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대회의 가능성을 보여준 EWC2024

EWC, 앞으로도 이어질까
2024년 08월 28일 09시 41분 46초

지난 7월 24일, 파리에서 열린 142차 IOC(국제 올림픽 위원회) 총회에서 e스포츠를 기반으로 한 별도의 올림픽 창설에 대한 안건이 만장일치로 승인됐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당시만 해도 e스포츠에 부정적인 인상이 강했던 IOC지만 코로나 팬데믹과 더불어 청년층의 올림픽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e스포츠를 새로운 대안으로 선택한 것이다.

 

사실 e스포츠를 올림픽에 녹여 내려는 움직임은 몇 년 전부터 이어져 왔다. 2021년 열렸던 137회 IOC 총회에서 e스포츠의 근간을 다룬 ‘아젠다 2020+5’가 발표됐고, 2021년 도쿄 올림픽 개최 이전 IOC 주관의 ‘가상 올림픽 시리즈(Olympic Virtual Series)’가 열리기도 했다. 이를 바탕으로 ‘2023 싱가포르 올림픽 e스포츠 시리즈’가 개최되기도 했다.

 

IOC가 공식적으로 e스포츠 올림픽을 승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에서 2025년 제 1회 e스포츠 올림픽이 개최되는 일정 또한 공식 확정됐다. 

 


 

e스포츠 올림픽의 창설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가 올림픽 위원회(NOC)’가 많은 힘을 쏟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최근 ‘EWC2024’를 성황리에 마쳤으며, 국가적으로도 e스포츠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IOC는 25년부터 이후 12년간 ‘e스포츠 올림픽’의 전반적인 사항을 NOC와 협력해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게이머즈 8’ 및 ‘EWC’, 그리고 e스포츠의 허브를 꿈꾸는 사우디아라비아의 행보가 성공적인 결실을 맺게 된 셈이다. 

 

- ‘게이머즈 8’에서 ‘EWC2024’로

 

올 해 7월 3일을 시작으로 8월 25일에 마무리된 EWC2024는 전신인 ‘게이머즈 8’에 비해 많은 질적 성장을 이뤄 냈다. 상금 규모도 23년 4500만 달러에서 6천만 달러 규모로 더 커졌고, 다양한 요소들도 접목됐다. 

 

23년 대회는 DOTA2 한 종목에만 1500만 달러가 배정될 정도로 DOTA2 편중도가 심했다. 하지만 EWC2024에서는 50만 달러에서 최고 500만 달러까지(DOTA2) 종목별로 다양한 금액이 배정됐다. 

 

‘클럽 챕피언십’ 이라는 별도의 클럽 경쟁 시스템을 구현한 것도 달랐다. 이러한 클럽 경쟁 시스템을 통해 각 경기가 단일 선수나 팀 위주의 단순 구성을 벗어나 모든 종목들을 아우르는 연결성을 만들어 냈다. e스포츠의 근간이 되는 클럽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클럽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클럽은 100억원에 가까운 금액을 상금으로 받았다. 2등 역시 50억이 넘는 금액이며, 16등을 기록해도 2억원 이상의 상금을 가져갔다. 일반 스포츠 클럽처럼 다양한 수익 모델 창출이 어려운 e스포츠 클럽 입장에서 확실한 수입원을 만들어 준 대회이기도 하다. 

 


첫 대회의 우승은 사우디아라비아 소속의 ‘팀 팔콘스’가 차지했다  

 

이러한 클럽 경쟁 구도는 단순한 개별 종목의 한계 이상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마치 올림픽처럼 각 클럽의 순위 싸움도 흥미로운 상황이 된 것이다. 무엇보다 최상급 선수들의 가치가 급상승하면서 선수들 역시 보다 높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다소 미흡한 부분은 있지만 e스포츠라는 특성 상 ‘보이는’ 모습에 많은 할애를 한 것도 하나의 특징이다. 경기 내내 다양한 CG 효과를 부여하고, 승리 팀이 패배한 팀의 키(Key)를 유압 프레스로 파괴시키는 시스템, 그리고 우승자가 자신의 키를 직접 상패에 넣음으로써 기존 대회와는 다른 확실한 차별성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키의 외부 테두리는 그 해 우승자 명단 패널에 부착된다. T1(LOL)과 광동 프릭스의 ‘울산(철권8)’의 이름이 보인다

 

많은 종목에서 ‘파이널 매치’의 분위기를 만들어 낸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실제로 스타크래프트 2의 경우는 이전 대회의 성적을 바탕으로 출전권이 주어졌고, EWC 자체가 공식적인 파이널 매치였다. 초청 형식으로 진행된 종목들도 압도적인 상금을 바탕으로 단숨에 가장 권위 있는 대회로 탈바꿈했다. 말 그대로 여러 종목에서 시즌을 마무리 짓는 대회가 되어 버린 것이다.

