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e스포츠가 FLY와의 경기에서 승리하며 8강 진출을 확정지었다. 디플러스 기아는 전력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TES에 2대 0 완패를 기록했다.
디플러스 기아의 패배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된 부분이었다. 사실상 팀 체급이나 전력을 봐도 TES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고, 그간의 경기력에서도 앞섰다. 지난 LNG와의 경기 내용을 봐도 디플러스 기아가 쉽게 승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반면 한화생명e스포츠는 어제 진행된 FLY와의 경기에서 2 대 1 승리를 거뒀음에도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줬다. 명목상으로는 승리지만 사실상 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이는 경기 내용은 물론이고 선수들이 임하는 자세, 그리고 위기 대처 능력과 기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분에서 최저점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 안일함이 만들어 낸 결과물
당초 기대로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압승이 예상됐다. 사실상 FLY는 리그 간 격차가 심한 LCS 소속이고, 실제로 G2를 제외하면 유럽이나 북미 리그는 LCK과 상당한 격차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FLY 정도의 전력이라면 사실상 국내 리그로 생각했을 때 2군급 실력을 가진 팀에 가깝다. 스포츠로 비유하자면 프로 농구 팀과 고등학교 농구 팀이 경기를 한다고 생각해도 될 정도의 차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첫 세트에서는 초반 상당한 우위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중반 이후 경기를 역전당하며 패배 위기에 몰렸다. 다행히 마지막 한타에서 바이퍼의 멋진 플레이가 나오며 그대로 경기가 끝났으니 망정이지 패배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 마치 지난 젠지와의 서머 시즌 결승전 1세트의 느낌이었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2세트에서는 아예 대놓고 경기에서 밀리며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심지어 브위포는 경기 초반 두 번이나 허무하게 죽었음에도 오히려 중반 이후 도란보다 성장에서 앞서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초반 이 정도의 탑 격차가 있었음에도 결국 도란은 역전을 허용했다
최종 킬 수는 14대 24, 한화생명e스포츠가 블루 진영으로 플레이를 했음에도 무참하게 패했다. 그나마 3세트에서는 정신을 차리고 조금이나마 안정적인 운영을 통해 승리를 가져오기는 했지만, 만약 FLY가 3세트에서도 기발한 조커픽과 보다 집중력을 보여 주었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도 있는 경기였다.
- 무엇이 문제인가
한화생명e스포츠가 이처럼 고전한 이유는 단순하다. 첫째는 방심이다. 누구나 예상하듯이 FLY는 전력 자체가 상당히 차이 나는 상대다. 그러한 만큼이나 집중력이 떨어지고 방심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는 하다.
다만 이러한 상황이 1세트에만 지속되었다면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지만, 2세트 역시 동일하게 증상이 나타난 점에 대해서, 심지어 2세트를 패배했다는 점이 더더욱 문제다. 심지어 블루 진영에서 나온 문제이기에 그 어떠한 말로도 실드를 쳐주기 어렵다.
두 번째는 팀 자체의 기량 부족이다. 지난 젠지와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도 언급됐던 부분이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는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젠지에게 승리한 것을 제외하면 최근 21시즌 이후 젠지에게 승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심지어 이번 롤드컵 2승 팀 승자전에서조차 젠지에게 패했다.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 보여 준 플레이가 플루크일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실제 서머 시즌 결승전에서도 1세트 한타 싸움에서 바이퍼의 신들린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면 사실상 3대 0이 될 뻔한 경기였다. 최근에 진행된 스위스 스테이지 3라운드 경기 역시 그렇다.
바이퍼는 꾸준히 잘한다. 이것 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경기 역시 접전이라기 보다는 젠지가 훨씬 경기력이 좋고 우세한 전력을 보여준 승부였다. 사실상 요네가 OP챔으로 최상위 티어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화생명e스포츠가 1세트 요네를 가져오면서 요네의 효과를 톡톡히 봤을 뿐이다.
