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츄와 함께 여행하는 지우가 목표로 하는 것은 포켓몬 마스터다. 그리고 주식회사 포켓몬과 디엔에이가 협업을 통해 개발한 iOS 및 안드로이드용 신작 포켓몬스터 게임 '포켓몬 마스터즈'에서 플레이어가 최초로 목표로 하는 것은 자신의 팀 동료로 모을 수 있는 다양한 '버디즈'를 만나고, 새로운 땅 파시오에서 개최되는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에서 활약하는 것이다.
출시 전부터 많은 관심을 받은 바 있는 포켓몬 마스터즈는 기존 시리즈의 주요 컨텐츠들을 스마트 플랫폼이라는 휴대가 편리한 매체에 옮겨낸 완전 신작으로, 포켓몬스터의 시작이었던 레드, 블루, 그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출시된 모든 시리즈 속 트레이너들과 포켓몬이 대거 등장해 포켓몬 시리즈의 팬들이 가진 추억을 자극한다. 플레이어는 버디즈를 모집해 다양한 조합으로 실시간 3 vs 3 배틀을 진행하게 된다.
한편, 포켓몬 마스터즈는 수집형을 비롯해 다양한 장르의 스마트 플랫폼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레이 제약 시스템인 에너지 관련 시스템 없이 시간만 있다면 얼마든 원하는 때에 원하는 만큼 게임을 즐기면서 육성 및 컨텐츠 진행을 할 수 있다.
■ WPM 우승을 위해 파시오로
디엔에이의 신작 포켓몬 마스터즈의 배경 설정은 플레이어를 비롯한 전 세계의 포켓몬 트레이너들이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에 참가하기 위해 개최지인 파시오로 향한다는 것이다. 이에 1세대 포켓몬스터의 배경인 관동 지방부터 이후 등장한 성도, 호연, 신오 그리고 카르네 지방 등 전 시리즈의 각 지방에 소속된 일반 트레이너와 체육관 관장들이 파시오에 모였다. 파시오에 온 트레이너들 중에는 심지어 각 지방 포켓몬 리그 사천왕들이나 챔피언까지 존재한다.
게임 시리즈와 동일하게 플레이어는 정말 간단한 프리셋 몇 개와 남, 여 성별을 선택하고 이를 자신의 캐릭터로 삼아 파시오로 향한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다양한 트레이너들이 이미 파시오 각지에서 수행이나 교류, 배틀과 휴식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자신의 팀을 꾸리고 있다. 플레이어 역시 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거나, 배틀을 진행하면서 작중 대회인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에 참가하기 위한 실력을 쌓고 동료들을 모집한다.
기본적으로 등장하는 트레이너의 폭은 굉장히 넓어 게임 시작과 함께 플레이어 팀에 합류하는 '포켓몬스터 블랙2 & 화이트2'의 여주인공 명희나 그녀와 함께 있던 신오 지방의 여성 챔피언 난천 등 유명한 트레이너들이 주로 플레이어의 동료가 되거나 메인 스토리의 주역이 된다. 엘리트 트레이너, 반바지 소년, 짧은 치마 등 대표적인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일반 트레이너들은 숍 등이 위치한 센터나 배틀, 그리고 필드워크 등에서 상대로 만나볼 수 있다.
■ 전통 고수한 스토리
스마트 플랫폼에 출시된 신작인지라 기존 포켓몬스터 게임과는 궤를 달리하는 내용물일 것 같지만 의외로 스토리를 뜯어보면 포켓몬스터 게임 시리즈의 전통적인 템플릿을 확실하게 따르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3DS 세대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된 주인공 캐릭터 커스터마이즈를 연상케 하는 주인공 외형 설정이나, 각 게임 시리즈를 처음 시작하면 이야기에 앞서 해당 시리즈의 포켓몬 박사 포지션이 포켓몬 세계에 대해 소개하고, 플레이어에 대해 묻는 역할은 1세대 포켓몬 박사인 오박사의 손자 '그린'이 맡았다.