 

- EWC2024는 성공한 대회인가?

 

사실 EWC2024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게이머즈 8이 22년과 23년에 진행되기는 했지만 세계적인 관심은 그리 크지 않았다. 

 

경기 종목도 협소했고, 국내 게이머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종목 역시 스타크래프나 배틀그라운드 정도에 불과해 국내에서도 ‘상금을 많이 주는 대회’ 라는 정도의 인식에 머무르는 것에 그쳤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회 자체의 언급도 낮았다.

 

특히나 현재 LOL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은 e스포츠의 위치에 있는 상황에서 게이머즈 8에 LOL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부분은 많은 시청자들이 등을 돌리게 만든 계기가 됐다. 

 

물론 서구권에서 카운터 스트라이크나 DOTA2가 나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동, 서양을 포괄하는 글로벌 인기 면에서 LOL을 넘어서는 게임은 아직 없는 실정이고 실제 인기나 체계적인 부분에서도 LOL과의 격차가 상당한 편이다.  

 

EWC2024에서는 그간 라이엇 게임즈와의 협의가 불발되어 추가되지 못했던 LOL이 처음으로 종목에 추가됐다. 그리고 이는 대회의 대중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키는 역할을 했다.

 

특히나 최근의 LOL이 유럽이나 북미 지역보다 아시아권과 남미 지역에서 더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LOL의 가세가 글로벌 시청자들을 더욱 모여들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LOL 결승전을 본 시청자 수는 중국을 제외한 인원만 100만명을 훌쩍 넘었다(중국 인원까지 합한다면…)

 


초대 우승팀이 T1이라는는 것, 그리고 레전드 페이커의 MVP 수상은 대회 관계자들에게도 이슈 측면에서 상당히 만족감을 주었을 것이다. 

 

비록 이번 대회에서는 라이엇 게임즈의 권고로 인해 상금 규모도 롤드컵 우승 이하의 수준으로 햐향 조정됐고, 시즌 중간에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참가 팀 규모나 일정이 협소한 상태로 진행됐지만 LOL의 존재 하나 만으로도 대회의 급이 훨씬 높아졌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여기에 ‘오버워치 2’가 추가되면서 제대로 된 세계 대회의 구색이 갖춰졌다. ‘발로란트’는 이번 대회에서도 등장하지 못했지만 이대로라면 이후 대회에서 새로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이처럼 ‘비중 있는’ 게임 종목들이 대거 추가되면서 대회 자체의 관심도 늘어났다. 뷰어십 자체도 이전 대회보다 상당히 올라갔으며(물론 아직도 만족할 만한 정도는 아니다), 전 세계에서 5억명 이상이 시청했다. 인기 종목이 더해진 만큼 화제성도 커졌다. 

 

실제로 LOL이 포함되지 않았던 게이머즈 8 시절에는 국내에서의 언급이나 게이머들의 관심도 크게 없었고, 별도의 한국어 중계 방송도 없다시피 했지만 이번 EWC2024는 시작 전부터 LOL에 대한 대중의 관심으로 인해 크게 이슈가 됐고, 정규 시즌 역시 대회 일정으로 인해 일주일간 중단되기도 했다. LCK를 즐겨 보는 시청자라면 EWC를 모를 수 없을 만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 팬들의 높아진 관심은 다양한 한국어 중계에서도 드러난다. ‘SOOP(구 아프리카TV)’이 독점 한국어 중계권을 가져오면서 LOL 및 오버워치2, 철권8 등 다양한 공식 한국어 중계가 편성됐고, 이를 통해 시청자들이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LOL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이번에도 한국어 중계를 보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제는 LCK에서 볼 수 없는 김동준 해설위원의 합류로 더욱 만족감이 높았다

 

뷰어십도 나쁘지 않았다. 국내 기준으로 LOL의 경우 밤 12시가 넘은 시간에 진행 됐음에도 불구하고 10만명이 훌쩍 넘는 동접 시청자를 기록했으며, 오버워치2나 철권, 스타크래프트 2 등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인기를 구가하는 종목들 역시 수천 명이 넘는 인원이 시청했다. 

 

최근 LOL을 제외한 국내 e스포츠 시청자 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익숙하지 않은 대회의 이러한 시청자 수는 상당히 고무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게이머들의 관심은 대회가 거듭될수록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다음 대회에서도 킬러 컨텐츠인 LOL이 존재해야 하겠지만 말이다.  

     

- 앞으로의 EWC 개최 가능성은?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현재 IOC에 의해 e스포츠 올림픽을 창설하는 것이 이미 확정됐고, 여기에 EWC를 주관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향후 12년간 e스포츠 올림픽의 세부적인 운영을 맡기로 합의된 사안이다. 