실제로 2세트와 3세트에서 요네를 사용하지 않은 결과는 상당히 참혹했다. 특히나 제카는 2세트 아칼리로 수준 미달 경기력을 보이는 등 전혀 젠지를 앞서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명목상으로는 접전 경기였지만 자세히 본다면 젠지가 적어도 한 수 위에 있는 팀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가 하면 2라운드 G2 경기에서도 만족스러운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실제로 경기 중 후반까지 한화생명e스포츠가 패할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우세한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물론 이번 FLY와의 경기 역시 그러했고 말이다.
결국 현재의 한화생명e스포츠는 LCK 1번 시드 다운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현재의 모습으로는 오히려 T1보다도 못한 경기력을 가진 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단 메타 정립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느낌이며, 상대의 조커 픽에 상당히 흔들리는 모습을 보인다. 지난 젠지전 3세트에서 트위치에게 탈탈 털린 것도 그러하며, FLY와의 경기에서도 1세트 아무무 정글에 상당히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심지어 2세트에서 등장한 누누는 경기를 지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화생명e스포츠의 대응이 형편없었다.
결국 현재의 한화생명e스포츠는 요네라는 OP챔을 할 경우, 그리고 바이퍼가 해 주지 않으면 경기가 풀리지 않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피넛은 롤드컵에 들어서며 최악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FLY와의 경기에서도 1,2세트 모두 워스트 플레이가 나왔다. 실수 역시 상당히 많은 느낌이다.
한화생명e스포츠의 2군 선수인 그리즐리가 와도 이보다는 잘할 것 같은 모습인데, LCK에서는 좋은 활약을 보여줬지만 롤드컵에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변수에 대응이 늦은 그런 느낌이랄까. 상대가 일반적인 플레이를 할 때는 강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실력이 나오지 못하는 듯 보인다.
특히나 롤드컵은 타 지역 팀들과 경기를 많이 하다 보니 더더욱 플레이가 좋지 않은 듯한데 지금까지 피넛이 롤드컵 우승을 해 보지 못한 것도 이러한 것이 이유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다른 선수들도 문제다. 지금까지 한화생명e스포츠가 승리를 거둔 팀들은 PSG와 G2, FLY 등 본선 진출 팀들 중에서도 하위권에 속하는 팀들이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더 잘해 보였기 때문이지 제카의 플레이 또한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도란 역시 턴을 버는 행동만 잘 할뿐 캐리를 할 수 있는 능력은 없다. 심지어 FLY와의 2세트에서도 경기 초반 탑에서의 우위를 강하게 가져갔음에도 결국 브위포에게 성장에서 역전당하는 모습이 나왔다.
누누의 스킬 이해도가 부족해 어이 없는 대응을 한 도란의 모습이 현재의 한화생명e스포츠다
딜라이트 또한 그렇다. 간간히 좋은 장면이 있어 좋은 경기력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 느낌이 강할 뿐 자세히 보면 플레이오프부터 경기력이 서서히 하락하고 있다.
그나마 신계를 기웃거리고 있는 바이퍼만이 온전히 제 역할을 해줄 뿐 한화생명e스포츠의 다른 포지션들은 모두 롤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플레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LPL 팀들을 만나지 않아 무난하게 8강에 진출했을 뿐 만약 LPL 팀들과의 경기가 있었다면 8강 진출은커녕 탈락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었을 수도 있다. 단순히 추측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니다. G2와 FLY의 경기 내용을 볼때 과연 LPL 팀에게 승리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것을 부인할 없기 때문이다.
- LCK 1시드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사실상 LCK 1시드가 롤드컵에서 항상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22,23시즌 역시 4시드와 2시드 팀이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현재의 한화생명e스포츠는 근래 들어 가장 ‘준비가 안된’ LCK 1시드 팀인 것은 분명하다.
아마도 어제 FLY와의 경기를 본 많은 이들이 플레이에 실망했을 것이다. 이런 실력을 가진 팀이 1시드라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 정도로 안일하고 준비가 되지 않았으며, 실력 자체도 문제가 많았다.
사실상 현재 상태로는 8강에서 LPL 팀을 만나면 패배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보인다. 실력도 실력이고 메타 정립이나 변수 대처 능력도 떨어진다.
현재로서는 젠지나 T1에게 우승을 기대하는 것이 훨씬 나아 보인다. 적어도 지금 상태로는 LCK 3시드 정도가 어울리는 것이 한화생명e스포츠의 모습이다.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