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젠이 서비스할 예정인 인디게임 개발사 블랙앵커 스튜디오의 턴 기반 전략 RPG '르모어:인페스티드 킹덤'이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소규모그룹테스트 퍼스트 서바이버 데모를 제공했다.
르모어:인페스티드 킹덤은 지난 2021년 GIGDC(글로벌 인디게임 제작 경진대회)에서 비포 더 던이라는 명칭으로 참가해 제작부문 금상을 수상한 기대작으로 평가받고 있다. 갑자기 나타난 이형의 괴물들로 인해 종말의 위기를 맞이한 중세풍 세계 한 가운데서 살아남아야만 하는 플레이어는 도전적 난이도의 턴 기반 전략 RPG를 체험할 수 있다. 이번 소규모그룹테스트를 위한 데모 빌드에서는 초반 1시간 가량의 컨텐츠를 체험할 수 있는 분량이 공개됐다.
한편 소규모그룹테스트를 진행한 르모어:인페스티드 킹덤은 올 하반기 스팀 얼리액세스 출시를 목표로 개발 마무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작은 왕국 르모어의 위기
수도 브로큰 락을 중심으로 형성된 작은 왕국 르모어가 전대미문의 위기를 맞이했다. 태양이 높게 솟아있던 어느 날 아침, 성채 상공의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열리고 온 땅이 어둠에 잠기고 말았다. 갑작스런 어둠으로부터 괴물들이 등장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그 수가 불어났다. 거침없이 마주치는 모든 것을 죽이는 괴물들을 피해 살아남은 이들은 몸을 숨긴 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며, 이런 아비규환의 한복판에서 게임의 주인공으로 볼 수 있는 윌리엄이 아내를 잃고 괴물들이 득실거리는 밖으로 나서는 것이 게임의 시작이다.
윌리엄은 죽은 아내의 유언을 따라 살아남아서 사람들을 지켜달라는 부탁을 최대한 수행하겠다고 다짐하면서 일지를 써내려가게 된다. 이후 게임을 진행하면서 만나게 되는 동료 캐릭터나 각각 자신의 역할을 전담하고 있는 기술자들과 함께 브로큰 락에서 충분히 멀어진 곳에 거점을 형성하고 이어지는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데모 빌드에서 만날 수 있는 동료는 아직 경험이 적지만 정의감을 가진 병사 에드윈, 그리고 이국의 전사인 디어뮈드까지 두 명이고, 거점의 기능을 담당하는 두 캐릭터를 통해 요리와 대장간 메뉴를 이용할 수 있다.
본 타이틀은 턴 기반 전략 RPG이면서 생존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아무래도 르모어 왕국 전역으로 이 끔찍한 위기 상황이 퍼져나가는 상태인지라 각종 자원과 식료품 등이 계속 부족한 상태로 게임을 진행해야 한다. 전투에 나가서 맵 곳곳을 뒤지며 요리에 사용할 음식들을 습득할 수 있고 장비 제작이나 강화 등에 활용되는 자원들도 이런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데모 빌드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전투 맵들은 목표 완료만을 바라보고 진행하면 굳이 맵에 들르지 않아도 되는 곳들이 많지만 최소한 안정되지 않은 상태인 초반에는 일부러 주변을 구석구석 뒤지면서 아이템을 회수해 캐릭터들의 포만감이나 장비 수리 및 제작을 충당해야 한다.
포만감이 너무 줄면 최대 체력이 수면할 때마다 영구적으로 감소하고 전투 중 집중력이나 치명타 확률도 감소하기 때문에 꼭 챙겨줘야 하며, 식료품들은 상하기까지의 시간이 있으니 이런 부분에도 주의해야 한다. 또, 당장 극초반부 플레이를 제공한 데모 빌드에서도 한 전투에 많은 수의 괴물들을 상대해야 했으며 무기를 사용할 때마다 무기 내구도가 줄어 상시 여분의 무기를 들고 다녀야 안정감이 있었다. 또, 쓸만한 무기라면 자원이 모일 때까지 파괴되지 않도록 아껴서 쓰다가 수리를 하며 사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도전적인 난이도
이번 데모 빌드에서는 순서대로 복수, 고통, 절망의 세 난이도 중 최고 난이도인 절망을 제외한 나머지 두 난이도를 선택할 수 있었다. 요즘은 최고 난이도 외의 난이도를 선택했을 때 게임 도중 난이도를 변경할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하는 게임들도 많이 늘었지만 르모어:인페스티드 킹덤은 처음 고른 난이도가 쭉 유지되고 변경하기 위해서는 게임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번 빌드에서는 처음의 튜토리얼성 스테이지부터 총 세 개의 전투 맵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제일 처음에는 아내를 잃은 기사 윌리엄이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괴물들을 피해 젊은 병사 에드윈을 만나는 곳까지 은신 이동을 하게 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부분은 괴물의 시야에 들어가지 않으면 은밀하게 이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생각보다 전투에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시스템인데, 결국 싸움이 벌어져 괴물들을 하나하나 쳐죽여야 하는 상황들이 오게 되기는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불필요한 소모를 줄일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 적들이 발견하는 범위는 붉은색으로 표시되니 이를 주의하면서 이동하면 은밀 행동을 취할 수 있다.
