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1이 다섯번째 롤드컵 우승을 이루어낸 지도 이제 3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이미 롤드컵 최 정점에 선 상황에서 다음 행보는 바로 스토브리그다. 과연 T1은 현재의 로스터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변화를 선택하게 될까.
현재 T1 멤버 중 내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페이커를 제외하면 나머지 네 선수들은 계약이 올 해 11월 18일로 만료된다.
23시즌의 경우에도 비슷한 상황에서 제우스 등의 선수들이 1년 계약을 하며 동일한 로스터를 구성했지만 내년 시즌은 조금 다를 것도 같다. 우승 인터뷰에서 구마유시가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함께 할 수도 있겠지만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혹은 팀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한 것 역시 그렇다.
- 롤드컵에서는 최강이지만 LCK는…
사실 T1은 현재의 조합이 나쁜 편은 아니다. 물론 올 시즌 쌍포 메타에서 고전을 하기도 했고 일부 선수들이 제한적인 부진을 겪기도 했지만 현재 멤버로 3년간 좋은 성적을 거뒀고 그 그간 동안 롤드컵에서 2회 우승, 1회 준우승이라는 역대급 성적을 내기도 했다.
실제로 롤드컵에서의 성적만 본다면 현재 전 세계 최강팀은 무조건 T1이다. 하지만 그에 반해 LCK에서는 지난 3년간 젠지에 밀려 2인자의 자리에 만족해야만 했다.
물론 젠지가 서머 시즌에서는 한화생명e스포츠에게, 그리고 롤드컵 4강에서는 T1에게 패하며 서서히 내리막길을 타는 듯한 느낌이기는 하나 그럼에도 현재 T1 멤버가 정규 시즌에 파괴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다만 현재의 선수 구성이 T1에게는 상당히 잘 맞는 편인 것도 맞다. 반대로 말하면 현재 팀원 구성에 맞는 전략을 잘 활용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긍정적으로 본다면 지금까지 충분히 좋은 효율을 뽑아낸 선수 구성인 만큼 이대로 간다면 내년에도 기본 이상은 해 줄 만한 상황이고, 부정적으로 본다면 올 서머 시즌처럼 변화되는 메타에 적응이 쉽지 않으며 ‘국제전에 특히 강한’ 대신 LCK 내에서는 2인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기도 하다.
물론 올 시즌도 롤드컵 결승 진출에 실패했고, 대부분의 선수들이 FA로 풀리는 젠지의 경우 내년에는 팀 전력이 상승하기보다 하락할 가능성이 높기는 하지만 한화생명e스포츠는 반대로 전력이 상승할 가능성이 있기에 T1 역시 변화가 필요할지, 혹은 이대로 유지할 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 선수와 팀의 의중은?
사실상 팀 입장에서는 팀이 유지되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팀의 핵심인 페이커는 내년 시즌까지 계약이 되어 있는 상태이고, 아무리 모기업이 건실한 재력을 가지고 있다고는 해도 페이커에게 상당한 연봉이 지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상위 급의 선수들을 추가로 영입하기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따르기 때문이다.
페이커는 내년에도 잘 할 것 같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특히나 내년 시즌부터는 프랜차이즈 및 샐러리캡 제도가 정식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같은 연봉을 주더라도 지출이 더 커진다. 금전적인 부분만 본다면 ‘바이퍼’와 같은 거물을 영입하기 보다는 현재의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물론 페이커의 선수 생활이 현실적으로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또 다른 팀의 코어를 만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없지는 않다.
반면 선수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철저하게 T1맨이 되고 싶은 생각이 아니라면 이제는 슬슬 새로운 환경이나 다른 플레이에 관심이 갈 법하다. 심지어 롤드컵 우승도 두 번이나 했다. 작년에는 어느 정도의 고민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이룬 올 시즌에는 이러한 고민조차 없을 수 있다.
심지어 페이커를 제외한 네 명의 선수가 모두 FA로 풀린다. 선수들 모두가 T1에 강력한 애정이 있어 남기를 원하고, 여기에 팀 역시 이들 전원이 필요하다고 느끼지 않는 이상 팀 전원이 그대로 유지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개개인의 또 다른 꿈도 있을 것이고, FA 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평가해 보고 싶기도 하며, 팀 입장에서도 조금이나마 부족한 포지션을 채우고자 하는 행보를 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 매년 멤버들이 변하는 LOL e스포츠 판에서 동일한 멤버로 3년이나 로스터 유지를 해 왔다는 자체가 대단한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25시즌에 달라진다고 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그러한 만큼 현재로서는 로스터 유지보다는 소소한 변화가 일어나는 것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 현 스토브리그 상황은?
