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LCK컵 최초 탈락

2승 팀이 떨어지고 0승 팀이 올라가는
2026년 02월 03일 18시 10분 06초

결국 충격적인 결말이 나왔다. 한화생명e스포츠가 젠지에게 3대 0으로 패하면서, 바론 그룹이 승리하고, 한화생명e스포츠는 장로 그룹의 5위가 됐다. 결국 디펜딩 챔피언인 한화생명e스포츠는 플레이인에 진출하지도 못한 채 최종 10위로 LCK컵을 마감했다. 

 

한화생명e스포츠는 올 시즌 쟁쟁한 선수들을 또 다시 영입했지만 팀의 구조적인 결함을 겪으며 결국 탈락에 이르게 됐다. 다만 한화생명e스포츠의 탈락은 자신들의 문제보다는 LCK컵의 구조적인 문제가 한 몫을 했다. 실망스러운 경기력을 보였다는 것은 둘째로 하고 말이다. 

 


 

- 한화생명e스포츠는 과연 최하위를 기록한 팀이 맞는가

 

모든 팀의 승패를 놓고 본다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결코 최하위권 성적이 아니다. 성적 만으로는 DN 수퍼스와 한진 브리온이 ‘실질적인’ 최하위라는 점을 결코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더 높은 승수를 기록한 팀이 떨어졌다.

 

다만 각 팀의 승패가 확실한 팀의 우열을 가릴 수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도 않다. LCK컵의 경우 두 개의 그룹으로 팀이 나뉘고, 같은 그룹에 속한 팀끼리는 경기를 펼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전패를 기록한 한진 브리온의 경우 같은 그룹의 다른 팀들과 경기를 한다고 해도 패배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심지어 같은 팀에 속한 탓에 젠지와 T1과는 경기를 펼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과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한진 브리온 입장에서 DN 수퍼스나 농심 레드포스에게 승리를 할 수도 있다. 


- 문제는 변별력

 

결국 LCK컵의 문제는 두 그룹으로 나뉘어진 팀에 따라 이득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다는 부분이다. 각자 절반의 팀들과만 경기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변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정규 시즌에도 ‘레전드’과 ‘라이즈’ 그룹으로 나누어 제한적인 경기가 이루어진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이 둘은 상황이 완전히 다르다. 

 

LCK컵은 상위 티어 팀이 지명을 하는 방식이고, 정규 시즌은 이미 진행된 결과를 바탕으로 성적에 따라 그룹을 상위 그룹과 하위 그룹으로 나눈 것이다. 이미 충분히 경기를 펼쳤고, 그 성적에 따라 그룹이 결정되는 것인 만큼 별다른 이견이나 문제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LCK컵은 말 그대로 상위 티어 팀이 어느 팀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완전히 전개가 달라진다. 자신의 의지, 혹은 실력 검증을 통해 그룹이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 그룹 편성 결과는 ‘우연성’의 결과다 

 

결국 그룹 배틀은 상황에 따라 이득을 보는 팀, 혹은 손해를 보는 팀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모든 팀과 상대를 하는 것이 아니기에 그룹 배틀의 승패가 절대적인 팀의 전력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실제로 만약에 한화생명e스포츠와 T1이 서로 위치가 바뀌었다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BNK 피어엑스와 DN 수퍼스가 서로 바뀌었다면 탈락 팀은 DN 수퍼스가 됐을까?

 

가장 큰 문제는 ‘검증 과정’이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장로 그룹에서 1위를 차지한 BNK 피어엑스가 바론 그룹이었다면 1위는 고사하고 2위조차 불가능했다. 분명 서로 다른 수준으로 만들어진 그룹에서 별도의 실력적인 교차 검증 없이 순위, 그리고 플레이오프나 플레이인 직행이 이루어졌다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일례로 롤드컵이나 MSI 등에서 진행됐던 플레이인을 보면 A 그룹의 2위와 B 그룹의 3위가 경기를 펼치는 교차 검증 과정이 있다. 복수의 그룹으로 나뉠 경우, 특정 그룹에 강팀이 몰리는 경우를 대비한 안전 장치다. 

