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널판타지’ 및 ‘드래곤 퀘스트’, ‘성검전설’ 시리즈 등 게임사(史)에 길이 남을 다수의 RPG 명작들을 선보이고 나아가 JRPG 장르의 초석을 다진 일본을 대표하는 게임 명가 스퀘어 에닉스의 신작 ‘브레이블리 디폴트 2(이하 디폴트 2)’가 지난 26일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다.
본 게임은 지난 2012년 닌텐도 3DS 플랫폼으로 첫선을 보인 ‘브레이블리 디폴트’ 그리고 2015년 공개한 시리즈 2편 ‘브레이블리 세컨드’의 발매 후 무려 6년 만에 출시한 시리즈 신작으로 본 시리즈 역시 앞서 언급한 게임들 못지않은 우수한 게임성과 높은 완성도로 무장, 전 세계 JRPG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온 스퀘어 에닉스의 또 다른 걸작이라 부를 수 있겠다.
아울러 이번 작품 또한 전작과 동일하게 오로지 닌텐도 플랫폼 독점으로 출시됐고 기존 시리즈 개발진, 그리고 자사의 신규 IP이자 위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게이머와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으며 우수한 게임 완성도를 증명한 ‘옥토퍼스 트래블러’의 개발진이 동공 제작해 정식 출시 전부터 국내외 JRPG 팬 및 시리즈 팬들의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아왔다.
게임샷은 6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 시리즈의 신작을 플레이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 한층 진화한 전투 및 잡 체인지 시스템이 인상적
브레이블리 시리즈는 파이널 판타지(이하 FF) 시리즈의 외전격 작품이자 지난 2009년 선보인 ‘빛의 4전사’의 전투 시스템, 그리고 고전 작품인 FF 5의 잡 체인지 시스템 등을 베이스로 새롭게 개발된 턴 방식의 RPG로 기존 FF 시리즈와는 전혀 다른 독자적인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매력적인 스토리 및 독창적이고 흥미로운 전투 시스템들을 선보이며 게이머를 매료시켰다. 덧붙여 사운드 트랙, 일러스트 및 인 게임 그래픽을 비롯한 시청각적 비주얼 퀄리티 역시 매우 뛰어나 게임성 하나만큼은 정말 일품이라 칭할 수 있다.
이러한 시리즈 본연의 개성과 매력은 이번 작품에서도 의심할 여지 없이 느낄 수 있고 오랜 기다림 끝에 등장한 신작인 만큼 게임 시스템 및 컨텐츠, 그래픽을 비롯한 전반적인 완성도가 대폭 증가해 플레이의 만족도가 상당했다.
불의의 사고로 조난을 당해 할시오니아 해변에 표류된 선원 ‘세스’ 와 이를 발견하고 구해준 망국의 왕녀 ‘글로리아’ 두 인물을 주축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진 크리스탈을 둘러싼 모험의 여정을 그려낸 본 작의 줄거리는 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난 편.
게임성은 완벽했으나 스토리텔링에서 많은 비평을 받았던 전작 세컨드를 의식해서인지 본 작은 스토리 부분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여러 대륙, 수많은 왕국과 왕도를 오가는 방대한 스케일의 서사시는 게임을 즐기는 내내 감탄을 자아내게 만들기 충분했다.
덧붙여 본 작의 스토리 구성은 전작들과의 접점이 사실상 없다. 시리즈의 네이밍만 같을 뿐 완전히 새로운 세계를 무대로 한 독립적인 세계관을 갖췄고 이로 인해 이전 작품 등장인물의 출현 및 전작 스토리의 재조명, 복선 회수 역시 없다. 덕분에 기존에 시리즈를 한 번도 접하지 않았더라도 게임 진행 및 스토리 이해에 있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신규 유저의 배려가 상당히 좋은 편이다.
많은 게이머들의 호평을 받아온 전투 시스템 역시 한층 개선된 모습으로 돌아와 플레이어를 반긴다.
본작이 타 게임과 차별화되는, 전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이자 게임의 제목을 본뜬 독자적 배틀 시스템인 ‘브레이브’ &‘디폴트’ 시스템은 여전히 건재하다. 브레이브 와 디폴트는 각각 공격과 방어라 칭할 수 있고 플레이어는 적과의 교전, 즉 매 턴마다 획득하는 브레이브 포인트(BP)를 모아 적에게 통상 공격보다 한층 강한 브레이브 일격을 날릴 수 있으며 이 BP 포인트는 디폴트(방어) 자세를 취해 매 턴 수급 할 수 있다.
아울러 브레이브 기술은 연속적인 행동이 가능하나 BP 분배 미스 시엔 BP가 마이너스가 되어 다음 턴까지 행동 불능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 이 경우 적의 공격을 사실상 맨몸으로 받아내는 수준이라 플레이어가 받게 되는 전투 리스크가 상당히 큰 편이므로 브레이브와 디폴트, 그리고 이를 통해 얻어지는 BP를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이 바로 전투 승리의 관건이라 할 수 있겠다.
