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터치는 언톨드 테일즈와 협력해 더 팜51이 개발한 SF 서바이벌 호러 RPG '체르노빌라이트 컴플리트 에디션 및 프리미엄 에디션' 닌텐도 스위치 버전을 지난 27일 국내 정식 출시했다.
체르노빌라이트는 체르노빌 원전 격리 구역을 배경으로 하는 SF 서바이벌 호러 RPG다. 플레이어는 30년 전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라진 옛 약혼녀를 찾아 프리피야트로 돌아온 주인공 전직 물리학자 이고르가 되어 방사능으로 오염된 환경 속에서 NAR 군사 병력이나 약탈자, 돌연변이 생물 등 다양한 위협에 맞서 생존하며 전개하는 비선형적 스토리텔링 방식의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게임은 기지 건설, 아이템 제작, 자원 관리, 팀 운영 등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파트와 필드에서 직접 이고르가 활약해야 하는 모험 파트로 구분할 수 있다. 플레이어가 내린 결정이 게임의 진행과 스토리 전개, 결말을 좌우하게 된다.
본 리뷰의 경우 체르노빌라이트 컴플리트 에디션을 닌텐도 스위치 OLED 독 모드로 구동한 환경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 약혼녀 찾으러 체르노빌로
게임은 체르노빌 사고의 뉴스를 이어붙인 영상과 함께 시작된다. 주인공이자 물리학자인 이고르가 약혼자 타티아나와 함께 열차에 탄 상태로 대화를 나누는 장면으로 이어지나, 이윽고 이고르의 곁에 있던 타티아나는 사라졌으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경치도 음산한 숲 속으로 돌변해 있다. 여기서 기초 조작을 배우는 한편, 체르노빌라이트의 훌륭한 분위기 연출을 맛볼 수 있다. 이고르는 타티아나의 목소리를 따라 숲을 가로지르다가 정체불명의 괴물들이 나타나 습격해오는 것을 경험하고, 여기서 쓰러졌더니 갑자기 방 한 칸 정도 크기의 작업실에서 이고르가 일종의 차원문을 여는 총을 사용해 현실이 무너지는 위기를 벗어난다. 이후 또다시 장면은 전환되어 올리비에를 포함한 두 명의 용병과 함께 통제된 체르노빌로 진입하는 상황으로 넘어간다.
이 인트로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만 봐도 시점이 휙휙 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을텐데, 실제 게임을 플레이해보면 일종의 시간이나 평행세계 소재를 채용한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당장 용병 두 명과 함께 진입할 때 체르노빌 사고 당시의 환각을 보기도 하고, 타티아나는 수시로 이고르에게 속삭여대며 잠입한 곳에서 마주친 순간이동을 하는 괴물 같은 인물 블랙스토커 또한 이고르를 알아보고 왜 네가 여기에 있냐는 말을 내뱉는 등 다분히 복선을 깔고 플레이어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정적으로, 몇 번 죽어보면 타티아나의 목소리와 함께 과거에 했던 선택을 수정하고 이 수정한 세계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갈 수 있도록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스토리의 전개는 게임의 시스템에 맞춰서 탐색 중 단서들을 수집하는 한편 무전을 통해 연락이 오면 특정 지역에 스토리 퀘스트가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매일 아침 행선지를 고르는 스테이지 형식의 시스템이다보니 플레이어가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스토리를 골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스토리가 활성화 된 동안에는 해당 구역에 다른 사건들이 생기지 않으니 너무 오래 쌓아둬서 선택지를 줄이지 않도록 적절히 소화해주는 편이 좋다. 스토리를 진행하고 게임을 플레이하며 동료들을 모아 최종 임무를 자신이 원하는 타이밍에 진행하는 방식으로 마무리짓게 된다.
■ 전략적 생존과 탐색
서바이벌 장르를 표방하고 있는 게임이니만큼, 플레이어는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생존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고르와 올리비에 등 플레이를 이어가며 모으게 되는 동료들은 모두 체르노빌 내부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잠입자들이기 때문에 체르노빌에 돌아온 목적을 달성하기까지는 살아남기 위해 자급자족을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인트로 파트를 전부 클리어하고 나면 거점에서 매일 아침 그 날 탐색할 구역을 선택하고, 동료들을 쉬게 하거나 구역 임무에 배치한 뒤 탐색을 진행하는 과정을 거치게 되며, 귀환한 뒤로는 스킬 포인트가 모였다면 동료에게 포인트를 사용해 새로운 퍽을 습득하거나 거점 건설, 밭이 있다면 성장한 자원 회수 등을 할 수 있다.