일단 샐러리캡 제도가 공식적으로 적용되면서 T1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도 적지 않으며, 2년 연속으로 우승을 한 만큼 팀에 잔류하는 선수의 경우 연봉 인상의 부담감이 적용될 수밖에 없다.
다만 현재 LOL e스포츠 시장은 전성기의 과한 열기가 사라지면서, 그리고 샐러리캡 제도로 인해 선수들의 연봉 감축이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LPL 역시 마찬가지다. kt롤스터는 진작에 운영비 감축을 선언한 바 있다.
결국 선수들이 T1을 나간다고 해도 연봉을 맞추어 줄 구단은 사실상 젠지나 한화생명e스포츠, 혹은 LPL 소속 한 두 구단 밖에 없다. 이들 팀의 선수 구성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할 때 타 팀으로의 이적이 상대적으로 쉬울 만한 선수는 제우스와 케리아 정도다. 젠지 역시 기인이 FA로 풀리고 한화생명e스포츠 또한 도란의 플레이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심지어 도란 역시 FA로 풀린다. 확실한 무력을 보여준 제우스는 국내는 물론 LPL에서도 탐 낼 만한 선수다.
제우스는 올 시즌 스토브리그에서 뜨거운 감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다(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케리아 또한 국내외로 탐낼 만한 곳이 많다. 잘 하는 서포터가 상대적으로 적은 시장에서 케리아의 가치는 매우 높다. 심지어 T1 역시 케리아가 떠날 경우 대안이 많지 않다.
그나마 제우스가 떠난다면 영입 가능한 A급 선수들이 어느 정도 있지만 케리아가 나간다면 다음은 리헨즈 밖에 답이 없는 상황이다. 물론 2군에서 신인 선수를 발굴하는 상황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능성은 낮다.
오너와 구마유시는 현실적으로 팀에 애정이 많고 스토브리그 시장에서 뚜렷하게 갈 만한 곳도 많지 않기에 팀에 남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특히나 오너는 실력도 좋고 미친듯이 현금을 써 대는 한화생명e스포츠의 피넛이 내년까지 계약되어 있는 만큼 팀이 재계약을 원한다면 받아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반면 구마유시는 팀의 의중 및 바이퍼나 룰러의 행보가 변수다. 물론 T1이 팀의 재정적인 부분이나 그간의 기여도를 생각할 때 구마유시와의 재계약을 하는 것이 유력해 보이나, 혹 보다 강력한 팀을 구성하거나 팀의 색깔을 바꾸고 싶다면 FA 최대어들의 영입을 고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물론 이는 T1보다는 FA선수들의 의중이 더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 결론
결과적으로 T1의 스토브리그는 최대한 선수들을 지켜내면서 일부 변화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남은 계약 기간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일주일 정도 뒤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서는 오너와 케리아를 최대한 잔류시키는 행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이며, 제우스는 FA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제우스가 그대로 T1에 남을 가능성도 있기는 하나 그보다는 타 팀 이적에 무게가 실린다. 이 경우 더샤이나 기인, 도란 등이 새로운 T1 멤버가 될 수도 있다.
구마유시의 경우는 상당히 복잡하다. 선수와 팀, 그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 변수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올 시즌을 끝으로 FA로 풀리는 원딜러는 바이퍼와 룰러, 페이즈다. 사실상 구마유시에서 페이즈로의 변경은 ‘굳이?’ 라는 말이 어울릴 상황이기에 현실적으로 원딜러를 교체한다면 바이퍼나 룰러 밖에 대안이 없다.
하지만 팀 입장에서도 구마유시가 나쁜 것이 아니고, 구마유시 또한 팀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높다. 여기에 위의 두 선수가 T1에 온다는 보장도 없고 심지어 이 선수들을 영입할 경우 팀 재정 부담이 매우 커진다.
결국 선수보다는 팀이 어느 정도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는지에 따라 구마유시의 거취가 결정될 것으로 보여지는데, 현재로서는 잔류할 가능성이 70%, 새로운 선수가 영입될 가능성이 30% 정도로 보여진다.
구마유시는 과연 남을까, 팀을 떠나게 될까(사진출처: 라이엇 게임즈)
김은태 / desk@gameshot.net | 보도자료 desk@gameshot.net