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주차 경기가 마무리되면서 이제 LCK 서머 시즌도 반환점을 돌게 됐다. 1라운드를 마치고 이제 막 2라운드에 접어든 상황에서 LCK는 현재 다양한 이변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에도 특정 팀의 선전이나 업셋 경기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올 시즌은 그 정도가 심하다. 특히나 이러한 이변들이 4주차와 5주차 경기에 집중적으로 몰려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2라운드가 기대되는 모습이기도 하다.
- 역시 젠지전은 풀 세트지
지난 1라운드 경기에서 젠지에게 완패를 당했던 디플러스 기아는 2라운드 경기에서 결국 젠지의 세트 연승 기록을 저지하는데 성공했다. 다만 언제나처럼 첫 세트를 가져오고 2세트에서 아쉬운 패배, 그리고 3세트에서 결국 무너지는 양상이 연출됐다.
이를 통해 젠지는 확실한 LCK 1황의 위치를 고수하게 됐다. 하지만 ‘꺾을 수 없는 팀’의 느낌이 다소 퇴색된 상황이기도 하다.
역시나 디플러스 기아는 유리했던 2세트에서 승리를 마무리 했어야 했다
- EWC 우승 이후 망가진 T1
T1은 EWC 초대 우승이라는 확실한 결과물을 내고 돌아왔지만 이후의 행보는 참혹한 상태다. OK저축은행 브리온에게 한 세트를 내 준 것은 일정에 따른 피로감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후 경기에서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2패를 한 것도 모자라 BNK 피어엑스에게도 패했다.
최근 3연패다. 순위 역시 5위까지 떨어졌다. kt롤스터가 BNK 피어엑스에게 패하지 않았다면 ‘동부의 왕’으로 6주차를 맞이할 뻔했다. 물론 23 서머 시즌에서도 비슷한 과정이 있기는 했지만 그 때는 페이커가 부상을 당한 상태였다. 온전한 전력으로 이러한 성적이 나오는 상황은 21시즌 이래 처음이다.
문제는 선수들이 메타 픽을 잘 다루지 못하는 데 있다. 특히나 지난 BNK 피어엑스 경기에서 메타픽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세 세트 모두 아이번과 트리스티나, 그리고 이즈리얼을 픽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패했다.
‘결국 안되는 건 안된다’ 라는 교훈이 남겨진 경기였다
그 여파인지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2라운드 경기에서는 이즈리얼을 밴하고 트리스티나를 사용하지 않는 강수를 두었음에도 결국 2대 0 완패를 기록했다.
이는 T1의 스타일 자체가 미드와 바텀에서 벌어다 준 자원을 탑에 투자하고 이를 바탕으로 탑이 경기를 정리하는 방식인데 다른 라인에서 자원을 벌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제우스가 이전처럼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영향이 크다.
심지어 최근에는 많은 팀들이 제우스의 견제를 강하게 하고 있고, 이것이 통하고 있다. 이는 그만큼 미드와 바텀 라인의 위력이 약해져 T1의 탑에 상대가 자원을 투자할 만한 여유가 생겼다는 의미다.
다른 라인의 위력이 약해진 원인은 선수들의 폼 저하도 있지만 주류 메타의 숙련도가 떨어져 이를 사용하기 어려운 것도 한 몫을 한다. 타 팀들은 메타 픽으로 더 힘을 내는데 T1은 오히려 더 약해졌다. 여기에 제우스 또한 폼 저하를 겪으면서 상대의 공격을 흘릴 만한 방어력이 떨어진 상태다.
물론 이러한 T1의 상황이 플레이오프까지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팀 자체의 경기력이 떨어진 것은 분명 사실이지만 추후 메타가 변하게 되면 어느 정도 반등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정도’가 어느 수준이 되는가에 따라 이번 시즌에는 결승전에서 T1을 볼 수 없을지 모른다.
- 쵸비가 있는 천상계로의 여정을 시작한 바이퍼
4~5주차 경기의 MVP를 뽑는다면 역시나 바이퍼다. 바이퍼는 T1과의 1라운드 경기에서 세 세트모두 신들린 이즈리얼의 플레이를 보여주며 ‘평균 DPM 1182’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심지어 광동 프릭스와의 다음 경기에서는 32분만에 5만이 넘는 데미지를 기록하며 1500이 넘는 DPM을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 바이퍼의 이즈리얼은 ‘미쳤다’ 라는 표현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경지다. 경기와 관계없는 무의미한 데미지, 일명 ‘뻥딜’도 거의 없이 엄청난 데미지를 뽑아 내고 있다. 여기에 스킬 적중률이 정말 상상을 초월한다. 나름 이즈리얼을 잘 사용한다는 에이밍이나 데프트와도 비교가 불가능할 수준의 차이다.
