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좋았지만 시스템은...

처음으로 선 보였던 ‘LCK컵’ 이모저모
2025년 03월 01일 10시 51분 50초

LCK컵이 종료되고, 한화생명e스포츠가 우승을 차지하면서 3월 10일부터 서울에서 진행되는 ‘퍼스트 스탠드’에는 한화생명e스포츠가 LCK 대표로 참가하게 됐다.

 

올 시즌 초 진행된 LCK컵은 스프링 시즌이 사라지면서 정규 시즌이 열리는 4월까지 긴 공백이 이어지다 보니 새롭게 신설된 대회다.  

 

처음으로 열린 만큼 ‘그룹 대항전’과 같이 나름 신선한 부분도 많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다양한 명승부와 더불어 오랜 기간 LOL e스포츠에 목말랐던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한 것은 분명하다. 

 

- 다소 아쉬운 구성과 일정

 

이번 LCK컵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바로 대회의 전체적인 일정과 더불어 진행 방식이 다소 매끄럽지 못했다는 점이다. 

 

물론 새롭게 신설된 첫 대회이고, 그만큼 부족한 부분이 많기는 하다. 하지만 조금 더 고민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먼저 팀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그룹 대항전을 진행했던 것은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된다. 다만 같은 그룹에 속한 팀과는 경기가 없고 상대 그룹 팀과의 경기를 한다는 점만 있었을 뿐 같은 ‘그룹’ 이라는 입장이 가지는 차별성은 상당히 떨어졌다. 

 

단순히 처음 그룹 지명식에서만 어느 정도의 전략적 차별성이 있었고, 그 외의 행보 역시 일반적인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룹 대항전이라면 서로간에 대진 순서를 모르게 팀들을 배치한다던가, 혹은 차륜전 방식으로 경기를 펼치는 등 다양한 방식들이 있었겠지만 단순히 상대 그룹 팀들과 모두 경기를 펼치는 식의 상당히 ‘무난한’ 방식, 그리고 하루 3세트 2경기로 정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의 경기 수가 진행되어 시즌 초 더 높은 인기 몰이를 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한 느낌이 컸다. 그만큼 내년에도 대회가 진행된다면 더욱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물론 이전처럼 플레이오프 승자전과 패자전, 그리고 최종 진출전 및 결승전을 2주에 걸쳐 진행하는 것이 아니라 한주만에 모두 마무리한 부분은 상당히 긍정적이다. 

 

다만 전반적으로 경기 수가 적지 않다 보니 다른 지역에 비해 LCK컵이 빨리 끝나게 되면서 가장 먼저 ‘퍼스트 스탠드’ 진출팀이 결정된 지역이 됐다. 조금 더 많은 경기를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심지어 아직도 참가팀이 확정되지 않은 LPL 같은 리그를 생각할 때 더더욱 빠르게 대회가 종료된 부분이 아쉽다. 

 

특히나 LCK컵에 진출하지 못하는 9개 팀은 정규 시즌이 열리기 전까지 2개월의 공백이 추가로 주어지게 된다. 과거 개편 전의 일정에서는 1월~3월까지 스프링 시즌이 시작됐고, 이후 MSI, 그리고 서머 시즌이 길지 않는 텀을 두고 이어졌다는 점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룹 간 승패에 따라 그 과실이 승리 팀에게 너무 크게 작용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만약 같은 그룹에 속한 팀 간에 어느 정도 보완을 할 수 있는 장치가 있거나 서로 협력하는 식의 룰이었다면 그나마 이러한 승리 그룹의 메리트를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겠지만 현실은 단순히 ‘다른 그룹 팀과의 경기’가 진행되는 방식이다 보니 너무 승리 그룹에 과한 보상이었다고 생각된다. 

 

실제로 이번 LCK컵 승리 그룹인 엘더 그룹의 1,2위는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진출했으며, 2위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가장 약한 상대와의 경기를 치뤘다. 반대로 엘더 그룹 1,2위인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붙으며 무조건 한 팀이 떨어지는 매치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엘더 그룹 1,2위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만나다 보니 결국 한 팀은 무조건 떨어지는 상황이 연출됐다

 

특히나 이러한 엘더 그룹 1,2위간의 1라운드 대결은 팬들에게도 상당히 불만이 많았던 부분이었고, 대회 흥행에 있어서 역시 마이너스 요소였다고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내년 시즌에서는 어떻게 변화가 될 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그룹 대항전의 포맷은 많은 변경이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이며, 특정 팀이 잘 해도 같은 그룹 팀의 부진으로 인해 플레이오프 등에서 손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 대회 권위의 부재

 

사실 LCK컵이 진행되기 이전부터 제기되어 왔던 부분이지만 이번 LCK컵은 우승팀, 또는 준우승 팀에 대한 별다른 보상이 없다. 최종전 MVP는 상금을 받으나 팀에게는 별다른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그나마 우승팀은 퍼스트 스탠드에 진출한다는 메리트라도 있지만 다른 팀들은 아무것도 없다. 유저들 사이에서 단순한 ‘이벤트 컵’으로 대회 자체가 격하되는 부분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대회는 상금이 곧 품격이 되는 것이고 팀이나 선수 역시 이에 대한 동기 부여가 되는 것인데 결과적으로 팀도, 선수도 경기에서 패배에 안타까워하는 모습이 덜했다. 심지어 LCK컵에서의 기록은 리그 기록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발표까지 나온 상황이다 보니 더더욱 선수나 팬들의 의지 또한 약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러한 기록에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 이벤트성 대회로 치부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일례로 OK저축은행 브리온은 젠지에게 2대 0으로 승리를 했음에도 공식 리그 기록으로는 여전히 젠지에게 세트 연패 상태로 남는다.