 

아쉽게도 LCK컵은 이러한 교차 검증 과정이 없었다. 그보다는 승리한 그룹에 메리트를 몰아주는 ‘보상’만이 존재했다. 결국 팀 자체의 실력보다는 어느 그룹에 속했는지가 더 크게 작용하게 된 것이다. 자신이 직접적인 선택권을 가지지 못한 상황에서 말이다.   

 

덕분에 25시즌에는 바론 그룹의 일방적인 승리로 장로 그룹에 속한 팀들은 탈락, 또는 플레이인 진출이 이루어졌다. 결국 장로 그룹 1,2위였던 T1과 한화생명e스포츠가 플레이오프 1라운드에서 만나는, 장로 그룹 말려죽이기가 만들어졌고 말이다. 

 

그리고 26시즌은 0승 팀과 1승 팀은 살아남고, 2승을 기록한 팀이 탈락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모든 것이 ‘임의로 만들어진 그룹 시스템’을 지속한 결과다. LCK컵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이라면 이제 그룹 배틀은 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된다. 

 

정규 시즌의 레전드 및 라이즈 그룹처럼 비슷한 전력을 가진 팀들을 모아 보다 박진감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반드시 그룹 배틀을 해야 할 필요도 없다. 팬들의 반응 역시 더 좋은 것도 아니다. 그러한 반면 단점들은 많이 드러나고 있다. 구단 입장에서도 유불리가 드러나고 있고 말이다. 

 

실제 팬들의 입장에서도 이해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첫 시즌에는 어느 정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두번째 시즌마저 크리티컬한 이슈가 터졌다. 무엇보다 0승 팀이 살아남고, 2승 팀이 탈락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갖은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외를 비롯해서 ‘이게 대회냐?’, ‘운을 시험하는 대회인가’,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대회’ 및 ‘경쟁의 가치를 훼손했다’, ‘실력은 필요 없고 버스만 잘 타면 된다’ 등 엄청난 수식어가 동반되는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맞다, 이것은 정식 대회라면 결코 볼 수 없는 일이다. 사실상 대회의 격을 떨어트린 사건이다. 

 

심지어 방송을 중계하는 캐스터나 해설위원, 심지어 분석 데스크에 이르기까지 방송 중에 이러한 부분을 적나라하게 꼬집고 반성하는 이들이 아무도 없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됐는지, 이러한 부조리를 짚는 이도 없고, 이렇게 된 부분에 대한 사과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모두 같은 배를 탔다는 생각 때문인지 너무나 조용하다. 이러한 비 양심적인 부분에 더더욱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심지어 외신들은 이번 LCK컵의 변별력 부족을 지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적어도 이 정도면 LCK는 자신들의 안일함을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어떤 경우에도 승수가 더 높은 팀이 탈락하는 경우는 없다. 적어도 동일 선상 티어에 놓인 경우라면 말이다. 혹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그룹제로 진행되는 리그는 앞서 언급했던 교차 검증 과정이 필수다. 

 

어쨌든 2승 팀이 떨어지고, 0승 팀과 1승 팀이 올라가는 초유의 사태가 만들어졌다. 심지어 두 팀은 모두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그룹 배틀에서 패했다는 점이 더더욱 아이러니하다. 

 


결국 한화생명은 탈락했다. 이게 남은 진실이다

 

0승 팀과 1승 팀들 역시 시스템의 부조리함을 짚기 보다는 ‘일단 올라가서 다행이지만 우리가 올라가도 되는가, 못해서 죄송하다’는 논조를 보인다. 정말로 이런 생각이라면 당당히 시스템의 오류를 언급하며 진출을 반납하던, 5위 팀 간의 경기를 제안하던 하는 식의 행보가 있었어야 했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강행하는 것도 문제다. 과연 다른 대회나 종목이었다면 이를 그대로 유지했을까. 만약 이것이 올림픽, 혹은 롤드컵에서 벌어졌다면, 그냥 조용히 넘어갔을 지가 궁금하다.