모두를 경악시켰던 컨트롤과 딜량을 보여준 광동 프릭스전
이는 바이퍼가 인터뷰에서도 언급했지만 ‘죽지 않고 꾸준하게 딜을 넣는’ 원딜을 고수하는 입장에서 다소 위험 부담이 있더라도 적극적으로 딜링을 하는 형태로 플레이 스타일을 바꾼 것이 크다.
룰러와 더불어 전 세계 원딜 1티어였던 바이퍼가 공격적인 움직임까지 갖추게 되면서 현재의 바이퍼는 누구도 말리지 못하는 엄청난 존재가 되어 버렸다. 심지어 이즈리얼은 현 메타 상 최고의 원딜 챔프다. 2라운드 경기에서 T1이 매 세트 이즈리얼을 밴 한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여기에 바이퍼는 전 세계에서 챔프 폭이 가장 넓은 원딜로 알려진 선수다. 심지어 비원딜까지 잘한다. 상대 팀이 원딜러 저격 밴을 해도 데미지가 크지 않은 이유다. 카이사와 제리 등 다른 챔프로도 최상급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한 만큼이나 세나를 제외한 원딜러들의 현 지표를 보더라도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심지어 DPM이나 팀 내 딜량 지분은 다른 선수들과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바이퍼가 살아나면서 한화생명e스포츠의 전력도 급상승했다. 서머 시즌 초반 디플러스 기아에게 패하며 정돈되지 않았던 한화생명e스포츠의 경기력은 4주차부터 확실하게 만개한 상태다.
현재 T1전 2승을 포함, 5연승중인 한화생명e스포츠
물론 아직도 기복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는 하지만 피넛이나 제카 역시 저점보다는 고점의 비율이 보다 높아진 상태이고, 팀 내 억제기였던 도란 또한 5주차 경기에서 조금씩 폼이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하지만 도란은 언제 저점 모드로 회귀할 지 알 수 없는 선수다).
도란의 폼이 일부 회복한 효과는 T1전을 보면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 저점 상태였던 1라운드 경기에서는 어렵게 3세트에서 역전승을 거두고 승리했지만 폼이 나아진 2라운드 경기에서는 2대 0 완승을 거뒀다. 도란만 좋은 모습을 갖춘다면 젠지와 필적할 만한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제는 한화생명e스포츠에도 신계의 선수가 나올 예정이니 말이다.
현재로서는 정규 시즌 2위 및 서머 시즌 결승 진출이 상당히 유력한 상황이다. 다만 LOL 자체가 어느 정도 메타의 변화에 따라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이러한 양상이 확실히 지속 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 하위권 팀들의 역습이 시작됐다
3주차 경기까지 T1이 kt롤스터에게 패배한 것을 제외하면 큰 이변 없이 진행되던 서머 시즌은 4주차부터 엄청난 혼돈 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T1이 BNK 피어엑스에게 패배를 기록했고, 광동 프릭스는 서머 시즌에도 OK저축은행 브리온에게 또 다시 승리를 헌납했다. 심지어 BNK 피어엑스가 kt롤스터까지 잡아내며 중위권 경쟁이 대 혼돈의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EWC 이전까지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 생각됐던 플레이오프 싸움도 이제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OK저축은행 브리온은 페이트가 원래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면서 앞으로 중위권 팀들에게 고춧가루를 뿌릴 만한 팀이 된 상황이고, 농심 레드포스 또한 DRX에게 승리하며 3승 고지를 달성, 플레이오프의 희망을 이어 가고 있다.
‘역시 LOL은 미드 게임’ 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보여준 경기였다
본격적인 2라운드가 시작되는 6주차 경기를 앞둔 시점에서 상위권의 품격을 보여주고 있는 젠지와 한화생명e스포츠, 디플러스 기아를 제외한 4위부터 8위까지의 팀들 모두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황이다. 물론 농심 레드포스는 그 가능성이 상당히 미약하지만 BNK 피어엑스의 경우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결코 낮지 않다.
최근 상위권과 중위권, 그리고 하위권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됐던 상황에 비해 보다 흥미로운 레이스가 진행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4위부터 7위까지 단 한 경기 차에 불과한 만큼, 그리고 이미 2라운드가 시작된 상황에 업셋 경기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단 한 경기로 순위나 플레이오프 진출이 결정될 만하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