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하는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 중에서도 손꼽히는 완성도로 호평이 자자한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社의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시리즈.
1980년대 초반 첫선을 보인 본 시리즈는 놀랍도록 정교하고 치밀한 게임 설계를 선보이며 전세계 게이머들, 특히 시뮬레이션 팬층의 두꺼운 사랑을 받아왔고 록히드 마틴의 ‘프리페얼드(Prepar3D)’ 및 Laminar의 ‘엑스플레인(X-Plane)’과 더불어 PC 플랫폼을 대표하는 비행 시뮬레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올여름, MS의 최신형 콘솔 게임기 XBOX Series X/S 및 Windows 10 PC 플랫폼으로 발매된 시리즈의 신작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지난해 8월 PC 스팀 플랫폼을 통해 첫선을 보인 동명의 게임 이식작이자 지난 2006년 출시한 ‘MS 플라이트 시뮬레이터 X(이하 FSX)’ 이후 무려 14년이란 공백기를 깨고 등장한 작품이다.
그 오랜 공백을 만회하듯이 본 작은 위성사진을 통해 얻은 방대한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월드 맵, 그리고 최신 기술로 재탄생한 고 퀄리티의 그래픽과 리얼리즘에 입각해 보다 사실적으로 업그레이드된 비행 시뮬레이션 컨텐츠 등을 선보이며 시리즈 최고의 게임성으로 팬들을 매료시킨다.
게임샷은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를 XBOX Series X와 Windows 양 플랫폼 모두를 통해 플레이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 실사를 방불케 하는 훌륭한 시청각적 비주얼 퀄리티
앞서 언급했듯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의 전반적인 게임 완성도는 현존하는 비행 시뮬레이터의 최고봉이라 불러 손색이 없을 정도로 우수하다. 먼저 게임 그래픽을 살펴보자면 전작 FSX와의 비교는 무색할 만큼의 대격변을 이뤘고 비교적 최신 작품에 속하는 상기한 두 작품, Prepar3D와 X-Plane에 비교했을 때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비주얼 퀄리티를 자랑한다.
게임의 메인이라 할 수 있는 항공기의 내, 외부 디테일은 필자가 지금껏 접했던 그 어떤 게임보다 정교했다. 특히 항공기 내부에 위치한 계기판의 질감과 형태, 그리고 기체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계기판 상의 각종 수치들은 마치 실제 항공기를 조종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감이 뛰어나 플레이 내내 만족도가 높았다.
마찬가지로 월드의 디테일 역시 놀랍도록 우수한데, 게임 내 모든 맵에 MS가 제공하는 지도 플랫폼 ‘빙 맵(Bing Maps)’의 위성사진을 기반으로 한 매핑이 적용돼 무려 2페타바이트(PB) 용량의 지형 데이터를 게임에서 스트리밍 로딩 방식을 통해 접해볼 수 있다.
이 덕분에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실존하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도시들을 탐험하며 그곳의 건축물, 자연경관 등을 비롯한 다양한 풍경들을 보고 즐길 수 있으며 이들 대다수가 실물을 방불케 할 만큼 매우 사실적으로 만들어졌다. 이처럼 월드 스케일 또한 현존하는 게임 모두를 통틀어 최고라 말할 수 있겠다.
물론 어디까지나 게임인 만큼 일부 대륙과 몇몇 국가의 지형, 사물의 디테일은 생략되거나 가상으로 구현됐고 아쉽게도 국내의 공항이나 랜드마크의 재현 퀄리티는 타 국가에 비해 더 떨어지는 편인 데다 일부 공항도 누락돼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허나 위성사진을 이용한 월드의 구성 하나만으로도 본 작이 앞으로의 차세대 게임 개발에 시사하는 바는 크다고 말할 수 있겠다.
더불어 전작에선 볼 수 없던 차량과 동물 등의 움직임이 지상에서 구현돼 게임 플레이가 한층 더 현실감 넘치게 변화한 점, 그리고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시간대와 기상 변화의 디테일이 보다 업그레이드된 점도 호평할 부분. 특히 해질녘의 노을의 예술이다. 우천 시 낙뢰가 치거나 항공기의 전, 측면 유리를 타고 흘러내리는 빗물, 수면 위에 출렁이는 파도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겠다.
덧붙여 계절과 비행 지역, 그리고 그곳의 시간대에 따라 태양의 고도가 바뀌거나 황사나 미세먼지 등의 대기 오염도가 새로이 추가된 점도 눈여겨볼 부분. 이 모두가 정말 놀랍도록 자연스럽고 치밀하게 설계돼 플레이 내내 감탄을 감출 수 없었다. 덧붙여 최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덕에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는 과장을 좀 보태 현실과 별다른 차이를 못 느낄 정도.
■ 뛰어난 최적화와 방대한 월드 규모, 항공기 볼륨이 일품
이러한 시각적 비주얼 퀄리티 편차는 Series X, 그리고 최신 그래픽카드인 RTX 3070이 탑재된 필자의 게이밍 PC 양쪽 모두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Series X의 쿨링 소음, 그리고 발열도 양호한 수준으로 전반적인 게임 최적화는 PC 그 이상이었다. 특히 Series X의 경우 자사의 최신 데이터 처리 기술이 접목된 전용 SSD의 고효율 압축, R/W 성능을 자랑하는데 이는 PC 버전 이상의 게임 실행, 로딩 속도를 보여줘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게임의 전체 설치 용량은 두 플랫폼 모두 150GB대로 동일하다.