플레이어는 이름이 잘 알려진 트레이너가 아니었지만 처음 플레이어와 팀을 짜 주는 회색시티 관장 웅, 블루시티 관장 이슬을 비롯한 다양한 트레이너들과 만나고 포켓몬 배틀을 거듭하면서 차근차근 대회를 향해 성장한다. 한편으로는 대부분 빠진 적이 없었던 시리즈 특유의 악역 집단과 마주하고 그들과 얽힌 사건들을 해결하려 고군분투하기도 한다.
악당의 외형이 하나로 통일되진 않았지만 일반 트레이너의 모델링에 가면만 씌웠다.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에 참가하기 위한 조건도 전통적이다. 기존작들이 대개 8종의 배지를 각 도시 포켓몬 체육관 관장들에게 승리해 획득하는 것을 포켓몬 리그 참가 조건으로 내건 것과 마찬가지로 파시오에서 열리는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는 5명에게서 배지를 획득해 총 5개의 뱃지를 모두 모아야 참가 조건을 달성할 수 있다. 극중 초중반 메인스토리의 전개가 바로 그 배지를 습득하기 위해 파시오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야기는 이후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로의 진출을 다룬다.
이외에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그린 주역의 스토리 이벤트나 각각의 버디즈를 습득하면 감상할 수 있는 버디즈의 스토리 컨텐츠가 있으며 이를 통해 일정 조건을 달성하면 해당 버디즈의 포켓몬이 진화하기도 한다. 버디즈의 이야기를 보면 의외로 흥미로운 정보들도 확인할 수 있는데, 가령 포켓몬 마스터즈에서 처음부터 팀에 합류하는 이슬이 사용하는 아쿠스타는 기존 포켓몬스터 본가 게임 시리즈의 이슬이 활용하던 아쿠스타가 아니라 새로 키우는 아쿠스타이며, 처음에는 기술조차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허당이라 더 마음이 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등 짤막한 이야기에 기존 팬이라면 관심을 가질만한 내용들이 담겼다.
■ 3 VS 3 버디즈 배틀
포켓몬 마스터즈에서 플레이어가 수집하는 것은 포켓몬만이 아니다. 애초에 야생 포켓몬이라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아 포켓몬을 수집한다기보다 그와 짝을 이루는 트레이너를 수집한다는 쪽이 더 와닿는 표현일 것이다. 그렇다. 포켓몬 마스터즈에서는 트레이너와 한 마리의 포켓몬이 하나의 단위인 '버디즈'라는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포켓몬 대회인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의 규칙은 트레이너 당 한 마리의 포켓몬으로 총 세 명의 트레이너가 한 팀을 이뤄 시합에 나선다는 설정이므로 별도의 포켓몬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기에 한 마리의 포켓몬만 지니고 있다.
따라서 플레이어는 포켓몬 배틀에 나설 버디즈 셋을 선택하고 편성해야 하며 각각의 배틀 스테이지에 진입하기 전, 해당 스테이지에서 유리한 상성을 가진 속성을 미리 보여주니 이를 적극 참고해 배틀 팀을 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아마 포켓몬스터를 한 번이라도 해본 플레이어라면 대부분 공감하겠지만 포켓몬스터에서 상성이라는 시스템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
배틀은 본가 게임 시리즈의 턴 기반 배틀이 아닌 실시간 턴 배틀이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사실 공식 코믹스나 애니메이션 등에서 보여지는 포켓몬 배틀은 어찌보면 이 신 시스템 쪽에 가깝다고 볼 수도 있다. 버디즈에는 액티브 기술로 분류되는 기술과 패시브 기술이 존재하며 처음부터 풀려있는 두 개의 기술을 제외한 나머지 기술들은 모두 재화를 사용해 해방해야 사용할 수 있다. 포켓몬의 공격형 기술들은 횟수에 제한이 없지만 파트너인 트레이너가 구사하는 것으로 보이는 상처약, 버프형 기술 등은 횟수가 제한적이니 적절한 분배를 생각해 사용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배속 기능을 활용해도 특정 기술을 사용하지 않으면 기술 게이지가 차는 것이 다소 느리게 느껴지는 배틀 호흡은 답답함을 주기도 한다.
