 시 추가적인 기술이 생기기도 한다.

 

 

 

이 모든 기술들을 습득하고 적절히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물론 기술들 중 어느 정도만 습득해도 게임에 지장은 없겠지만 어쨌든 조작을 너무 복잡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액션 게임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갓 오브 워’가 엄청나게 복잡한 조작을 요구하던가. 아니다, 자주 쓰는 4, 5가지의 기술 만으로도 게임을 하는데 충분했다. 굳이 이렇게 복잡하게 조작을 해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전투 자체가 재미 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별다른 재미도 없다. 일반 악당들과의 전투는 물론이고 보스전도 크게 와 닿는 느낌은 아니었다. 중간중간 잠입형 느낌의 미션이 존재하기는 하나 이 역시 수박 겉핥기에 불과한 수준이고, 앞서 언급했듯이 진 삼국무쌍 시리즈처럼 쉽게 다수의 적을 썰어내는 재미도 없다. 주변의 사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입체적인 즐거움도 느끼기 힘들었으며, 오직 주어진 기술을 적당히 사용하며 공격하는 게 전부다.

 

무엇보다 게임이 진행되면서 캐릭터도 강해지지만 상대도 강해지기 때문에 중반 이후에도 꾸준히 난이도가 비슷하다는 것이 문제다. 어찌 보면 레벨 디자인이 상당히 잘 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플레이 하는 입장에서는 피곤했다. 특유의 긴 이동 시간 때문에 플레이 타임이 짧은 것도 아니고, ‘이제는 숨 좀 돌릴 수 있겠지’ 하는 생각을 가져도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쉽게, 어떤 곳은 어렵게 하는 등 적절한 높낮이가 필요한 편인데, 모든 전투가 피곤했다. 그나마 타격감이 괜찮은 점은 불행 중 다행이었다.

 

솔직히 전투가 재미 있는 게임들(예를 들어 갓 오브 워나 진 삼국무쌍 같은)은 자연스럽게 전투를 기대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전투가 시작되는 것이 그리 반갑지 않다. 대충 하다가는 죽을 테니 신경을 써서 플레이 해야 하고, 전투 자체의 스피디함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건 아예 전투 시스템 설계를 잘못한 느낌이다. 스파이더맨 자체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게임에 동화되어 재미를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관점에서 게임을 평가한다면 이보다 전투 시스템이 재미 있는 게임은 수도 없이 많다. 오히려 이보다 재미 없는 게임을 찾는 것이 더 어렵다.

 

 

 

■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많은 게임

 

상당히 공을 들인 뉴욕 맵의 활용도 또한 어설프다. 오픈 필드는 일반적으로 단순히 특정 스팟에서만 이벤트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이곳 저곳에 여러 기믹들을 숨겨 놓아 찾는 재미를 높이는 형태다. 하지만 이 작품의 뉴욕은 숨겨진 것 없는, 게임으로 생각하면 굳이 매력적이지 못한 도시다. 서치를 통해 범죄가 일어나는 장소를 찾고, 제작에 필요한 가방 등의 위치까지 모두 공개해 주는데 이곳 저곳을 탐험해 볼 필요가 과연 있을까.

 

예를 들어 특정 지역으로 갔을 때 이벤트가 시작 된다거나, 어떤 맨홀로 가면 지하에 숨어 있던 악당 아지트로 연결 된다던가 하는 식으로 오픈 월드에 여러 숨겨진 요소들을 넣었다면 게임이 훨씬 재미있었을 것이다. 엔딩을 본 후에도 즐길 만한 욕구가 존재할 테고 말이다. 하지만 너무 FM적인 구성을 취하다 보니 변수가 전혀 없는 소설책을 읽는 느낌이다. 도시 내 NPC들의 상호 작용 역시 지극히 일반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고 말이다.

 

물론 괜찮은 요소들도 있다. 게임 자체의 스토리 라인이 오리지널 구성을 취하고 있다 보니 영화와는 다른 신선한 스토리를 감상할 수 있고, 스파이더맨뿐 아니라 현실 속의 피터 파커의 이야기도 다루는 만큼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다.