이번 작품 또한 스탠다드와 디럭스, 그리고 프리미엄 디럭스 에디션 총 3종류로 출시됐다. 각 에디션 별 차이점은 후술할 항공기의 대수, 그리고 공항의 종류 수인데 가장 상위 등급인 프리미엄 디럭스 에디션의 경우 30대의 항공기와 40개의 공항이란 매우 큰 볼륨을 자랑한다.
아울러 이번에 새로 선보인 PC 버전의 경우 단순히 게임을 유통하는 플랫폼, 그리고 지원하는 OS의 다양성 차이일 뿐 게임의 정가와 컨텐츠 구성은 기존 스팀 버전과 동일하나 아래와 같은 차이점을 보인다.
Windows 10을 사용한다면 XBOX의 보유 여부와 상관없이 기본 앱 ‘MS 스토어’를 통해 게임을 구매해 즐길 수 있고 또한 동일한 MS 계정을 이용할 경우 XBOX 와 PC 플랫폼 간 크로스 플레이, 세이브 연동이 가능하다.
또 한 가지 큰 차이가 있다면 바로 MS 스토어 버전은 스팀과 달리 타이틀의 구매 없이도 MS의 구독형 게임 서비스인 ‘XBOX Game Pass’를 통해 즐겨볼 수 있다는 점이다. 덕분에 해당 서비스의 이용자라면 스탠다드 에디션 기준 59,900원이란 금액을 지불하지 않고 구독 기간 동안 추가금 없이 게임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는 XBOX 버전도 마찬가지. 허나 즐길 수 있는 에디션의 종류는 스탠다드 하나로 제한된다.
등장하는 항공기는 훈련기부터 시작해 에어버스 A320, 보잉747과 같은 장거리용 대형 여객기까지 매우 다양한 편.
필자는 프리미엄 디럭스 에디션으로 게임을 진행했는데 위의 기종 외에도 단발 프롭 엔진의 경비행기, 쌍발 엔진을 탑재한 경 항용기 및 수륙 양용기 등의 다채로운 기체들을 만나볼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이 중에서도 경비행기 제작사로 명성이 자자한 미국 세스나社의 세스나 525가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빠른 제트 엔진의 탑재로 빠른 순항 속도를 자랑하며 고고도의 비행이 가능한 점, 그리고 비즈니스 용도라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날렵하게 잘 빠진 미려한 외관을 그 이유로 들 수 있겠다.
또 한 가지를 뽑자면 바로 아이콘社가 개발한 ICON A5. 수륙양용기로 개발된 덕에 하늘은 물론 강과 바다 이 모두를 자유롭게 누빌 수 있고 가정용으로 설계돼 크기가 매우 작고 조작 역시 단순해 큰 부담 없이 세계 곳곳을 누빌 수 있다. 랜딩 기어도 있어 물 위는 물론 지상에서의 이착륙이 가능한 점도 매력 포인트. 이렇듯 제각각의 매력을 뽐내는 다양한 항공기들은 게임의 재미를 보다 끌어올린다.
더불어 그래픽 비주얼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인 사운드 퀄리티 역시나 크게 진보한 덕에 항공기의 배기음, 주변 소음 등을 보다 귓가에 생생히 전해 들을 수 있어 게임 몰입감과 리얼리티가 보다 향상된 점도 호평의 요소.
■ 리얼리즘에 입각한 현실적인 비행 컨텐츠, 전반적인 완성도에 만족
본 작품은 앞서 말했듯 캐주얼 플레이가 아닌 리얼리즘 시뮬레이션을 지향한 게임인 만큼 항공기 운행의 난이도 역시 상당한 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이륙만 하더라도 최소 십여 개의 키 조합, 본격적인 플레이에 돌입할 경우 필요에 따라서 수십 여개에서 백 단위의 키 조합이 플레이어에게 요구되며 계기판 및 각종 운항 정보 등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만 한다. 때문에 평소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즐겨본 적이 없다면 튜토리얼에 해당하는 트레이닝 모드부터 차근차근 연습해 나가는 것이 필수. 앞서 언급했듯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해당 장르 게임 중에서도 독보적인 리얼리즘 플레이를 지향한 작품이기에 조금이라도 실수하면 비행기가 추락해버리는 일이 빈번하기에 운행의 기본자세를 숙지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수십여 가지의 버튼들과 계기판을 어느 정도 다룰 줄 알게 되면 비로소 이륙해 대륙을 누비는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처음은 어려울지 몰라도 게임에 익숙해지는 단계에 접어들면 작품 내 등장하는 모든 비행기를 자유자재로 능숙하게 컨트롤하며 세계 각국의 공항을 방문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상기한 수동 매뉴얼 조작 방식 외에도 게임의 초심자, 그리고 별도의 조작 없이 경관을 감상하고 싶은 이들을 위한 편의 기능도 마련됐으니 조작의 부담은 너무 갖지 말자. 이륙 스킵, 오토 파일럿 등이 그 예로 이를 활용해 기체 조종의 중압감을 떨쳐낼 수도 있다. 허나 그만큼 게임의 재미는 반감되므로 가급적이면 수동으로 기체를 조작하고 운행하길 권한다.
이렇듯 신규 플랫폼으로 돌아온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는 다시 한번 그 우수한 게임성과 완성도를 뽐내며 전 세계 항공기 마니아와 비행 시뮬레이터 팬들을 매료시킨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