이렇듯 본 작의 전투 시스템은 타 턴제 RPG에 비해 상당한 전략적 플레이를 요구하는 편, 게다가 노멀 난이도 기준 적들의 체력이나 공격력 역시 만만치 않은 편이라 단순히 아이템과 레벨빨로 찍어 누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부분은 사람에 따라 어려움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전투 시스템에 익숙해진다면 타 게임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색다른 전술적 재미를 느껴볼 수 있고 이 외에도 몬스터나 아이템 별 속성에 따른 차이점 역시나 그 재미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킨다.
게임의 난이도는 캐주얼, 노멀, 하드 총 3가지로 구성됐고 이는 전투 중만 아니라면 게임을 진행 도중 실시간 변경이 가능하다. 특히 캐주얼모드의 경우 그 이름처럼 게임의 난이도가 매우 낮은 편인데 BP 게이지나 속성, 후술할 잡 시스템 등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L버튼과 A버튼을 연타하는 것만으로도 엔딩을 볼 수 있을 만큼 쉬운 편. 기존에 RPG를 접한 경험이 전무한 모든 이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쉽고 빠르게 엔딩을 보고싶은 경우 캐주얼 난이도 진행을 추천하며 보다 전략적이고 긴장감 넘치는 게임을 원하는 경우 하드 난이도를 선택하면 된다.
더불어 다양한 직업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잡 체인지 시스템의 재미 역시나 출중하다. 플레이어는 자신과 함께하는 모든 캐릭터의 직업을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으며 각 캐릭터는 메인, 그리고 서브 두 가지 직업을 동시에 셋팅 할 수 있다. 덧붙여 각 직업들은 각각 고유의 특수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직업의 종류 역시 탱커 역할의 뱅가드, 치유 타입의 백마도사, 원거리 마법 공격을 퍼 붙는 흑마도사 등 무려 20종이 넘을 만큼 다양해 캐릭터 육성 및 각 직업군의 레벨을 올리며 자신만의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즐거움이 상당했다.
■ 비교적 방대한 게임 볼륨, 스토리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
노멀 난이도 기준, 필자가 프롤로그의 시작부터 엔딩까지 소요된 시간은 50여 시간 내외로, 싱글 RPG 중 상당히 큰 볼륨에 속하는 편이다. 물론 모든 RPG가 그렇듯 레벨링과 장비 파밍을 위한 반복적인 노가다 요소 역시 곳곳에 존재했지만 이는 충분히 감내할 만한 부분으로 게임 도중 슬립 시간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탐색’ 시스템을 잘 활용한다면 최대 12시간 동안 경험치 증가 및 잡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는 구슬 및 캐릭터의 스텟을 향상시키는 갖가지 소비 아이템 등을 얻을 수 있기에 게임의 반복 요소가 그다지 불만스럽지 않았다.
캐릭터 모델링은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리라 본다. 작중 등장하는 배경은 마치 동화와 소설 속 풍경처럼 아름다우나 캐릭터 모델링은 SD도, 일반형 몸매도 아닌 어중간한 사이즈인 데다 게임 표지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귀엽고 둥근 인상으로 마치 미니어처와 흡사한 느낌을 풍긴다. 특히 남성 캐릭터의 경우 일러스트와 인 게임의 괴리감이 보다 더 심한 편이라 개인적으로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전반적인 그래픽 퀄리티는 평소 흔히 접해온 2010년대 중후반 3D JRPG와 별반 차이는 없으나 휴대 모드와 거치 모드 둘 다 그래픽 면에서 품질 차이가 별반 느껴지지 않는 점, 그리고 눈에 띌만한 프레임 문제가 없어 게임 진행이 쾌적한 부분은 만족하며 특히 BGM, OST 등 게임 내 사운드 퀄리티 하나는 정말 감탄이 나올 만큼 뛰어난 편으로 이는 게임의 배경에 잘 녹아 들어 게임의 매력과 그 재미를 한층 더 돋보이게 해 마음에 들었다.
이렇듯 본 작은 매력적인 스토리와 신선하며 긴장감 넘치는 전투 시스템, 그리고 다채로운 직업군을 입맛에 맞게 골라 성장시킬 수 있는 자유도 높은 캐릭터 육성 시스템과 아름다운 시청각적 비주얼 등으로 무장했다. 그러나 던전 내 미니맵의 부재, 그리고 전투 화면에서 적과 아군의 버프, 디버프 유무를 쉽게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은 게임의 편의성을 크게 저해시키므로 후속작에서 개선의 여지를 남긴다. 약간의 아쉬움을 제외하면 브레이블리 디폴트 시리즈 및 RPG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딱 알맞은 게임이다.
김자운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