 

 

 

스토리 라인의 퀄리티도 나쁘지 않고 마치 영화처럼 스파이더맨의 독백이나 잡담 등도 간간히 나오기 때문에 몰입도도 상당히 충실한 편이다. 특히나 보다 발전된 비주얼 퀄리티가 이러한 만족감을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게임 내에 준비된 다채로운 요소들도 플레이에 재미를 준다. 새로운 슈트를 개발, 다양한 코스츔을 입어볼 수 있고, 슈트 고유의 스킬을 사용할 수도 있다. 슈트 모드를 통해 추가적인 능력 부여도 가능하다. 또한 레벨 업을 할 때마다 총 3가지 형태의 스킬 트리를 정복해 나갈 수 있으며, 게임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달성하고, 추가적인 경험치를 획득하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포토 모드’가 주는 재미가 상당히 크다. 포토 모드에서는 게임 내에서 찍은 다양한 사진들을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마치 포토 스티커 자판기처럼 별도의 효과를 주거나 그럴싸한 테두리를 넣어 결과물의 완성도를 높여줄 수 있는데, 이 결과물이 생각보다 괜찮은 편이다 보니 한 번 빠져 들면 자신도 모르게 게임 진행은 접어 두고 사진 찍기에만 몰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정도다. 어찌 보면 평소에는 전혀 안 할 것 같은 작업이지만… 괜찮은 배경에서 찍은 사진을 보게 되면 저절로 손이 가게 된다고 할까.

 

 

 

■ 나쁘진 않다 그렇다고 훌륭한 게임은 아니다

 

‘마블 스파이더맨’은 분명 마블 IP를 사용한 지금까지의 게임들과는 다른 반응을 기대하며 제작된 게임이다. 단순히 영화 홍보용이나 캐릭터 게임이라는 테두리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게임이 되기 위해 기획된 작품이며, 그러한 만큼이나 기존에 발매되었던 스파이더맨 시리즈와도 어느 정도 차별성이 존재하고 있다. 한 마디로 ‘스파이더맨’이라는 핵심 컨텐츠를 제외하더라도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그런 게임을 목표로 했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것 저것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시스템과 한층 업그레이드 된 비주얼, 그리고 이 작품 만의 고유한 스토리 라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들어 있고, 완성도도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도 게임에 대한 만족감 측면에서는 높다고 하기 힘들다. 물론 기존 게임들보다는 확실히 낫다. 이건 분명 인정한다. 하지만 더 낫다는 것이지 괜찮다는 것은 아니다. 이 게임이 가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완성도를 상당 부분 떨어트리고 있기 때문이다.

 

막상 게임을 해 보면 전투가 상당히 지루하다. 그리고 전투 스타일 자체도 큰 변화가 없다 보니 하면 할수록 지루함이 더더욱 커진다. 야심 차게 제작한 오픈 필드는 장비 제작이나 업그레이드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진행하는 부수적인 스팟 탐험 정도에 활용되고 있고, 그마저도 상당히 정형화 되어 있으며, 반복적이다. 아마도 뉴욕 시를 만들기 위해 개발자들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들인 시간에 비해 결과물은 매우 빈약하다.

 

일부 게이머들은 ‘이 정도면 많이 발전했다’라고 생각하고 나쁘지 않은 작품이라 평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분명 웹스윙이나 포토 모드 등 장점들도 있고, 스토리도 매우 충실하다. 그러나 이러한 부수적인 요소들이 게임의 퀄리티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적어도 필자가 생각하는 ‘잘 만든 작품’은 게이머들이 지루해 할 만한 여지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왜 이 게임은 갓 오브 워 같은 전투 시스템이 불가능한가. 오픈 필드는 단순히 웹스윙을 위한 공간인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번에도 역시 캐릭터에 기댄 게임이라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팬이라면 충분히 즐길 만 하다. 그러나 장점에 비해 단점의 비중이 너무 크다. 이전 작품들보다 좋아진 것은 인정하지만 단지 그것 뿐이다. 

 

 

김성태 / mediatec@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파워포토 / 1,087,430 [10.13-01:01]

아직도 아쉬운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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