 


결국 OK저축은행 브리온의 젠지전 승리는 이벤트 대회에서 승리한 정도로 남게 됐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한화생명e스포츠의 우승이 빛 바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굳이 할 것이었다면 이렇게 정규 시즌에 비해 찬밥 신세를 만드는 것이 맞는가 하는 부분이다. 작년이었다면 이번 LCK컵 대신에 스프링 시즌이 진행되었을 것이고, OK저축은행 브리온은 당당히 젠지를 꺾은 팀으로 리그 기록에 남았을 것이다. 

 

일례로 LPL의 경우 ‘스플릿’ 형태로 리그를 개편하면서 스프링과 서머 시즌 개념이 사라졌지만 1~3분기 별로 총 세 개의 스플릿을 운영, 매 스플릿이 다음 스플릿에 영향을 주는 형태로 변경됐다. 그렇다 보니 어떤 스플릿도 버릴 것이 없고 모든 기록도 인정된다. LCK컵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된 ‘스플릿 1’의 모습 또한 LCK컵에 비해 더 치열하면서도 독립적인 분위기를 보여줬다. 

 

여기에 ‘퍼스트 스탠드’ 자체가 국제 대회 치고는 상당히 미니멀한 형태로 진행되고, 우승에 대한 메리트도 적다 보니 명예적인 측면은 있겠지만 사실상 실속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실제로 MSI나 롤드컵에 비해 ‘라이엇 게임즈’의 행보 자체도 조용하며 대회 규모도 크지 않다. 공인된 국제대회임에도 어느 정도 ‘이벤트 성’ 대회처럼 느껴지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결국 유저들은 4월 정식 시즌이 시작되기 전까지 상당히 긴 시간동안 이벤트성 대회에 만족해야 하는 상황인데, 그렇다 보니 LCK컵의 진행이 더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그러한 만큼이나 적어도 내년에는 보다 완성된 시스템을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차라리 프리미어 리그의 ‘FA컵’ 처럼 아마추어 및 2군 리그 팀까지 참여하는 대회도 고려해 보면 좋지 않을까 싶다.

 

-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반향

 

LCK컵에서는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 방식이 처음으로 도입됐다.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LCK 뿐 아니라 LPL 등 여러 리그에서 올 시즌 처음 시도하는 형태의 밴픽 방식이다. 

 

현재로서는 각 리그 마다 시즌 초 대회에만 진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LCK 역시 아직까지 정규 시즌에서도 도입이 될 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 도입으로 LCK컵의 경기가 기존 경기들보다 흥미진진한 모습이 많았다는 점이다. 반면 블루 진영의 메리트가 상당히 크다는 단점도 대두됐다.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는 다양한 챔프가 등장한다는 점, 그리고 각 팀의 다채로운 밴픽과 전략을 볼 수 있어 더 재미 있는 경기가 펼쳐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장기적으로 볼 때 블루 진영의 메리트가 크다는 단점을 극복할 수 있다면 정규 시즌에서도 하드 피어리스 드래프트의 유지 또한 나쁘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LPL의 경우는 이러한 단점을 완화하기 위해 5세트에서는 별도의 진영 선택전을 진행한다. 

 

5세트에 한해 피어리스 밴픽을 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자신 팀에서 사용했던 챔프들만 이후 세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노멀한 피어리스 드래프트 역시 나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다. 

 

다만 리그에서의 활용은 ‘롤드컵’의 방침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롤드컵에서도 사용하게 될 경우 리그에서도 계속 활용할 가능성이 높지만 반대로 롤드컵에서 사용하지 않는다면 리그 역시 적응을 위해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중 하위권 팀들의 성장

 

24시즌 스토브 리그에서 많은 팀들이 전력 보강을 진행했다. 그리고 이번 LCK컵에서 이러한 팀들의 달라진 경기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나 과거에는 LCK 내에서 선수들이 이동하거나 신인 선수들이 대거 기용되는 경향이 강했지만 이번 스토브 리그는 LPL ‘RA’팀의 팀 해체와 더불어 LPL 내 중, 하위권 팀들이 상당 부분 긴축 재정에 돌입하면서 LPL 소속이었던 선수들의 국내 유턴이 많이 일어난 것이 특징적이다. 덕분에 전반적으로 LCK 리그 자체의 전력이 어느 정도 상향됐다. 

 

물론 BNK 피어엑스나 DN 프릭스, kt롤스터 등은 작년에 비해 팀 전력이 하향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유칼’을 영입한 DRX와 농심 레드포스, 그리고 OK저축은행 브리온의 경우는 팀 전력이 상당히 올라온 느낌이다.

 

덕분에 젠지가 OK저축은행 브리온에게 패하거나 디플러스 기아가 젠지를, 농심 레드포스가 kt롤스터를 잡아내는 등의 이변이 많이 속출한 대회이기도 했다. 

 

확실한 강약 구도보다는 이렇듯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양상이 더 재미 있고, 그만큼 기준 중, 하위권 팀들의 전력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이번 LCK컵이 주는 재미가 더 높았지 않았나 싶다. 덕분에 4월부터 진행되는 정규 시즌에 대한 기대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알립니다

창간 24주년 퀴즈 이벤트 당첨자

창간 24주년 축전 이벤트 당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