 

심지어 25년 e스포츠 올림픽의 사우디아라비아 개최는 그 이전인 7월 12일에 이미 발표됐다. 장소 역시 이번 EWC2024가 열렸던 리야드에서 개최된다. 

 

어찌 보면 7월에 e스포츠 올림픽 창설이 급 물살을 타게 되면서 단기간에 확정이 된 사안인 셈인데, 그렇다 보니 EWC의 포지션 자체가 상당히 애매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만약 EWC가 내년에도 개최된다면 같은 장소에서 EWC와 제 1회 e스포츠 올림픽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개최 시기에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고 해도 집중도 면이나 흥행에서 많은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EWC는 1년만에 사라지는 대회가 될까. 다행히 그렇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EWC 폐회식에서 내년 여름에도 대회를 개최한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이미 SNS에서도 확실하게 내년 개최를 못박은 상태다

 

이는 e스포츠 올림픽과 EWC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대회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e스포츠 올림픽은 매년 개최되는 대회가 아니다. 

 

IOC가 NOC에게 e스포츠 올림픽의 개최지 및 종목 선택 등 다양한 부분을 위임한 연한이 25년부터 향후 12년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일반적인 올림픽처럼 길게는 4년, 짧게는 2년마다 열리는 행사가 될 확률이 크다. 

 

실제로 준비 단계의 대회라 할 수 있는 ‘가상 e스포츠 올림픽 경기’가 21년과 23년 열렸고, 제 1회 e스포츠 올림픽이 25년에 개최된다는 점에서 e스포츠 올림픽이 2년마다 개최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대회 성격 면에서도 EWC는 클럽 대항전 성격의 대회이고, e스포츠 올림픽은 국가 간의 대항전이다. 여기에 EWC의 메리트는 높은 상금 액수에 있지만 e스포츠 올림픽은 이보다 선수들의 명예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양 대회의 지향점 자체가 다르다. 

 

e스포츠의 가장 큰 소재인 ‘게임’ 자체도 확실하게 구분된다. e스포츠 올림픽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가상 e스포츠 올림픽 경기’의 종목을 보면 일반적인 e스포츠 대회와는 조금 다른 구성을 취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e스포츠는 기존의 인기 게임들을 기반으로 하지만 ‘가상 e스포츠 올림픽 경기’에 사용된 게임들은 대부분 실제로 존재하는 스포츠를 기반으로 했다. 심지어 VR을 기반으로 한 종목도 채택됐다. 

 

장르적인 차이를 보이는 일반적인 e스포츠 종목과 달리 e스포츠 올림픽의 경우 이전 대회처럼 ‘스포츠’라는 자체에 기준을 두고 종목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물론 흥행을 위해 FPS 같은 특정 장르가 포함될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다만 지금까지의 모습만을 본다면 LOL이나 스타크래프트, FPS 기반의 게임들은 사실상 e스포츠 올림픽에 나올 가능성이 높지 않다. IOC 주관의 공식적인 대회인 만큼 인기 게임이 채택되더라도 어느 정도 변형이 될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EWC의 지속적인 개최 역시 상당히 긍정적이다. 이번 EWC2024가 나름의 성과를 올렸을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 전략’ 이라는 거창한 이름 하에 e스포츠에 많은 힘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몇 년마다 열리는 e스포츠 올림픽만으로 만족할 리가 없다. 심지어 e스포츠 올림픽도 항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EWC를 꾸준히 개최한다면 e스포츠 올림픽과 더불어 사우디아라비아의 e스포츠 허브화가 더욱 공고하게 자리 잡을 수 있다. 

 

어차피 기반 시설은 이미 충분히 만들어 둔 상태이고 강력한 오일 머니로 무장한 나라에서 이 정도의 금액은 부담이 되지도 않는다. 심지어 국가의 이미지 재고와 더불어 미래에 투자하는 사업이다 보니 오히려 해가 갈수록 상금은 물론이고 대회 자체의 규모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덕분에 e스포츠 클럽들과 선수들에게는 상당히 긍정적인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실제로 이번 EWC로 인해 T1과 광동 프릭스가 적지 않은 수익을 얻었다. 그만큼 대회는 더 치열해질 것이고 인기 또한 더더욱 상승할 것이다. 

 


5위를 기록한 T1은 대략 16억 6천만원, 10위를 한 광동 프릭스는 4억 6천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철권8에서 우승하며 팀의 10위에 큰 공헌을 한 ‘울산’

 

게이머들 입장에서도 경기는 많을수록 좋다. 심지어 최고의 선수들이 모이는 대회는 더더욱 좋다.결국 EWC는 해가 갈수록 보다 높은 권위를 가지는 대회가 될 것으로 생각된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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