매일 아침 나갔다가 오후에는 거점에서의 활동을 마무리하고 휴식을 취하는 구조가 반복되는 편인데, 여기서 귀환할 때 이고르와 동료들의 식사량 분배도 해야 하며 부상을 입은 인원의 경우는 약을 건네 회복시키는 식으로 케어를 해야 계속해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소규모 밭을 설치하다보면 어느 정도 감당이 되기 시작하지만 초기 며칠간은 허브와 버섯, 식량을 채집하는 데에 신경을 기울이는 것이 좋다. 거기에 시스템상 탐색도 너무 오래 머물면 괴물이나 블랙스토커가 직접 등장해 플레이어를 공격해오니 가능한 빠르게 목적을 달성하고 기지로 도주하는 것이 안전하다.
탐색에서 습득하는 자원들은 대개 직접 완제품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 전자 부품 등 기초 자원을 주워서 이를 기반으로 구역에 함정이나 설치물을 건설하고 거점의 건물 및 생존을 위한 무기 준비에도 활용하는 방식이다. 체르노빌 내부에는 괴물들이나 블랙스토커 외에도 NAR 군인들이 무기를 들고 돌아다니는데도 이를 주워서 바로 사용할 수는 없다. 이는 게임 초반에도 대화를 통해 알 수 있는 이유가 있다.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가 생체 잠금 방식이라서 주워서 사용할 수 없다는 설정이다. 그래도 잘 찾아보면 완제품 총기를 파밍할 수도 있어 초기 나이프와 리볼버만 들고 있는 상태보다 총기를 하나라도 얻은 시점이 훨씬 생존이 편해진다.
초기에 무기가 빈약한 상태에서 펼치게 되는 전투는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들키지 않고 뒤를 잡는 암살을 비롯한 은신 플레이 쪽이 편하다. 적들의 AI가 꽤 넉넉한 사양이라서 시야에 들어오더라도 생각보다 긴 시간 발각되지 않고, 걸리더라도 대략 1분 30초 내외의 전투 상황, 탐색 상황만 지나면 다시 평시 상태로 돌아가기 때문. 다만 블랙스토커는 등장하자마자 플레이어의 탐지 능력과 동일한 능력을 사용해 바로 플레이어의 위치를 확인한 뒤 쫓아오므로 타티아나의 경고와 블랙스토커의 대사가 나오면 앞에 적은 것처럼 가급적 빠르게 도망가야 한다.
■ 분위기는 굉장히 뛰어나
체르노빌라이트 컴플리트 에디션에는 게임 본편 외에도 일종의 체험형 다큐멘터리 타입의 DLC - 걸어서 존 속으로가 포함되어 있다. 이 DLC는 플레이어가 전투 등이 발생하지 않는 게임의 무대 체르노빌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역사적 사실 등을 담은 메모를 발견하거나 여러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는 과학자 NPC와 대화하는 방식으로 폭발 전후의 상황 등 이야깃거리를 볼 수 있는 컨텐츠를 담았다. 체르노빌라이트가 체르노빌 사고를 다루고 있는 만큼 알면 알수록 조금이나마 게임의 스토리를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게임의 장점이라면 닌텐도 스위치에 이식되면서 다소 양보한 그래픽 대비 무대인 체르노빌의 분위기, 그리고 연출이 꽤나 괜찮게 만들어졌다는 부분을 꼽고 싶다. 처음 타티아나의 목소리를 쫓아 헤메던 체르노빌의 녹색 안개가 낀 숲이나, 노인의 퀘스트를 수행할 때 어느 시점부터 귓전을 때리는 소름끼치는 소리가 점점 접근하는 연출, 상황에 따라 안개 낀 체르노빌의 풍경, 퀘스트를 통해 결정할 수 있는 초대형 두가 레이더를 폭파할 때의 스케일은 꽤 만족스러운 느낌이다.
스토리나 전투, 그리고 앞서 언급한 다소 양보한 그래픽 부분에서는 좀 아쉬운 감이 있다. 스토리는 초반부와 전개가 꽤 흥미롭지만 사람에 따라 다소 루즈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전투는 정조준을 해야만 발사할 수 있는 총기나 적들의 AI 등이 아쉽다. 또, 스위치 사양 문제로 다소 양보한 그래픽 퍼포먼스도 조금 아쉬운 부분.
한편, 체르노빌라이트 컴플리트 에디션은 닌텐도 스토어를 기준으로 오는 4월 2일 23:59분까지 정가 38,900원에서 할인된 26,060원으로 만나볼 수 있다.
이건 괴물이 아니라 죽은 병사가 땅으로 파묻힌 것
소재와 분위기는 참 흥미롭다
조건희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