특별한 배틀 시스템은 버디즈 기술이다. 본 작품에서 트레이너와 한 마리의 포켓몬을 부르는 단위를 버디즈라고 했는데, 이 버디즈는 마치 '포켓몬스터 썬·문'이나 '포켓몬스터 XY'에서처럼 트레이너와 포켓몬의 유대를 매개로 활용할 수 있는 스톤 아이템을 통해 기술이 발현된다. 압도적인 효과를 지닌 버디즈 기술의 연출은 썬·문의 특수 기술연출을 연상케 한다.
이외 일종의 던전형 탐색 시스템인 박사와의 필드워크나 각종 재화 등을 획득하기 위한 스테이지나 멀티 플레이 시스템 등이 준비되어 있으며 처음에는 무난한 난이도로 플레이어가 쉽게 지루함을 느끼겠지만 조금만 진행하면 꽤 난이도가 올라 덩달아서 은근한 긴장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 호불호 갈리나 팬심은 자극
버디즈 수집이 메인 스토리를 제외하면 사실상 유료 재화를 소모하는 뽑기형 과금 시스템에 온전히 의지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이 시리즈 본연의 즐거움인 '수집'을 정면에서 방해하고 있다는 점이 큰 불호 요소가 되고 있기는 하나, 포켓몬 마스터즈를 즐기는 포켓몬스터 팬들이 게임 시스템에 대한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찬찬히 게임을 뜯어보면 팬심을 자극하는 전통적인 요소들이 군데군데 박혀있다. 아직 기존 네임드 트레이너들이 전부 등장한 것은 아니지만 스마트 플랫폼의 수집형 게임이라는 특성상 추가가 용이해 빠른 속도로 다양한 트레이너와 파트너 포켓몬을 만나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포켓몬스터라는 게임을 즐기면서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발생하는 야생 포켓몬과의 조우, 그리고 수집 등에 주된 관심을 둔 플레이어라면 큰 아쉬움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이며, 기존 턴 기반 배틀 방식에 익숙한 플레이어는 실시간 턴 기반으로 진행되는 3 VS 3 배틀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포켓몬이 레벨이나 돌 등 정해진 진화 방식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인 재화와 조건을 통해 기술을 습득하거나 진화할 수 있다는 부분, 혹은 뽑기를 통한 수집 시스템 자체에 큰 거부감을 느끼는 플레이어들이 불호를 표하기 쉽다.
반면에 흔히 플레이어들의 근질근질함을 더할뿐인 방해 요소, 스태미너 시스템이 없어 시간만 넉넉하다면 충분히 게임에 시간을 투자한 만큼 버디즈를 육성하며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인상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또, 은근히 전통을 게임에 녹여낸 점은 호평할 수 있는 부분이다. 처음에는 그린이 박사의 인삿말을 맡았지만 파시오에도 분명하게 포켓몬 박사가 존재해 플레이어와 만나며, 리그에 대응하는 월드 포켓몬 마스터즈를 목표로 삼으면서도 도중에 악의 세력이 등장해 사사건건 사건에 휘말리게 만들어 이들을 무찌르고, 배지 시스템을 채택했다거나, 연결성이 있어 짤막하긴 하지만 스토리를 즐긴다는 느낌을 명확하게 주는 메인 스토리 및 과거작들과의 연관을 살린 소소한 스토리 등이 인상적이다.
포켓몬 마스터즈는 포켓몬스터 IP의 팬인 플레이어가 어떤 부분에 집중하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뚜렷하게 갈리는 게임이다. 하지만 11월 중 출시된 닌텐도 스위치판 본가 시리즈 신작 '포켓몬스터 소드·실드'가 전국도감의 폐지와 기존 포켓몬의 절반을 삭제했다는 소식에 안타까움을 느끼던 팬들에게는 반가운 신작이기도 할 것이다.
끝으로, 게임을 시작하면서 가장 충격을 받았던 사실을 보고 마무리하자.
ㄴㅇㄱ 하지만 여기서도 플레이어는 느낌표만 보면 배틀이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