 

아마도 이번 LCK컵 규정을 모르는 상태에서 이 결과를 받은 사람들은 단 한명도 예외 없이 ‘WHAT?’ 이라는 반응을 보일 것이다. 실제로 해외 토픽감으로 나올 만한 사건이 터졌다. 하지만 아무도 반성하지 않고 이견을 내지 않는다. 그것이 더 이상하다. 

 

어쨌든 이번 26시즌 LCK컵은 ‘역사상 가장 부조리한 대회’, ‘아마추어 같은 프로 대회’, 그리고 0승 팀이 플레이인에 진출하는 역대급 ‘물로켓’ 대회가 될 전망이다. 이는 LCK가 모두 짊어져야 할 부분이다.


- 내년에는 제발 문제가 없기를…

 

어차피 LCK컵은 시즌을 시작하는 리그다. 당연히 정규 시즌보다 짧게 진행되고, 시즌 초인 만큼 각 팀들의 전력 변수도 많다. 

 

시간 관계 상 풀 리그가 어렵다면 차라리 완전한 더블 엘리미네이션 토너먼트로 진행하거나 팀 당 한 경기씩을 풀 리그로 치루고, 이 성적을 기반으로 토너먼트를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지는 어쨌든 각 팀이 공정한 기회를 얻어 승부를 펼치고, 이를 바탕으로 2차 라운드를 진행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플레이오프가 됐던, 플레이인이 됐던, 혹은 토너먼트가 되던 말이다. 

 

현재는 ‘굳이’ 다른 조건 하에서 경기를 진행한 후, 한 팀을 탈락시키는 것 때문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단순히 그룹 승패에 따라 플레이오프 및 플레이인 팀 수에 차등을 두거나 하는 정도였다면 어느 정도의 ‘불합리함’을 감수할 수 있는 부분이겠지만 결국 한 팀이 탈락하는 구조이다 보니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공정하지 않은 구조가 된 부분이 있다. 

 

결국 현재의 포맷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면 그룹 배틀에서의 탈락 팀 없이 2라운드 식으로 플레이인 및 플레이오프를 진행하거나, 완전히 다른 형태의 구조로 개편이 필요하다. 

 

‘LCK컵’이라는 특성 상 굳이 1군 소속 팀들만 참가하는 형태를 고집할 필요도 없어 보인다. 각 팀의 2군에게도 참가 기회를 주고 준 프로팀, 혹은 아마추어 팀들도 참여하는 대대적인 방식으로의 개편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마치 잉글랜드 리그의 FA컵 대회처럼 말이다. 

 

이처럼 참여 팀 폭을 넓힌다고 해서 복잡할 것도 없다. 본선 이전에 미리 예선을 진행하면 되고, 1군 팀 외의 팀이 진행하는 예선 대회는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된다. 이런 과정에서 뜻밖의 진주를 발굴할 수도 있고 말이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던 중요한 것은 각 팀의 팬들이 ‘공정하지 않은’, 혹은 ‘자신의 팀이 손해를 본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여기에 팬들의 즐거움까지 보장해 줄 수 있는 대회가 되면 된다. 

 

26시즌 LCK컵이 작년과 비교해 어느 정도 변화가 있었던 만큼이나 내년 시즌의 LCK컵은 아마도 또 다시 변화할 것이다. 올 시즌은 한화생명e스포츠가 이러한 시스템의 희생양이 됐지만 내년에는 이러한 일이 없기를 바란다. 

 

적어도 대회 시스템을 구상함에 있어 이러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점을 분명 예상했어야 했다. 그만큼 앞으로는 보다 꼼꼼히 시스템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한화생명e스포츠는 플레이인에 진출해 경기를 하는 한진 브리온과 DN 수퍼스를 보며 어떤 생각에 젖게 될까. 이것이 한화생명e스포츠가 못해서 나온 결과일까. 젠지전 패배 후 풀에 죽은 채로 퇴장하는 ‘2승 팀’ 한화생명e스포츠 선수들의 마지막이 기억에 남는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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