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아카이브' 양주영SD, 낯설지만 메타포를 유지하는 시나리오

NDC2022 2일차
2022년 06월 09일 11시 49분 36초

넥슨개발자컨퍼런스2022 둘째 날이 밝았다. 둘째 날 강연 중에서 눈길을 끄는 제목이 하나 있었다. 미소녀 게임의 히로인이 어째서 복면을 쓰고 은행을 터는 거죠?라는 이름의 이 강연에서는 블루 아카이브 시나리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었다.

 

강연의 연사는 넥슨게임즈 MX스튜디오 소속의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로, 일전에 큐라레 마법도서관의 메인 시나리오 라이터이기도 했으며 이에 관해 지난 넥슨개발자컨퍼런스2015에서 시나리오 관련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강연은 시나리오 라이터의 관점에서 게임 IP를 제로부터 만들고, 시장에 오픈해 안착시키기까지의 개발 과정을 공유한다.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해 2월 일본에, 그리고 11월에 한국에 출시한 모바일 서브컬쳐 게임이다. 선생님이 되어 연방수사동아리를 관리하며, 학생들과 함께 학원도시 키보토스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학원과 청춘, 이야기 RPG라는 표어를 내걸고 스토리가 중요한 요소로 기능하는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에서 이야기를 중요시 여기고 유의미한 게임의 구성조건으로 동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당 프로젝트의 목표였다.

 

MX스튜디오에서 시나리오 디렉터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게임의 중요 부분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직책이다. EPD/PD/디렉터/AD와의 커뮤니케이션으로 게임의 비전을 시나리오 기반으로 모색하고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게임의 비전과 방향성을 시나리오를 통해 고민하고 결정하는 일도 맡아서 한다. 블루 아카이브가 시나리오 드리븐 형태의 운영이라 가능한 구조다.

 

블루 아카이브의 세계관 형성 과정에서 양주영 시나리오 디렉터는 극작가 브레히트가 주창한 개념인 낯설게 하기를 채용, 이름만 가져와 익숙한 것을 낯설게 만든다는 부분에 집중했다. 낯설게 하기의 예시는 여고생과 탱크를 조합한 걸즈앤판처나 수렵시대인데 기계가 등장하는 호라이즌 제로던을 들 수 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는 바닷가를 가야하는데 탱크를 타야하고, 근거리에서 소총탄을 맞았는데 기절만 하는 등의 낯선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는 짧은 인상으로도 강렬한 흥미와 관심을 부여할 수 있고 마음 속에 새겨진 물음표를 해소하기 위한 지속적 세계 탐색의 동기가 부여된다. 더불어 다른 게임과 차별화되는 유니크한 세계관 정립이 가능하다. 단점으론 내적 논리를 우선하지 않아 세계관의 유지,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기존에 없던 세계관이기에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늘어난다. 또 의도적인 불균형 때문에 세계가 얕게, 혹은 거짓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아이돌이 총을 쏘고 탱크도 타지만 학원물이라는 메타포를 유지하는 것이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특성이다. 여기에 플레이어가 주인공인 선생님과 일체화 되는 감각을 유지시키는 것으로 이야기의 몰입감을 향상시키고 구성을 통일시킬 수 있다. 이는 과거 미연시에서 자주 쓰였던 전략이다.

 

한편 그는 과거 서비스했던 큐라레 마법도서관에서 경험했던 장점들을 계승하고, 아쉬웠던 단점들을 보완했다. 예를 들어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캐릭터나 메인 주인공이 있었던 큐라레와 달리 블루 아카이브에 플레이어를 대변하는 선생님을 넣고 게임 전체를 관통하는 주인공 캐릭터는 배제하는 등 기존의 방식과 다른 시도를 했다. MCU식 유니버스 구성 방식에 가까운 블루 아카이브의 시나리오 구성이 이렇게 형성된 것이다. 옴니버스 구성은 여러 작업자들에게 책임감과 완결성을 가질 수 있게 경계선을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IP의 장기적인 지구력이 선형 구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병렬 구조로 인력의 유동적 구성도 효율적이다. 단, 시나리오의 유지 관리 비용이 높아지기도 한다.

 

캐릭터 제작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기호화된 캐릭터성을 베이스로 유저들의 인상에 각인될 수 있는 유니크한 개성을 더하는 것을 기초로 한다. 이 대전제를 유지하고 아트 작업자와의 협업을 고려해 설정과 시나리오의 역할은 방향성과 포지션을 정의하는 서포터의 역할이라고 선을 그었다. 퀄리티 검수에 있어서는 기본적으로 라이터 자율 및 재량을 중시하되 세계관과 설정에 일치하는지, 캐릭터성에 일치하는지, 상업적, 대중적인지, 게임의 지속 가능성에 부합하는지 등을 체크해주어야 한다.

 

양주영 SD는 강연을 마무리하며 "경험한 것들을 통해 게임 시나리오 라이터 분들께 좀 더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면 더없는 영광"이라고 발언했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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