윌리엄이 무기와 동료를 얻는 첫 스테이지에서 이번 데모 빌드의 주요 등장인물 3인방을 모두 만나볼 수 있다. 어떤 무기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투법도 달라지며 각 전투가 끝나고 수면을 취한 뒤 얻은 경험치를 통해 캐릭터 레벨이 상승하면 캐릭터 특성을 찍어 각기 유용한 능력을 습득하는 것이 가능하다. 첫 번째 전투에서는 튜토리얼 느낌도 있어 죽을 위기가 오지는 않지만 두 번째 스테이지부터는 조금 주의를 해야 한다. 전투에서 캐릭터가 죽음에 이르는 공격을 받으면 일단 빈사 상태에 빠지고 차례가 돌아올 때마다 죽음 저항 판정이 있는데, 보통은 높은 확률로 죽는다는 느낌이다. 몇 번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빈사 판정을 봤는데 한 번을 살아남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한 명의 캐릭터라도 죽으면 게임오버이기 때문에 항상 잘 생각하고 움직여야 한다.
캐릭터는 행동력을 기반으로 움직일 수 있고, 무기 포인트를 소모하면서 공격을 가할 수 있다. 또, 적을 밀쳐낼 수 있고 적이나 아군을 당기는 능력 또는 아이템을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게 생각보다 많이 중요하다. 괴물들은 일단 플레이어를 발견하지 않으면 공격해오지 않지만 턴 기반 게임임에도 플레이어가 발각 범위 내로 진입하면 괴성을 지르며 자신들이 갑자기 턴을 빼앗아 먼저 접근해온다. 이 상태에서 공격까지 하지는 않지만 아군 턴에도 발각되면 즉시 포효로 주위 괴물들을 이끌고 캐릭터를 포위하기 때문에 캐릭터가 고립되지 않도록 해야한다. 게다가 괴물들은 캐릭터를 붙잡기에 움직일 수 없어 둘러싸인 상태로 죽지 않도록 캐릭터를 끌어주거나 밀치기 기술로 적을 밀쳐내 붙잡힌 상태를 풀 수 있다. 심지어 주변에 큰 피해를 주며 터지는 적도 있으니 원거리에서 죽일 수 없다면 밀쳐내서 죽여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 특징을 확실히 보여준 데모
이번 소규모그룹테스트에서 제공된 르모어:인페스티드 킹덤의 데모 빌드는 게임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일단 어려운 난이도를 지향하고 있으며 생존 요소가 섞인 턴 기반 전략 RPG라는 이미지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인트로 파트이자 튜토리얼을 겸하는 첫 스테이지를 제외한 두 개의 스테이지에서 플레이어는 생존을 위해 통을 뒤지고, 처음 들고 있던 무기는 적절하게 캐릭터의 전투 비중을 배분하면서 싸우지 않았다면 마지막 스테이지 즈음에 부러지기 쉬우니 챙겨간 다른 무기를 사용해보는 것도 가능했다.
도전적인 난이도의 전투를 표방하고 있는 것처럼 전투에서는 꽤나 불합리한 상황이 벌어지곤 하는데, 대표적으로 붙잡기 시스템과 앞서 이야기한 괴물들의 반경에 들어가면 무조건 포효로 주변 괴물들과 함께 턴을 무시한 채 플레이어에게 접근한다는 부분이 그렇다. 이게 도전적인 난이도를 만들기는 하지만 이번 빌드에서 체험할 수 있는 스테이지의 대부분은 발각되지 않은 상태로 접근하는 것이 불가능한 곳이 많았고, 어떻게 발각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공격했다고 하더라도 한 대 친 뒤에는 즉시 포효를 내질러 또 턴을 무시하고 캐릭터를 포위해 붙잡아버린다. 심지어 한 명만 죽어도 게임오버라니 꽤나 빡빡한 편.
그래도 게임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역할에는 충실했고, 멸망한 소규모의 왕국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향후 게임을 진행하면 생존자들을 추가로 영입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후로도 쭉 끝까지 한 명이라도 죽으면 게임오버가 되는지의 여부도 궁금했다. 어려운 난이도의 턴 전략 RPG를 선호한다면 한 번 체크해놓을만한 게임.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